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강익희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에서 인적자원에 관한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인력정책은 정책성과에 대한 예측이 어렵고 그 효과 또한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수립 및 실행이 쉽지 않은 분야다. 특히 노동자의 경력개발을 주목해보면, 이에 대한 최근의 경향은 개인적 책무를 보다 강조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 방향 또한 시장경제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적인 인력개발 정책과 조응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인력육성 정책의 원칙은 시장에서 필요한 인력에 대해 시장이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는, 이른바 시장실패의 부분에 한정되고 있다.
방송부문의 경우도 인적자원 개발 및 경력개발의 주된 책무는 개인에게 주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특히 방송노동시장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데, 방송부문은 다른 기업에 비해 노동의 유연성이 높아 비정규직의 활용도가 높으며, 일의 성격도 기업 특수적이 아니라 직무 특수적이다. 방송일의 이러한 특성은 경력개발에 있어 기업의 역할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증가시키는데 이러한 추세는 제작체계의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유통·경영 전문가 육성에 소홀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 인력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시장에서 육성되지 못하는 필요인력에 대한 지원이라는 정책기조로부터 벗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시행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방송 인력육성에 관한 정부정책은 주로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 그리고 유관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주된 사업내용은 디지털시대의 핵심인력 육성에 대한 지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유통, 경영 전문가에 대한 육성이다.
사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육성은 공공지원 프로그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보다 오히려 다른 부문에서 활동하는 유관 전문가들이 방송부문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력풀을 형성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미 미국의 경우 많은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하여 유통 경영의 핵심인력으로 기능하고 있는 사례에서 이러한 점이 잘 나타난다. 이들 핵심인력에 대한 육성을 위해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들 전문가들이 방송영상부문에 진입하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시장실패 부문에 대한 지원 필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정말로 시장실패로 인해 발생하는 부문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방송인력 중에서 공적지원이 강화되어야 할 부문은 저임금과 불안한 고용 그리고 회사의 수익 악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 독립제작부문, 케이블부문에 종사하는 인력과 비정규인력 그리고 또한 수많은 예비인력들이다. 이들은 교육에 대한 지불능력이 낮으며 경력개발에 대한 동기마저 낮아 결국 교육투자에 의한 경력개발과 이를 통한 양질의 인력 인프라의 구축이라는 인력정책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에 대한 지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규모가 미미하며 대부분은 제작시설의 구축에 경도되어 있다. 아무리 제작시설을 구축하여도 제작할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는 이 부문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 산업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의 이 부문에 대한 지원이 미미한 것은 과거 지상파 중심 정책기조의 관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방송 인력에 대한 공공지원이 비지상파 부문에 지원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 인력의 교육지원에는 수익자부담의 원칙이 엄격히 지켜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지상파 중심의 사고에 근거하여 이들의 지불능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에는 우선 순위가 있으며 예산집행 상의 경직성은 하루아침에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인력양성의 지원체계는 시장의 요구와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 또 디지털 제작이 도입되고 DMB, IPTV 등과 같은 새로운 매체가 등장한다고 해서 제작인력의 구성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작시설뿐만 아니라 경력개발에서 취약한 제작인력 부문에 대한 지원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변화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시장과 공공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효과적인 인력 육성정책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강익희 (경영혁신팀장 / 책임연구원 ihkang@kb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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