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토드 하워드(Todd Howard)는 1994년에 대학 졸업 후 베데스다 소프트웍스(Bethesda Softworks)에 입사하며 게임업계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로 <엘더스크롤(The Elder Scrolls)>과 <폴아웃(Fallout)> 등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 개발에 중요한 기여를 해온 인물이다. 현재는 유통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의 자회사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 (Bethesda Game Studio; 이하 베데스다)의 총괄 프로듀서로 근무하고 있다. 토드 하워드는 게임업계에서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몰입감 높은 게임 제작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토드 하워드의 대표작인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오픈월드 판타지 액션 RPG 시리즈이다. 토드 하워드가 처음으로 사령탑을 맡은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The Elder Scrolls 3: Morrowind)>는 베데스다의 극심한 경영난 중에 탄생한 작품으로, 출시 한 달 만에 10만 장의 판매고를 달성하였으며,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4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해당 타이틀의 성공으로 베데스다는 경영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이후 인터플레이 인터랙티브(Interplay Interactive)로부터 <폴아웃> 시리즈의 지식재산권을 구입해 다시 개발에 나섰으며, <폴아웃 3>와 <폴아웃 4>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게임업계에서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토드 하워드는 그동안 ‘게임 개발자 선정 어워드(Game Developers Choice Awards)’에서 평생 공로 상(Award for Lifetime Achievement)을 수상하였으며, ‘인터랙티브 예술 및 과학 아카데미(Academy of Interactive Arts & Sciences)’에서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성하기도 했다. 현재는 <엘더스크롤>과 <폴아웃>의 차기작을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드 하워드는 모든 개발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자인과 개발 등의 작업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의 아이디어 구현 정확도를 높이고자 하기 때문이다. 토드 하워드가 게임 개발 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플레이어의 자율성’이다. 그는 방대하면서도 디테일한 게임 세계관을 구축하여 플레이어가 직접 그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플레이어의 선택에 높은 자율성을 주고, 그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몰입감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철학은 <엘더스크롤> 시리즈와 <폴아웃> 시리즈에서 잘 드러난다. <엘더스크롤>은 출시 당초부터 우수한 그래픽으로 구현한 방대한 세계관과 디테일로 주목을 받았다. <폴아웃>은 실제 미국 도시 중 하나를 배경으로 삼아 풍부한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한 디테일한 설정으로 플레이어가 직접 그 환경 안에 들어간 것과 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탄탄하고 현실성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이러한 디테일들을 통해 <폴아웃>은 플레이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게임 세계관의 정당성을 확보했다.
토드 하워드또한, 토드 하워드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게임에 거침없이 적용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 개발 당시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자체 엔진 엑스엔진(XnGine)을 폐기하고, 게임브리오 (Gamebryo)를 도입하여 최신 그래픽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이러한 행보 덕분에 개발에 참여한 게임 다수가 큰 성공을 거두며 열정적인 게임 팬층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2002년 출시된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는 베데스다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된 게임이다.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가 크게 성공하면서 베데스다는 폐업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초 PC와 엑스박스(Xbox) 플랫폼 전용 게임으로 출시된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는 PC에서의 매출은 물론, 엑스박스에서도 <헤일로(Halo)>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되고 큰 수익을 올리며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후 출시된 <엘더스크롤 IV: 오블리비언>(2006)과 <엘더스크롤 V: 스카이림>(2011) 역시 6,00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현실 속 다양한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전설과 마법, 오컬트 등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또한,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오픈월드는 해당 시리즈의 주요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탐험하며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오픈월드 속에서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게임업계에 새로운 표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성공은 단지 판매량에서 그치지 않는다.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게임 디자인, 스토리텔링, 그리고 기술적인 면에서 여러 혁신을 이루어냈다. 특히, 방대한 세계관과 깊이 있는 캐릭터 설정, 그리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변화하는 이야기 구조는 플레이어들에게 높은 자유도와 몰입감을 제공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토드 하워드의 게임 개발 철학과 일치하며, 플레이어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들의 선택이 게임 내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접근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엘더스크롤 IV: 오블리비언>과 <엘더스크롤 V: 스카이림>은 각각의 타이틀마다 그래픽, AI, 퀘스트 디자인 등에서 지속적인 개선을 보여주며, 게임업계에서의 높은 평가와 함께 여러 상을 수상했다. 특히, <엘더스크롤 V: 스카이림>은 혁신적인 게임플레이와 그래픽으로 인해 2011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베데스다의 <엘더스크롤 III: 모로윈드> 출처 : Rotten Tomatoes<엘더스크롤>이 토드 하워드가 그린 방대한 오픈월드를 구현한 작품이라면, <폴아웃> 시리즈는 핵전쟁 이후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폴아웃>은 미국의 게임 개발사 인터플레이 인터랙티브가 보유했던 IP로, 두 번째 시리즈인 <폴아웃 2> 개발 완료 이후 경영난으로 인해 베데스다에 지적재산권을 매각하였다. 베데스다가 처음으로 개발을 이끈 <폴아웃>의 세 번째 시리즈 <폴아웃 3>는 출시 이후 비평가들로부터 <폴아웃> 시리즈를 현대적인 RPG 게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는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독특한 플레이 기법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폴아웃> 시리즈의 기반 역시 오픈월드이다. 2015년에 출시된 <폴아웃 4>는 심도 있는 퀘스트 시스템과 자유로운 탐험 등의 요소를 앞세우면서 출시 24시간 만에 1,2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폴아웃>은 TV 시리즈로도 제작되었는데, 시리즈 제작에 토드 하워드가 참가하며 한 번 더 관심을 끌었다. 토드 하워드는 TV 시리즈에서도 게임 세계관이 유지되면서도 게임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이야기를 각색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편, 베데스다 소프트웍스는 향후 <폴아웃 5>가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로 계획되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토드 하워드는 최근의 <폴아웃> 시리즈를 통해 그의 게임 개발 철학을 또 한 번 입증했다. 플레이어에게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 세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하였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폴아웃> 시리즈를 현대적인 RPG 게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게 하였으며, 게임업계에 한 획을 그은 사례로 남게 되었다.
