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세영
불의 발견, 전기의 발명이 인류의 생활과 생각을 그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꾸었듯이, 디지털 또한 우리의 생활과 의식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동인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시대, 미디어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미디어가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을 지향한다면 새롭고 엄청난 변화의 시대, 미디어, 특히 방송이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하는 에세이가 있어 소개한다. 제목은 <특별 제안 ; 디지털방송시대의 컬처 모델>로, 현재 일본 (주)테레비만유니온 대표이사 회장이며 CEO인 시케노부 유타카(衆延 浩)가 「테레비만유니온뉴스」2003년 12월호에 게재한 것으로, 이 글을 통해 본인이 생각하는 디지털시대 새로운 문화 모델을 제시하고, 이후 일본 미디어관련 월간지 「B-maga」를 통해 본인과 뜻을 같이 하는 문화인들과의 인터뷰를 12회에 걸쳐 연재한 바 있다. 필자의 에세이만을 번역을 소개한다.
[특별제언] 디지털방송시대의 Culture Model
디지털은 사회에 공헌하는 기술임과 동시에 인간사회에 미묘한 정신적 변화를 주고 있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산업에 유익하다는 이 새로운 과학기술을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예지를 가지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나는 ‘Culture Model’이라는 새로운 표현을 만들었다. ‘컬처 모델’이란 21세기 인간이 방송이나 통신미디어와 관련하여 이익만을 모색할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환경을 창조하기 위한 모델이다. ‘Business Model’에 대치되는 이 단어를 제시하며 21세기 디지털시대를 맞이하고 싶다.
‘컬처 모델’은 ‘비즈니스 모델’과 대치하기는 하지만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컬처 모델’은 ‘비즈니스 모델’을 포괄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만이 사회의 동력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는 끝났다. 물론 디지털시대에도 새로운 산업이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며, 벌써 생겨나고 있다. 지브리(GHIBLI STUDIO. 일본의 가장 위대한 제작자인 미야자끼 하야오에 의해 이끌어지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1985년 <천공의 성 라퓨타>를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 ‘GHIBLI’는 사하라 사막을 통해 불러오는 뜨거운 바람을 의미한다 - 역주)의 애니메이션 감각, SMAP(일본에서 최고 인가를 누리고 있는 그룹 - 역주) 의 풀미디어 감각, <춤추는 대수사선>의 인터넷 감각, <포켓몽>의 마케팅 감각, 만화잡지의 글로벌 감각, 키사라즈 캐츠아이(木更津 Cat's eye, 2002년 TBS에서 방양한 사쿠라이 쇼 주연의 9부작 드라마 - 역주)의 DVD 감각, <킬빌> <라스트 사무라이>의 네오자포니즘 감각, <트리비아의 샘>(일본 후지TV의 인기프로그램, KBS의 <스펀지>와 SBS의 방영시 후지TV는 내용과 형식이 비슷하다며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서면질의를 한 바 있다 - 역주)의 주니어출판 감각, <링>, <트릭>(아사히TV가 방영한 나카마 유키에, 아베 히로시 주연의 초현상 추리극 - 역주)의 비일상 체험 감각, 신스포츠의 국민적 이벤트 감각, 한국의 러브스토리 감각 등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새로운 문화를 민감하게 예감하고 있는 사람들의 예지력에 의해 새로운 디지털시대가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가 구축된다. 새로운 미디어 모델이 나타남으로서 매스미디어 속에도 ‘개체’(원문 ‘個’)가 등장한다. 그 ‘개체’가 일상적인 ‘개체’일지라도 영향력을 갖기 시작한다. ‘대중’(원문 ‘衆’)를 대상으로 확대해 온 방송이 ‘개체’와 만나고 또 새로운 ‘대중적’ 개념을 구축하며 선견적인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미디어에서의 ‘컬처 모델’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변혁의 계기
2003년 12월 1일, 일본의 디지털방송이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지상파디지털방송에 어떤 소프트웨어가 생겨났으며, 또 무엇일 변했을까. 멀티편성, 고화질·고음질, 쌍방향, 데이터방송, 모바일방송 등 새로운 하드웨어의 가능성이 이야기된다. 그러나 방송개시 시점에서 이러한 하드웨어의 이점을 한꺼번에 펼쳐보일 수는 없다. 아날로그방송이 그대로 디지털방송으로 동시방송(Simulcast)된다는 점에서부터 디지털방송이 시작한다. 지상파디지털방송에서는 점차 HD가 증가하고, 쌍방향 소프트웨어가 실험되며 데이터의 효율적인 이용방법이 검증되고 모바일방송의 효용성이 실험된다.
