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웹 1.0은 초기 인터넷의 형태로, '읽기' 중심의 기술이다. 즉, 소유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하는 형태로, 정보의 단방향 전달과 정적인 콘텐츠(뉴스, 기업 제품 정보 등) 제공에 초점을 두었다. 이어 등장한 웹 2.0은 '쓰기'가 가능해진 이용자의 참여와 상호작용을 강조한 형태의 인터넷이다. 웹 2.0에서는 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했고, 이용자들은 콘텐츠를 생성하고 공유하며 상호작용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웹 3.0은 빅테크 플랫폼이 이끄는 중앙화된 현재의 웹2.0과 달리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보다 개인화된, 인간 중심의 웹 생태계를 의미한다. 웹 3.0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플랫폼 등 소수가 데이터를 독점하는 형태가 아니라 데이터 주권을 이용자에게 주어 개개인이 직접 데이터를 저장, 사용, 소유하게 되어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갖는다.
Web 1.0, 2.0, 3.0 개념 비교 출처 : 매일경제웹 3.0 게임시장은 2021~2032년 동안 연평균 약 18% 성장하여, 2032년에는 약 300억 달러(약 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웹 3.0 게임은 아직 대중적인 시장은 아니지만, 블록체인 게임의 활동은 큰 성장을 이루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활동은 2021년 이후로 약 2,000% 이상 증가했으며, 웹 3.0 게임과 관련된 고유 활성 지갑(Unique Active Wallets; UAW)은 2021년에 100만 개에 달하고, 2025년까지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와 한국의 컴투스(Com2uS), 넥슨(Nexon) 등 대형 게임 회사들 역시 웹 3.0를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 이 게임들은 기존에 이용자에게 게임과 커뮤니티만을 제공하던 것과는 달리, 게임 생태계 전반을 이용자와 함께 만들어 가고 수익을 나누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게임사들이 웹 3.0으로 적극적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이용자들이 웹 3.0 기반의 게임을 선호하는 큰 흐름, 둘째 기존의 게임 생태계를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4으로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이점, 셋째 자체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타 브랜드와 협업하며 얻는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웹 3.0 게임시장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넷마블, 넥슨, 컴투스, 네오위즈, 네시삼십삼분,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대표적인 게임사들도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4월 19일 메타버스 기반 캐주얼 보드 게임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았다.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는 실제 지적도 기반 메타버스 공간인 '메타월드'를 게임 내 구현했으며, 기존의 보드게임 모드와 NFT 부동산 거래 모드 두 가지 방식으로 넷마블의 블록체인 생태계 'MBX'에서 서비스된다.
넷마블의 메타버스 기반 부동산 보드 게임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 출처 : 넷마블넥슨도 지난달 22일 블록체인 플랫폼 폴리곤(Polygon)을 파트너로 하여, 자사 주요 IP인 <메이플스토리(MapleStory)>에 웹 3.0를 적용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구축에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N>에서 게임 플레이를 통해 획득한 NFT가 생태계 내 다양한 게임 및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도를 지닐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웹 3.0 생태계에 구축을 목표로 한다.
라인의 자회사이자 블록체인 플랫폼인 라인 넥스트(LINE Next)는 웹 3.0 기반 게임 플랫폼 '게임 도시(Game DOSI)'를 출시하였고, 곧 트레이딩 카드 게임(Trading Card Game; TCG) 장르 게임으로 알려진 신작 게임도 DOSI를 통해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라인 넥스트는 게임 도시를 통해 게임 개발사에 외적인 법률 검토, 마케팅,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여 웹 3.0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네시삼십삼분의 경우 자회사 디랩스를 통해 3종의 웹 3.0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RPG 장르 <메타볼츠>와 <스페이스 프론티어>, 그리고 레이싱 게임 <럼블 레이싱 스타>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럼블 레이싱 스타>가 폴리곤 생태계에 합류하며 웹 3.0과 블록체인 게임시장에서 큰 성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네시삼십삼분의 <럼블 레이싱 스타> 선공개 이미지 출처 : 네시삼십삼분일본의 게임 특화 블록체인 프로젝트 오아시스(Oasys) 프로젝트가 2023년 2월 공식 출범 이후 소프트뱅크(SoftBank)의 투자를 받으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이전에도 블록체인 산업에 큰 투자자로 폴리곤(Polygon) 등에 투자하며 영향력을 확대한 바있다. 일각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이번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진출해 투자 우위를 노린다는 분석이 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에는 강력한 IP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게임사 반다이 남코(Bandai Namco)와 세가(SEGA)뿐 아니라, 넥슨, 넷마블, 컴투스, 네오위즈, 유비소프트(Ubisoft) 등 국내외 대형 게임사들이 협력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2022년 블록체인 메인넷을 출시한 바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개발 및 운영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5 방식 블록체인을 통한 높은 확장성, 낮은 비용, 빠른 속도, 및 친환경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발맞추어 일본 경제산업성(METI) 역시 자국 내 메타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자체 웹 3.0 정책실을 신설했다. 