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만제
이만제(한국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는 라디오에 이어 처음으로 텔레비전과 라디오, 그리고 데이터 방송까지 이동수신을 구현한 매체이다. 휴대폰 겸용단말기, 전용단말기, 차량용 단말기를 통해 이동하면서 방송을 즐길수 있게 된 것이다. 위성을 이용한 DMB가 지난 5월 본 방송을 시작하여 11개 영상채널과 26개 라디오 채널을 방송하고 있고 지상파 DMB는 12월 중에 상용화되어 영상 7개 라디오 13개 채널이 방송될 예정이다.
2010년경 위성 DMB 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고, 위성 DMB 사업자 쪽에서도 430만 가입자를 확보하는 2008년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상파 DMB는 2010년에 연간 매출이 1천억원 정도에 머물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부터 낙관적으로는 6천8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엇갈린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방송을 준비하는 쪽에서는 적정 광고수입이 확보되는 크리티칼 매스 포인트까지 단말기가 보급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초기 프로그램 개발이나 제작에 투자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료 위성 DMB와 무료 지상파 DMB 모두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화면 크기가 기존 방송과는 달리 휴대전화기 화면보다 약간 큰 정도이다. 차량용은 최대 7인치까지 큰 화면이 가능하다. 콘텐츠 면에서도 아직까지 모바일 킬러 콘텐츠가 제자리를 잡은 상태는 아니다. 본 방송을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난 위성 DMB 가입자가 25만명 정도라는 걸 보면 아직까지는 이용자들에게 놀랄만한 반응을 일으키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DMB는 유비쿼터스 시대라는 지금, 방송이 진화한 최고 단계의 기술이 실현된 매체임에는 분명하다. 디지털기술 덕분에 다채널과 대형화면을 구현한 텔레비전이 이제는 이동성을 향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BCMCS, DVB-H, Media-FLO등 DMB와 유사한 서비스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고, 일본이나 유럽은 디지털 지상파 텔레비전을 휴대폰을 통해 수신할 수 있는 전송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비록 현재의 초기 DMB가 유비쿼터스식 방송의 생존가능성과 모바일 프로그램 형식을 시험하는 실험대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결국 방송이 고선명 대형화면과 이동성이라는 양축으로 진화하리라는 전제에서 생각해 보면 이동성에 근거한 새로운 볼거리, 들을 거리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들이 풍성하게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현재 위성 DMB는 이동 중 시청, 짧은 시간 작은 화면으로 인한 시각적 제한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전체적으로 ‘이동환경에 최적화된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로서, 새롭고 다양한 모바일 종합 인포테인먼트 채널을 지향’하고 있다. 모바일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문화매체로서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직접 사용채널인 채널 블루는 보는 텔레비전에서 휴대전화와 접목된 참여하는 텔레비전, 새로운 멀티미디어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주시청시간대인 아침 출근시간대는 다양한 아침 정보, 점심시간에는 킬러 콘텐츠 중심의 연예오락물, 그리고 퇴근시간대에는 최신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들도 선보이고 있다. 지상파 재전송이 안 되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박찬호의 야구경기를 실시간 중계방송 하는 등 이용자 확보를 위한 편성 차별화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채널을 활용하여 YTN과 MBN의 뉴스, 영화전문, MBC와 SBS드라마, M-net, 만화, 게임 그리고 교육방송을 채널로 편성하고 있다. 라디오의 경우는 다채널을 활용하여 음악방송중심으로 장르별 DJ 선곡 음악과 논스톱 뮤직 채널을 운영하는 한편 영어와 중국어 회화, 영어방송 채널 그리고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 북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26개 채널로 방송하고 있다.
지상파 DMB의 경우는 무료서비스라는 점과 지상파 텔레비전 내용을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초기에는 기존 지상파 방송되는 내용을 주로 재전송하게 될 전망이지만 차츰 모바일 매체의 속성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들을 개발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비지상파 계열에서 운영하는 영상채널의 경우 YTN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지상파 프로그램을 직접 또는 재가공한 형태로 서비스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전송의 경우 기존 편성과 이동성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의 수요가 상이한 부분을 보완하는 재가공과 시차편성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의 경우는 13개의 채널이 운영될 전망인데 기존 라디오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재전송하는 외에 뉴스전문채널, 교통, 음악, 영어방송 등이 방송될 전망이다.
현재 수준에서 DMB 콘텐츠를 만족할 만한 정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50여년전 흑백텔레비전이 세상에 처음 선보였을 때 이 매체가 머지않아 모든 사람들이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시청하고 언론, 문화, 스포츠 그리고 오락수단의 총아가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었던 점을 상기해보면 DMB가 급속하게 이동성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를 개발해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미 휴대전화기에 함께 부착된 디지털카메라, MP3와 함께 컴퓨터 기능이 내장되고 저장기능이 확장되어 중요한 콘텐츠를 저장하여 다시 사용하는 것이 용이해 진다면 DMB의 유용성은 훨씬 커질 것이다. 거기에 휴대전화 기능과 무선인터넷 기능이 접목된다면 그야말로 유비쿼터스 시대 쌍방향 첨단 기기로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탈근대 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 이동시간과 아웃도아 활동시간이 점차 증가되는 추세를 감안해 볼때 이동 텔레비전의 유용성 확대가 예견된다. 뿐만 아니라 문화영역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져가면서 과거에 인쇄물이 수행하던 인쇄매체의 문화적 기능을 영상매체가 분점하리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한편의 시나 수필, 소설, 또는 잡지기사를 통해 얻어지던 문화적 감흥이나 자기성찰을 영상매체를 통해 얻게 되는 변화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초기단계인 이동형 매체 DMB는 방송을 하는 쪽이나 이용자 모두에게 실험적인 무대이다. 또 그 매체를 도입한 사회에서는 새로운 콘텐츠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험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미래의 문화형식을 준비하는 장의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본 칼럼은 [경기 ECONOMY 21 ] 12월호에 게재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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