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문화기술에서 창조기술로 R&D 확대하기
|이길행 (ETRI 융복합콘텐츠연구부 부장) 최연철 (한국콘텐츠진흥원 CT전략팀장)|
콘텐츠 창조기술로서 문화기술
기술의 발전과 확산이 산업경제를 지식경제로 전환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처럼, 창의성의 발현이 지식경제를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로 전환케 할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이에 따라 창조경제를 중심으로 하면서 문화산업과 과학기술이 융합되는 문화기술(CT, Culture Technology)이 주목받고 있다.
상상력·창의성이 기술과 융합하여 산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의 콘텐츠산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아바타(Avatar)>는 상상력의 판도라 행성과 외계 생명체 나비족을 첨단 컴퓨터그래픽(CG)과 3D 기술로 표현해 냄으로써 27억 달러(약 3조 원)의 경제효과 외에도 전 세계적인 3D 산업 열풍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에 앞서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난쟁이 마을의 호빗족이나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사 등도 가상세계의 가상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각각 프로도 경제(Prodo Economy)와 스토리노믹스(Storynomics)라는 엄청난 문화경제적 효과를 창출하였다.
우리나라 영화 <도둑들>의 화려한 액션장면에도 문화기술이 녹아있다. 컴퓨터그래픽과 게임엔진으로 촬영 현장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사전시각화(Pre Visualization) 기술은 촬영 전 미리 촬영기법과 동선을 점검할 수 있고 사후작업에 대한 충분한 논의까지 가능하여 실제 촬영에서는 완성도 높은 액션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또한 섬세히 표현된 3D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사실적인 게임의 배경, 음악 연출 작업이나 첨단 뮤지컬 무대 장치, 그리고 이야기 창작이나 스마트 콘텐츠 하나에서도 문화기술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문화기술은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전반의 창작·기획, 제작·표현, 유통 등에 활용되거나 관련 서비스에 사용되는 기술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문화기술은 콘텐츠 창작 과정에 기여하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단순한 공학 기술력 이외에도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술과 콘텐츠로 발현하게 만들 만한 인문학적 감성과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기술은 콘텐츠의 기획부터 소비까지 콘텐츠산업의 전체 가치사슬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나아가 타 산업과 타 기술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무궁무진하게 창출할 수 있기에 창조경제 시대의 핵심 이슈라고 할 만 하다.
최근 문화기술 R&D 동향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콘텐츠와 관련된 기술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늘어났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콘텐츠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면서 기술 수요를 더욱 증가시켰다. 기획, 제작, 유통까지 콘텐츠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서 다양한 기술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는 창작자의 상상력을 이끌어내고 재미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기술이 화제다. 제작 단계에서는 고품질 3D 영상, 고해상도 영상에 관련한 기술과 콘텐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정효율화 기술이 이슈가 되고 있다. 유통 단계에서는 모바일 네트워크, N-Screen과 같은 새로운 장치(Device)와 플랫폼에 호환되는 서비스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융합형 기술 개발도 주요 이슈다. 에듀테인먼트와 같은 산업간 융합, 웹툰처럼 기존 장르산업(애니메이션)과 새로운 유통채널(웹 기반)의 융합 등에 필요한 기술 개발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각 장르별로 보다 창의적인 콘텐츠, 높은 완성도와 생산성을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게임분야는 가상현실 기술이 접목되거나 이용자가 직접 게임에 영향을 주는 양방향성이 가미되고 있다. 게임을 보다 실감나고 몰입할 수 있게끔 하는 기술 개발로 가까운 미래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 집단참여 게임이나 홀로그램(hologram)이 반응하는 입체형 게임 등이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상분야의 기술개발은 영상 자체의 높은 품질과 3D 입체화를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디지털 캐릭터 기술과 컴퓨터그래픽(CG) 기술 또한 지속적으로 개발 중에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영상, 게임, 공연·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도록 개발이 진행 중이다. 보다 실재와 같은 정밀한 표현과 이동 가능한 장치와의 접목성이 해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구글 글라스의 등장처럼 그간 축적된 가상현실 기술이 다양한 형태로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술별 세부적인 동향은 다음과 같다. 컴퓨터그래픽(CG) 분야는 사실적인 표현, 빠른 시뮬레이션이 관건이다. CG기술은 영상 콘텐츠와 게임에 활용도가 높고, 모바일 장치 등 접목할 수 있는 기기가 다양화되어 수요가 점차 증가될 전망이다. 홀로그램 기술의 완성도는 당장 상용화 수준에 못 미친다. 그러나 2015년부터는 관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산·학계의 기술 개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인터랙션(Interaction) 분야에서는 모바일용 UI(User Interface), 다수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는 기술, 넓은 공간에서의 인식과 정확한 인식 기술이 이슈다. 특히 기존 인식기술보다 200배 가량 정교한 ‘Leap Motion’이 출시될 예정임에 따라 보다 진일보한 기술 연구가 진행될 전망이다. 감성기술 분야에서는 생체 신호를 활용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사람의 감성을 보다 쉽게 추출하고 이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기 위한 시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연·전시분야에서는 가상현실과 각종 센서, 영상과 기계 장치를 활용해 보다 실감나는 연출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공예·문화재 분야에서는 문화재를 보전하고, 공예기술을 첨단화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처럼 기존 문화기술의 방향은 콘텐츠 상용화를 위해 집중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문화기술은 공연, 전시, 문화재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는 참신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효과적인 문화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기술 연구와 상상력을 독려하는 예술·인문학 간의 융합이 지속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 예컨대, 공연 <태양의 서커스>는 각종 첨단기술과 공연예술이 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 태양의 서커스단은 연기자보다 기술전문가가 다수를 이루고 있고, 공연 제작을 위해 많은 기술지원과 투자가 선행되었다. 결국 문화기술을 예술에 접목해 콘텐츠를 창출한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 자세한 내용은 첨부(PDF)화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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