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이만제
지난 2일, 제8회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은 기념식을 갖고 모범노인 표창, 경로잔치 등 다양한 행사를 펼쳤지만 대부분 노인들은 그리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했던 기간 만큼을 일없이 지내야 하는 노인들은 경제력,건강,여가활동 등 모든 면에서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전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가 허술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회에서 노년층에게 적절한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주 목적으로 하는 ‘고령사회기본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박람회’가 한 달 동안 전국 주요도시에서 연속적으로 열린다는 소식도 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 대한 이와 같은 현실적 준비와 병행해서 이전 시대의 노인들의 삶과는 달리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에 걸맞게 새로운 노인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거시적인 대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에 노년전문 방송채널 운영이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른다. 방송 채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오락 위주의 기존 방송이 전문적인 교육, 정보 그리고 문화매체로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사회 각 영역에서도 고유목적 달성을 위해 방송을 적극 활용하는 추세이다. 이미 ‘국회채널’이 탄생하였고 ‘과학채널’ ‘국방채널’ 심지어 ‘사법채널’의 설립까지 논의되고 있다.
노인 복지제도가 잘 정비된 미국과 독일에서도 케이블이나 위성을 이용한 노년전문채널이 각각 ‘시니어 시티즌 네트워크(Senior Citizens Network)’ ‘티브이 50 플러스(TV 50 Plus)’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년전문 채널은 노인들의 경제 사회 문화 여가 활동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직업을 갖는데 필요한 교육이나 정보뿐만 아니라 치매 같은 노인병을 예방하는 의료지식과 건강상식도 제공할 수 있다. 노인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장을 마련할 수 있을 뿐더러 여가활용에 필요한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체 인구의 8.3%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여가활동의 일환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비율은 연령별로 평균 59%에서 72%에 이르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에서 노인 대상으로 편성되는 프로그램은 1주일에 1개꼴도 안되어 전체의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 채널을 통해 노인들은 역사적으로 처음 경험하는 고령화 사회를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경험함으로써 희망과 변화의 기회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노인문화를 만들어 갈수 있다. 시장원리에 따라 상업적 채널 설립과 운영이 어렵다면 공적재원에서 비용일부를 지원할 수도 있고 기업들도 메세나 운동 정신으로 채널지원에 관심을 갖을 만한 일이다.
고령화 사회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준비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인 동시에 바로 가까운 미래에 우리 스스로 그 당사자가 되는 자신의 문제 아닌가.
이만제(연구센터 수석팀장·언론학박사)
[국민일보 기고 / 2004.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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