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KBI칼럼] 코드(Code)의 형이상학(形而上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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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방송 | 등록일 | 03.05.15 | ||||
출처 |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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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윤재식
‘코드’라는 단어를 최근 우리의 정치적 현상에서 가장 많이 듣거나 볼 수 있다. 노대통령의 코드는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는 기호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기호는 우리들의 일상성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신기한 것들이 숨어있으며 사용하는 기호의 의미가 전이될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의미체도 변화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기호들의 조직 원리가 코드이고 코드에 의해서 생산된 산물이 텍스트 인 것이다.’
의미가 해석되고 전달되고 공유되는 기호로서의 코드는 이미 우리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는데,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을 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과 효과를 발휘하는 문화예술 ‘코드’와 우리사회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감성 코드를 예로 들 수 있다. 노대통령의 코드론도 정치적 현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틀로서 이해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최근 노대통령의 ‘코드론’과 관련하여 언론매체들은 선정적이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이를 보도하고 있다. ‘코드론’과 관련된 최근의 대표적 보도 사례로서 ‘청와대 대변인의 교체’와 ‘전국운송하역 노조 화물연대의 시위사태’, ‘잡초정치인 제거 이메일 파장‘을 들 수 있다.
청와대 대변인의 교체와 관련해서 모신문은 ‘盧와 코드 안맞아 잇단 물의’라는 리드를 달았으며, 신임 대변인의 인물에 대한 평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 스타일과 속내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라는 식의 보도로 새 청와대 대변인의 인물을 노대통령과 동일 코드화시키고 있다. 전국운송하역 노조 화물연대 시위사태와 관련해서는 ‘물류대란 코드論의 함정’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대통령의 변화하는 코드를 제때 파악하기 어렵다...각료들은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한 ‘잡초 정치인 제거 이메일 파장’ 보도에서는 ‘코드 안맞는 정치인 솎아내겠다는 거냐’라는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기호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현상의 의미를 전달하고 해석된다. 물론 기호를 통한 의미 전달과정은 내연적 의미와 외연적 의미가 합쳐져 완벽한 하나의 의미화 과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누군가 기호를 전달할때 그것을 수신하는 사람은 기호를 전달하는 사람의 의도를 해석한다. 이때 의미작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메시지가 전달되어서 해석되는 과정에서 전달자의 의미가 왜곡될 때 기호의 진정한 의미는 상실되게 된다. 또한 송신자가 목표한 의미 작용이 만일 수신자에게도 동일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면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언론매체의 노대통령의 코드론의 해석과정은 내연적 의미와 외연적 의미가 함께 전달되어서 완전하게 해석되지 못한 의미작용의 실패,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새 정부하에서 노대통령의 ‘코드론’은 국정철학으로서 크게 ‘참여와 개혁’으로 규정지어 볼 수 있다. 하지만 노대통령의 코드는 언론매체를 통한 전달과 해석과정에서 의미가 단순화되어 왜곡되어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 지고 있다. 언론은 인선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대통령과 ‘동맹코드’가 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한 경우 ‘코드의 불일치’로 몰아가고 있다. 또한 정책결정과정에서의 혼선이 마치 ‘코드’라는 기호에 대한 해석의 오류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치부하여 복잡한 정치적 과정을 단순화 시켜버리고 있다. 언론매체의 ‘코드론’의 의미화 오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실패한 커뮤니케이션에도 의미 작용은 역시 일어난다. 이것은 기호란 본질적으로 다의적이며 따라서 다의적인 기호를 매개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실패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과 개인간의 의미작용에서의 실패가 문제가 되듯이, 국정을 수행하는 대통령의 정책의지에 대한 의미작용 실패는 매우 중요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노대통령의 ‘코드론’과 관련해서 언론의 일방적인 해석적 오류만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다의적 의미를 지닌 코드라는 기호의 본질적 오류를 불러일으킨 정치분야에서의 구조적 문제점도 언론의 외연적 의미 추구에 한 몫을 거들었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이후 청와대가 새로이 도입한 대변인 시스템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변인 시스템의 많은 부분을 미국의 브리핑 시스템에서 차용하였지만, 그 형식과 내용은 실제적으로 국내적 상황에 적용되는데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 하에서 대통령의 코드 읽기로 인해 각료들의 자율적인 정책 수행능력의 부재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노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은 점차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며, 또한 이러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이 언론의 역할과 사명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노대통령의 코드론’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 이어야 한다는 언론본연의 자세에서 약간은 벗어난 감정 쏟아 붇기 식의 보도관행으로 비쳐지고 있다. 언론은 사회 및 정치적 현상과 내용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국민들의 인식속에 정치적 현상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중요한 코더(Coder)이다. 사회 및 정치적 현상의 전달자로서 그리고 코더로서 언론의 파장력은 강력하기에 그 만큼의 책임이 지워지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코드’라는 기호 속에는 내연적 의미와 외연적 의미가 함께 함축되어 있다. 지금 우리 언론은 외연적 의미의 코드론을 제시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을 뿐, 내연적 의미 파악은 소홀히 하고 있다. 결국 일부 언론에서 밝혔듯이 코드론에 대한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부분은 각료들뿐만 아니라 언론 스스로 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노대통령의 코드론을 보도하는데 있어 코드가 전달하는 내연적 의미와 외연적 의미를 파악과 해석을 통해 보도하는 균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글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나는 기호의 진실을 의심한 적은 없다.......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기호와 기호의 관계다’.
윤재식(영상산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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