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머징 마켓
핀란드는 북유럽 국가 중에서도 향후 게임 시장 성장이 가장 기대되는 시장이다. 핀란드는 <앵그리 버드(Angry Birds)>부터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s)>까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모바일 게임을 제작한 바 있으며, 2022~2026년간 연평균 7.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비즈니스 데이터 기업 유비엠 테크놀로지(UBM Technology)에서 유럽 주요 게임회사 개발자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5년 후 최고의 게임을 배출할 국가로 독일과 영국에 이어 3위로 핀란드가 선정되기도 했다.
핀란드 게임 시장 수익 규모 출처 : 스태티스타(2023.04)플레이 핀란드(Play Finland)에서 발표한 2019~2022년간 게임 플랫폼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핀란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기는 모바일로 밝혀졌다. 전체 이용자 중 66%가 모바일 플레이를 선호하며, PC는 64%의 사용률을 기록했다. 핀란드 게임회사 중 41%는 단일 플랫폼 게임만을 개발하는데, 이 중 대다수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점은 2019~2020년에 비해 2021~2022년에 PC와 콘솔 게임의 선호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PC 선호도는 2019~2020년에 46%에 불과했으나, 2021~2022년 조사에서는 64%로 크게 상승하며 압도적인 2위를 기록하였다. 콘솔 선호도 또한 동기간 29%에서 33%로 상승하며 모바일에 집중하던 게임 플랫폼 시장이 PC와 콘솔로도 다양화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핀란드 게임 이용자 선호 플랫폼 출처 : 플레이 핀란드(2023.05)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핀란드 게임 시장 규모는 2023년 5억 8,460만 달러(약 7,695억 원)에서 연평균 12.8% 성장하여 2027년에는 8억 5,460만 달러(약 1조 1,25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바일 게임이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데, 2023년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3억 1,100만 달러(약 4,100억 원)로 전체의 약 53.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헬싱키 타임스(Helsinki Times)에 따르면, 핀란드 인구의 최소 55%가 주기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또한 핀란드 게임 이용자 평균 연령은 19세에서 35세로 증가하여 게임을 즐기는 연령대가 다양해진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네오 게임즈(Neo Games)의 이사 쿠피 힐투넨(Koopee Hiltunen)도 핀란드 게임 이용자의 59%가 21~50세라고 밝히며 상대적으로 10~20세는 24%의 낮은 비중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성 이용자 비중이 46%에 달하며, 이들 대부분은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고 덧붙였다.
핀란드 게임 이용자의 약 69%가 앱 내 결제를 하며 양질의 게임에 돈을 지불할 의사를 보인다. 스태티스타의 2022년 핀란드 인앱결제 순위를 확인한 결과, <캔디 크러쉬 사가(Candy Crush Saga)>, <로블록스(Roblox)>, <헤이 데이(Hay Day)>, <포켓몬 고(Pokémon GO)> 순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핀란드 게임 인앱결제 점유율 출처 : 스태티스타(2023.03)글로벌 통신 네트워크 기업 노키아(Nokia)의 쇠퇴 이후, 게임산업은 핀란드에서 새로운 캐시 카우로 가장 주목 받는 산업이다. 로비오(Rovio), 슈퍼셀(Supercell) 등 유수의 모바일 게임사가 이끄는 핀란드 게임산업의 성장은 정부의 자금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게임산업에 대한 지원 제도는 주로 연구개발 부분에 해당되었으나, 최근에는 기술 개발, 마케팅 등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게임 지원 제도로는 비즈니스 핀란드(Business Finland), 디지데모(DigDemo), EU 펀드 등이 있다.
현재 핀란드에는 200여개 이상의 게임 스튜디오가 위치해있으며, 핀란드에 등록된 회사는 언제든지 비즈니스 핀란드 기금을 신청할 수 있다. 비즈니스 핀란드는 지원 신청 회사의 규모, 성숙도, 재무안정성 등에 따라 펀딩, 연구 개발 자금, 신생 기업 자금 등 보조금 지원과 자금 대출금의 형태로 나누어 지원한다. 해당 지원을 받은 회사는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 글로벌 진출에 나설 수 있다.
핀란드 스타트업 공공 자금 조달 방법 출처 : 네오 게임즈(2022.08)디지데모는 핀란드 저작권 단체인 코피오스토(Kopiosto)의 아벡(AVEK) 시청각센터가 2003년부터 운영한 제도로, 게임을 포함한 디지털 문화 콘텐츠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현재까지 1,195명이 지원을 받았으며, 총지원 금액은 약 1,100만 유로(약 158억 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연간 134만 유로(약 19억 4,700만 원)를 지원하고 있으며, 신청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게임회사는 게임 데모 또는 파일럿 에피소드 출시, 콘셉트 기획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클래시 오브 클랜>, <헤이 데이> 등을 출시한 슈퍼셀 또한 디지데모 제도를 통해 자금을 지원받아 성장한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은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경제 회복기금인 넥스트 제너레이션 EU(Next Generation EU)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회복 및 복원력 기금(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 RRF)이 약 90%가량을 차지한다. 핀란드는 이 기금을 통해 디지털 및 데이터 경제 생산성을 강화하고 게임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2022년 설립된 마케아 게임스(Makea Games)는 RRF 기금에서 5만 유로(약 7,000만 원)의 기금을 받아 게임용 콘텐츠 제작 도구를 개발하는 데 활용하였다.
비즈니스 핀란드는 템포(Tempo)라는 펀딩 프로그램과 혁신 바우처(Innovation Voucher)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템포는 5년 미만의 신생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자금 조달 펀딩 프로그램으로 앞서 언급한 마케아 게임스도 이를 지원받은 바 있다. 혁신 바우처는 중소기업의 신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시 활용하는 전문가 자문 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기업마다 6,000유로(약 860만 원) 규모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핀란드 게임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단체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제공하는 핀베라(Finnvera), 게임을 포함한 문화 프로젝트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핀란드 문화 재단 등이 있다.
