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만제
지상파 DMB는 휴대전화기 겸용 수신기, 전용수신기, 그리고 차량용 수신기를 통해 작은 화면이지만 텔레비전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많게는 12개 채널까지 볼 수 있고 라디오나 데이터 방송도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이다.
최근 이 매체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각각 2개의 동영상 채널을 운영할 수 있는 전체 6개 사업권을 지상파 사업자에게 3개, 신규 사업자에게 3개씩 배분하는 방안에 대체로 찬성했다. 지상파 재전송은 강제하기보다 사업자가 자율권을 갖고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아 지상파 재전송 매체 보다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체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그동안 지상파 DMB를 도입하여 세계시장에서 관련기술이나 단말기 수출의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미 정보통신부 장관은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DMB를 조기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내수경기 활성화와 수출 촉진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사업자들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DMB 서비스를 빨리 도입하자는 시청자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매체의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급 채널 12개, 6개의 사업자가 새로이 생겨나고 방송구조가 재편되는 큰 변화가 수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조건, 콘텐츠 준비 상태 및 시청자 복지 역시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료 서비스인 지상파 DMB는 광고를 재원으로 운영되는데 현재 광고물량은 이들 모든 채널을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6개의 사업자를 동일한 자격으로 선정한다면 지상파 채널처럼 공영 운영을 통해 공익성을 보장할 방안이 모호하다. 콘텐츠 내용이나 단말기 유형에서 차별화가 어려운 위성 DMB와의 공정경쟁 또는 균형발전 방안도 정비해야 한다.
모바일 방송 콘텐츠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이다. 작은 화면과 짧은 시간동안 방송되는 특성을 갖는 모바일 방송 전용 콘텐츠는 앞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할 전망이지만 아직 그 장르나 포맷 조차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 콘텐츠의 물리적 속성상 시청률이 높은 유통창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 많은 제작비가 투입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 시대, 영상물 제작비가 점차 거대화 되는 점, 그리고 모바일 콘텐츠가 미래형 콘텐츠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자본의 참여도 신중히 검토해 볼 만하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단말기 문제도 간단치가 않다. 위성 DMB와의 겸용단말기 보급 문제, 휴대전화기의 빠른 교체주기에 따른 휴대전화 겸용 단말기 비용부담 문제들이 남겨져 있다.
지상파 DMB 도입을 경제 활성화 기회로 활용해야하는 사회적 요구는 십분 동의하지만, 이 매체 도입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와 신규사업자, 관련 경쟁사업자, 단말기 생산자, 그리고 시청자는 무엇을 얻고 잃게 되는가 하는 문제를 찬찬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새로운 매체 도입이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특정사업자의 주파수 챙기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빠른 도입으로 단말기 등 관련 산업 활성화를 기대하는 통신 영역의 목표와 공청회에서 확인된 바대로 새로운 매체 도입을 통해 산업적 목표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 제공과 공익성 제고를 꾀하는 방송영역의 목표가 적절히 균형을 이룬 바탕위에서 지상파 DMB가 성공적으로 도입되기를 기대한다.
이만제(연구센터 수석팀장·언론학박사)
[국민일보 기고 / 2004.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