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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해외 게임 개발 정부지원 사례...
글로벌 게임산업의 성장 비결은?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1게임산업과 정부 지원의 필요성

게임산업,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거대 공룡

게임산업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며, 2위와의 격차도 상당히 컸다. 2023년 기준 연간 게임 타이틀 판매 매출액은 약 1,840억 달러(약 254조 9,320억 원)로, 약 332억 달러(약 46조 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올린 영화와 약 286억 달러(약 39조 6,250억 원)의 음반 시장을 합한 것보다 3배가량 큰 규모를 기록했다. 한편, 이미 초거대 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은 당분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어, 2026년 경에는 연간 게임 타이틀 판매 매출 규모가 2,000억 달러(약 277조 1,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게임이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산업으로 정착하면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우 커졌다. 더불어 게임업계의 매출 경로가 이전과는 달리 1회성 타이틀 판매에만 국한되지 않고 추가 DLC(Downloadable Contents), 각종 유료 아이템이나 스킨 판매 등으로 다각화되면서 경제적 파급력이 더욱 강화되는 형국이다.

이에 더해, 이제는 게임이 과거 영화와 음악이 그러했듯이 한 국가의 문화적 콘텐츠를 외부로 알릴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2016년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게임 캐릭터인 마리오 복장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홍보했고, 최근 개막한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에는 프랑스 게임사 유비소프트(Ubisoft)의 대표작 어쌔신크리드(Assassin’s Creed)의 캐릭터가 성화 주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게임이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지닌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게임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는 게임을 차세대 국가 산업 중 하나로 지정하고 뒤처진 산업 경쟁력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게임이 하나의 거대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동시에 한 국가의 게임산업이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부의 경제적ㆍ정책적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3년 글로벌 게임/영화/음악 시장 규모 출처 : Gam3Sgg, WIPO, IFPI

2다양한 국가들의 게임 개발 지원 정책 현황

1) 게임 개발사를 위한 세제 혜택, 영국의 VGTR과 VGEC

영국 정부는 게임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게임 개발사에 세금 혜택을 제공해 오고 있다. 먼저 영국은 2014년에 ‘비디오 게임 세금 감면(Video Games Tax Relief; 이하 VGTR)’ 법안을 도입했다. VGTR은 게임 개발사가 지출한 핵심 개발 비용의 25~80%를 환급받을 수 있도록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로, 개발사의 부담이 큰 R&D 부문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

VGRT(~2023)과 VGEC(2024~)의 공통점 및 차이점 출처 : UKIE

VGTR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영국 또는 유럽경제권(EEA, European Economic Area) 내에서 게임 개발을 위해 지출한 비용 중 일부를 세액 공제 형태로 돌려받을 수 있다. 자체적으로 지출한 비용뿐만 아니라 100만 파운드(약 17억 8,400만 원) 한도 내에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하청 계약사에 지급한 비용도 공제 대상에 해당한다. 한편, VGTR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세액 공제 예정 금액인 크레딧을 증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 개발사는 VGTR 크레딧을 담보로 은행 대출 등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개발사의 자금 조달력과 현금 회전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VGTR 제도는 도입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는 데 성공했다. 대표적으로, 게임 개발 비용 부담이 적어진 영국 게임 개발사는 더 많은 인력을 고용했는데, 그 결과 법안이 도입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영국 게임업계 종사자는 연평균 9%씩 증가하면서 높은 수준의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2023년 11월, 영국 정부는 VGTR을 대체할 ‘비디오 게임 지출 크레딧(Video Game Expenditure Credit; 이하 VGEC)’ 제도를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VGEC는 100만 파운드로 제한된 하청 기업 대상 지출 공제 한도를 없애는 대신 EEA가 아닌 영국 내에서 비용을 지출하도록 지리적 범위 규제를 강화했다. 전반적으로, VGEC는 VGTR과 비교하여 게임 개발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상향 조정한 반면, EU(European Union)권이 아닌 영국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에게 세제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도록 고안되었다. 이는 2020년 EU에서 탈퇴한 영국 정부가 자국의 게임산업 육성에 보다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2) 캐나다 게임산업의 성장, SR&ED와 IRAP의 역할

캐나다는 글로벌 네임 밸류를 지닌 게임 개발사를 다수 보유한 국가이다. 현대식 서구 롤플레잉 게임의 틀을 확립한 <발더스 게이트(Baldur’s Gate)>의 제작사로 <매스이펙트(Mass Effect)> 시리즈 등 다수의 AAA급 IP를 보유한 바이오웨어(BioWare), 호러 장르를 대표하는 타이틀 <아웃라스트(Outlast)>를 제작한 레드 배럴스 게임즈(Red Barrels Games) 등이 캐나다를 대표하는 게임 개발사로 손꼽힌다.

