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디지털 치료제란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최근 게임을 핵심으로 하는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 게임의 구현 방식에 따라 현실과 유사한 가상의 공간에서 안전하고 표준화된 환경에서 질병 또는 장애 원인을 재현하거나, 치료 또는 재활 과정에서 게임의 요소를 넣어 환자의 참여를 유도하여,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환자의 행동을 교정하고, 인지 능력과 다중작업 능력을 향상하는 데 효과가 있다.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에 대한 정의 출처: 대웅제약지난 몇 년 동안 가설에 불과했던 게임 등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법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으며 정식 치료법으로 발전했다. 이와 함께 제약, 기술 중심 기업 및 의료 기술 회사들이 이 분야의 잠재력을 깨닫게 되면서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지난 몇 년 동안 크게 성장했으며, 연구자들은 우울증, 조현병, 치매와 같은 정신 장애와 심혈관 질환 중독 등을 치료하는 데 게임 등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기술을 통해 이러한 치료법은 더욱 복잡하고 정교해지며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례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환자가 디지털 세계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하여 치료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으며, AI는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정 환자에게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여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에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2년 기준 65억 달러(약 8조 5,673억 원)에서 2032년에는 1,005억 달러(약 132조 4,635억 원)까지, 연평균 31.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 출처: Global Market Insights영국 학계는 과도한 게임 시간이 중독과 정신 건강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큰 우려와 달리, 게임 플레이와 정신 건강 사이에는 소폭의 긍정적인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게임을 오래 할수록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통념과는 달리, 플레이 시간과 정신 건강 사이의 관계는 이용자가 게임하는 동안 '내재 동기'와 '욕구 만족'을 어떻게 경험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게임 플레이 시간과 정신 건강과의 연관성에 대한 회귀모형 출처: Video game play is positively correlated with well-being, Niklas Johannes, Matti Vuorre, Andrew K. Przyblyski*점은 참가자를 뜻하며, 실선과 음영은 회귀선과 95% 신뢰구간을 의미함.
(*) 단, 이 연구는 닌텐도(Nitendo)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あつ森)>과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의 <식물 vs. 좀비: 네이버빌의 대난투(Plants vs. Zombies: Battle for Neighborville)> 게임의 일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만 진행됨
이용자가 게임을 하는 동안 내재적 동기와 욕구 만족을 경험한다면, 게임 시간과 정신 건강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반면, 이용자가 게임을 하는 동안 '외재적 동기'를 느낀다면 즉, 압박받는 상황이라면 플레이 시간은 정신 건강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게 된다. 이처럼 실제 연구 결과를 통해 게임 중 욕구 만족과 동기를 어떻게 이용자에게 제공하도록 설계하느냐에 따라 게임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미국 FDA에서 최초로 승인한 ADHD(주의력 결핍 행동 장애) 치료용 게임 <인데버Rx>는 치료 효과를 입증하며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란셋 디지털 헬스 저널(The Lancet Digital Health)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험 대상자의 1/3은 한 달 만에 증세가 객관적으로 개선되었고, 2개월 후에는 실험 대상자 2/3의 부모가 자녀 일상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또한, 부작용 관련해서도 기존 약물 치료와 비교하여 비교적 가벼운 증상인 좌절감(6.1%), 두통(1.3%), 현기증(0.6%), 감정적 반응(0.4%), 메스꺼움(0.4%), 공격성(0.2%) 등만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성인을 위한 게임도 제작하여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인데버Rx>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진료 후 의사가 제휴 약국에 처방전을 보내면, 환자 코드가 생성되며, 이를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하여 사용한다. 단, <인데버Rx>는 다른 치료법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 보완적 디지털 치료제로, 단독 사용은 불가능하다.
<인데버Rx> 게임 화면 출처: 아킬리 인터렉티브<인데버Rx>는 공동창업자 아담 개잘리(Adam Gazzaley), 매튜 오머니크(Matthew Omernick), 에디 마투치(Eddie Martucci) 3명이 만나 설립한 아킬리 인터렉티브(Akili Interactive)에서 개발되었다. 세 공동창업자는 각자 정신 의학 교수, 게임 개발자, 약리학 박사로 각자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공통적으로 디지털 기술과 게임을 활용한 다중작업 인지 훈련 개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후, 아킬리 인터렉티브를 설립하고 다중작업 인지 훈련을 수행하는 디지털 솔루션을 연구하며 <인데버Rx>가 탄생했다.
아담은 2013년에 네이처(Nature)에 공동 논문9을 게재하며 맞춤형 게임을 활용한 인지 훈련과 다중작업 능력을 향상하는 연구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논문은 게임을 통해 다중작업 인지 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60세 이상의 고 연령군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맞춤 설계된 게임을 플레이한 이후 인지 기능이 개선되고, 효과가 6개월 동안 지속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뇌의 신경 가소성 효과(Neuroplastic Effect)를 시사하며, 제한적인 시간 동안만 효과가 있는 약학적 관점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었다.
