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윤호진
디지털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우리의 방송 환경에도 전방위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첨단 디지털 기술을 토대로 전개되고 있는 최근의 매체 환경을 특징짓는 키워드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으니, 다채널·대화면·양방향·모바일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에는 3~4개의 지상파 방송만을 시청할 수 있었지만, 다매체 다채널 시대로 전환되면서 이제는 100개 이상의 채널이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조그마한 흑백화면에 만족했지만, 지금은 50인치 이상의 대화면에 고화질 총천연색 영상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이 가속되면서, 시청자의 적극적인 선택이 중요시되는 다양한 형태의 양방향 서비스도 제공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활용한 동영상 서비스와 함께 DMB 방송과 와이브로(휴대 인터넷) 등의 실시를 통한 모바일 시청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른바 유비쿼터스 방송시대가 개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방송시대를 맞이하여, 영상취재와 편집 그리고 송출 등을 담당하고 있는 카메라기자의 위상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뉴스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아날로그식 뉴스 취재·편집·송출 시스템에 일대 변혁이 전망되고 있다. 디스크를 사용하는 블루레이 방식의 ENG 카메라가 등장하고, 디지털 비디오 서버와 비선형 편집장치(NLE)가 도입되며, 스케줄에 의해 작동되는 테이프리스(tapeless) 자동송출 시스템이 구비되는 등 보다 진화된 방송 환경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현재의 아날로그 뉴스룸에서 디지털 뉴스룸으로의 전환은 디지털 시대 뉴스 콘텐츠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스템 상의 혁명이다. 디지털 뉴스룸이 효과적으로 정착되면 기존의 취재보도 관행들은 대부분 수정 보완되거나 폐기처분될 수밖에 없다. 취재 및 보도 영역에서는 1인 VJ의 등장이 말해주듯이, 단독으로 또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현장을 취재하고, 시의성이 높은 사건이면 현장에서 즉시 영상과 기사를 전송할 수 있다. 편집 영역에서는 디지털 비선형 편집기술을 활용하여 단시간에 원하는 뉴스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작성할 수 있다. 또한 이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영역이 디지털 아카이브 시스템인데, 다양하고 방대한 뉴스정보들을 쉽게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검색할 수 있도록 작동한다. 그리고 송출 영역에서는 자동송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원하는 내용을 정확한 시간에 전송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디지털 방송 환경의 도래는 카메라기자에게 감당하기 힘든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될 수도 있다. 예컨대, 일선 취재기자들은 디지털 비선형 편집기를 활용하여 카메라기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서 직접 신속하게 뉴스를 편집 및 제작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온라인 매체와 같은 다른 플랫폼을 위한 창조적 재활용(repurposing)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경우, 카메라기자의 입지는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디지털 편집기술이 아무리 좋아졌더라도 편집에 관한 특별한 기술이 여전히 요구되기 때문에 모든 취재기자가 최종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편집된 뉴스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디지털 방송장비의 경우, 영상취재와 편집, 송출 등을 담당하는 장비들의 기능적 융합이 부각되기 때문에, 단순한 오퍼레이터가 아닌 멀티플레이어가 요구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통합 뉴스룸을 통해서 개별 매체에 뉴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매체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뉴스편집 단계뿐만 아니라 뉴스수집 단계에서도 각기 다른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취재와 영상에 두루 능력을 지닌 카메라기자에게는 보다 주도적인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
디지털 뉴스룸이 구축되면, 기본적으로 영상편집 분야 인력들의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 다양한 정보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정보전문 인력이 확충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제작 시스템에서는 시스템 매니저와 미디어 매니저 등 새로운 직종이 탄생할 수 있다. 실제로 MBC의 경우, 인터넷 뉴스센터와 디지털 본부, 콘텐츠 본부 등이 신설되면서 카메라기자들을 위한 새로운 역할이 창출되고 있으며, 특수촬영이나 디지털 자료처리 매니지먼트 등 신규 업무가 요구되고 있다.
디지털 방송 환경에서는 디지털 영상기기의 적절한 활용과 비선형 편집작업 그리고 기사작성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른바 원맨 멀티태스킹(one man multitasking)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사 작성에만 전념하던 취재기자들이 디지털 영상취재 및 편집기술까지 다루는 1인 VJ(video journalist)의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따라서 카메라기자들은 디지털 방송시대에 대비하여 기존의 업무를 뛰어넘는 역량 강화와 전문화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도전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들의 몫인 것이다.
윤호진(연구정보센터 책임연구원) [카메라기자 신문 / 2005.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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