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포커스
올해 GDC에선 생성형 AI(인공지능)이 게임 산업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유럽 최대 게임사 유비소프트(Ubisoft) 역시 생성형 AI로 게임 속 NPC들의 대화를 자동 생성하는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를 공개하며 앞으로 이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밝힌 바 있다. 유비소프트 AI 전문 연구소 '유비소프트 라 포지(Ubisoft La Forge)'의 머신러닝 연구원과 함께 게임산업에 생성형 AI가 미칠 영향과 시장 전망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A. Chat GPT, Bard 등 대화형 AI가 일반 대중에 공개되며, 앞으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인식이 더욱 널리 알려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 사실 유비소프트를 비롯한 대형 게임사들은 몇 년 전부터 이미 생성형 AI를 적용한 툴과 솔루션 개발에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근 대화형 AI의 등장에 따른 변화는 없다. 하지만, 게임산업은 이미 변화를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생성형 AI와 머신러닝이 게임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가장 분명한 것은 에셋 제작(Asset Production) 이 빨라졌다는 점이다. 가까운 미래에 대규모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은 개발자가 더 빠르게 코딩하고, 버그를 더 일찍 발견하거나 CI/CD 구성 요소를 자동 생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게임 개발 파이프라인 자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생성형 AI 기술이 대중화되면 누구나 게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되고, 사용자 생성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 UGC) 가 한 게임의 일부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또한 소규모 팀도 고품질의 게임을 제작할 수 있게 되어 저희와 같은 대형 AAA 게임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이 더욱 향상된다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스크립트가 적은(Less-scripted) 게임이 개발되어 이용자들에게 더욱더 높은 자유도의 게임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기대한다.
A.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은 기술은 언급할 수 없으나, 유비소프트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두 가지 툴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대표적인 생성형 AI 툴로는 올해 GDC에서 처음 공개한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가 있다. 고스트라이터는 AI 대사를 재구성하는 대규모 언어모델로 이벤트 발생에 따른 NPC 대사의 초안을 생성하는 툴이다. 기존 스크립트 작가의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든 작업인 '대사 작성'을 도와 업무 시간을 줄이고 이를 내러티브 보완에 활용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두 번째는 VoRACE(Voice Recording Auto-matic Cleaning Engine)다. 생성형 AI 기반은 아니지만 딥러닝을 활용한 툴이기에 함께 언급하고자 한다. 녹음된 대사의 트리밍, 라벨링, 이퀄라이저 등을 자동화하는 툴로 녹음 후처리 워크플로우를 효율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유비소프트는 AI와 딥러닝을 활용한 개발 프로세스 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연구소의 목적은 기술의 도움을 받아 유비소프트 구성원의 업무를 효율화하는 데 있으며, 앞으로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A. 생성 모델은 대량 데이터 학습 없이는 존재할 수 없지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은 제한적이고 앞으로 더욱 제약이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저작권 의식'은 인공지능이 아닌, 이용자가 갖춰야 하는 것이다. 생성형 AI에 법적 책임을 청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모든 책임은 도구 이용자 또는 개발자에게 있다. 예를 들어, 작곡가가 만든 한 음악이 다른 음악과 유사하다면, 표절에 대한 책임은 음악을 연구한 피아노가 아닌 작곡가에 있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생성형 AI 툴 이용자는 자신의 도구가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학습하지 않는지 확인할 책임이 있다. 게임 회사들이 생성형 AI가 즉석에서 생성한 콘텐츠에 이용자가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만약 생성형 AI가 이용자 명령에 따라 저작권을 침해하는 캐릭터를 만들거나 대사를 하는 경우, 이 모든 저작권 책임을 회사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성형 AI를 규제,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제재보다는 개발단의 학습 및 수집 데이터에 대한 규정을 하는 것이 우선적이라 생각한다.
A. 생성형 AI 툴이 등장하며 게임 개발 진입장벽은 낮아지겠지만, 그 툴을 개발하는 시장은 별개다.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시장인 만큼 한동안 대형 테크사나 게임사 위주로 돌아갈 것이라 본다. 또한, 개발 및 디자인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도 생각한다.
실제로 AAA급 게임에 들어가는 이미지와 음성은 단순히 '생성된' 결과물이 아니고, AI의 도움을 받아 조금 더 빠르게 만들어진 것이다. 생성형 AI의 등장이 게임 개발 및 디자인 인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내 주 업무는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개발에 최대한의 효율과 도움을 가져올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툴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만, 생성형 AI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며 앞으로 게임산업에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나 또한 굉장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