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KBI칼럼] 방송정책권과 방송통신위원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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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방송 | 등록일 | 03.02.21 | ||||
출처 |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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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송종길
최근 김성재 문화관광부장관의 국회답변이 문제가 되었다. 방송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정책권을 문화관광부가 다시 가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언론들은 일제히 새정부의 방송장악 기도라고 몰아 붙이고, 시민, 언론단체와 방송위원회 노조는 10년의 노력 끝에 이룬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상이라고 맹비난하였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염려스러운 것은 "방송의 독립성"이 자칫 우리사회의 신화(Myth)가 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이렇게 만든 데에는 과거 방송을 정권유지의 도구로 이용하려던 정부에게 그 책임이 있다. 문화공보부와 공보처의 방송장악 정책들은 방송이 권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었고, 지금의 방송위원회는 권력으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역사적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결국 방송위원회는 방송의 독립성을 상징하는 표상이 된 것이다.
방송위원회가 가진 역사성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민감하게 반응할 만큼 현재 우리방송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훼손 받고 있는 것인가?
현재 문화관광부는 방송산업진흥정책을 담당하고 있을 뿐 방송정책은 방송위원회가 수립하고 집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방송위원회가 방송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방송산업진흥과 관련된 정책수립은 문화관광부 장관과 합의해야 하는 조항을 두고 정부가 방송정책을 개입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방송위원회가 정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없다고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산업정책까지 방송위원회로 넘기고 정부는 방송정책에 일체의 간섭을 하지 말라고 한다.
방송위원회의 문제가 산업진흥정책의 합의조항 때문일까? 방송정책이 산업진흥정책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진흥정책 수립시 합의해야 하는 조항만을 내세워 정부의 방송정책간섭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방송위원회가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는 합의제기구이다. 합의제기구는 신속한 정책결정 보다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공정성과 공평성의 유지에 중심을 두는 기구이다. 따라서 기술발달과 시장상황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합의제 기구가 정책을 수립ㆍ집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또한 방송위원회는 조직의 위상이 불분명해 정책을 수행하는데 문제를 안고 있다. 일부 방송위원들은 공무원신분이지만 사무처 직원들은 민간인 신분이다. 국가조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부처간의 정책조정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방송위원회가 정부기구화와 직원들의 공무원화를 주장한다.
방송위원의 구성방식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치권의 나누어먹기식으로 선정되는 방송위원들이 정치권으로 독립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전문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방송위원회가 어떤 형태로든 변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방송위원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논의를 하는데는 뭔가 금기사항이 있는 듯하다. 현재 방송위원회가 가진 기능에 대해서는 논의해서는 안 되는 분위기이다. 못하는 것이 있으면 잘할 수 있게 해주기만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본래 잘할 수 없는 것을 잘하게 만들려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힘들다. 결국 현행법체계를 벗어나는 방안들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번 김성재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언론은 방송위원회가 정책권을 가지는 것은 정부로부터 독립이고 정부부처가 정책권을 가지는 것은 방송장악이라는 논리를 표명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방송위원회의 권한 강화를 주장하면서 정부조직화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방송위원회도 문화관광부도 정부조직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과거 불행했던 역사의 산물인 현재 방송위원회의 위상은 유례가 없는 것이다. FCC라는 연방기구가 방송ㆍ통신정책과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에서 방송정책은 정부부처가 담당하고 있고 규제는 독립규제위원회가 맡는 이원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문화보호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미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은 정부가 방송산업지원정책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송의 규제와 정책체계도 이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은 장기적으로 방송과 통신으로 분리되어 있는 규제기구들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들은 개편을 단행했고 준비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1997년에 방송제도개혁위원회가 기구개편(안)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구개편은 미루어졌고 최근 개편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루어지고 기구의 통합이라는 방향이 설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재편논의에는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그리고 몇몇 부처의 이해가 달려있다. 통합의 당사자들은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재편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들은 환경변화에 걸맞은 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부처 이기주의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각의 입장을 지지하는 개인과 단체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칫 지지하는 기관의 이익을 대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논의는 열린구조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의 조직과 체계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정책과 규제를 분리 할 것인지, 규제와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조직이 정책을 담당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등등 모든 것을 논의해야 한다. 이 같이 근본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통합위원회의 기능과 조직위상을 결정해야 한다.
이번 김성재장관의 발언에 대해 일부언론의 대응은 부끄러운 것이다. 퇴임을 한달도 남겨두지 않은 장관의 발언을 차기정부의 방송정책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정치공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차제에 우리 언론에게 바라는 것은 향후 방송통신위원회 혹은 방송위원회의 위상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된다면 정치공세 보다는 열린 논의를 위한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진정 언론이 담당해야 할 사명인 것이다.
송종길(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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