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 캘린더
세계 3대 게임쇼로 불리는 일렉트릭 엔터테인먼트 엑스포(E3, Electronic Entertainment Expo)가 코로나19로 이후 계속 개최가 취소되면서 또 다른 여름 게임쇼인 서머 게임 페스트(Summer Game Fest; 이하 SGF)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머 게임 페스트는 캐나다 비디오 게임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인인 제프 케일리(Geoff Keighley)가 설립한 게임 어워드 프로덕션(Game Awards Productions)에서 개최하는 게임 쇼케이스다. 2020년 처음 개최될 때에는 5월부터 8월까지 길게 이어졌으나, 2021년에는 6~7월로 2개월간, 2022년에는 6월 9일부터 12일로 단축되며 점점 밀도 높은 행사를 진행하였다.
2023년 SGF은 6월 8~13일에 개최되었으며 40개 이상의 게임 스튜디오가 참석하였다. SGF에 참여한 게임회사들은 차기작 예고편을 공개하거나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발표하는 등 쇼케이스를 개최하였다.
2023년 서머 게임 페스트 라이브 스트리밍 홍보 이미지 출처 : Bleeding Cool(2023.06)6월 8일 SGF 첫날에는 주최자인 제프 케일리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2023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들과 <모탈 컴뱃 1(Mortal Kombat 1)>의 예고편 최초 공개, <앨런 웨이크 2(Alan Wake 2)>와 <스파이더맨 2(Spider-Man 2)>의 출시일 등을 소개했다. 그 외에도 코지마 프로덕션(Kojima Productions)의 <데스 스트렌딩 2(Death Stranding 2)>, 프롬 소프트웨어(From Software)의 <알모레드 코어 6 : 루비콘의 불(Armored Core 6: Fires of Rubicon)> 등 게임 이용자들이 주목하는 인기 게임 시리즈들의 정보가 공개되었다.
개발자 데이(Day of the Devs)에는 많은 인디게임 회사가 시사회를 개최하였다. 지난 서머 게임 페스트에서 신작을 공개하기도 했던 더블 파인 프로덕션(Double Fine Productions)과 아이엠에잇비트(iam8bit)는 올해에도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였으며, 디볼버 디지털(Devolver Digital)은 신규 게임 출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Xbox Game Studios)는 11일 PC와 콘솔용 게임의 새로운 버전의 출시를 예고하였으며, 13일에는 <어바우드(Avowed)>, <타워본(Towerborne)>,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 2(Senua's Saga: Hellblade 2)> 등 기존 게임들과 관련된 심층 인터뷰, 비하인드 스토리, 게임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외 클레이 엔터테인먼트(Klei Entertainment), 유비소프트(Ubisoft), 캡콤(Capcom), 세가(SEGA) 등 글로벌 대형 게임회사에서도 새로운 게임의 출시를 발표하여 관심을 모았다.
특히, 2023년 SGF는 3시간여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출시 예정 게임과 게임 IP를 활용한 TV 드라마 예고편을 공개하기도 했다. 라이브 스트리밍은 트위치(Twitch)와 유튜브(YouTube), 틱톡(TikTok)뿐만 아니라 500개 이상의 채널에서 방송되었다. 6월 8일에 진행된 라이브 스트리밍의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2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2022년의 150만 명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라이브 스트리밍 게임쇼의 인기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기도 했다.
또한 2023년 SGF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22년보다 최고 시청률은 약 9%, 평균 시청률은 약 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플랫폼별로는 트위치 시청자 수가 약 26만 3,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방송 시간 동안 약 250만 개의 채팅이 업로드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채팅 분석 결과, 가장 관심을 많이 받은 소식은 2023년 하반기 세가에서 출시할 레트로 게임 <소닉 슈퍼스타즈(Sonic Superstars)>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모탈 컴뱃 1>의 게임 플레이 예고편, <스파이더맨 2>의 출시일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SGF에서는 유수 게임사들이 연이어 AAA 신작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 <어쌔신 크리드(Assassin's Creed)>, <모탈 컴뱃>, <앨런 웨이크> 등 오랜 기간 인기를 끈 대형 시리즈의 신작 발표와 업데이트 소식이 이어지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유비소프트의 <페르시아의 왕자: 잃어버린 왕관(Prince of Persia: The Lost Crown)>은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Prince of Persia: The Sands of Time)>의 스핀오프 게임이다. 이때 공개된 데모 영상에는 유동적인 플랫폼 구현, 빠른 전투, 특정 스테이지에서의 시각적 효과 등이 담겨 시리즈 팬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또한, <어쌔신 크리드>는 최근 확장되었던 세계관과 과장된 RPG 요소에서 벗어나 스토리라인을 재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쌔신 크리드> 발표는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2023년 하반기 선보일 예정으로만 알려져 많은 게임 이용자의 호기심을 일으키고 있다.
