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쿠킹 콘텐츠에 최초로 ASMR1)을 접목시킨 초의 데일리쿡. 요리에 대한 바른 마음가짐과 콘텐츠에 대한 단단한 소신까지 갖추고, 이제는 자신만의 브랜드까지 꿈꾸는 그녀의 쿠킹 라이프를 들여다보자! - 글. 오정수(편집부) / 사진. 김성재
초의 데일리쿡은 쿠킹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로 특히 디저트와 홈베이킹을 전문으로 한다. 쿠킹 콘텐츠로는 처음 ASMR을 접목했으며, 특유의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이해하기 쉬운 레시피들을 소개하고 있다. 초반에는 캐릭터를 이용한 각종 베이킹 레시피로 시작했으나, 점차 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자)이나 글루텐 프리(Gluten free) 디저트, 영화·테마 요리등 콘텐츠의 폭을 넓히며 구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혼밥 ASMR 시리즈는 실제로 초의 데일리쿡이 자취하면서 요리를 해 먹는 모습을 담아 혼자 사는 이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최근에는 HOME CAFE 영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푸드, DIY, VLOG 등의 영상을 올리고 있다.
Q. 직접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초의 데일리쿡, 이승미입니다. 채널명을 보시고 성이 '조 씨'냐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사실 성은 이 씨인데 예전 블로그 닉네임이 초였거든요. 발음이 조금 강하고, 외자였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이유였는데 이렇게 채널 이름까지 이어지게 됐네요!
Q. 요리를 전공하신 건가요?
A.
초등학생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어요. 집에 오면 가장 먼저 요리 채널을 틀어 놓고, 맘에 드는 레시피를 적어 나만의 요리책을 만들었죠.
하지만 전공은 치과기공학이어서 치과기공사로 일했었습니다. 손재주가 있는 편이라, 학교에서는늘 성적이 상위권이었는데 막상 치과에서 일할 때는 항상 칭찬을 받진 못했어요. 내가 만드는 것에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이 길이 내 길인가 고민을 많이 했죠. 치과기공사를 그만두고 빈티지 의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어요. 수입도 좋았고 손으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잘해왔지만, 항상 직업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해왔던 것 같아요.
Q. 어떻게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서 크리에이터로 전업했나요?
A.
친오빠가 ‘대도서관’ 방송을 추천해 주셨어요. 옷을 수선하며 보기 시작했는데, 콘텐츠가 너무 재밌어서 호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방송도 보고, 영상도 찾아보다가 우연히 TV에 나오시는 걸봤어요. TV에서 대도서관님이 크리에이터에 대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나만의 문화를 스스로 창조할 수 있다. 그게 곧 수익 창출이 되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바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직업의 만족도가 높다”라고 설명하시더라고요. 듣자마자 ‘아! 내가 원하던 일이 바로 이거구나’를 느꼈어요.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것은 요리니까 쿠킹 콘텐츠를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이후 모아둔 돈으로 바로 영상촬영 장비를 구입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Q. 콘텐츠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A.
첫 번째는 먹어보았던 음식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 너무 맛있어서 구독자들도 한번 먹어봤으면 하는 걸 아이템으로 선정합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많이 돌아다녀 보고, 많이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사람들이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던 음식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려요. 초반에 캐릭터 베이킹 콘텐츠를 만들 때는 사람들이 언급했던 캐릭터를 적어 놓고 어디에 접목시키면 좋을까 고민했어요. 마지막으로 소품 가게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어요. 이 그릇에 담았을 때 어떤 음식이 예쁘고, 트렌디할지 역발상 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많아서 그런 곳에 가서 콘텐츠를 생각하는 과정도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쿠킹 콘텐츠의 홍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가 왔다. 그 홍수 속에서 초의 데일리쿡이 추구하는 콘텐츠 제작의 소신은 무엇일까?
“먹었을 때 스스로 ‘맛있다’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만들어서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영상을 안 올리거나 다시 만들어요. 제 영상을 보고 따라 만드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분들이 맛있다고 느껴주시는 것만큼 좋은 피드백은 없어요.”
또, 건강한 요리와 따뜻한 콘텐츠를 지향하는 그녀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어린 연령층이 많은 유튜브라 조회수만 생각하면 캐릭터 베이킹에 주력하겠지만, 색소가 많이 첨가되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때가 많아요. 제아무리 천연색소를 써도 말이죠. 제가 추구하는 요리와 보여드리고 싶은 요리는 따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비건’ 이예요. 제가 아토피가 있어 밀가루 섭취를 자제해야 하는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캐릭터 베이킹 보다 조회수는 높지 않았지만 호응이 좋아서 뿌듯했어요. 또, 혼밥 같은 경우는 사람들과 ‘함께’ 먹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어요. 영상뿐만 아니라 혼밥 라이브 스트리밍도 진행한 적이 있어요. ‘몇 시에 만나 나와 같이 밥 먹자’. 저는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Q. 우리나라 쿠킹 콘텐츠에서 가장 먼저 ASMR을 접목시켰어요. 계기가 있을까요?
