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성’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 생명권에 대한 윤리의식 제고로 사회 각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콘텐츠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방송영상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전 세계적으로 화두인 두 가지 단어가 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고 다음으로는 ‘ESG’1)이다. 예상하건대 ESG와 관련된 많은 세미나와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관련된 서적, 논문 등도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분들께서도 한 번쯤 관련된 내용을 읽어 보셨을 것으로 예상한다. ESG는 전 사업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ESG의 경영 실천 방향과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소위 말하는 ‘바이블’은 존재하지 않는다. 큰 틀에서 ESG는 기업과 조직의 지속성(또는 지속 가능성)을 위한 방향이며, 목표이고,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재무적 관점을 넘어 환경보호와 재건, 발전된 노동조건, 투명한 의사결정, 상생협력, 동반성장과 같은 비재무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철학의 영역을 운영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선의’의 영역에서 ‘생존’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에서도 이제는 ESG가 큰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전 영역에서 논의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CPND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정부나 유관부처, 이용자)과도 유기적으로 ESG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 플랫폼이 이상적으로 결합한 형태인 넷플릭스는 ESG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지 불과 몇 년도 안 되어 글로벌한 우수 사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넷플릭스는 ESG 리포트를 2019년부터 발간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목표는 “다양한 장르와 언어를 통해 최고의 스토리로 세상을 즐겁게 한다”이다. 어떻게 기업을 운영하고자 하는지 그 목적이 분명하다. 또한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면서는 스스로 지속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넷플릭스가 엔터테인먼트로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것의 전제는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며,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환경의 지속 가능성이다.”
‘DIMPACT’ 참여 및 후원기업과 연구 조직들
이를 위해 ‘Net zero’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자연을 보존하며, 대기 중의 탄소를 제거하는 프로젝트다. 또한, ‘DIMPACT’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기업 및 학계 연구진과 손잡고 OTT 사업자의 서비스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마도 넷플릭스는 거의 모든 레저활동에서 시간당 이산화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기업일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영상을 한 시간 시청하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LED 전등 한 시간, 팝콘 4봉지를 튀기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비슷하다.
미국 에미상, 오스카상을 수상한 넷플릭스의 환경 다큐멘터리
출처 : 각 홈페이지넷플릭스는 환경 관련 콘텐츠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 영국 BBC 및 WWF(세계 자연기금)과 공동으로 4년간 <하나뿐인 지구>, <지구의 극지>, <열대우림> 등 총 8편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미국 방송제인 에미(Emmy Award), 영화제인 오스카(Academy Awards) 등에서 수상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꾸준한 투자의 결과다.
우리나라 방송은 어떨까? 친(親)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가 된 지금, 방송가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변화가 시작되었다. 아직 전사적 차원에서의 ESG 활동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ESG의 열풍에 맞춰 친환경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오늘부터 무해하게> 포스터
출처 : KBSKBS에서는 ‘탄소 제로 프로젝트’라는 목적으로 지속 가능한 지구에 한 발 더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이 출연하는 환경 보호 캠핑 프로그램 <오늘부터 무해하게>를 제작했다. <1박 2일>(KBS)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이다. 충청남도에 있는 섬 죽도에 머물면서,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거나,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대체할 상품들을 홍보 및 활용한다. 이를 통해 환경보호가 이제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부터 무해하게>가 추구한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UN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중 일부
출처 : https://www.un.org/sustainabledevelopment/위 그림은 KBS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추구하는 ‘유엔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UN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보여준다.2) 총 17개의 목표 중 6번은 ‘모든 사람에게 물과 위생에 대한 가용성과 지속 가능한 관리를 보장’하는 목표이다. 수질을 보호하고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식수를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산, 산림, 습지, 강 및 호수 등에 물 관련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13번은 ‘기후 변화와 그 영향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대응’으로 기후 변화 완화, 적응, 영향감소 등에 대해 교육, 인식 고취, 인적 및 제도 역량개선을 당부하고 있다. KBS는 업의 특성을 활용하여 이를 잘 수행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SBS 역시 <공생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UN SDGs의 14번에 집중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한반도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며 위협하는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을 퇴치한다는 주제로, <정글의 법칙>(SBS)의 스핀오프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이다.
<공생의 법칙> 포스터
출처 : SBS위 두 가지 프로그램의 의의는 지상파 방송사라는 매체의 힘을 활용하여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ESG 요소를 탐색했다는 데 있다. 건강한 환경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영역과 해야 하는 영역을 구분하고 이를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하였다. 특히 <오늘부터 무해하게>의 경우 총 10회로 짧게 제작되긴 했지만, 목요일 예능 황금시간대인 밤 10시 40분에 편성한 것으로 보아 제작비를 떠나 기회비용 측면에서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아직 대규모의 제작 투자는 아니지만 이용자들에게 친근하면서 소구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런 작지만 효율적인 접근은 주목해볼 만하다. 각 기업의 특성에 맞춰 기업을 둘러싼 환경 생태계가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노력에 깊은 공감과 감사를 보내며, 함께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프로그램의 전 과정을 모두 살펴본 것은 아니라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제작 과정에서도 친환경적으로 했을지 궁금하다. 촬영 과정에서 출장 및 숙박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전기를 덜 쓰기 위한 노력은 어떠하였는가? 또한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노력은 있었는지 궁금하다. 프로그램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있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오지 촬영에서는 그린 수소 연료 전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많은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지점이다.
UN SDGs를 응용한 우리나라의 ‘국가 지속발전가능목표(K-SGDs, Korea-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17가지
출처 : http://ncsd.go.kr/ksdgs또한, 프로그램을 환경에만 국한하지 말고, 위 그림의 17개 목표를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이를 방송에 표기하는 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프로그램 기획단계에서부터 위의 목표를 활용한다면 ESG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파급력이 센 방송가의 경우 비슷한 투자 규모 대비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환경적으로 깨끗하고, 사회적으로 따듯한 세상을 만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