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웹 3.0의 개념이 대두되며 ‘사용자 생성 콘텐츠(User-generated Contents; 이하 UGC)’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많은 분야에서 UGC는 기업의 의사결정, 혹은 나아가 특정 산업 전체의 변화를 일으키거나 촉진하는 데 있어 과거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게임산업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게임은 영화, 연극, 음악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장르 가운데서도 사용자가 콘텐츠에 가장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의 경우 관람객이 미리 정해진 내용을 정해진 순서와 콘텐츠 길이에 맞추어 수동적으로 소비해야 하지만, 게임은 콘텐츠에 참여하는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같은 게임이더라도 각 개인 간의 경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게임의 내재적 특성과 함께, 많은 게임 제작사들이 UGC 제작을 장려하면서 수많은 사용자가 자신들만의 창의성을 게임산업에 더하고 있다. 독창적인 플레이를 담은 영상, 소설ㆍ웹툰ㆍ그림과 같이 캐릭터와 게임 설정을 바탕으로 한 2차 창작물 등이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UGC에 해당하며, 최근 들어서는 게임 내 기믹이나 아이템을 새로 창조하거나 변경하는 UGC도 활발히 제작되는 모습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한편, 게임 제작사는 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분석하여 미처 파악하지 못한 버그를 발견하거나 게임의 단점을 보완하며, UGC에 담긴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어 게임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차기작 개발에 이러한 요소를 반영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UGC는 이제 게임산업에서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핵심 원동력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게임산업에서 UGC의 효용은 크게 브랜드, 매출, 비용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브랜드 측면에서는 IP 충성도 제고를 통한 게임 수명 연장, 비용 측면에서는 콘텐츠 제작 비용 및 주기에 대한 부담 경감, 매출 측면에서는 더 많은 게이머의 구매 유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UGC의 효과는 궁극적으로 사용자 경험을 확대하여 게임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데 있다.
먼저, UGC 허용 범위가 넓고 자유도가 높아 게이머가 게임 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게임은 보통 게임의 수명 주기가 길고 해당 게임에 대한 사용자의 애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2009년에 출시된 샌드박스 장르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의 경우 이용자가 맵이나 스킨,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을 건설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자신이 제작한 게임 내 리소스 및 결과물을 커뮤니티에 공유하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협력과 경쟁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게임을 더욱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이용자들이 직접 조성하게 된다.
UGC는 게임 구매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멋진 플레이를 담은 영상이나 2차 창작물을 접한 후 게임에 흥미를 느껴 구매를 결정하는 사례가 흔한데, 실제로 호주의 마케팅 업체 스택클라(StackLa)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9%가량이 UGC가 구매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답한 바 있다. 더불어, UGC를 이용한 마케팅은 고전적인 광고보다 조회수가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처럼 UGC는 기존 사용자를 유지하고 게임에 대한 충성도를 강화하며, 더 많은 사용자가 게임에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나아가, 건전한 협력과 경쟁 환경을 조성해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게임 IP에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며, 해당 IP를 중심으로 탄탄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로블록스>가 게임 제작용 툴의 형태를 지닌 플랫폼으로서 수많은 UGC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면, <마인크래프트>는 완성된 게임으로서 다양한 UGC 제작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며 출시 이후 13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인기 게임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일반적인 게임이 대개 정해진 스토리라인과 제작자에 의해 미리 의도된 이벤트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마인크래프트>는 특별히 정해진 목표나 엔딩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플레이어는 제작자가 제공한 세계 내에서 채집과 탐험, 건축, 전투, 생존 등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즉, <마인크래프트>는 게이머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그 자체로 게임의 내용이 된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의 자원을 이용하여 대도시를 건설하는 건축가가 되거나 게임 세계 탐험에만 몰두하는 모험가가 될 수 있으며 혹은 다른 플레이어가 만든 세계를 오가는 상인이 될 수도 있다.
