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권호영
지난해부터 논의되고 있는 IP-TV는 한국의 방송 산업 구조에 상당한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IP-TV는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우회적 진입전략과 정보통신부의 방송영역으로의 규제 영역 확대전략 목적이 결합된 신규사업이다. IP-TV의 도입은 KT의 위성방송서비스 진입, SKT의 위성DMB 진입에 이은 또 하나의 통신사업자 방송 시장 진출의 의미를 지님으로써 방송과 통신의 시장융합 및 사업자 융합의 신호탄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선통신사업자들이 IP-TV를 제공하려는 것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름에 따라 부가서비스를 확대해 매출을 늘리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평가되기도 하고, 케이블TV와의 Triple Play Service(음성전화, 동영상 및 데이터를 동시에 제공하는 서비스) 경쟁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한국의 방송시장의 특징을 지상파 방송3사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시장 지배력이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되고 있은 가운데, 유료방송시장은 SO의 우월적 지위와 낮은 수신료 수준으로 인해서 채널사용사업자들이 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IP-TV의 도입으로 인해서 이러한 방송구조에 변화가 발생할 지를 가늠해 보자.
현재 유료방송의 다채널 서비스로 인해서 지상파TV의 시청점유율은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데, 여기에다 IP-TV가 무한한 수의 채널을 제공한다면, 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IP-TV가 도입될 경우에 가장 많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자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SO와 위성방사업자이다. 왜냐하면 IP-TV서비스와 케이블TV 서비스(및 위성방송 서비스)는 대체적인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IP-TV와 위성방송서비스는 대체성이 약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IP-TV 사업자와 위성방송사업자의 전략적 제휴로 인한 것이지 두 서비스의 성격이 대체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IP-TV가 도입될 경우에 PP산업의 구조 개편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PP의 등록제 실시 이후 시장에 진입된 많은 중소 PP들은 현재 30여개의 한정된 채널수로 인하여 SO들과의 계약에 있어서 매우 종속적이고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SO들의 과도한 시장 파워나, MSP들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영세 PP들의 채널진입이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내심 IPTV의 도입을 반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금 및 제작 능력에서 경쟁력을 갖춘 MPP에 비하여 단일 PP들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필연적으로 MPP로의 편입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IP-TV의 등장으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통신사업자와 케이블 SO간의 사업자 융합도 나타날 수 있으며, 현재 상태의 갈등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때 상호 융합의 가능성을 의미할 수 있다 . IP-TV를 추진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은 적어도 초기에는 콘텐츠의 확보에 애로를 겪을 것이며, 이러한 애로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직접 PP사업을 할 수도 있지만, PP로 진출하기보다는 오히려 SO를 인수하여 콘텐츠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IP-TV 도입은 방송시장에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다. IP-TV의 긍정적인 측면을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방송사업자가 IP-TV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기존의 지상파나 PP의 콘텐츠를 새로운 형태로 더욱 폭넓은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② IP-TV의 등장은 궁극적으로 방송시장에서의 경쟁도입과 서비스의 활성화 등을 통한 시청자의 선택성과 다양성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③ VOD의 폭넓은 도입으로 다양한 형태의 특수 콘텐츠 방송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과목별, 학년별, 수준별 등의 VOD 콘텐츠 제공이 가능할 것이며, 이는 사교육비의 절감효과 등의 공익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④ PP의 채널 제공 기회의 확대로 PP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유통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IP-TV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음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IP-TV서비스의 도입으로 유료방송시장에서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과당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케이블TV협회 측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② 지상파방송 재활용창구로서의 과다경쟁을 통해 방송시장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IP-TV의 도입으로 인한 방송 산업이 발전하고 시청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먼저 방송 정책의 측면에서는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방송 통신 융합으로 다양한 번들링 서비스가 등장함으로써 요금 문제 및 공정경쟁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IP-TV가 치열한 미디어 시장에서 사업자에게 수익성을 높여 주고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여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콘텐트가 개발되어 공급되어야 한다.
권호영(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정보센터장) [교통방송사보 / 200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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