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성공적인 R&D 혁신국가를 위한 8가지 제언
|이 동 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새 정부 출범이후 창조경제가 큰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창조경제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을 수 있어 간단히 정의하기 쉽지는 않지만 쉽게 정리하면, 창조경제란 창의성과 지적자본을 핵심요소로 하여 새로운 기술, 제품, 사업을 창출하여 일자리 증대와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보다 넓게 보면 모든 경제주체, 즉 벤처기업,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등의 창조적 경영을 촉진하여 보다 활력 있는 경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념적 정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정책방향의 정립일 것이다.
최근 논의의 흐름을 보면 창조경제의 구체적 의미는 과학기술 기반의 융합산업과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이라 불리는 문화콘텐츠산업의 육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문화콘텐츠산업은 과학기술, 인문학, 문화예술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산업이고 미디어산업, 관광산업 등 타산업과의 연관효과가 큰 산업으로 창조경제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창조경제 시대의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은 전통적인 산업진흥정책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을 요구한다. 바이오산업 등 융합과학기술기반 산업과 마찬가지로 문화콘텐츠산업도 국가적 차원의 혁신생태계(Innovation Ecosystem 또는 Entrepreneurial Ecosystem)를 구축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R&D 혁신국가를 위한 효과적 혁신생태계 구축과 관련된 제언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혁신생태계의 모습은 국가나 지역적 특성에 따라 상이하다. 혁신생태계를 논의할 때 흔히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나 이스라엘 등의 사례를 많이 거론한다. 이러한 논의에는 이들 사례를 따라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의 혁신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참고할 수는 있지만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각 국가가 가진 구조적 여건이나 역사적 배경, 사회문화 등이 정부정책 이상으로 혁신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 생태계는 정책적 계획이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잘 갖추어진 구조적 여건에 의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혁신생태계이며, 이스라엘의 경우도 자국의 강점인 방위산업 관련 기술우위와 해외 인적네트워크, 교육과 탐구를 중시하는 문화 등이 결합된 혁신생태계가 구축된 사례이다. 따라서 특정 국가나 지역의 혁신생태계를 모방하기보다 우리나라의 여건에 적합한 생태계 구축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외사례를 보면 지나친 정부주도의 계획적 클러스터 구축 노력은 실패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혁신클러스터 구축을 위해서는 민간 기업들을 적극 참여시키고 이들의 자생적 생태계 형성을 지원하여 장기적으로는 자생적 혁신생태계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IT산업, 바이오산업, 문화콘텐츠산업에 적합한 혁신생태계는 다소 상이할 수 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IT산업 혁신생태계에서는 벤처캐피털과 주식공개상장(IPO)의 역할이 매우 큰 반면, 바이오산업과 문화콘텐츠산업에서는 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혁신 생태계에서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산업에 획일적인 생태계 구축 전략을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셋째, 법적·제도적 인프라 개혁은 혁신생태계 구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전환우선주(convertible preferred stock)나 차등의결권주 발행제도, 지적재산권 관련 제도, 파산법이나 금융 관련 제도, 노동시장 관련 제도, 창업 관련 세제, 기업공개 관련 제도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혁신생태계가 원활하게 작동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장애요인들을 과감하게 제거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 혁신기업인 구글의 경우, 급속한 성장과정에서 증자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면서도 초기 창업자들은 지분율 감소에 따른 경영권 유지에 대한 불안감 없이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구글이 차등의결권주 발행을 통해 창업자들이 보유한 주식은 일반주주 보유 주식의 결권의 10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차등의결권주 발행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해외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넷째, 혁신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대학교나 국책연구기관의 기술이전 담당 조직의 인원과 예산을 확충하여 기능을 강화하고 이들 조직이 혁신생태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중점지원대상 벤처기업은 사업성과 장래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우량벤처(high petential ventures)여야 한다. 이들 우량 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하여 주목할만한 성공사례(big win)를 만들어 내면 혁신생태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 코넥스에 신보·기보가 개입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창조금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내부적인 추진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자금 지원이 중요한 지원수단이긴 하지만 느슨하게 관리되는 자금지원제도는 오히려 위험부담(risk taking)을 본질로 하는 혁신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가정신과 혁신은 오히려 어려운 여건에서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인큐베이터시설 제공도 혁신 생태계를 활성화 하는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해외분석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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