이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아킬리 인터렉티브는 게임 개발자 및 의료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인데버Rx>를 개발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기존의 게임 개발과 달리 임상 시험 측면에서 엄격한 의약품 개발과 같은 기준을 따라 게임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20년 6월에는 8~12세의 ADHD가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주의력 문제 개선을 위한 최초의 게임 디지털 치료제로 FDA의 규제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드래곤플라이(Dragonfly)는 2023년 상반기 자사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 <가디언즈DTx>의 탐색 임상시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드래곤플라이는 개발 전략을 세분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여 초격차 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실제 환자들의 치료에 효능과 안정성을 보증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1·2·3상까지 이어지는 의약품과는 다르게 '탐색 임상'과 '확증 임상' 두 단계로 진행된다. 특히 통합심사 제도의 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면 평가 시간을 대폭 줄여(390일 → 80일) 빠른 승인이 가능하다. 또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장치나 프로그램의 재사용이 가능해 총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3년 정부의 지지를 받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드래곤플라이가 개발하고 있는 뇌 융합 기술 분야 중점으로 지원과 육성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디언즈DTx>는 이미 2022년 의료기기로 인정되어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았으며, 본격적인 임상을 진행해 빠르게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2023년 3월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KIMES)에 게임사로서 최초로 참가하여 많은 관심을 받으며, 여러 의료업계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한국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스위스 제약 회사 노바티스(Novartis)는 2020년 4월 미국의 앰블요테크(Amblyotech)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앰블요테크는 3D 안경과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전 세계 3% 인구가 앓고 있는 약시성 시력 장애를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 노바티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안과 부분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약시성 시력 장애 치료는 환자의 시력이 좋은 눈을 가려, 뇌에 약한 눈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치료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치료 기간이 길고 성인에게는 거의 효과가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앰블요테크의 치료 기술은 양안 제시(Dichoptic Presentation)를 사용하여 양쪽 눈에 다른 알고리즘 기반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뇌가 양쪽 눈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한다. 이는 소아와 성인 모두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앰블요테크는 프랑스 유비소프트(Ubisoft)와 함께 해당 치료 기술을 적용한 게임 <디그 러쉬(Dig Rush)>을 개발했으며, 200명 대상 임상 시험 결과 약 90%의 환자가 양안시(Binocular Vision)를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앰블요테크는 <디그 러쉬>를 2023년 내로 미 FDA 승인과 함께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앰블요테크의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 <디그 러쉬(Dig Rush)> 출처: 앰블요테크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지털 치료제 인허가에 처음부터 새로운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대신 의료 기기를 검토하고 승인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을 도입하여 적용키로 했다. 의료기기 및 디지털 치료제에 적용되는 FDA의 승인 등급은 'Class1, Class2, Class3' 3단계로 분류된다.
Class1 기기는 위험이 거의 없는 기기로서 칫솔과 같은 것들이 속한다. Class2 기기는 FDA가 인체에 중간 정도의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기기로, CT 스캐너와 수액 펌프 등이 속한다. Class3 기기는 인체에 큰 잠재적 위험을 가진 의료도구로 이식용 심장밸브와 같은 장치가 속한다. FDA는 대부분의 디지털 치료제를 Class2 기기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장의 초기 단계로 세부적인 사항과 명확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FDA와 디지털 치료제 업계 간의 상호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FDA 디지털 치료제 승인 사례 출처: 각 개발사De Novo는 위험 정도에 기반한 분류 과정으로 신기술 의료기기 허가 제도이다. FDA의 의료기기 인허가 등급의 Class 1·2등급에 해당하는 중간 위험을 가진 새로운 의료기기를 미국 시장에 출시할 때 필요한 과정이다. 기존에 있는 의료기기 제품과 유사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작동 원리 등)이 적용되면 신청한다.
Class 1·2등급으로 분류된 기기는 향후 510(k) 절차(Premarket Notification)에 대한 선행 유사 의료기기로 홍보되거나 및 사용될 수 있다. De Novo 요청이 거절되는 경우, 해당 제품은 Class 3으로 자동 분류되어 유사기기에 대한 동등성을 인정받거나, PMA가 승인되거나 새로운 De Novo 요청이 통과되지 않으면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
미국 FDA의 De Novo 기준 출처: 미국 식품안전국(FDA) 미국 FDA의 De Novo 기준(이어서) 출처: 미국 식품안전국(FDA)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2021년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및 치료제 시장 기반을 마련했으며 2023년 본격적인 허가가 시작되었다.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는 에임메드(AIMMED)의 '솜즈(Somzz)'로, 바로 뒤이어 웰트(WELT)의 '웰트 아이(WELT-I)'가 2호로 승인되었다. 현재 정부는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 '혁신 의료기기 통합심사'를 적용하고 있다. 통합심사 대상이 되면 기존 390일이 소요되던 총심사 기간을 80일로 단축할 수 있어, 허가 과정에서의 신속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치료 열풍은 곧 하드 웨어를 넘어 게임 소프트웨어 분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게임 기반 <인데버Rx>가 디지털 치료제로 허가된 미국의 사례에서처럼, 드래곤플라이의 가디언즈 DTx가 임상 시험을 통해 국내 최초로 게임으로 디지털 치료제로 승인받는다면, 게임산업과 의료 산업이 융합되며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치료기기의 도입은 환자들에게도 환영받고 있다. 차세대 기술인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을 통해 환자들은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약물 치료에서 발생하는 중독 및 부작용 문제와 높은 의료 비용 문제 등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는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며 게임과 의료 산업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