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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빗장 풀린 중국 게임 시장
한국 게임이 나아갈 방향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1중국 게임 시장 재개방과 배경

세계 2위 게임 시장 중국, 판호 발급 재개

세계 2위 게임 시장 중국이 재개방되었다. 중국은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THAAD)의 배치 결정에 반발하여, 국내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2022년 12월 판호 발급이 재개되기 전까지, 지난 2017~2022년간 판호를 발급받은 국내 게임은 2020년 허가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Summoners War: Sky Arena)>와 2021년 허가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Black Desert Mobile)>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2022년 12월과 2023년 3월 국내 게임 10개에 판호를 대량으로 발급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이처럼 태도가 변한 이유는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게임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2021년 2,965억 위안(약 52조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0% 감소한 2,659억 위안(약 48조 원) 수준을 보이며 8년 만에 역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발급한 신작 판호는 2016~2020년간 연평균 3,700여 개에 달했으나, 2021년 755개, 2022년에는 512개로 약 80% 감소했다. 이에 중국국제금융공사(China International Capital Corporation; 中金公司)는 게임 시장 역성장 원인으로 신작 공급 부족을 지목했다. 공사는 외자판호 발급과 관련하여 "게임의 다차원적 가치를 믿는다. 2023년은 수요와 공급이 큰 해가 될 것이다."이라며 중국 정부가 시장 회복을 위해 판호 발급을 본격 확대할 것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국내 게임을 대상으로 배타적인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게임 시장이기 때문에 국내 게임회사들에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으로 여겨졌다. 이에 중국의 새로운 정책 방향은 국내 게임산업에 활력을 주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급변하는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변화한 소비자 선호,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시장이 되었다는 점이 변수이다.

2022년 12월, 2023년 3월 중국 외자판호 발급받은 한국 게임 목록 출처 : 국가광파전시총국

2예전 같지 않은 중국 시장, 시장 진출 변수 늘어

중국 게임 시장 변수

계속 바뀌는 게임 규제

중국은 국가 특성상 정책 방향이 빠르게 변화하여 난이도가 높은 시장이다. 하루아침에 규제가 급변하여 서비스가 금지되기도 하고,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폐쇄성 때문에 해외 게임회사들이 현지 퍼블리셔 없이 직접 서비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에는 중국영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中国音数协游戏工委)에서 새로운 게임 자율규제 초안을 발표하였는데, 해석의 여지가 있는 모호한 조항과 우리나라와의 역사 분쟁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들로 인해 국내 게임회사로서는 마냥 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영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의 게임산업 자율규제 초안 출처 : 더게임스데일리(2023.03)

변화한 선호 게임 장르와 소비 패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MMORPG 게임들이 인기가 많지만, 중국은 2010년대 이미 MMORPG의 전성기를 지나 2020년대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를 필두로 하는 MOBA8) 장르 게임들이 매출 순위 최상단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 눈에 띄게 성장세를 보이는 장르는 수집형 RPG로 분류되는 서브컬처 게임으로, 인기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이나 미소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2010년대 초반에는 매출 비중이 약 1%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약 16% 정도로 성장하였다. 중국 서브컬처 게임의 대표작 미호요(miHoYo)의 <원신(Genshin Impact)>는 평균 일 매출이 130억 원 이상, 연간 4조 원 수준으로 알려져 중국 내 서브컬처 게임 인기를 보여준다.

이처럼 중국 게임 시장은 국내와는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소수의 헤비 유저가 이끄는 국내 게임 시장과는 달리 중국 이용자들은 라이트~미디엄 유저가 다수를 이룬다. 따라서, 캐주얼 게임이나 수집형 RPG같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주로 인기이다. 또한, 방치형 RPG같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게임 캐릭터가 성장하는 쉬운 게임도 많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

인구수 세계 2위 중국은 게임 인구도 많아 미디엄 유저를 타겟으로 하여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캐주얼하고 가벼운 스낵 컬쳐 게임 시장이 발달하다 보니 진입 장벽이 낮아 계속해서 이용자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이러한 수익 선순환 구조는 중국 시장과 기업이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며, 해외 개발사가 진출하는데 어려워지는 진입장벽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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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사용자 온라인 전장(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MOBA): RTS(Real Time Strategy)의 실시간 진영 파괴와 RPG(Role-Playing Game)의 아이템 조합, 캐릭터 육성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실시간 공성전.

