● 저자 : 윤호진
윤호진(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이른바 삼일절 골프 파문으로 시작된 이해찬 총리의 부적절한 처신이 1주일 이상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실세 총리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일국의 국무총리를 낙마시킬 만큼, 이번 사건의 파장은 매우 컸고 국민들의 실망감 역시 깊었다. 부산일보의 특종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은 동아일보를 필두로 중앙일간지와 방송이 집중적으로 취재 보도하는 과정을 통해 권력 감시자로서 언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이해찬 총리가 보여준 국정수행능력은 대통령도 감탄할 만큼 탁월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수준 이하의 질문을 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때로는 면박을 주기도 했던 총리의 태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국민들도 많았다. 거대야당과 보수언론에 맞서 직격탄을 날리는 총리의 모습을 보며, 눈에 가시로 여긴 기득권층도 존재했지만, 이 시대의 개혁을 열망하는 많은 국민들은 그 기백에 아낌없는 환호와 성원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파업 첫날이자 역사적인 삼일절에 전력이 의심스러운 일부 기업인들에게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은 명백한 잘못이다. 때를 만난 듯, 최대한 많은 지면을 활용하여 의혹 부풀리기를 시도한 보수신문들의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그렇다고 총리의 부적절한 처신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2006년의 대한민국은 이 정도 사안으로 총리를 물러나게 할 만큼, 윤리적으로 성숙되었고 사회적으로 투명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한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총리의 처신을 두고 그토록 심하게 질타를 가했던 우리 언론들은 과연 얼마나 윤리적으로 성숙되어 있을까?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고위 당직자들과 고급 한정식집에서 저녁 모임을 가진 동아일보 간부진과 정치부 기자들은 수백만 원 어치의 향응을 받으면서 식사와 노래로 밤새 흥청망청 어울렸다. 총리의 골프 접대에 특별취재팀까지 구성하여 열성적으로 취재한 동아일보가 정작 자신들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는 식의 엄포를 놓는 것에 대해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골프에 관한 한,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으로 접대를 받고 있는 집단이 바로 언론인들이다. 국내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고, 외국 출장을 나가서도 취재는 뒷전인 채 골프에만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대다수의 일선기자들은 본연의 취재 활동에 충실한 것이 사실이지만, 접대 골프로부터 언론 역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이해찬 총리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우리 언론의 비판은 매우 준엄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고위 공직자들은 한결 긴장의 고삐를 죌 것이고, 우리 사회의 투명성은 보다 높아질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이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맡은 언론 역시 이에 상응하는 도덕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작 제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본 칼럼은 기자협회보(2006년 3월 15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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