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은 방송 프로그램의 수평 혹은 수직적 배열이라는 소극적 개념이 아닌 개별 프로그램에 방송사의 철학과 이념을 담는 적극적인 행위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2005년도 지상파 방송3사의 편성현황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 방송의 품격과 정체성의 현주소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본 보고서는 지난 해 지상파 방송3사(KBS, MBC, SBS; 이하 방송3사)의 상세한 편성 현황을 공익적·산업적 가치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먼저 ‘시청자 복지 향상’을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는 지 살펴보고, 이와 함께 시장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편성행위가 국내 방송영상산업의 균형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 지를 고찰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요 약》 □ 이번 분석을 통해 드러난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3사(KBS, MBC, SBS) 편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른바 ‘쏠림 증후군’임. □ 전체시간대·주시청시간대, 어린이 프로그램 등을 막론하고 특정 장르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났으며, 이로 인해 프로그램 다양성이 훼손되어 궁극적으로 방송사 편성행위의 궁극적 지향점인 ‘시청자 복지’라는 공익적 가치를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많음. - KBS2·SBS의 전체시간대 오락 편성비율은 50%에 육박하고 있음. - 주시청시간대의 고질적인 ‘오락 증가, 교양 감소’ 현상은 여전히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MBC, SBS에서 두드러짐(전체시간대 대비 MBC는 교양 19.9% 포인트 감소, 오락 23.2% 포인트 증가, SBS 교양 21.8% 포인트 감소, 오락 12.4% 포인트 증가). · 프로그램 다양성 지수 분석결과에서도 주시청시간대는 ‘높음’으로 전체시간대보다 한 단계 낮게 평가되었으며, 그만큼 장르 편중 현상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 어린이 프로그램의 경우,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중 현상이 심각한 수준임. (MBC: 52.3%, SBS: 70%) - 이외 자막방송의 경우에도 채널에 따라 ‘쏠림’ 현상이 발견되고 있는데, 어린이프로그램에 대해 MBC는 90% 수준에 육박하는 자막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비해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2는 전혀 자막처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청각장애를 가진 어린이에 대한 방송접근권 확보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있는 것으로 분석됨. · KBS2는 4개 채널 중 장애인 시청취 지원 프로그램(자막, 수화, 화면해설방송)의 편성비율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음(29.3%). □ 이러한 ‘쏠림’ 현상은 산업적 가치 측면에서도 예외 없이 발견되는데, 지상파 방송사의 편성행위가 방송영상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거시적(시장)·미시적(자사)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좀더 세심한 전략구사가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 -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HD방송 편성 현황에서도 ‘쏠림’ 현상은 두드러짐. · 방송3사 전체적으로 주시청시간대 HD방송 편성비율은 총HD방송시간 대비 24.8%, 총주시청시간대비 19.7%에 머물고 있는 실정임. · 또한 방송3사 모두 HD방송의 기술적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다큐멘터리, 드라마, 스포츠 등의 프로그램보다는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 스튜디오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나타남(71%, 10편 중 7편 가량). · 또한 HD 프로그램의 자체제작 편성비율이 외주제작보다 2~3배 높게 나타났는데(KBS1, MBC 기준), 이는 아직까지 독립제작사들이 막대한 디지털 전환비용을 투입한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HD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임. · 향후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HD 의무방송시간을 양질의 콘텐츠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제작주체의 다원화와 제작인프라 구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임. · HD방송의 활성화를 위해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지원도 구체화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전업체와의 활발한 공동제작을 유도하고, 한시적으로 HD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발전기금 징수율을 인하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볼 수 있음. - 또한 외주제작시장 내에서도 양적인 성장의 긍정적인 측면 이면에 소수의 제작사가 시장 전반을 독점하고, ‘저비용-저수익’ 형태의 프로그램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양극화의 극단적 ‘쏠림’ 현상이 발견되었음. · 일종의 쿼터제인 외주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2005년 가을 개편 기준으로 방송3사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은 39.0%에 달해 10편 중 4편 가량이 외주제작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됨. · 그러나 2004년 연간 총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때, 독립제작사 상위그룹 14개사가 전체 매출액의 71.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시장의 양극화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잘 보여주고 있음. 또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납품실적이 전혀 없거나 3종 미만인 업체가 약 56%에 달함. ·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상당수가 제작단가가 낮은 특정 장르에 집중되고 있는데 특히 프로그램 특성상 야외제작(주로 6mm 제작)이 많은 생활정보에 대한 편중 현상이 두드러짐(29.0%, 10편 중 3편 가량). · 이러한 소규모 외주제작 관행은 독립제작사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음. - 이외에도 산업발전을 위한 동반자적 관계가 되어야 할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간에 도 제작비와 저작권을 둘러싸고 이른바 ‘갑-을’관계로 불리는 역학적 ‘쏠림’ 현상 이 나타나고 있음. · 방송3사의 외주제작비 지급액은 2004년도에 전년도 대비 4.8% 포인트(38.1% →33.3%, 금액기준 약 100억원) 가량 감소한 반면, 자체제작비는 감소비율만큼 상승한 것으로 드러나 방송사들이 자체제작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 는 것을 알 수 있음. · MBC 본사의 경우, 모든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예외 없이 다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설문조사결과, 이와 같은 방송사의 저작권 독식관행이 독립제작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49.4%)에 달함. □ 또한 외주제작 의무편성비율의 확대로 발생한 지상파 방송사 내부의 잉여인력 발생이 불가피해진 만큼, 시스템을 재정비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확보해주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함. - 정책 강행으로 지상파 방송사가 경영압박을 받을 경우, 이는 장기적으로 그 피해가 독립제작사에게 돌아가는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임. □ 본 방송 단순 재전송을 제외한 지상파 DMB 전용 콘텐츠는 방송3사 기준 약11%(2,920분)에 달함. 이중 신규 제작된 프로그램은 765분으로 주간 총방송시간(25,130분) 대비 약 3% 정도에 불과하여 아직까지는 기존 프로그램의 재활용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됨. - 그러나 아직까지 지상파 DMB의 수익모델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신규제작에 나서는 것은 자칫 부실 제작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재방송/재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낮지 않다는 점을 감안, 당분간은 재활용 프로그램 위주로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됨.
연구자 : 박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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