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이라는 3대 국정 기조를 천명한 대통령 취임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콘텐츠에 대한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을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창조산업과 콘텐츠산업은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은 것이며, 그만큼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도 많아진 셈입니다. 이미 작년 대통령선거 전부터 화두로 던져진 창조경제론은 물론이고, 창조산업과 콘텐츠산업에 대해서도 이제 새로운 논의의 지평을 열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입니다.
창조경제는 우리가 익숙해 있는 기존 모든 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것을 요구합니다. 거시적으로는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전반적인 운영체계(Operating System)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시적 관점에서는 생산-유통-소비의 각 단계에 드리워진 장벽을 허물고, 개방과 융합과 혁신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 관점이 공통적으로 잘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창조경제의 핵심에 있는 창조산업과 콘텐츠산업일 것입니다.
산업과 문화의 융합이나 산업간 벽 허물기는 지난 10여 년 동안 콘텐츠산업의 진흥을 위해 힘써 온 민관 모든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해 온 점이기도 합니다. 창조산업은 이러한 융합과 벽 허물기의 가장 좋은 범례가 될 것입니다. 창조산업은 과학과 기술 발전이 가져온 21세기의 새로운 문명적 환경에 우리 고유의 문화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결합하고 용해시키는 일을 의미합니다.
이제 미래를 바라보며 기술 문명과 문화의 새로운 틀을 짜는 일이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창조산업을 통해 문화융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21세기형 ‘디세뇨’(disegno, 소묘 또는 디자인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르네상스 시대에 풍미했던 예술철학적 개념이며 후에 ‘창조적 구상’의 의미로 발전), 즉 인간 사회와 미래에 대한 ‘창조적 구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디세뇨는 형식과 내용 또는 이성과 감성의 결합, 나아가 기술과 문화의 융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21세기 한국형 창조산업을 구상하는 일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이제 창조적 구상을 통해 문화융성의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유럽의 찬란했던 문예부흥이 21세기 동아시아 한반도에서 다시 개화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우리는 최근의 K-Pop이나 한류의 확산을 통해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의 단초들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콘텐츠산업은 문화와 산업, 문화와 기술의 융합을 통해, 창조경제를 견인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경제부흥), 사회갈등과 문화격차를 해소하여 문화가 있는 복지를 구현하며(국민행복), 생활 속의 문화를 가꾸고, 세계가 하나가 되며, 인류평화 발전에 기여하는(문화융성), 3대 국정 기조를 모두 관통하는 유일한 분야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콘텐츠 산업은 앞으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애정을 가지고 돌보며 키워나가야 할 우리 후손들을 위한 미래 산업의 하나인 것입니다.
저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월간 <창조산업과 콘텐츠>가 앞으로 5년, 10년을 내다보며, 우리의 콘텐츠산업과 창조산업의 발전을 위한 생산적 공론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한국형 디세뇨의 산실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13년 3월 1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홍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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