그러나 지상파디지털방송이 단번에 그 결론은 제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방송 관계자는 알고 있다. 방송은 실험기간을 거쳐 성장하는 것이다. 하드웨어가 간단하게 소프트웨어를 변혁시키지 못한다. 하드웨어가 사회에 어떤 심리적 영향을 주는가를 관찰하면서 차음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원형이 발상되어 가야 한다. 새로운 ‘컬처 모델(Culture Model)’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재능이 생겨나 육성되고 성공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주장한다. 이 주장은 디지털이라는 변혁이 시작된 2003년 ‘지금’ 당장 시작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미디어의 중요한 변혁을 제언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시대를 맞은 지금이 ‘최초’이자 ‘최후’의 계기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시대의 신감각 소프트웨어란
이런 소프트웨어를 만나 감동한다. 홋카이도 텔레비전방송의 <수요일 어떠세요>. 이 프로그램은 1996년부터 시작한 홋카이도 로컬의 심야 프로그램이다. 그것이 빠른 인기를 누리며 마침내 18.6%(점유율 46%)를 획득했다. 그렇지만 2002년에 방송을 종료되었다. 한창 인기를 누릴 때 끝났다. 왜 였을까. 디렉터인 후지무라(藤村忠壽)와 프로듀서인 시미야(四宮康雅)를 만났다. “그만 둔 게 아니지요. 매주 수요일에 한다는 것을 그만 둔 것뿐입니다. 사실은 죽을 때까지 하겠다고 마음먹었었지요.” 후지무라 디렉터는 부풀어 오른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지금 서른여덟 살이다. “방송하는 것만이 방송이 아니다.” 나는 이것이 새로운 컬처 모델에 대한 하나의 힌트라고 생각하며 메모한다.
후지무라 디렉터는 “매뉴얼 따위는 없다. 맨몸으로” 이 프로그램을 제작에 착수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은 전국적으로는 무명인 쓰즈이(鈴井貴之)와 오미즈(大泉洋)로, 이 두 사람이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아무런 계획 없이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가는 여행. 사전 조사도 없다. 기성 텔레비전프로그램의 스타일을 완전히 무시한다. 전적으로 감성에 의지하는 여행이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대한 반응을 말한다. 호기심이 방랑한다. 결론이나 강한 목적의식은 없다. 만나는 시간, 만나는 장소, 만나는 사람 모든 것이 호기심의 대상이 되며, 망각의 대상이 된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 종료 후, DVD로 발매되었다. 편의점인 홋카이도로손과 협력하여 한정판매로 프로그램의 DVD를 판매앴다. 2003년 3월에 첫 번째 <스쿠터 베트남 횡단 1,800㎞>가 발매되었다. 2002년 프로그램 마지막 여행을 DVD화한 것이다. 문득 생각이 떠오른 베트남 여행. 그것이 통산 7만 매 이상의 매상을 올렸다. 오리콘 매출 히트차트 제5위에 올랐다.
“예산이 전혀 없었는데…”하며 후지무라 디렉터는 머리를 흔든다. 그에게는 돈이 없으면 해외로 간다는 발상은 비상식적인 상식이다. “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해외에 가서 몇 편이든 타메도리(溜め撮り)를 한다. ‘타메도리’란 제작현장 용어로 ‘몰아서 찍는’ 것을 말한다. 베트남에 가서 출연자 두 사람, 스쿠터를 타고 호치민 루트를 달린다.
두 번째 DVD는 <주사위1, 쓰레기로 집을 만들자 - 치질 치료 여행>. 쓰레기 더미를 모아 삿포로 고급주택가에 집을 짓고자 하는 기획, 출연자인 오미즈의 치질를 고치기 위해 24시간 돌아다닐 수 있는 한 온천을 방문한다는 기획. 던져서 나온 주사위 눈금에 따라 교통기관을 정해 도쿄에서 삿포로로 돌아온다는 기획. 1996년 초기 작품을 모은 3편 구성이다. 후지무라 디렉터는 당당히 “재미는 없다!”고 했지만, 오리콘 차트 2위를 기록하며 5만 5,700매를 판매했다.
2003년 11월 5일 발매된 DVD 제3탄 <주사위2, 서일본 완전 제패~오스트렐리아대륙 횡단 3,700㎞>는 오리콘차트 등장하자마자 단숨에 3위에 올랐다. 당시 차트 1위는 <인디아나 세트박스>, 2위는 <메트릭스 리로디드>라는 강적이 있었다.