많은 게임 개발사가 오랜 기간 캐나다에 근거를 두고 제작에 전념할 수 있었던 데에는 캐나다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캐나다 연방 정부는 ‘과학 연구 및 실험적 개발 세액 공제(Scientific Research & Experimental Development Tax Credit; SR&ED)’ 프로그램에 게임 개발사도 지원 대상으로 포함시켜 인건비와 용역비, 그리고 자재 구매비의 일정 부분을 환급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캐나다 국립연구소(National Research Council; NRC)’ 산하 ‘산업 연구 지원 프로그램(Industrial Research Assistance Program; 이하 IRAP)’이 혁신적인 비디오 게임 혹은 게임용 엔진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고, IRAP로 만든 IP를 게임 개발사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캐나다는 게임 개발을 국가가 지원해야 할 기술적 영역으로 규정하고, 개발 의욕을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했다.

여기에, 온타리오(Ontario)주 정부는 ‘인터랙티브 디지털 미디어 펀드(Interactive Digital Media Fund; IDM)’를 조성하여 실제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자금뿐만 아니라 콘셉트 기획 단계에서 소요되는 자금 일부까지도 주 정부가 지원해 준다.

캐나다 정부의 게임업계 지원은 개발 단계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연방 정부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중소기업 수출 지원(CanExport SME)’ 프로그램을 통해 주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 개발사의 해외 마케팅 및 판로 개척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캐나다는 이와 같은 다양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유수의 해외 게임 개발사로부터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시리즈를 제작한 락스타게임즈(Rockstar Games)를 비롯해 유비소프트, 넥스트 레벨 게임즈(Next Level Games) 등 높은 기술력을 지닌 게임 개발사가 캐나다에 지사를 설립하였고, 이는 다시 캐나다 게임산업의 성장을 가속해 추가 투자가 이루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3) 프랑스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 전략, 지원과 규제의 조화

프랑스는 2007년 4월 개정된 ‘음반영상물법(Actée par la loi audiovisuelle)’을 시행하면서 게임업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해당 법안은 방송을 포함해 다양한 영상물 관련 산업의 현대화 및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세제 혜택을 포함하며, 이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의 시행으로 게임 개발사는 자체 개발에 소요된 비용과 하청 업체에 지급한 비용의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의 게임업계 지원은 EU 차원에서도 이루어졌다. 2014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비디오 게임 세액 공제(Video Game Tax Credit)’ 제도를 도입했다. 해당 제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게임산업의 현 주소를 감안하여, 제도가 업계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여러 규제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세액 공제 지원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2017년, EU가 비디오 게임 세액 공제 제도를 개정하면서 프랑스의 게임업계 지원 강도도 높아졌다. 세액 공제율은 이전 20%에서 30%로 상승했으며, 세액 공제액 한도 역시 300만 유로(약 45억 1,300만 원)에서 600만 유로(약 90억 2,600만 원)으로 두 배로 확대되었다. 또한 하청 계약에 대한 공제액도 기존 100만 유로(약 15억 430만 원)에서 200만 유로(약 30억 86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이 모든 제도 개정은 게임 개발사의 개발비 부담을 덜어주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게임을 더 많이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다만, 프랑스 정부는 게임업계에 대한 지원 정책을 확대하는 와중에도 음란성이나 폭력성이 높은 게임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복안을 두었다. EU 역시 비디오 게임 세액 공제 제도를 도입하면서 성인용 게임과 전체 이용가를 구분 짓도록 하였다. 이는 무분별한 지원으로 인해 저연령층 정서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게임이 개발되어 그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성장을 위한 지원도 좋지만,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규모 확대는 장기적으로 산업의 성장력과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게임업계 지원 정책을 도입하면서 게임의 ‘문화적’ 특성도 고려하도록 했다. 다시 말해, 게임은 사회문화적으로 상당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산업이며, 이를 감안한 지원 정책 수립이 필요함을 프랑스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4) 파급력과 기술 완성도를 동시에 강조하는 싱가포르 게임산업

