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동훈

지금 국내 방송계는 방송통신 융합현상으로 인해 크게 술렁이고 있다. DMB, IPTV와 같은 신규 매체의 등장은 방송시장의 경쟁을 증대시킴으로써 경영환경을 변화시켰고, 이는 지상파TV를 비롯한 기존 방송매체에 현실화된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시청률 하락과 광고매출액 감소를 구조적 위기로 진단한 지상파TV가 방송협회를 통해 방송위원회에 방송발전기금의 징수유예를 요청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던 것도 그 결과에 상관없이 매체경영 환경의 비우호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렇게 지상파TV는 급변하는 환경에 구조조정이나 프로그램 제작비 감축 등의 긴축경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지상파TV의 장점을 강화하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식이다. 예를 들어, 지상파TV가 가진 매체 신뢰도나 보편성, 친숙성은  경쟁력 강화의 요소로 매우 유용하다. 특히 그 가운데 지상파TV의 방송저널리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와 수요는 매체 위상과 정체성의 재확립은 물론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서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지상파TV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책임과 더불어 방송저널리즘을 통한 매체 경쟁력의 강화를 이루려면 몇 가지 뉴스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상의 개선이 필요하며, 그것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전보다 적극적인 방송저널리즘 구현이 요구된다. 지금은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획득 경로를 가고 있기 때문에, 뉴스프로그램의 역할이 더 이상 단순 정보 제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보다 증대하는 사회 현안과 쟁점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토대로 한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조망과 분석을 제공함으로써 여론의 형성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언론재단이 2년마다 실시하는 수용자 대상의 언론매체 신뢰도 조사에서 지상파TV가 수위를 차지한 것도 바로 이러한 적극적인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맥락으로 풀이될 수 있다. 특히 TV뉴스가 “비판만 있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며”, “환경 감시의 역할이 약하다”라는 지적은 방송저널리즘에서 앞으로 강화되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것이다.

둘째, 뉴스프로그램이 사회 변화의 흐름을 읽고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의 변화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TV뉴스의 변화가 이러한 속도를 관성적으로 뒤따르다가는 사회를 리드하는 방송저널리즘의 위상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시청자들의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 의식의 변화와 정보 욕구를 반영해 보다 다양하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사회 변화를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시청자들의 생활패턴의 변화를 고려해 뉴스프로그램의 편성체계가 바뀔 필요가 있다. 주5일 근무제 실행과 여가문화의 발달 등으로 인한 사회 변화는 시청자들의 문화 소비패턴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도 시청자들의 생활패턴의 변화를 고려해 밤 10시부터 12시 사이가 메인 뉴스프로그램 시간대로 자리 잡았다. 국내의 경우도 지상파TV의 시간대별, 요일별 시청패턴과 채널별 선호계층의 인구사회학적 배경의 차이 등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의 저녁종합뉴스 중심의 편성체계에서 보다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가진 차별화된 뉴스프로그램을 분산 배치함으로써 다양화된 시청자들의 뉴스수요와 소비행태를 반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그 방식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오랜 시간을 고수해온 9시 종합뉴스 중심의 일별 뉴스 프로그램 편성체계는 변화될 필요가 있다. 

넷째, 내용에 있어 보다 국제 지향적이어야 한다. 국내 TV뉴스의 소재를 보면 대부분이 국내 뉴스이고 국제 뉴스는 매우 적다. 지금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의 트랜드가 글로벌화되어 있어 그 해석과 적용이 국내적 시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TV뉴스의 시각이 해외로 돌려질 필요가 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 없는 중요한 사실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인한 매체산업의 구조적 변동은 개별 매체의 정체성과 위상에 대한 재점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타 매체에 비해 보편성과 친숙성, 신뢰성 등에서 상대적 강점을 가진 지상파TV의 경우에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 융합 논의 속에서 신규 매체시장에 진입하고 경영 다각화를 하는 등 다양한 대응 노력을 펴는 것도 타당하지만, 그 출발은 기본의 강화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요즘 자주 회자되는 경쟁을 뛰어넘는 블루오션 전략 역시 기본의 강화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TV뉴스의 중요성은 지상파TV의 경쟁력 강화전략의 핵심으로 재평가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TV뉴스의 방송저널리즘 역할과 책임은 방송통신 융합시대에도 여전히 사회적 기대와 요구를 가진 것으로 지상파방송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동훈(연구정보센터 연구원 blueldh@k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