출연자인 쓰즈이씨는 <수요일 어떠세요>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의 공연자로 홋카이학원대학 학생이던 오미즈를 발탁했다. 아마추어인 오미즈의 능력이 발휘되었다. 후지무라 디렉터는 오미즈를 “텔레비전을 모두 보고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남자”라고 평했다. 그는 모든 텔레비전을 복제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 재생할 수 있다. 할아버지가 보던 시대극을 기억하고 그 대사를 그대로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텔레비전이 아닌 연극이다. <수요 천막극 蟹頭十郞太>. 삿포로 교외 헤이안에 있는 홋카이도텔레비방송국 주차장에 돌연 거대한 황색 텐트가 세워지고 그곳에서 시대극이 시작된다.
10월 10일 시작하여 9차례 공연된 이 무대의 티켓은 즉시 매진되었으며, 홋카이도 밖에서의 주문도 쇄도했다고 한다. 왜 이 같은 인기를 끌었을까. 대부분이 <수요일 어떠세요>의 홈페이지에서 얻은 정보만으로 구입이 쇄도했다. 후지무라 디렉터는 직접 답장을 쓰느라 “한잠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직접 만든 네트워크이다. 새로운 <개체>의 네트워크가 의식되고 있다.
<수요일 어떠세요>에 대해 이토록 경의를 표하는 것은 거기에서 디지털방송시대의 새로운 감각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감각이란 무엇인가. ‘개체적인 발상’, ‘기성으로부터 탈피’, ‘자유로운 제작관’, ‘소수 스탭’, ‘무명인의 유명화’, ‘非메이저의 성공’, ‘복합적 미디어의 다면적 전개’,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 ‘인터넷 교류’, ‘팬클럽적인 교감’, ‘캐주얼한 대화’, ‘지방적인 발상’, ‘非도쿄의 성공’, ‘성공에 대한 열정’, ‘DVD를 통한 수익 창출’, ‘유동적인 미래관’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예감은 기성 지상파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예감이야말로 새로운 ‘컬처 모델’을 제시하는 힌트라도 확신한다.
소프트웨어의 관점에서 방송구조 개혁을 논의하자
새로운 디지털시대의 ‘컬처 모델’은 어디에서 태어나는 것일까. 그것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경제 우선, 하드웨어 우선, 행정 우선으로 진행되어 온 디지털방송이 이제부터 소프트웨어의 관점에서 제시된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방송에서의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경제, 하드웨어, 행정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 바로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변혁이 시작된다. 짐짓 이해한 것처럼 보이는 태도, 형식적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의는 무의미하다. 소프트웨어에 확실하게 가치를 부여하고 그 창조자에게 적정한 이윤을 배분하며, 성공을 약속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이제부터 ‘컬처 모델’ 형성의 성패를 가늠하는 명제이다.
애매한 과제가 산처럼 쌓여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저작권은 발의와 책임을 갖는 독창적인 제작자에게 무조건 귀속된다. 저작자와의 계약은 공정하게 다루어진다. 창작물에서 생겨난 이익은 방송하는 사업자·이용하는 사업자가 공정하게 이익 배분한다. 목적 없이 소프트웨어를 사장하는 일은 금지한다. 저작권을 갖는 저작자가 우선 저작권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 의사 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저작자에게 충분히 배분해야 한다. 거기에서 성공담이 생겨나고 차세대 인재가 모이게 된다. 이것은 디지털시대의, 최저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인 ‘컬처 모델’로 나아갈 수 없다.
행정적으로는 공정한 거래를 위한 자유롭고 안전한 상담·조정기관의 설치, 수준 높고 광범위한 인재양성기관의 설립, 초등학교나 각급학교에 대한 도구·설비 제공, 보험·보장제도 적용, 저작권의 신탁제도(이 제도를 통해 무형재화인 저작권을 은행 등 신탁회사에 맡기고 저작권료를 연금형식으로 받거나 저작권 자체를 신탁회사에 팔아 목돈을 받을 수 있다 - 역주)의 실행, 벤처 지원, 세금 우대조치, 필요 자금 지원, 해외유통 협조, 해외에서의 저작권 보호 등에 대한 구체적 방침을 결정하고 실시해야 한다. 이것도 논의할 시간이 별로 없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고 ‘컬처 모델’로 나가기 위해 바로 시행해야 할 시책이다.
디지털시대 정말로 필요한 개혁은 실은 훨씬 앞에 있다. 미디어 구조 그 자체의 개혁이다. 내가 제언하는 새로운 ‘컬처 모델’을 위해서는 미디어에서 보다 급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기성 구조와 대립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미디어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다음의 ‘컬처 모델’을 확립하기 위해 필연적인 변혁이다. 만일 보수적으로 기성 비즈니스를 사수하는 것이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의 의식과 철저하게 대립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런 대립을 극복하고 급격한 과학기술의 진화와 사회심리의 변동을 통찰하는 미래를 향한 개혁을 시작하지 않으면 구미의 자본력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그 뒤를 잇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뒤처지게 되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일본은 이미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후진적, 보수적인 미디어 구조가 되어 있을 것이다. 왜 함께 논의하며 변혁하려고 하지 않는가.
