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OTT 춘추전국의 시대다. ‘이러다 우리 다 죽어’ 하는 드라마 속 대사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싶은 세상이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티빙에 이어 최근에 상륙한 디즈니플러스, 애플TV까지. 각각 자신의 플랫폼 전략에 맞춘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대한민국은 블록버스터급 OTT 격전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 경쟁 환경 속에서 이제 독립법인 출범 1년이자 오리지널 콘텐츠 시작 1년이 되어가는 티빙은 어떤 성적표를 받고 있을까?
감사하게도 티빙은 꽤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글쓴이가 티빙 직원인 이상, 이 이야기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들리겠나 싶지만, 아마도 한 번 정도는 ‘별다방’ 옆자리에서, 친구들과의 톡방에서, SNS 피드에서, 포털 뉴스 사이에서 “<환승연애> 꿀잼”, “<술도녀> 진짜 우리 얘기”와 같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객관적 수치로 봐도 티빙은 1년 만에 유료 가입자 수 3배 상승의 성과를 거두었다. 주 타깃인 20~30세대는 물론 10대 가입자 수 263% 상승, 50~60대는 200%이상 상승이라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1)
하지만 처음부터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다. 티빙은 tvN, Mnet, JTBC의 다시 보기 서비스 플랫폼 느낌이 강했다. 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방송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가 사업 초반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런데 고민이 거듭될수록, 경쟁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들로 각광받을수록, 정말 방송과 다른 것만이 정답일까 싶었다. 오히려 tvN, Mnet, JTBC의 성공작들의 DNA를 가진 것이 장점일 수 있지 않을까? 이 DNA를 활용하여, 기존 방송 채널에서 증명된 콘텐츠, 특정 장르, 제작진, 출연자의 팬덤을 티빙에 잘 이식하는 것. 이것이 티빙이 결론 내린, 전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이런 티빙의 전략 아래 선보인 것이 <신서유기>(tvN) 제작진의 OTT 도전작 <신서유기 스페셜 – 스프링캠프>(이하 <스프링캠프>), 팬덤형 예능버스터의 계보를 잇는 <여고추리반>, 연애 리얼리티 장르의 새로운 변주 <환승연애>, 공감형 여성 성장기의 OTT 향 업그레이드 <술꾼도시여자들>이다.
<스프링캠프>의 나영석 PD님은 <스프링캠프>를 티빙 오리지널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티빙이란 새로운 건물을 지었는데, 유동인구도 별로 없는, 중심가에서 멀리 벗어난 곳인 거다. 그곳에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 나라면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1층에 들일 거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이미 좋아하는 집단이 있는 가게. 콘텐츠로 보면 바로 <신서유기>다.’
이 대답에 앞서 말한 티빙의 콘텐츠 전략이 다 담겨있다. 거기에 딱 ‘한 꼬집’ 정도의 변화를 가져가는 것. <스프링캠프>의 한 꼬집은 멤버들의 힐링, 그리고 배우이자 모델 안재현의 합류였다. 이상한 게임과 센 벌칙으로 가득한 <신서유기>에서 보지 못한 멤버들의 여유로운 쿡방&먹방을 담은, 신서유기 팬 서비스형 콘텐츠인 <스프링캠프>. 제목 그대로 캠핑의 모습에 <신서유기>답게 힐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안재현이라는 반가운 인물의 등장으로 환기를 주었다.
티빙에서 제작된 <신서유기 스페셜 - 스프링캠프>
출처 : 티빙 유튜브 채널더불어 <스프링캠프>의 외적 차별 포인트는 몰아보기를 노린 전편 동시 공개가 아닌 한 주에 한 편씩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방식, 그리고 본편 활용 마케팅이다. 아직 티빙에는 TV 시청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많다. 수치에서도 새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신규 가입자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티빙처럼 아직 성장 중인 플랫폼에는 매주 새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방식이 적합하다 판단했다.
또한 <스프링캠프>는 새 에피소드가 업로드된 다음 날, 본편의 숏 클립 영상을 타 디지털 플랫폼에 내보내는 전략을 썼다. 네이버, 카카오, 유튜브, 각종 SNS 등 모든 디지털 플랫폼에 적용했다. 이용자를 본편으로만 유도하기보다는 클립 영상으로 최대한 노출량을 높이고 인지도를 확보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구독형 유료 플랫폼이 좀처럼 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제작진을 향한 신뢰와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그 결과, <스프링캠프>는 티빙에 론칭한 첫 주 가입자 상승폭 190%를 기록하며 티빙 오리지널의 성공 사례가 되었다.