모장 스튜디오의 <마인크래프트> 출처 : Mojang Studios최근 <마인크래프트>의 이러한 자유도와 UGC의 힘은 다양한 형태로 빛을 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악어의 놀이터>와 같은 사설 서버 콘텐츠이다.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 악어와 그의 크루원들이 개발한 해당 대규모 서버는 <마인크래프트>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며, 인터넷 방송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례로 평가된다.
<악어의 놀이터>는 <마인크래프트>로 구축한 세계에 아프리카TV와 트위치, 유튜브 등 여러 인터넷 방송 플랫폼의 인지도가 높은 스트리머를 초대하여 롤플레잉 형식의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서버이다. 스트리머에 더해 인지도가 있는 가수나 배우들도 참여하여, 의외의 인물들이 서로 케미를 이루며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흥미로운 풍경을 펼쳐냈다. 올해 5월 5일부터 7월 1일까지 운영된 <악어의 놀이터 시즌 2> 서버에는 총 245명의 인플루언서가 참여했으며, 특히 ‘악어의 놀이터 콘서트’는 동시 시청자 수 최고 45만 명을 기록하며 단일 콘텐츠로는 역대급 파급력을 자랑했다.
게임 콘텐츠 측면에서 <악어의 놀이터 시즌 2>는 모험과 RPG 요소를 추가하여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했다. 유저 제작 콘텐츠의 활성화와 더불어, 히든 직업, 스킬 강화, 던전 보스 레이드 등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하여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이러한 요소들은 <마인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주었으며, 게임의 확장 가능성을 크게 넓혔다.
<마인크래프트>는 그 자체로 거대한 샌드박스이자 창작의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마인크래프트> 안에서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게임 콘텐츠를 탐구하고 탄생시키며, 더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악어의 놀이터 시즌 2>와 같은 사례는 <마인크래프트>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로블록스(Roblox)>는 2004년 출시된 게임 제작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관련 툴(tool)을 제공한다. <로블록스>는 출시 이후 풍부한 UGC를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이루어내며 게임 분야에서 UGC의 파급력을 증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되었다. 최근 <로블록스>는 여러 국가의 이용자들의 제작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15개 언어를 지원하는 자동 번역 툴을 추가하였으며, 제작 가능한 아바타 아이템의 종류를 의상 및 장신구뿐만 아니라 모든 신체 부위 및 헤어까지 확대하는 등 이용자 친화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더욱 다양화된 UGC 아이템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로블록스>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접근성이다. <로블록스>를 이용해 고도의 전문적 역량을 지닌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게임이나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으며, 플랫폼을 구동하기 위한 기기의 스펙도 높지 않아 저사양의 PC 혹은 스마트폰을 보유한 사용자도 손쉽게 <로블록스>를 이용해 게임을 만들거나 <로블록스>로 제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로블록스 코퍼레이션의 <로블록스> 출처 : Roblox Corporation이러한 특성에 힘입어 <로블록스>에는 다른 일반적인 게이밍 플랫폼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롭고 다양한 게임이 출시되었다. 현재 <로블록스>에는 4,000만 개 이상의 게임이 등록되어 있으며 전 세계에서 하루 7,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로블록스>의 게임을 플레이 중이다. <로블록스>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게임으로 평가받는 <블록스 프루츠(Blox Fruits)>는 인기 만화 ‘원피스’를 주제로 한 소규모 동인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누적 접속자 수 360억 명 이상을 기록하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로블록스>는 수많은 이용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용자는 콘텐츠 공급자 또는 소비자로서 게임 경험을 극대화한다. 또한, 게임 제작 플랫폼을 중심으로 서로의 UGC를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생태계를 구성했는데, 이것이 <로블록스>의 주요 성공 요인으로 평가된다.
2024년 7월 기준 가장 많이 플레이된 로블록스 게임(누적 방문자 수 기준) 출처 : Fandom2023년, 게임 제작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플랫폼 <메가모드(Megamod)>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메가모드>는 2D의 픽셀(Pixel)을 볼륨감 있는 3D 형태로 구현하는 ‘복셀(Voxel)’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게임 제작용 툴이다.