새로운 컬처로서 소프트웨어
이런 새로운 텔레비전을 만났다. 2002년 4월 칸느 MIP 행사장에서의 일이다. 칸느 해변을 따라 걸었다. 해변에 수십 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다. 요트 안에는 회의를 할 수 있는 깨끗하고 아담한 방이 있어 상담을 하고 있다. 나는 농담으로 요트 임차료와 정박료를 물어 보았다. 테레비만유니온은 장차 요트를 전시장으로 써 볼 생각이라고 말해 좌중을 즐겁게 했다. 참고로 정박료는 요트의 길이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그 가운데 ‘아이워크스’라는 네델란드 독립제작회사의 아름다운 요트가 있었다. 나는 거기를 방문했다.
‘아이워크스’사는 1999년 네델란드 ‘엔테몰’에서 떨어쟈 나온 회사이며, ‘엔데몰’은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리얼리티쇼 <빅브라더>를 제안하여 스페인텔레콤으로부터 수십억 엔의 자금을 받은 대형 프로덕션이다. 레이나우트 올만이 이 회사를 떠나 조그만 제작회사를 설립하고 CEO가 되었다. 칸느에서 만났을 때 올만은 아직 서른한 살이었다. 이 재기발랄한 남자가 생각하고 있던 것이 이라는 전국에서 동시에 IQ를 테스트 생방송 프로그램이었다. 인터넷을 도입한 획기적인 쌍방향프로그램이었다.
올만은 열정적으로 말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텔레비전의 터부에 도전했다.” 이 터부란 “사람은 실은 자신의 지능지수를 남몰래 알고 싶은 것이 아닐까. 그 미묘한 심리에 도전한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자신의 IQ를 알아볼 용기가 있습니까’라는 문구를 생각해 냈다.” 다음으로 “60문항 이상의 많은 문제를 계속 제시하고 모두 끝난 다음 비로소 답을 발표한다. 시청자는 텔레비전을 계속 지켜보며 전반에는 오직 IQ 문제만을 풀어나간다. 소파에 앉아 한가로이 텔레비전을 보고 즐길 여유는 없다. 시청자가 열중해서 텔레비전에 참가한다. 이것은 퀴즈프로그램이 아니라 테스트라는 전혀 새로운 텔레비전이었다.”
“프라임타임 생방송에서 인터넷으로 접속해 온 결과를 바로 프로그램 안에서 발표하며 남성과 여성은 어느 쪽이 지능지수가 높은가, 선생과 학생은 어느 쪽이 지수가 높은가, 금발 여성의 지수는 어느 정도인가 등의 결과를 내며 비교했다. 최초의 전국적 생방송 쌍방향에 대한 도전이었다.”
지금까지의 텔레비전에는 없는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과격하게 도전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시청자의 강한 공감을 얻었다. 그리고 시청률도 상상 이상으로 높아져, 최초의 단발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보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터부에 대한 도전이 기성 텔레비전 편성관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네델란드의 은 18개국에 새로운 포맷으로 확대되었다. DVD가 만들어지고 출판을 판을 거듭했다. 발상자 올만은 지금 20개국으로 확대된 포맷권의 이익금으로 당당히 칸느에 요트를 정박시키고 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를 낳고 새로운 ‘컬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올만의 넘치는 자신감에서 새로운 디지털시대 텔레비전맨의 모습을 보았다. 그 요트에서 비즈니스와 컬처를 융합시키는 새로운 조류를 느끼고 바로 그 포맷권의 옵션을 취득했다. 이 옵션에는 일본의 방송국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위험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어디든 이 디지털 감각의 기획에 흥미를 가질 방송국이 있을 것이라는 직감은 있었다.
이 방송은 네델란드 위성방송에서 시작되고 그 다음으로 독일의 RTL에서 방송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독일에서의 시청점유율은 46.3%였다. 그것을 영국에 가지고 들어가 BBC에 팔고 그 이상의 성공을 거둔 사람이 런던의 제작회사 ‘탤런트TV’의 현 사장 토니 험프리즈였다. 2002년 5월에 BBC판이 방송되고 후반부 47.2%라는 굉장한 시청점유율을 기록했다.