이 정책실은 산업 금융, 세무, 기업 시스템을 담당하는 부서와 미디어, 콘텐츠, 스포츠, 패션 등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다루는 부서를 통합하여 만들 예정이다. 경제산업성은 NFT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를 관리 및 사용하는 웹 3.0의 확산의 추세를 새 기구의 창설 배경으로 밝혔다. 특히, 메타버스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 인터페이스가 됨에 따라 디지털 공간과 자산의 가치가 증가하고, 비즈니스 가치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웹 3.0 정책실은 디지털 에이전시 및 관련 기관과 협력하여 웹 3.0과 관련된 사업환경을 검토하는 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웹 3.0를 위한 사업환경 조성에는 정책 수립도 포함되므로, 웹 3.0 정책실은 단순한 자문 기구 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웹 3.0 게임시장은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게임 위주로 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성공하는 게임은 재미있는 게임이다. 웹 3.0 게임 생태계에서는 이용자가 게임의 일부를 소유하는 만큼 재미가 없으면 플레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블록체인 기반 NFT 게임 중 스테디셀러가 많지 않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수 게임이 블록체인과 NFT 시스템에만 초점을 두고,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간과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선공개 이미지 출처 : 컴투스웹 3.0 게임시장의 본질을 파악한 유수의 국내 게임사들이 강력한 IP와 게임성을 무기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인기 게임 IP에 웹 3.0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식이 다수이며,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은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서 글로벌 매출 순위 TOP 10에도 진입하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게임의 재미를 보장하더라도 웹 3.0 게임시장은 여전히 상당한 난이도의 진입장벽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 기존의 이용자들이 웹 2.0 게임 중앙 집중식 게임 운영 구조에 익숙해 있다는 점이다. 커뮤니티가 함께 결정하고 방향성을 정하는 웹 3.0 게임의 특성상, 운영에 있어 효율성이 낮고, 의사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콘텐츠 업데이트양이나 속도가 기존 웹 2.0 게임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모든 혁신이 그렇듯 웹 3.0 게임 역시 이용자들의 상당량의 학습 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대부분의 웹 3.0 게임은 토크노믹스(Tokenomics) 구조로 지갑을 사용하고 거래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게임 인터페이스와 구성요소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블록체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요구된다. 이러한 높은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기술적 발전과 콘텐츠 생산은 향후 웹 3.0 게임의 대중화를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수익 창출에만 집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기 보다는 기술 발전과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웹 3.0 게임이 비로소 게이머들에게 환영받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웹 1.0, 웹 2.0 시대에도 사용자 생성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 UGC)는 이미지, 동영상, 텍스트, 오디오,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사용자 생성 콘텐츠는 웹1.0(읽기)에서 웹2.0(읽기→쓰기)으로의 전환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치 등 SNS 서비스는 사용자 생성 콘텐츠 모델을 기반으로 구축되었다. 또한 코카콜라와 애플 및 수 많은 기업 역시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활용한 여러 마케팅을 진행했다.
웹 2.0 게임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이끈 선두 주자는 로블록스(Roblox)의 <로블록스>와 모장 스튜디오(Mojang Studio)의 <마인크래프트(Minecraft)>이다. 하지만, 엄청난 수의 이용자에도 불구하고 웹 2.0 기반 사용자 생성 콘텐츠는 소유권의 제약, 지식재산권 분쟁, 불투명한 운영 환경, 불공정한 이익 분배, 동기부여 결여 등의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웹 3.0의 등장은 사용자 생성 콘텐츠 활성화에 더욱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3.0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소유와 가치 판단을 가능케 했다. 개인화된 소규모의 다양한 부분 게임이 개발되고, 이것들을 활용하고 조합해서 만들어 내는 게임 유통이 현실화되며, 사용자 생성 콘텐츠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한계점은 웹 3.0 생태계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사용자 생성 콘텐츠는 단일 게임의 세계관과 서비스 운영에 종속되어 있던 것과 달리, 웹 3.0 게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게임 서비스의 지속성과 별개로 이용자는 진정한 소유권을 갖게 된다. 또한 게임 세계관의 확장성을 넘어 증강현실에까지 이르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며, 이는 전체 시장을 확장하고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웹 3.0 플랫폼에서는 기존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수수료로 콘텐츠를 생성, 판매, 구매할 수 있다. 이외에도 투명한 운영을 통해 수익분배에 있어 게임 회사에 기울어진 무게추를 이용자에 공정한 수준으로 맞춰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사용자 생성 콘텐츠는 웹 3.0 시스템에서 만개할 것으로 보이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영감을 주는 원동력으로 웹 3.0 게임을 더욱 활기차고 흥미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