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한동안 부진하던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게임 시장이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VR은 전용 단말기를 착용해 현실과 전혀 상관없는 가상의 세계를 볼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전용 단말기를 착용하여 지구 반대편 도시를 방문할 수도 있고, 게임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기술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은 전용 안경 등을 착용해 창을 통해 현실 세계 위에 가상 요소를 덧입힐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코로나19를 지나며 VR 기기들은 성능이 개선되는 등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애플(Apple)이 VR과 AR이 결합된 혼합현실(Mixed Reality; 이하 MR) 기기를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정의 출처 : Newzoo(2022.11), 조선일보(2023.03) 참고하여 재작성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VR 소프트웨어 시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부터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한 15억 달러(약 2조 25억 원)를 기록하였으며, 2024년에는 41억 8,000만 달러(약 5조 6,430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VR 소프트웨어 시장은 VR 영상과 VR 게임 시장으로 분류되는데, VR 게임 시장의 비중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VR 게임 시장은 2022년 18억 8,000만 달러(약 2조 5,380억 원)를 기록하였으며, 이후 2027년까지 연평균 38.6% 성장하여 46억 달러(약 6조 2,1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빅테크 기업들이 VR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애플은 2023년 6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WWDC)에서 자사 1세대 MR 헤드셋인 비전 프로(Vision Pro)를 공개했다. 메타(Meta) 역시 이전 버전보다 해상도와 성능이 개선된 MR 헤드셋인 퀘스트3(Quest 3)를 공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게임사들 역시 전용 게임을 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VR 시장은 크게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7~2027년 VR 소프트웨어 B2C 매출 출처 : 스태티스타(2023.06)2022년 메타버스 산업 확장을 위해 사명을 변경한 메타는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VR 기기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간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 등록된 VR 헤드셋을 조사한 결과,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 2(Oculus Quest 2)의 점유율은 42%를 기록하며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오큘러스 리프트 S(Oculus Lift S)와 이전 버전인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Lift),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도 10위권 안에 들었다.
2022년 1월~2023년 6월 스팀 내 VR 헤드셋 점유율 출처 : Steam(2023.06)여기에 더해 메타는 VR 게임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VR 게임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해당 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는 매달 2개의 게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무료 게임은 매월 1일마다 변경된다. 요금제 가격은 월 7.99달러(약 10,786원), 연 59.99달러(약 80,987원)로 책정되었다. 해당 요금제를 지원하는 기기는 오큘러스 퀘스트 2와 퀘스트 프로(Quest Pro), 퀘스트 3(Quest 3)이다.
메타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 홍보 이미지 출처 : 아이티월드(2023.06)또한, 메타는 공격적인 인수합병도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메타가 인수한 VR 기술사의 개수는 9개에 달한다. 이중에는 비트 게임즈(Beat Games)와 같은 인기 VR 게임회사도 있는데, 메타는 이런 게임을 오큘러스 단말기 이용자들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2019년부터 메타에 인수된 VR 기술 회사 출처 : Mixed News(2022.10)지금까지 VR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애플이 MR 단말기 비전 프로를 공개한 것은 VR 시장 활성화에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9)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서 가상현실 기술을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는 기기가 될 것이다. 아직 정확한 프로토타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관련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도 VR 게임 출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VR 게임 시장 침체에도 8년간 뚝심있게 VR 게임에 투자해왔다. 2023년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2023)에서는 VR 게임인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CROSSFIRE: Sierra Squad)>를 공개하고 시연에 나섰다. <크로스파이어> IP를 VR 게임으로 확장한 첫 번째 시도로 생생한 전투와 슈팅감, 타격감에 집중하였으며 인공지능을 적용해 현실감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시연 장면 출처 : 스마일게이트 뉴스룸(2023.03)컴투스 역시 VR 게임인 <다크스워드: 배틀 이터니티>를 메타 스토어에 출시했다. 해당 게임은 PC 등의 추가 장치 없이 단독 실행이 가능한 스탠드얼론 제품이다. 향후 이용 가능한 플랫폼을 확장하여 글로벌 VR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VR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감이다. 이에 따라 VR 게임 인기 장르도 슈팅게임과 어드벤처 등 현실감이 높은 게임들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2021년 7월에서 2022년 6월 기간동안 월간 활성 유저 수가 가장 많은 게임 장르는 슈팅게임과 어드벤처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슈팅게임 중에서는 <슈퍼핫 VR(Superhot VR)>으로 대표되는 1인칭 슈팅 게임 장르가 가장 인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어드벤처 중에서는 특히 서바이벌 호러 장르가 가장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게임에는 <워킹데드: 세인츠 앤 시너스(The Walking Dead: Saints & Sinners)>가 있다. 이후는 시뮬레이션과 샌드박스, 롤플레잉 장르가 그 뒤를 이었다.
월평균 활성화 유저 수 기준 상위 100개 VR 게임 장르 출처 : Newzoo(2022.11)VR 게임이 단순한 열풍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업계 전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VR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수준의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게임은 그래픽과 네트워킹 등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VR 게임은 현실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 유저와의 밀접한 상호작용은 필수적이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만 한다. 아울러 높은 VR 기기 가격도 대중화의 큰 진입장벽이다.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가격 대비 사양이 낮아, 로딩 시간은 여전히 길며 흐릿한 화면으로 인해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개발자 입장에서 VR 게임은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 위험 부담이 큰 작업이다. 기존 게임들보다 높은 사양의 그래픽과 서버가 필요하므로 개발 비용이 커서 쉽게 수익을 내기 어렵다. 비용을 상쇄할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게임 가격을 높이는 방법이 있겠으나 아직 VR 게임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낮아 높은 가격으로는 구매 유인이 어렵다. 따라서 이런 모든 위험을 부담하고도 투자할 수 있는 일부 회사들 위주로 시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적절한 수익화 전략을 찾는 것이 VR 게임 시장 발전을 위한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성장세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기기 가격은 점점 저렴해질 것이고 VR 게임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는 올라갈 것이다.
2023년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2023)에서는 메타와 소니(Sony), 에픽 게임즈(Epic Games), 유니티(Unity), 피코(PICO) 등 주요 게임사들의 VR 게임 부스에는 많은 관람객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VR 게임 시장에 지속해 투자해 왔고 이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여 완성된 신작들과 함께 계속 출시되는 VR 관련 기기들과 함께 VR 게임 시장이 다시 큰 주목을 받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