2002년 9월, 나는 텔레비아사히를 찾았다. 록폰기빌딩과 텔레비아사히의 신사옥이 늘어서 디지털시대의 시대감각에 맞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분위기였다. 텔레비전아사히의 방송국 이미지도 크게 바뀌고 있다고 한다. 회사이름도 새롭게 된다. 사장 자신이 “텔레비아사히는 변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반응은 빨랐다. 편성간부가 책임지고 결정한다는 방침도 생겨났다. 담당 스탭이 의 컨셉을 즉시 이해하며 거기에 미래의 텔레비전이 있음을 감지하고 참가해 주었다.
2003년 11월 3일(월) 문화의 날. 오후 7시부터 2시간 48분 동안 이 생방송되었다. 古館伊知郞과 코이케(小池榮子)의 사회. 도쿄대 학생, 무도가, 의사, 한학자, 선생, 목수, 거기에 이시자카(石坂浩二), 노무라(野村克也) 감독, 변호사 쓰미다(住田裕子), 장기 여류명인 타카하시(高橋和), 탤런트 미츠우라(光浦靖子), 후카와리 료가 유명인으로 참가했다. 해설자로 영국의 콜린 쿠버 교수가 초청되었으며, 일본 지능지수 제일인자인 쓰키하라(衫原一昭) 쓰쿠바대학 명예교수가 감수했다. 네델란드의 오리지널 아이디어에 일본 스탭의 독자적인 감성을 덧붙여 프로그램 준비를 마쳤다.
70문항의 설문이 시작되었을 때 스튜디오에서 곧바로 해답자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스튜디오를 찾은 네델란드의 발안자 올만은 성공을 확신했다고 말한다. 나는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다운로드를 요구하는 인터넷 접속이 순간 80만 건 이상이 되어 시스템이 대응할 수 없게 되었다는 메시지를 듣고 성공을 확신했다. 예상을 몇 배나 초과하는 억세스 양으로 이 모험심으로 가득찬 방송 이벤트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 후 얼마나 많은 일본인이 인터넷의 키보드를 누르고 있었는지 말할 수 없지만 그 실제 수자는 더더욱 알 길 이 없다. 그러나 시대는 분명히 크게 변하기 시작하고 있음을 부조정실에서 나는 실감했다. 새로운 감성의 조류는 방송이라는 미디어에서도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다.
다음날 발표된 평균시청률은 17.8%. 후지텔레비가 한국과 일본의 여자배구 풀세트 접전을 방송하여 21.8%를 얻고 있었다. 간사이에서는 ABC 평균시청률이 20.7%까지 올라, 여자배구 한일전이 얻은 20.1%보다 높은 수치를 얻고 있다.
‘지금까지 없던 생방송 텔레비전’, ‘개인이 참가하는 텔레비전’, ‘개인적 정보를 알 수 있는 프로그램’, ‘지적 텔레비전의 새로운 형태’, ‘새로운 쌍방향 형식’, ‘세계 최초 모바일에 의한 테스트 참가’, ‘포맷권을 획득하여 만든 프로그램’, ‘국제적 제작협력’, ‘신문 연동’, ‘출판 연동’. 시청률이 증명하듯이 이 계획은 ‘대중’을 몰아왔지만, 실은 ‘개인’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개별 지능지수를 남몰래 아는 텔레비전이다. 그 ‘개체’의 집합체로서의 시청률이었다. 그리고 ‘개인’은 한 사람 한 사람 별개라는 이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개체’의 집합체로서 ‘대중’, 그것이 ‘컬처 모델’이다. 이 기획은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맞아 다시 진화되어야 할 소프트웨어의 진화 형태이다.
텔레비전은 어디로 갈 것인가
디지털시대의 ‘비즈니스 모델’은 확산한다. 그것은 새로운 ‘컬처 모델’이 나타날 조짐이다. 방송은 디지털이 새롭게 만들어낸 기능, 인터넷, 브로드밴드 등의 진출로 새로운 체험을 시작했다.
20세기의 방송은 ‘대중’ 미디어였다. ‘대중’이 상품 판촉을 성공시킨다는 민간방송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고, 그것이 민간방송산업의 유익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21세기의 디지털미디어는 ‘개인’ 미디어이다. 아마도 ‘대중’ 미디어인 방송도 ‘개인’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CS디지털방송은 다채널 상황 속에서 비록 작긴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기 시작하고 있다. SkyPerfecTV!에서는 약 60%의 위탁방송사업자(채널사업자)가 단년도 흑자를 실현했다. 전문성을 중시한 방송은 지상파와는 개성을 분리한 새로운 ‘컬처 모델’을 형성하기 시작하고 있다.
인터넷과 브로드밴드, 그리고 모바일은 ‘개인’을 거점으로 삼아 미디어 전개를 시작하고 있다. 이 ‘개인’의 진출은 마침내 ‘대중’ 미디어에도 침입한다. 아니 벌써 침입하고 있다. ‘대중’ 미디어인 지상파텔레비전이 ‘개인’ 감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점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을 위한 중요한 열쇠이며 새로운 ‘컬처 모델’로 나가는 과정이다.