A.
쿠킹 콘텐츠에 나만의 색깔을 넣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다가 나온 답이 ‘소리’였던 것 같아요.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얼굴이 보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채널의 색깔이 될 수 있지만, 요리는 손만 나오니까 저만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주기 부족했어요. 소리를 통해 더 리얼하고생동감 있는 요리를 전달하고 싶었죠. 쿠킹 콘텐츠를 소비할 때 후각, 미각은 느낄 수 없으니 청각이라는 감각을 더하고자 한 것이 저만의 시그니처인 ‘REAL SOUND’가 되었습니다.
Q. ASMR 촬영 시 주의하거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A.
먼저 촬영할 때, T자 스탠드를 이용해 공중에서 촬영하는데 스탠드가 테이블에 닿지 않도록 해야해요. 자칫 잘못하면 테이블의 진동이 다 녹음이 되거든요. 또, 요리를 만들 때 금속 소재로 된 도구를 쓰면 부딪치는 소리가 너무 커서 실리콘이나 나무 소재의 도구를 최대한 살살 사용합니다. 이런 것들은 제가 조심하면 되지만, 요리가 익어가는 과정 같은 경우에는 빠르게 소리를 캐치해 원하는 걸 뽑아야 해요. 만족할 만한 컷이 안 나오면 요리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어렵지만 신경 써서 극복해내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 당장은 콘텐츠 퀄리티에 대한 논란이 없지만 제 요리를 따라 하시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가능한한 콘텐츠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왜 사람들이 ASMR 쿠킹 콘텐츠를 더 선호할까요?
A.
사람의 온기가 느껴져서 아닐까요? 예를 들면 다른 일을 혼자 하고 있을 때, 부엌에서 엄마의 밥 짓는 소리가 들리면 혼자 있는 느낌이 안 들잖아요. 누군가가 요리를 하고 있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잠자리에 들 때나 혼자 무언가를 할 때 심신의 안정을 위해 찾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잠들기 전에 제 콘텐츠를 많이 찾기 때문에 구독자들의 재생 지속시간도 길지 않나 추측해봅니다.
초의 데일리쿡은 트렌드 파악을 위해 많은 경험의 힘을 강조하였다.
“사실 제가 집순이라 트렌드 파악이 부족했었던 것 같아요. 요즘은 가급적 안 가본 곳을 가보고, 안 해본 일들을 해보려고 해요. 그렇게 보고 체험한 것들을 어떻게 콘텐츠로 풀어내면 좋을까 생각하는 그 과정들이 재밌어요. 어느 순간 다양한 경험들이 저에게 영감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어딘가에서 인상 깊게 본 풍경과 색감이 저절로 영상에 녹아드는 것 같아요.”
덧붙여 빠르게 변하는 것이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했다.
“푸드 ASMR을 처음 하긴 했지만, 사람들의 인식에 강하게 남도록 전달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나만의 색깔이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하고요. 그런데 간혹 레시피, 구도, 색깔, 편집까지 똑같이 표절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모방이 완전히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방에서 점점 자신의 스타일이 확립이 되거든요.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따라하거나,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분들을 보면 스트레스로 다가와요. 또, 피드백을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도가 지나칠 정도로 지적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사람인지라 상처가 되고, 어쩔 땐 힘이 들죠.”
콘텐츠에 대한 고민과 일부 도가 지나친 구독자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지만 그녀를 힘이 나게 하는 것 또한 ‘구독자’다.
“제가 처음 유튜브를 시작한 4년 전부터 제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는 유학생 구독자가 있었어요. 타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외롭고, 많이 힘들 때 큰 위로를 받으셨다는데, 최근 쿠킹 클래스에 방문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그런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지금의 초의 데일리쿡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초의 데일리쿡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가요?
A.
제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만든 요리가 맛있고 보기에 예쁜 것도 좋지만 구독자들이 영상에서 나오는 소리로 인해 치유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원하는 바를이룬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Q. 채널 운영 외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초의 데일리쿡 푸드 브랜드’ 런칭과 ‘쿠킹 콘텐츠 촬영 기술’에 대한 책을 내보고 싶어요. 요리에는 어떤 조명을 써야 하는지, 쿠킹 ASMR은 어떻게 촬영하고 녹음하면 되는지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치고 직접 실험하면서 익힌 노하우를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초의 데일리쿡 푸드 브랜드와 연관된 10월에 출시하는 ‘베이킹 키트’와 현재도 진행 중인 쿠킹 클래스가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어요. 이 두 콘텐츠가 잘 구축되면 내년에는 꼭 저만의 ‘그릇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습니다. ‘푸드’ 라는 큰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초의 데일리쿡만의 콘텐츠와 브랜드를 계속 개발해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