<메가모드>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게임 제작에 필요한 하드웨어 요구사항이 매우 낮고, 제작 완료된 콘텐츠의 용량도 작다는 점이다. <메가모드>로 만든 캐릭터는 불과 수 킬로바이트(Kilobytes)에 불과하며, 게임 내 세계도 일반 텍스트 문서 용량보다 적은 1메가바이트(Megabyte)로 표현할 수 있다.
<메가모드>가 이처럼 게임 제작을 위한 하드웨어와 저장 용량 문턱을 낮춘 가장 큰 이유는 UGC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메가모드>를 고안한 개발자 알렉세이 코스타레프(Alexey Kostarev)와 드미트리 세미리아즈코(Dmitriy Semiriazhko)는 유려하고 품질 높은 3D 모델링이 가능한 폴리곤 기술이 아닌 복셀 기술을 <메가모드>의 근간으로 한 이유에 대해 “제작 시간과 난이도를 크게 줄여 게임 제작자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새 콘텐츠를 제작하여 게이머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메가모드> 개발자는 <메가모드> 사용자들이 창조할 콘텐츠, 즉 UGC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메가모드>는 기존의 복잡하고 사용 난이도가 높은 제작 툴에 대한 경험이 적은 만 18~23세 사이의 젊은 사용자도 부담 없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환경이 좋지 못하거나 고가의 하드웨어를 구입하기 어려운 이용자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메가모드로 만든 게임의 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더해, <메가모드>는 <로블록스>의 UGC 제작자 보상 시스템이 빈약한 점에 착안하여 UGC 제작자가 경제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이러한 행보에 힘입어 <메가모드>는 2024년 6월에 190만 달러(약 26억 원) 펀딩에 성공하며 현재 약 2,700만 달러(약 376억 원)의 가치를 지닌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가모드>는 <로블록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으며, UGC 제작 편의성과 속도를 강조한 <메가모드>의 등장과 성장은 게임산업에서 UGC의 중요도가 매우 강조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배틀그라운드(Battle Ground)>로 성공한 제작사의 반열에 오른 크래프톤(Krafton)이 모바일 기반 게임 개발 툴 <오버데어(Overdare)> 출시를 예고했다. <오버데어>는 언리얼5(Unreal 5) 엔진과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제작자가 롤플레잉, 액션, 스포츠, 슈터 등 다양한 장르의 고품질 게임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당초, 크래프톤은 <오버데어>를 메타버스 서비스의 이름으로 정했다. 그러나 UGC 게임 제작 플랫폼의 이름도 <오버데어>로 명명하면서 UGC 제작 플랫폼이 크래프톤의 미래 메타버스 서비스의 중심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이는 크래프톤 역시 앞으로 게임 부문에서 UGC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편, 크래프톤은 <오버데어>가 단순한 UGC 제작용 툴에 그치지 않고, 크래프톤이 창조한 가상 현실 메타버스에서 UGC를 기반으로 활발한 콘텐츠 생산과 거래가 오가는 커뮤니티를 세우는 것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제작자들이 <오버데어>로 만든 콘텐츠를 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형태로 IP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이를 사고팔 수 있는 거래 플랫폼 ‘세틀러스(Settlus)’를 <오버데어> 메타버스 내에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제작자와 콘텐츠 소비자의 소통이 원활하도록 모바일 소셜 서비스를 <오버데어> 내에서 제공하며, 각 개인이 <오버데어> 메타버스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끔 아바타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라 밝혔다.