방송은 ‘대중’에서 ‘개인’으로. 통신은 ‘개인’에서 ‘대중’으로. 결국 이 ‘대중’ 감각이 ‘개인’과 교차하는 점에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 존재한다. 융합이 하드웨어의 시점에서만 언급되어 왔지만, 이 소프트웨어의 융합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다. 융합이라는 표현보다 교감이라는 쪽이 보다 소프트웨어적인 표현일 것이다.
방송은 확산한다. 하지만 한 번은 확산의 시련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다음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컬처 모델’이 태어난다. 방송의 확산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일까.
CS디지털방송은 하나의 확산이었다. 300만 규모의 전문성을 찾은 확산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청률을 확산시킬 정도의 변혁은 아니다. 진정한 확산의 조류는 인터넷, 브로드밴드를 통해 찾아올 것이다.
조류의 변화는 미국에서 시작되고 각국이 자국의 특성에 맞춰 변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의 확산도 급속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1997년에 발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발표하며 그 기한을 2006년으로 했다. 현재 늦어지고 있는 디지털 모니터 보급률 때문에 그 기한을 연장할 수밖에 없지만, 짧은 기간에 행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실험은 충분히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이 급격히 대두한 미국의 방송계는 인터넷을 우선 경계하고 그런 다음 인터넷과 협조한다는 체험을 했다. Real networks나 i cast 등의 닷컴(dot com) 미디어가 방송에 참여하려는 자세를 보이며, 네트워크인 ABC 등도 Go Network와 같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인터넷 거품이 꺼지면서 다시 한번 IT미디어와 결합하는 것에 대해 재고하고 있다.
스트리밍 방송의 새로운 형태는 없을까. 그것이 현재의 과제일 것이다. VOD, 쌍방향 쇼핑 등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검토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DVR(Digital Video Recorder의 약자로, `아날로그 VCR이 디지털 방식으로 진화한 형태의 포스트 VCR’ 또는 ‘개인용 비디오 녹화기PVR, personal Video Recorder로 기존의 VCR을 대신할 차세대 녹화 및 영상 재생기기’ - 역주)이라는 프로그램 녹화를 통한 새로운 시청형식이 급속하게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Tivo와 Replay, 마이크로소프트의 Ultimate TV 등이 생각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자동녹화, 자동타임시프트(방송시간 변경에 대응), 키워드에 의한 자동녹화(좋아하는 팀이나 탤런트 이름 등에 의한 자동검색), 시차를 두고 시청할 수 있는 동시재생기능(나중에 텔레비전을 보더라도 처음부터 동시시청하는 것처럼 볼 수 있다), 일시정지기능(프로그램이 진행 중 불가피하게 놓친 장면이 있을 경우, 이후 내용은 녹화로 즐길 수 있다), CM스킵기능(녹화한 프로그램 가운데 CM을 건너뛰고 볼 수 있다). 이런 시청자 서비스를 전제로 한 새로운 기능은 ‘비즈니스 모델’로서 발상된 것이지만,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에 즐거운 기분으로 본다는 새로운 ‘컬처’에 적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DVR은 확산의 한 가지 형태이다. 바로 ‘개인’의 텔레비전이다. 하드웨어가 이런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에서부터 이 DVR 진출이 시작되고 있다. 이전의 비즈니스적 발상에서 나온 IT모델이 아니라 컬처적인 발상도 가지고 있는 만큼 스트리밍계 방송보다 확산의 영향력이 강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코쿤(cocoon)이나 ep가 이런 발상의 ‘비즈니스 모델’화를 실험하고 있다.
확산의 징후는 현재의 지상파방송에서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 무작위로 열거해 보자. ‘F1·M1의 텔레비전 이탈’, ‘M3의 텔레비전 이탈’(일본의 시청률 조사기관인 비디오 리서치는 20세 이상의 남녀를 3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있다. 남자는 M, 여자는 F로 표시되며 20∼34세는 1, 35∼49세는 2, 50세 이상은 3으로 표시된다. - 역주), ‘트랜디드라마의 정체’, ‘새로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버라이어티 드라마의 등장’, ‘시청률의 양극화 - 고시청률과 저시청률의 분화’, ‘광고주의 광고관·타켓 방향 변화’, ‘시청률 가치에 대한 재검토’, ‘시청자에 의한 지적 프로그램의 재평가’, ‘국민적 스포츠프로그램의 고시청률’, ‘자이언츠 이탈로 생긴 스포츠팬의 확산’, ‘방송국의 영화사업 참여·제휴’, ‘방송의 이벤트사업 활성화’, ‘방송국의 브랜드이미지 촉진’, ‘광고주의 브랜딩 재검증’ 등의 조류가 있다. 이것도 ‘비즈니스 모델’에서 새로운 ‘컬처 모델’로 가는 흐름이라고 인식하고 싶다. 방송은 이러한 컬처의 변동을 배경으로 변혁해야 한다.
