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게임산업의 구심점으로 굳어가고 있는 지금, 크로스플랫폼(Cross-Platform)은 멀티플레이어 게임의 성장을 한 단계 더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크로스플랫폼은 같은 게임을 서로 다른 플랫폼으로 구매한 플레이어가 한 자리에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A라는 게임이 크로스플랫폼 기능을 지원할 경우, PC,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 서로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들이 같은 온라인 서버에서 만나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
초창기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대체로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같은 게임이라도 PC와 콘솔 사용자들은 완전히 분리된 서버에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했으며,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해야 했다. 이로 인해 게이머들은 같은 게임을 여러 플랫폼으로 구매하거나 새로운 기기를 구입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게임 개발자들이 바라본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출처 : Griffin Gaming Partners, 2023 Game Development Report최근 들어 게임 제작사들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멀티 플랫폼 출시를 보편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크로스플랫폼 지원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크로스플랫폼은 플레이어들의 게임 경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단일 플랫폼 사용자끼리만 매칭되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플레이어 풀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상대를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신규 플레이어 유입도 더욱 원활하게 만든다. 따라서 크로스플랫폼 지원 여부는 새로운 게임 출시 시 게이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 중 하나가 되었다.
이처럼 크로스플랫폼 기능이 게임 구매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실제 게임의 체감 만족도와 수명이 플레이어 풀의 크기와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크로스플랫폼 기능 지원 여부는 앞으로 멀티플레이어 게임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플랫폼 기능을 요구하는 게이머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제작사의 입장에서 크로스플랫폼 지원 여부가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큰 요소가 되면서 크로스플랫폼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 숫자가 최근 들어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크로스플랫폼 지원 게임 증가와 함께 주목할 부분은 크로스플랫폼 지원 범위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은 크게 PC(윈도우, 맥), 콘솔(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스위치 등), 그리고 모바일 이렇게 세 개의 주요 플랫폼으로 나뉘어 출시된다. 초기 크로스플랫폼은 PC와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콘솔 사용자만 함께 플레이할 수 있거나 닌텐도 스위치 콘솔과 모바일 기기 사용자만 같은 서버를 공유하는 등 제한적인 형태였다.
그러나 크로스플랫폼이 점점 더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PC, 콘솔, 모바일 사용자 모두가 한 자리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플랫폼 지원 게임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에픽게임즈(Epic Games)의 3인칭 대표작 <포트나이트(Fortnite)>는 전 플랫폼 크로스플랫폼 서비스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다. 2017년 출시된 <포트나이트>는 2018년 플레이스테이션을 크로스플랫폼 서비스에 포함시키면서 현재 출시된 모든 게임용 플랫폼 사용자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최초의 게임이 되었다. 1년 뒤, 사이오닉스(Psyonix)의 <로켓리그(Rocket League)>도 전 기종 크로스플랫폼 대열에 합류했다.
두 게임 모두 전면적인 크로스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한 후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 타이틀로 위상을 굳히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5년 출시된 <로켓리그>는 2016년 e스포츠 리그가 탄탄한 이용자 수에 기반한 인기에 힘입어 2023년까지도 76개 팀이 참가하는 대형 리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포트나이트>의 경우 3인칭 슈터 게임으로 시작하였으나 게임 모드가 서바이벌, 레이싱, 리듬 게임으로 확장되었다.
<포트나이트>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전 기종 크로스플랫폼 기능 지원이 이용자 수 규모 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에픽게임즈의 CEO 팀 스위니(Tim Sweeney)는 <포트나이트>만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크로스플랫폼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게임 접근성과 커뮤니티 기반을 단단히하고자 했다.
크로스플랫폼 구현은 기술적으로 매우 도전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지만, 에픽게임즈는 자사의 언리얼 엔진과 ‘에픽 온라인 서비스(Epic Online Services)’와 같은 도구를 최적화하여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도전을 통해 <포트나이트>는 더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고, 단순히 모드가 추가되는 게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제공하는 통합 게임 서비스 브랜드로 변모할 수 있었다.