더욱 성장한 중국 게임사

현재 중국 게임 시장은 모바일 게임이 66%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 모바일 게임은 개발사와 유저 모두가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센서 타워(Sensor Tower)가 발표한 2022년 1월 전 세계 모바일 게임회사 매출 순위에는 텐센트(Tencent), 넷이즈(NetEase), 미호요(miHoYo) 등 중국 게임회사가 1~3위을 차지했다. 한국 게임이 휩쓸던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미호요의 <원신>은 중국 게임 시장의 새로운 성공 신화이자,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원신>의 흥행에 이어 미호요는 2023년 4월 서브컬처 게임 신작 <붕괴: 스타레일>을 출시했는데, 중국 내 사전 예약 2,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도 하이퍼그리프(Hypergryph)의 <명일방주(明日方舟)>, 아이즈노게임즈(AISNO Games)의 <무기미도(無期迷途)> 등이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이끌고 있다.

미호요의 서브컬처 게임 <원신> 출처 : 디지털투데이(2023.06)

국내에서도 중국 게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오히려 한국 내 중국 게임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중국 오디오 비디오 디지털출판협회(中國音像與數字出版協會; CADPA)의 제1부이사장 장이쥔은 "중국 게임사들이 점차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으며, 주요 수출국은 미국, 일본, 한국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3 급변하는 중국 시장, 한국 게임사의 미래는?

중국의 게임 시장 증진 정책으로 빗장을 풀고 판호 발급을 시작한 것은 국내 게임회사들에 희소식이지만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 중국 게임산업이 미성숙하여 진출 자체가 흥행을 담보하던 과거와는 달리, 국가 정책, 외교적 이슈, 현지 트렌드, 유수의 경쟁사 등과 같은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난도 높은 시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확장에 있어 중국 게임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변수 중에는 사실상 기업으로서 예측하거나 대응하기 불가능하여 이로 인한 위험 요소가 크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큰 다른 나라에 진출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특히 아시아, 남미, 중동 국가 중 인구수가 많고, 스마트폰 보급률도 높지만, 아직 게임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들에 진출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전략이다. 또한, 한류 콘텐츠 IP를 활용한 게임을 출시하는 것도 좋은 진출전략이 될 수 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소는 수요와 경쟁력 확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게임이 잠시 중국을 떠나있던 동안 중국 게임회사들은 그들만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다시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급변하는 현지 트렌드와 정책 모니터링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한한령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지금, 중국 내 수요 분석을 반영해 현지 퍼블리셔와 현지화 작업에 주력한다면 과거와 같은 성공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Pocket Gamer - China game market forecast to hit $57 billion in 2027, 2023.06.08
  2. 에너지경제 - [창간 34주년] 꿈틀대는 중국시장…다시 뛰는 K-게임, 2023.05.26
  3. 인포스탁데일리 -중국발 춘풍 부는 게임사, 3개월새 12개 판호 발급…"NC·크래프톤 투자매력도 높아져", 2023.03.22
  4. 이데일리, "게임, 과도한 한한령 우려…여전히 '비중확대'", 2023.06.09
  5. 쿠키뉴스 - 빗장 푼 中 시장, 한국 게임 수요 여전할까, 2023.03.21
  6. 인사이트코리아 - 중국 게임 시장, 문(門) 활짝 열렸지만..."장밋빛 미래" 단정할 수 없다, 2023.01.03
  7. 더게임스데일리 - 中, 게임 자율 규제 예고 … 국내 영향은?, 2023.03.17
  8. 게임뷰 - 중국게임산업협회, 게임산업 자율규제 초안 발표, 2023.03.16
  9. 동아일보 - 판호 받은 K-게임, 마냥 환호하기 어려운 이유[딥다이브], 2023.04.19
  10. 디지털투데이 - 원신 게임으로 폭풍성장…中 게임사 미호요, 텐센트 경쟁사로 등극, 2023.06.12
  11. 경향신문 - K게임 중국 진출 잰걸음, 만리장성 넘을까, 2023.05.15
  12. EBN산업경제 - 코로나로 움추렸던 K-게임, 중국 공략 나선다, 2023.04.04
  13. 초이스경제, 중국 게임산업, 해외시장 진출 적극 추진, 2023.02.19
  14. 게임뷰, 게임 이슈중국 모바일 게임 업체 Top 30 해외 매출, 2년 만에 무려 75% 증가, 202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