방송국의 새로운 사업전개에는 종전까지의 사업 확대와는 다른 변혁이 보이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맞는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종합 컬처의 거점으로 방송국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방향은 맞다. 방송국이 이제부터 통신과 관련하여 브로드밴드, 인터넷에 진출하는 것은 단지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다. 방송국이라기보다 미디어를 이용한 발신국, 결국 비즈니스로서도, 컬처로서도 매력 있는 소프트웨어를 연동시켜 제공하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영화일 수도 있고, 극장의 공연물일 수도 있으며, 스포츠이벤트일 수도 있다. 음악출판일 수도 있고 음악 이벤트일 수도 있다. 토크쇼일 수 있으며, 만담일 수 있고, 새로운 전통예술일 수도 있다. DVD, CD, MD, 비디오가 판매되고 캐릭터가 판매된다. 편의점, 서점, 비디오대여점, CD숍이 장르를 넘어 유통에 협력한다. 홈페이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의 거점이 될 것이고, 인터넷에서는 신속하게 P2P(peer to peer)적 정보교환이 이루어진다. 모바일로 이야기하며 이런 소문이 더 신뢰받는 정보가 된다. 방송국은 프로그램의 브로드캐스터(파종자)에서 소프트웨어의 아이디어를 브로드캐스팅(퍼뜨리는) 미디어로 변모한다. 텔레비전은 그 중심적 정보발신기지이다. 방송국에서 정보발신기지로 변신. 그것이 ‘컬처 모델’에 대응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방송국 자신이 ‘컬처 모델’이 되어도 좋다.
텔레비전의 보급 상태, 신뢰도, 보도·오락프로그램의 편성능력과 관리능력에서 보면 지상파방송국은 디지털시대 최대, 최강의 발신기지가 된다. 남은 것은 방송국이 내가 표방하고 있는 전체적인 형태의 ‘컬처 모델’을 구상하여 구축할 수 있는가 하는 점뿐이다.
물론 나는 시청률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시청률이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한 기반이 괴고 아울러 방송의 ‘컬처 모델’로서도 가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방송은 가치가 없다. 방송이 ‘대중’의 미디어라는 점에는 문화적 가치도 있다. ‘대중’과 관련된 문화는 우수한 문화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한다는 가치가 있음이 분명하다.
제작자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자신의 감성이 ‘대중’을 사로잡고 ‘대중’의 공감을 얻는다는 쾌감은 제작의 밑거름이 된다. 동기를 유발한다. ‘대중’에는 ‘대중’세계의 가치와 ‘재미’가 있다.
방송국이 단순하게 ‘대중’을 언제가지든 변하지 않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존의 수치, 양만을 목적으로 하는 소프트웨어는 디지털시대의 계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없다. 물론 ‘컬처 모델’도 되지 못한다. ‘컬처 모델’은 ‘왜 그것이 지금 필요한가’ 하는 ‘존재의 철학’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을 넘어서 존재한다.
그렇다면 ‘컬처 모델'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행복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음이 약간의 부끄러움이 있지만, 그것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인간은 부끄러워하지 말고 행복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 그 철학을 지닌 ‘개인’이 모이면 놀라운 ‘대중’이 생긴다. 이것은 종교가 아니고 정치도 아니다. 철학이다. 21세기 문명은 이런 개인적 행복감의 집합이기를 바란다.
물론 개개인의 행복에는 개성이 있다. 이 분화한 개성을 어떻게 묶어낼 수 있을까. 그것이 이제부터 미디어가 생각해야 할 명제일 것이다. 방송은 더 이상 ‘우매한 대중’을 상대하고 있지 않다. ‘개인’은 각자의 행복감을 갖는다. ‘우매한 대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방송은 이런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컬처 모델의 제안
‘컬처 모델’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한다. 물론 이 제안은 당장 부정될 금기시된 제안이다. 그러나 구조 개혁을 위해서는 감히 이런 제안을 하는 비상식도 재미있지 않을까.
지상파에 또 하나의 민간방송국을 만든다.