<포트나이트>(좌)와 <로켓리그>(우) 출처 : Epic Games, Psyonix크로스플랫폼 기능은 게이머의 만족도와 개발사의 수익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여전히 많은 게임이 크로스플랫폼 기능을 제공하지 않거나 일부 플랫폼에 한해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크로스플랫폼의 장점이 확실함에도 보편화되지 않은 이유는 해당 기능을 구현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기술적으로 게임 제작사는 크로스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서로 다른 스펙의 기기 성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이엔드 PC 성능에 맞추어 게임을 개발하면 중저가 콘솔에서는 게임을 구동할 수 없거나 품질을 크게 낮추기 위한 최적화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플랫폼별로 상이한 네트워크 처리 속도와 클라이언트 프로그램도 모든 기종의 게이머에게 동일한 수준의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어 기술적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또한, 플랫폼별로 상이한 입력 기기도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PC 이용자는 주로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을 즐기며, 콘솔 보유자는 컨트롤러로, 모바일 기기 이용자는 터치 스크린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제작사는 각 플랫폼의 서로 다른 입력 기기를 감안하여 게임 내 UI를 최적화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UI 디자인 단계부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만약 어느 한 플랫폼의 UI 최적화에 실패할 경우, 해당 플랫폼 이용자의 게임 경험 만족도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크로스플랫폼은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제작사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다양한 플랫폼의 하드웨어 성능과 인터페이스를 고려하여 게임을 개발하면 개발 기간이 늘어나거나 추가 개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 기종 크로스플랫폼을 제공하는 게임도 지원 플랫폼 종류를 서서히 늘려가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이미 게임을 완성시킨 이후에도 플랫폼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게임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각 플랫폼별로 디버깅 작업을 따로 진행해야 하는 등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
모든 기종의 원활한 크로스플랫폼 플레이를 기대하는 게이머의 국가별 비율 출처 : Ipsos; Google, 2022 The Shifting Needs of Global Mobile Gamers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크로스플랫폼은 기술적 측면, 게임 디자인과 이용자 만족도, 그리고 비용적으로 게임 제작사에 큰 어려움을 안겨줄 수 있는 요소를 다수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크로스플랫폼 서비스를 요구하는 게이머가 계속 늘어나는 현 트렌드를 감안할 때, 앞으로는 멀티플레이어 게임에 빠질 수 없는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에는 크로스플랫폼 서비스가 신규 시장 진출과 이용자 유지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게임 제작사는 크로스플랫폼 기능을 도입함으로써 주력 플랫폼이 상이한 지역에 효과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의 경우 PC 게임 시장이 크게 발달되어 있어 PC로 게임을 즐기는 인구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반면 일본은 콘솔, 특히 플레이스테이션을 보유한 게이머가 다수이다. 북미와 유럽 역시 PC보다는 콘솔로 게임을 즐기는 경향이 강한데, 일본보다는 엑스박스 콘솔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한편, 상대적으로 국민 소득이 낮은 국가에서는 값비싼 PC나 콘솔보다는 모바일 기기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이처럼 지역별로 게임 인구가 보유한 플랫폼 종류가 다른 상황에서, 크로스플랫폼 도입 전략을 활용하면 지역에 관계없이 효과적으로 게임을 판매하거나 서비스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크로스플랫폼 전략은 지역별 진입 장벽을 낮추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또한, 크로스플랫폼 기능은 이용자 경험 제고와 접속률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준다. 크로스플랫폼 기능을 제공할 경우, 게이머는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을 선택하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예컨대 슈터 게임은 PC로, 액션 게임은 콘솔로, 레이싱 게임은 모바일로 즐기는 게이머가 게임 장르에 맞추어 플랫폼을 결정할 수 있으며 이는 게임 경험 만족도를 높여준다.
나아가, 같은 게임을 복수의 플랫폼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은 접속률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집에서는 콘솔로 게임을 즐기다 외출 시 모바일로 게임을 계속 이어나가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에픽게임즈에 따르면, 복수 플랫폼으로 <포트나이트>를 즐기는 게이머는 단일 플랫폼 보유자보다 570%가량 더 많은 시간을 <포트나이트> 플레이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크로스플랫폼 기능은 게이머의 소셜 네트워크 활동을 강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인기를 끄는 핵심 요소는 친구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인데, 다양한 플랫폼 이용자와의 소통은 게임 커뮤니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이는 이용자 이탈을 최소화하여 게임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크로스플랫폼 기능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제작사들이 해결해야 할 다양한 도전과제가 있다. 먼저, 제작사들은 각 플랫폼 고유의 하드웨어 성능, 그리고 OS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환경 차이에 관계없이 일관된 품질의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플랫폼 성능의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도록 게임을 설계하거나 높은 수준의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플랫폼별 입력 기기를 감안한 게임 컨트롤과 UI 디자인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슈터게임의 경우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PC 사용자가 콘트롤러로 게임하는 콘솔 사용자보다 조준에 있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입력 기기별 유불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콘솔 사용자에게는 자동 조준 보정 기능을 제공해 PC와 콘솔 사용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콘트롤 디자인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화면이 작은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콘솔 사용자와 동일한 UI 환경에서 게임을 하면 UI 아이콘으로 덮인 화면으로 인해 쾌적한 플레이가 불가능한 경우도 생기며, 그로 인해 모바일 이용자를 위한 UI 재디자인이 필요한 상황도 크로스플랫폼 개발 시 제작사가 자주 맞닥뜨리는 문제 사례이다.
한편, 플랫폼 제공 업체의 고유 운영 정책도 제작사에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안겨줄 수 있다. 한 플랫폼에서 판매 가능한 게임이 다른 플랫폼에서는 그렇지 못할 수 있으며, 그러한 경우에는 해당 플랫폼의 검열 기준에 맞게 게임 콘텐츠를 미세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각 플랫폼의 결제 시스템과 플랫폼 이용 수수료가 상이하기에 이를 감안하여 게임 내 결제 시스템을 변경하거나 판매 가격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제작사는 각 플랫폼 결제 구조에 맞춘 수익 모델을 마련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크로스플랫폼은 그 기대 효과만큼 해결해야 할 다양한 유형의 이슈도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잘 설계된 크로스플랫폼 기능은 게임 타이틀의 성장과 제작사의 수익성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크로스플랫폼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는 현재, 원활한 크로스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