네더렐름 스튜디오(NetherRealm Studios)가 발표한 <모탈 컴뱃> 시리즈 신작 <모탈 컴뱃 1>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언리얼 엔진 4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트렌드에 걸맞게 실사에 가까운 인게임 그래픽 퀄리티를 제공하여 게임 이용자들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Bethesda Game Studio)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오픈 월드 액션 RPG 게임 <스타필드(Starfield)>를 새롭게 선보였다. 베데스다가 25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IP인 데다가 현장에서 캐릭터 생성부터 전투까지 게임 전반의 플레이를 시연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2023년 SGF에는 국내 주요 게임회사들도 대거 참가하였다.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넥슨,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회사들이 주요 신작을 선보였다. 특히, 네오위즈는 SGF의 파트너사로 참가해 자체 개발 콘솔 게임인 <P의 거짓>을 소개했다. <P의 거짓>은 고전 동화인 피노키오를 잔혹극으로 각색한 액션 RPG 게임으로, 무기 조합 등 차별화된 전투 시스템이 특징이다. 높은 작품성으로 2022 게임스컴(Gamescom)에서 한국 게임 최초로 3관왕을 수상하여 글로벌 기대작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 출처 : 네오위즈넥슨은 신작 게임 <워헤이븐(Warhaven)>의 얼리 액세스를 앞두고 시네마틱 영상을 최초 공개하여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CROSSFIRE)> IP를 활용한 VR 게임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CROSSFIRE: Sierra Squad)>의 새로운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펄어비스는 자사 대표작 <검은 사막(Black Desert)>의 대규모 업데이트 소식도 발표했다.
E3는 전 세계의 게임산업 관계자들과 게임 이용자들이 주목하던 여름 최대 규모의 이벤트였다. 오프라인 중심의 이벤트였기 때문에 코로나19와 연이은 대기업의 참가 취소로 인해 최근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에는 오프라인 행사 운영비용을 문제로 소니(Sony),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닌텐도(Nintendo)와 같은 대기업들이 불참을 발표하자 결국 행사 두 달 전 개최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와 달리 SGF는 트위치와 같은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쇼케이스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접근성이 좋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행사 규모 면에서 E3에 비교가 되지 않지만, 참가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어 비교적 쉽게 참가를 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SGF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참가 회사들이 자체 쇼케이스를 통해 자사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자체 쇼케이스는 원하는 시간대에 적은 비용으로도 개최할 수 있으며 SGF 배너에 홍보자료를 배포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행사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은 만큼 중소형 게임회사나 스타트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기존 3대 게임쇼에 비해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점도 SGF만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시청자와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오프라인 콘퍼런스 형식의 E3는 대중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지만, SGF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양방향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누구나 채팅이나 댓글로 의견을 게시할 수 있고,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 이용자들의 반응을 분석하거나 관심도를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SGF가 온라인 행사 위주로 구성되어 일부는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E3는 오프라인 행사가 중심으로 이루어져 업계 관계자와 게임 이용자들에 네트워킹이나 체험 행사를 제공한 바 있다. SGF도 플레이 데이즈(Play Days)라는 오프라인 행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으나 일반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행사로 2023년에도 일부 언론과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만 진행되었다. 게임업계에서 네트워크 구축과 대중 의견이 중요한 만큼 이러한 만남의 장소가 제한된다는 점은 SGF의 가장 큰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과거 E3 오프라인 이벤트 출처 : Game Rant(2023.06)그러나 앞으로의 E3 개최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SGF는 한동안 가장 주목받는 여름 게임 행사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SGF 주최자 제프 케일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2024년 6월에도 SGF가 개최될 예정이며, 플레이 데이즈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SGF가 참가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만큼 E3를 뛰어 넘는 게임쇼가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게임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