일본의 방송사업은 텔레비전 방송 시작 이래 별다른 변혁이 시도되지 않았다. 교육방송국, 준(準)교육방송국이 만들어지고, 교육·교양프로그램의 비율이 높은 편성을 하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방송은 ‘비즈니스 모델’로는 성립될 수 없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그래서 민방 5계열 모두가 종합 편성하고, 무료로 광고방송하며 시청률을 다투는 구조가 되었다.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시청률 지상주의 구조가 된 것이다. 이다.
시청률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청률은 ‘대중’ 미디어인 텔레비전에는 중요한 지표이다. 단, 5계열의 민방 네트워크가 모두 같은 지향성을 지닌 엔터테인먼트 제작으로 나섰다는 독창성의 결여를 지적하고 싶다. 어떤 개성이나 기호를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중단하는 그런 편성을 비판한다.
지상파 방송국이 디지털방송시대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없다면 일본은 또 다른 하나의 개성 있는 편성을 하는 방송국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전파는 통신을 위해 확보되어야 한다”, “지상파에 더 이상의 전파 여유는 없다”는 상식에서 이런 아이디어가 좌절되고 있음을 잘 알지만 어쨌든 한번은 주장하고 싶다. 디지털방송을 구상할 때 ‘기존 방송사업자의 전파를 VHF에서 UHF로 이행할 것’ 만이 주요과제가 되어 ‘신규 사업자의 참여도 인정한다’는 선진적 혁신을 시도하지 않았던 보수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의 선진국은 최근 기간방송에서 커다란 변혁을 보이고 있다. 일찍이 미국 3대 네트워크는 90% 이상의 시청률을 점유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40% 선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붕괴하지는 않는다. 텔레비전의 시청방법이 확산되고 있다. 지상파 이외에 뉴스전문 방송국인 CNN이 애틀랜타라는 지역에서 등장해 세계적으로 성공한 일이 미국의 미디어 변혁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변혁은 촉진되어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에 의한 시청률 확산이 시작되었다.
미국의 케이블방송에는 대략 7,000만 세대가 가입해 있다. AT&T브로드밴드, 타임워너 케이블, 콤캐스트, 콕스 등의 케이블이 뉴스전문방송에 참여하고 스포츠 전문인 ESPN이나 다큐멘터리·정보프로그램 전문이 히스토리채널, 그리고 여성전문인 라이프타임 등을 편성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다. 여기에 디렉티비와 에코스타가 300개 이상의 채널을 공급하고 있다. 지상파에서도 Fox, WB, UPN 등의 네트워크 참여가 인정되었다. 다양한 방송이 기간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3대 네트워크 신화는 변화했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만을 고수하는 것보다 ‘컬처 모델’이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구조의 변혁이 ‘컬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온다.
프랑스의 지상파에서는 TV5의 붕괴 이후 그 채널을 두 개의 방송국이 저녁 6시를 경계로 공유한다. 저녁 6시부터 방송하는 방송국인 ARTE는 프랑스와 독일이 공유하여 설립한 문화채널로, 여기에서는 우수한 영화, 다큐멘터리, 예술도 소개한다. 영국의 지상파에서는 공공방송 BBC와 민방방송 ITV가 참여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한 채널4와 채널5를 설립하고, 젊은 세대를 위한 프로그램, 개성적인 프로그램, 우수 영화·다큐멘터리 등을 특징적으로 편성하고 있다. 시대는 시청자의 ‘개성’을 추구하는 심리를 받아들여 변화하고 있다.
이런 세계의 움직임을 디지털시대 일본의 기간방송이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만일 기존 방송국이 스스로 변혁하는 데 망설인다면 또 다른 하나의 새로운 편성방침을 갖는 방송국을 만들어 새로운 감각의 편성을 해야 할 것이다. 그 새로운 방송국의 방송과 제작은 분리되어야 한다. 신규 참여를 인정하고 새로운 ‘컬처 모델’을 표방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마치면서
나의 미디어론은 방송을 신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필경 디지털시대에는 텔레비전은 ‘대중’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대중’ 속에 ‘개인’의 감각이 싹뜨고 있음을 읽어내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변혁을 향한 출발점이다. 방송 세계에서부터 ‘대중’을 거점으로 삼아 ‘개인’과 접촉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될 것이다.
이 ‘대중으로부터 개인으로’ ‘개인에서 대중으로’라는 두 개의 감각이 어느 점에서인가 만나 융합할 때 무엇인가 천재적인 발상을 하는 크리에이터와 경영자가 나타나 디지털이라는 기능을 이용한 ‘컬처 모델’의 형태를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컬처 모델’ 자신도 아마도 하나만의 모델이 아니라 복층적 모델로 형성될 것이다. 이제부터의 ‘컬처 모델’은 항상 변용하는 자유자재한 철학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ㅇ 번역 : 이세영 (디지털콘텐츠팀 팀장 ysy2300@kb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