<폴아웃 3> 키비주얼 출처 : Bethesda Game Studios최근 토드 하워드가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스타필드(Starfield)>인 것으로 보인다. <스타필드>는 2023년 9월에 출시된 베데스다 스튜디오의 첫 번째 우주탐험 RPG로, 방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게임이다. 출시 당일 100만 명의 누적 플레이어 수를 기록하고, 다음날 바로 600만 명까지 증가했다. 올해 6월 16일 기준으로는 총 1,400만 명의 누적 플레이어 수를 달성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스타필드>의 무대가 우주인만큼, 플레이어는 다양한 행성과 생태계를 탐험할 수 있다. 직접 우주선을 꾸밀 수도 있으며, 다양한 행성을 방문해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토드 하워드는 과거 인터뷰를 통해 “<스타필드>는 기존의 RPG 게임에 없는 새로운 요소를 결합하여 플레이어들에게 더욱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토드 하워드는 향후 <엘더스크롤 VI>와 <폴아웃 5>의 개발을 계획 및 실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울러 올해 가을에는 <스타필드>의 첫 DLC인 <섀터드 스페이스(Shattered Space)>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엘더스크롤 VI>는 많은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차기작으로, <엘더스크롤 V: 스카이림> 이후 약 10년 만에 돌아오는 <엘더스크롤> 시리즈이다. <폴아웃 5>는 <폴아웃 4>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작품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한 또다른 대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아웃> 시리즈 특유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베데스다의 최신작이자 신규 IP인 <스타필드>는 기대에 비해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토드 하워드는 이러한 도전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지속해서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속적으로 게임산업의 경계를 확장해 온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테마를 탐구하며 게임 개발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6월 기준 전 세계 <스타필드> 누적 플레이어 수 출처 : Bethesda Game Studios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토드 하워드와 베데스다가 제작한 오픈월드 RPG 타이틀들은 각자의 독특한 세계관을 담고 있으며, 토드 하워드의 가장 큰 업적으로 손꼽힌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방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한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이러한 토드 하워드 철학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특히,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는 이전 시리즈인 <엘더스크롤 2: 대거폴(Daggerfall)>의 그래픽이 ‘복사, 붙여넣기‘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좁은 지역 안에 개발자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지형과 마을을 넣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보다 풍성한 배경을 만들어 내도록 했다.
이후 출시된 <폴아웃 3>에서는 특유의 디스토피아적인 환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2008년 10월 정식 발매된 해당 월에 <폴아웃 3>는 470만 장을 출하하면서 3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토드 하워드는 <폴아웃>의 인기가 특유의 ‘미국적‘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데 있다고 분석했다. <폴아웃 3>는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하며, <폴아웃 4>는 메사추세츠를 배경으로 하는데, 핵무기와 방사능 등의 요소를 더한 아포칼립스적인 분위기가 암울한 배경에 더욱 힘을 실었다는 평이다.
최근 토드 하워드는 베데스다 스튜디오 산하의 머신게임즈(Machinegames)가 개발하는 인디아나 존스 게임인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Indiana Jones and the Great Circle)>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해당 타이틀은 플레이어가 인디아나 존스를 직접 조작해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액션과 퍼즐, 미스터리 등 다양한 요소를 담아내고 있다.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위해 1인칭 시점으로 구현되며, 환경이나 지형지물을 활용하는 장면에서는 카메라 시점이 3인칭으로 전환되는 것이 특징이다.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은 올해 중 정식 출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키비주얼 출처 : Bethesda Game Studios토드 하워드는 플레이어의 자율성과 게임 몰입도를 높이는 것을 게임 개발의 중요한 요소이며, 플레이어들이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아가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철학은 게임 개발 시 플레이어 중심의 사고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토드 하워드는 여전히 실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베데스다에서 진행하는 많은 게임 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비전을 게임에 정확하게 구현하려 하고 있다. 새로운 게임 개발에 대한 열망 역시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자신의 오랜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개발에 더욱 힘을 쓰고 있다고 언급한 만큼, 게임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도전 정신은 타 개발자들에게 귀감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수없이 많은 게임들이 개발되고 사장되는 과정에서, 성공하는 게임들의 대부분은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토드 하워드의 방대한 오픈월드와 게이머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개발 방식은 개발사에게는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지침이 되고, 게이머들에게는 더욱 풍부한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