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호영
권호영(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는 매체는 변화를 경험하면서 빠르게 발전해왔다. 새로운 매체가 출현하게 되면 구 매체는 위축되면서 새로운 매체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형태로 변화하여 왔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디어의 주도권이 신문에서 텔레비전으로 이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광고액을 보면 2001년에 처음으로 지상파 TV 광고액이 신문 광고액을 능가하였다. 그리고 텔레비전 시장에서도 케이블TV가 급격히 성장하여 지상파TV의 시청을 대체하면서 지상파TV의 광고를 어느 정도 잠식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본격화된 인터넷은 상당수 젊은이들에게 이미 주 매체로 다가와 있으며 많은 젊은 남성들은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온라인 게임에 투여하고 있다. 머지않아서 인터넷이 현재의 주 매체인 텔레비전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주 매체인 지상파TV와 신문이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하였다(지상파TV의 위기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신문을 포함한 기존 매체가 위축되어 가고 있는 현상을 멈추거나 반전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신문등 기존 매체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는 매체를 이용하는 행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광고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고, 셋째는 개인들이 매체에 대한 지출을 늘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에서 하나씩 부연 설명해 보자.
첫째로, 매체 이용행태의 변화를 보면 인터넷상에 정보와 오락이 현재 보다 더욱 풍부하게 제공될 것이고, 성장하는 세대는 현재 보다 더욱 많이 인터넷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신문과 TV들이 인터넷으로 옮겨가서 젊은이들의 시선을 잡으면 해결될 것이라는 추론을 해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모든 신문과 TV는 인터넷으로 진출하였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신문과 TV의 위력은 오프라인에 비하면 매우 작고, 수익 모델도 매우 취약하다. 인터넷에서 신문은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지만 광고 수입은 크지 않고, TV의 경우 일부 유료로 제공되지만 아직까지는 수입 규모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둘째로, 광고 측면을 보면 광고주들의 광고에 대한 지출액을 별로 늘리지 않고 있고 새로운 매체가 광고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1996년 이후 광고시장의 성장률이 GDP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GDP총액에서 광고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6년에 가장 높은 1.25%를 기록하였고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04년에는 0.86%가 되었다. 케이블TV, 인터넷, 위성방송과 같은 뉴미디어의 광고액이 빠르게 증가하여 2004년에는 총광고액의 11.9%를 차지하였다.
셋째로, 가계의 미디어에 대한 지출액을 보면, 1989년 이후 가계소득에서 교양오락에 대한 지출 비율이 4.7%-5.2%로 거의 일정함을 알 수 있다. 가계는 유료방송 시청료와 인터넷에 대한 지출을 늘리면서 비디오의 대출을 줄였고, 컴퓨터의 구매를 증가시키면서 오디오, 라디오, VCR, TV 등에 대한 지출을 줄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매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광고지출액이다. 지상파TV와 신문은 재원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광고의 위축은 바로 광고에 의존하는 매체의 기반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이 등장하는 매체가 광고수입에 의존할수록 모든 매체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여러 매체들이 공존하려면 소비자로부터 직접적인 지출을 유인해야 한다. 신문사는 지대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하고 방송사는 수신료의 수준을 높여야 하며 인터넷 서비스도 유료화되어야 한다. 특히 유료 방송사들이 수신료보다는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를 개선하여야 한다. 유료방송이 크게 발달하였다고 볼 수 없는 영국의 TV시장에서 수신료 수입이 광고수입보다 더 크다.
*본 칼럼은 [미디어 오늘]에 게재된 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