싱가포르의 게임산업 지원 정책은 게임을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인식하여 게임을 문학이나 미술 등과 같은 다른 예술 분야와 동일선상에 두고 있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발전국(Infocomm Media Development Authority; 이하 IMDA)은 2024년 신작 게임 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프로토타입 지원금(Prototype Grants)’ 제도 시행을 발표했다. 해당 제도는 게임의 본 개발에 앞서 10분 이상의 데모 플레이용 게임을 개발한 스튜디오에 5만 싱가포르달러(약 5,155만 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개발 전 콘셉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데모 게임 개발 자금까지 지원하는 것은 게임 개발사의 적극적인 개발을 독려하기 위함이다.

싱가포르 IMDA는 프로토타입 지원금 제도 시행을 알리면서 게임이 싱가포르의 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싱가포르 내외에 널리 알리고, 그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미디어라고 정의했다. 즉, 게임을 싱가포르 문화 알리기의 선봉에 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도입한 프로토타입 지원금 제도는 싱가포르 국립예술위원회(National Arts Council; 이하 NAC) 주도로 시행 중인 ‘창작 지원금(Creation Grant)’ 제도와 매우 유사하다. NAC는 소설, 시, 에세이, 미술 등 다양한 분야와 형태의 창작을 돕기 위해 작품 구상과 창작 단계에 걸쳐 역시 5만 싱가포르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싱가포르 정부는 게임산업 육성에 있어 문화적 측면만 강조하지 않았다. 프로토타입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도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지닌 게임을 IMDA에 제출해야 한다. IMDA는 프로토타입 지원금 신청 대상 게임을 실제 플레이한 후 싱가포르 국내외 게임 퍼블리셔로 구성된 패널에 자문을 구해 글로벌 기준에 적합한 수준을 지닌 게임에만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싱가포르 정부는 차세대 디지털 콘텐츠로서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게임을 싱가포르를 알리는 매개체로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게임산업의 향후, 국내 지원 정책의 발전 가능성

2024년 게임산업의 해, 과감한 지원과 새로운 도전 필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여러 국가들이 게임을 차세대 핵심 콘텐츠 산업으로 보고 적극적인 육성 및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단순히 실제 제작 비용 지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획과 마케팅 단계에서도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등 지원 범위도 넓혀 나가는 추세이다.

이와는 달리, 국내 게임산업 육성 및 지원 정책은 발전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최근 정부는 2023년 세법 개정을 통해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했다. 이 법안에 힘입어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 3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해당 법안 발표 당시 정부는 국내의 영상콘텐츠 세액 공제율이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해외 국가 수준으로 대폭 확대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2024년을 ‘게임의 해’로 삼아 게임산업 지원에 주목할 때가 되었다.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국내 게임산업은 우수한 인디 게임부터 대작 게임까지 다양한 성공 사례를 통해 그 저력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입증했다. 게임산업이 더 많은 주목과 지원을 받아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게임산업은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물이나 ‘K팝’이 속한 음반 시장보다 훨씬 큰 규모를 자랑하는 산업이다. 또한, 이미 많은 국가들이 게임이 문화 홍보 매체로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며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게임산업 육성을 통해 디지털 기술이 동반 성장하는 부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세계의 각국 정부가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를 넓혀가는 지금, 국내 역시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하고, 정책적 차원에서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혁신이 필요한 때가 온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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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UKIE. (2024, 7월 27일). Tax Reliefs.
  12. 디지털데일리. (2023, 4월 10일). “게임 영상물·이스포츠 투자 비용, 세제 지원 확대 필요”.
  13. 혁신24. (2023, 7월 27일).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폭 확대로 K-영상콘텐츠 세계 경쟁력 강화 지원.
  14. 인벤. (2021, 1월 13일). "게임산업 세제혜택, 정책적으로 마땅하다”.
  15. 아시아경제. (2023, 9월 7일). "게임은 韓이미지 제고 효과 낮아"…세액공제 차별에 뿔난 게임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