티빙의 첫 오리지널로써 초석을 깔아준 <여고추리반>. <더 지니어스>(tvN), <대탈출>(tvN)로 확고한 팬덤을 가진 정종연 PD님의 작품이다. 사실 예능에서 팬덤을 가진 콘텐츠는 흔치 않다. 더욱이 출연자가 아닌, 장르와 구성 그 자체로 팬층을 보유했다는 점은 다른 어떤 프로그램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다. 이런 배경 아래, <대탈출>의 확장된 세계관이 티빙에서 새로 구현된다면 그 팬덤이 자연스럽게 옮겨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여고추리반>은 티빙 내에서 <대탈출>을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뒀다.
<여고추리반> 포스터
출처 : 채널CJ 미디어 라이브러리<여고추리반>은 태생적으로 <대탈출>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사실 차이점은 너무도 명확하다. <대탈출>의 팬덤이 반응할 미스터리 어드벤처 요소는 가져오되 OTT에 맞춘 가장 명료한 차별점은, <여고추리반>이 드라마타이즈(dramatize, 이야기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형 구성 방식) 구성이라는 것이다. <대탈출>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2개 회차로 나누어 진행하고, 따라서 2회마다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과는 다른 형태였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다 무심코 콘텐츠를 시청하는 TV와는 달리, 유료결제 후 디바이스에 접속해 로그인까지 해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OTT에서는 점점 고조되는 스토리와 엔딩까지 궁금증이 이어지는 구성이 유리하다 판단한 것이다. 더불어, 박지윤, 장도연, 재재, 비비, 예나 등 MZ세대 타깃 출연진으로 변화를 줬다. 특히 비비와 예나는 <여고추리반>이 발굴한 예능 원석이다.
티빙 내 시청 시간 11억 분, 디지털 조회 수 4,300만. ‘과몰입 연애 리얼리티’라는 수식어를 얻은 <환승연애>의 기록이다.
기존 채널에서 연애 리얼리티는 어느 정도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담보하는 장르다. 하지만 대중에게 익숙한 만큼 눈에 띌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도 어렵다. 이 조건 속에서 <환승연애>의 성공 요인은 크게 3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파격적인 설정과 이를 풀어내는 연출력, 그리고 1회 무료 공개라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다.
‘이별한 커플들의 연애 정거장’이라는 카피에서 알 수 있듯, <환승연애>의 한 꼬집은 ‘헤어진 커플들의 만남’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이었다. 그리고 그 파격은, 섬세한 연출을 통해 감성적인 영상과 스토리로 표현돼 자극적이라기 보단 감동의 요소가 됐다. 이에 더하여, 첫 회를 무료로 공개하는 과감한 방식을 시도했다. 일반인 출연 예능이 가지는 높은 진입장벽을 콘텐츠의 퀄리티로 무너뜨려보자는 전략이었다. 이는 제대로 적중하였고, 실제로 1화를 무료로 본 많은 이용자가 유료 회원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30대 여성들의 솔직한 일상을 보여준 <술꾼도시여자들>
출처 : 티빙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은 유료 가입자 3,585% 상승을 끌어내며 화려하게 종영했다. 본격 기승전‘술(酒)’을 지향하는 이 드라마는 기승전‘OTT’라 불러 마땅하다. 캐릭터, 소재, 대사, 구성 모두 절대 기존 방송 채널에서는 할 수 없는 방식이다. ‘19세 미만 시청 불가’ 딱지를 달고 브라운관을 벗어난 <술도녀>는 너무도 신나는 방식으로 리얼하게, 있는 그대로의 30대 여자들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술을 끊으면 지구는 누가 지키죠?”, “난 술이 아니라 탄산에 진 거야”를 외치는 솔직함과 유쾌함, 동시에 교사인 주인공이 힘들어하는 자신의 제자에게 “애초에 거꾸로 태어났건, 어쩌다 거꾸로 걷게 됐건, 네가 앞이라고 하면 그게 앞이야”라 말해주는 당당함. TV에선 담지 못했을, 매력덩어리 캐릭터들이 펼치는 진짜 여자들의 이야기는 MZ세대를 적중했다. 게다가 편당 20~30분가량의 미드폼 에피소드식 구성이 주는 빠른 호흡까지. <술도녀>는 방영 중 네이버 내 ‘티빙’ 검색량 6배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주며 티빙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도 기여했다. 이제 맘 편히, 동시에 애타게 시즌 2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2022년 티빙은 더욱 공격적으로 팬덤을 끌고 갈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티빙이 선보일 새로운 콘텐츠들을 열린 마음으로 즐겨 주셨으면 한다. 한 분 한 분이 콘텐츠의 팬이 되길, 나아가 티빙의 팬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