크래프톤은 앞으로 게임 분야에서 UGC가 별개의 장르로 자리 잡아 새로운 게임 트렌드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GC가 새로운 장르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이 콘텐츠를 제작하기에 보다 편리한 환경, 그리고 더 많은 개인 제작자가 UGC 제작에 보다 심도 있게 참여할 수 있는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 크래프톤이 UGC 제작 플랫폼, 소셜 미디어, 높은 보안 수준의 거래소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메타버스 <오버데어> 구축에 나선 것은 UGC의 중요성이 빠르게 커지는 현재의 게임업계 상황을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의 <오버데어> 출처 : Overdare크래프톤이 <오버데어> 출시를 발표하기 전에는 2022년에 넥슨(Nexon)이 게임 제작 소프트웨어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출시하며 UGC 제작 플랫폼의 시작을 알렸다.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2003년 정식 오픈 이후 20년 이상 서비스 중인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리소스를 기반으로 각 개인 사용자가 자신만의 캐릭터나 맵, 아이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툴이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출시한 이유는 자체 개발만으로는 반복되는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동시에 메이플스토리 프랜차이즈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넥슨은 제작 편의성을 위해 저작권 문제가 없는 한 <메이플스토리>의 거의 모든 리소스에 개인 제작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나아가 <메이플스토리> 내 리소스가 아닌 외부 리소스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더불어,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메이플스토리 월드>로 제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멀티플레이 서버까지 지원하여 1인 또는 소규모 제작자가 부담 없이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성공을 위해 금전적인 인센티브도 장려했다. 넥슨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2022년 9월부터 정식 서비스 개시일인 2024년 4월까지 <메이플스토리 월드> 콘텐츠 크리에이터 상위 10명이 누적 150억 원의 수익을 거두어들였다. 이처럼 제작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정책을 통해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월드>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메이플스토리>의 콘텐츠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메이플스토리 월드>가 출시된 후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롤플레잉, 공성전(디펜스),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사이에서 공유되었고, 나아가 대규모 리뉴얼 이전 버전의 <메이플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추억의 <메이플스토리> 세계도 구축되었다. 이처럼 다채로운 UGC에 힘입어 <메이플스토리> 동시 접속자가 2024년 3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4배 증가하는 등 <메이플스토리 월드>는 UGC의 파급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로블록스>와 <마인크래프트>의 UGC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게임업계에서 UGC의 열풍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UGC 제작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게임 개발사가 UGC 제작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의 규모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UGC 게임 창작을 통한 수익 모델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더 많은 UGC 제작자가 게임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 UGC는 게임 분야에서 많은 순기능을 하고 있다. 게이머들은 다양하고 풍부한 게임 콘텐츠를 짧은 주기로 제공받기를 원하는 반면, 게임 제작사는 높아진 제작비 부담에 신작 게임 개발이나 추가 콘텐츠 제작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웹 3.0의 개념이 떠오르며 과거에는 콘텐츠 소비자에 머물렀던 개인이 이제는 콘텐츠 제작자로 참여하고자 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이러한 환경에서 다채로운 창의성이 반영된 UGC는 콘텐츠 고갈 문제와 제작사의 비용 부담을 해결해 주는 것은 물론, 개인의 창작 욕구까지 만족시켜주는 훌륭한 수단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게임 부문에서 UGC 시장과 그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게임업계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UGC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부작용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UGC는 개인이 제작하는 만큼 대형 제작사가 만드는 콘텐츠보다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높으며, 유해 콘텐츠가 생성될 위험도 크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국내에서는 과거 역사를 왜곡한 UGC 게임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러한 논란이 반복된다면 결국 게임업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게임 제작비가 치솟는 현 시점에서 많은 게이머들이 UGC 게임으로 눈을 돌리면 향후 AAA급 게임 개발이 어려워져 전반적인 게임 제작 퀄리티가 퇴보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UGC는 분명 앞으로 게임업계에 창의적인 사고를 크게 더하는 혁신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또한, 게임 커뮤니티에 더 많은 사람을 유입시켜 전체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될 잠재력도 충분하다. 그러나 UGC가 게임업계의 혁신과 성장을 돕는 지원군으로 자리잡음과 동시에 게임산업이 질적 저하 없이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UGC 플랫폼 제공사와 제작자 개인의 부단한 자정 노력,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과 제도 마련은 물론 지금까지 게임시장 성장을 이끌어온 게임 개발사의 개발 역량이 낙후되지 않도록 적절한 수익 분배 모델에 대한 정립이 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