핀란드는 2010년 이후 모바일 게임 강국으로 도약했으며, 2014년에는 게임회사가 260여 개까지 증가했다. 대부분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였으며, 이후 2020년 200개까지 감소하였다가 2021년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네오 게임즈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핀란드에는 232개의 게임 스튜디오가 존재한다. 그중 48% 비중의 111개 게임 개발사가 수도권에 있으며, 23%는 중앙, 12%는 북쪽에 11%는 서쪽, 6%는 동쪽 지역에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핀란드 게임산업은 수도권 대도시인 헬싱키(Helsinki), 에스푸(Espoo)가 이끌며, 이 지역에서만 핀란드 게임산업의 약 92% 매출이 발생한다.
2004~2022년 핀란드 게임회사 수 추이 및 주요 게임회사 지역별 분포 출처 : 플레이 핀란드(2023.05)수도권을 제외한 주요 지역으로는 탐페레(Tampere), 오울루(Oulu), 투르쿠(Turku) 등 지방의 주요 도시들이 있다. 탐페레에는 36개, 오울루에는 20개, 투르쿠에는 17개의 게임회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과학 대학 등 교육 기회가 더 높은 도시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핀란드 게임산업의 도약은 수도인 헬싱키의 발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노키아, 슈퍼셀뿐만 아니라 <앵그리 버드> 시리즈를 개발한 로비오와 모바일 액션 게임회사인 팬텀 게임랩(Phantom Gamelabs) 등 주요 기업들이 헬싱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많은 게임 스타트업들도 자리 잡고 있다.
헬싱키는 게임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게임산업 허브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중에서도 2018년 6월 문을 연 마리아 01(Maria 01) 기술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마리아 01은 게임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지역 게임 이니셔티브의 구축을 위한 스타트업 허브로 자리 잡았다. 마리아 01을 설립한 게임 팩토리(Games Factory)의 CEO인 호세 제이컴(José Jácome)은 설립 당시 "마리아 01을 통해 게임산업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새로운 인재와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대사관이자 쇼룸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헬싱키에는 VR이나 AR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을 위한 작업 공간이나 장비 대여, 멘토링을 제공하는 헬싱키 XR 센터(Helsinki XR Center)도 자리하고 있다. 또한 게임산업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다양한 개발 단계의 게임 스튜디오들을 지원하는 헬싱키 게임 캐피탈(Helsinki Games Capital) 등도 헬싱키 게임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게임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Netflix)도 사무실을 열였다. 넷플릭스는 모바일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 3개 게임사를 인수했으며, 2022년 초 인수한 핀란드 게임개발사 넥스트 게임즈(Next Games)와 다른 게임 개발자들과의 근접성을 위해 헬싱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헬싱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게임산업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탐페레는 탐페레 게임 허브(Tampere Game Hub)를 구성해 멘토링, 네트워크 연결, 사무실 제공, 개발자 모임 제공 등을 통해 지역 개발자들을 지원한다. 카야니(Kajaani)에서는 지역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핀란드 최초로 고등교육기관에서 게임산업 교육을 시작했다. 카야니 응용과학 대학(Kajaani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은 게임 스튜디오 킷카 게임즈(Kitka Games)와 크리니컬 포스(Critical Force)와 협력하는 게임 도시 카야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게임 스튜디오의 성공을 위한 설립과 성장 조건의 기준을 세우고 스타트업이 이를 활용하여 성장하고 지역 내 게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한다.
이와 같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핀란드 게임회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대형 게임회사들이 적극적으로 핀란드 회사 인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2016년 중국 텐센트(Tencent)가 슈퍼셀을 인수하면서부터 본격화되었다.
이후 2018년에는 미국 소셜 게임회사인 징가(Zynga)가 스몰 자이언트 게임즈(Small Giant Games)를 인수하였으며, 2021년 이스라엘의 플라리움(Plarium)은 핀란드 캐주얼 모바일 전문 게임회사 퓨처플레이(Futureplay)를 인수하였다. 징가와 플라리움은 이러한 인수 계약을 밝히며 모두 자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으며, 핀란드 게임회사들이 모바일 캐주얼 게임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이를 통해 개발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 소니(Sony) 는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회사 하우스마르크(Housemarque)를 인수한 뒤 콘솔용 게임인 <리터널(Returnal)>을 출시하여 많은 인기를 얻었다. 소니는 이듬해 핀란드와 독일에 기반을 둔 세비지 게임 스튜디오(Savage Game Studios)를 인수해 액션 게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도 했다.
로비오는 2023년 5월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가(SEGA)의 자회사 세가 유럽(SEGA Europe)에 인수되었다. 2020년 이스라엘의 플레이티카(Playtika)에서 인수 제안을 받기도 했던 로비오는 이번 계약을 통해 약 7억 600만 유로(약 1조 원)에 거래되었다. 로비오의 <앵그리 버드>는 10억 회가량 다운로드된 최초의 모바일 게임이자 영화로도 제작된 대형 IP 상품이다. 세가는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로비오를 인수하였으며, 기존 게임의 모바일 호환과 다중 플랫폼 지원 버전의 개발을 가속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인수에 대해 핀란드 게임회사만의 독창성을 해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핀란드 게임산업협회장인 쿠피 힐투넨은 핀란드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강조하였다. 그는 이러한 대규모 인수를 통해 유입된 자본이 결국은 핀란드 게임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제2의 로비오 같은 회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글로벌 인수합병이 많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가의 로비오 인수 출처 : WNhub(20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