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에 론칭한 지도 6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OTT(Over-The-Top)라는 용어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것이 되었고, 넷플릭스의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는 2021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1,000만을 돌파했다.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게 된 OTT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2022년엔 어떻게 바뀌어 갈지 전망해본다.
2021년에도 구독 기반 OTT 서비스는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었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오리지널 시리즈뿐만 아니라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했던 영화들(<승리호>, <낙원의 밤> 등)을 선보이면서 가입자를 쌓아 나갔고, 9월에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초대박을 터뜨리면서 작년 동월 대비 MAU가 70%를 초과했다. 토종 OTT 사업자들도 콘텐츠 제작 및 서비스 개편 등 다양한 노력에 힘입어 MAU가 30% 성장하는 저력을 보여줬고, 특히 쿠팡에서 출시한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는 1월 론칭 이후에 무섭게 성장하여 주요 사업자들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다.
구독 기반 OTT 서비스의 이용량 변화
출처 : 와이즈앱 (MAU 총합은 중복 미 제거)새로운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한국시장 진출도 인상적이었다. 11월에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가 나란히 론칭한 이후에 집계된 단말기 판매와 서비스 구독자는 한국 시청자들의 관심과 취향이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PwC(Pricewaterhouse Coopers)가 집계한 국내의 2020년 구독 기반 OTT 매출은 총 8,976억 원이다. 2020년의 유료방송 VOD(개별/월정액 모두 포함) 전체 매출액을 약 1조 1,000억 원 규모로 추정해 볼 때 이미 구독 기반 OTT 매출은 유료방송 VOD 매출의 82%에 육박했다. 2021년에는 상당한 성장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현재 OTT 매출액은 유료방송의 규모에 상당히 근접했을 것으로 보인다.
OTT가 성장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OTT Only 콘텐츠일 것이다. 한 예로 2021년 넷플릭스의 WAU(주간 활성 이용자) 추이를 보면 오리지널 콘텐츠가 공개되었을 때 가파르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넷플릭스 OTT Only 콘텐츠 공개에 따른 이용량 변화
출처 : 와이즈앱티빙(TVING)은 2023년까지 OTT Only 콘텐츠에 2,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웨이브(WAVVE) 역시 2025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서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KT는 올 초 제작사인 ‘스튜디오 지니’를 설립하였고, 쿠팡플레이는 초기부터 <SNL 코리아>의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등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열기는 2021년 상반기 내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2021년 하반기에 OTT Only 드라마와 예능들이 대거 시장에 선보였다. 방송심의를 받지 않아 보다 자유로우면서 기존 방송/영화 생태계의 전문 인력들이 참여해서 만든 웰 메이드 콘텐츠에 이용자들은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많은 OTT 서비스가 콘텐츠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유료 가입 기여도’1)를 평가지표로 활용한다. 티빙의 발표에 따르면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의 유료 가입 기여도는 2021년 1분기 17%에서 3분기에는 44%로, 27%p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특히 지난 10월 선보인 티빙의 OTT Only 콘텐츠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은 매주 새로운 회차를 선보일 때 마다 유료 가입 기여도가 대폭 증가해서 방영 5주 차에는 첫 주 대비 그 수치가 35배 증가했다.
그렇다면 기존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올 하반기 OTT Only 콘텐츠 중 최대 이슈작인 <오징어 게임>을 분석한 닐슨코리안클릭의 보고서2)는 기존 이용자의 평균 이용 시간도 <오징어 게임> 시청을 통해 월등히 증가하였다고 제시하며, 이는 OTT 서비스의 전반적인 활동성이 증가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넷플릭스 기이용자 기준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이용 시간 변화
출처 : 닐슨코리아클릭2022년에는 다중구독(Multiple Subscription)이 증가할 것이고, 올해보다 훨씬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은 가구당 약 4개의 구독 기반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2020년 조사에서는 구독 기반 OTT 서비스를 가구 당 약 1.3개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3년에는 2.3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 이용자는 다수의 OTT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즐기고자 하는 욕구와 주어진 현실 사이에서 고민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각 가구는 다양한 기준(유료방송 서비스 가입여부, 가구 특성 및 소득수준 등)에 따라서 OTT 서비스를 구독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시험해볼 것이다. 그 기준은 ‘어떤 OTT 서비스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하는가’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예산 내에서 구독 기반 OTT 서비스를 선택하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각 OTT 서비스 별 평균 이용기간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OTT 이용기간은 ‘1년 이상 ~ 2년 미만’이 31.7%로 가장 많고, ‘1년 미만’이 28%로 그 뒤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OTT 서비스를 추가하게 되면, 주로 시청하는 OTT를 중심으로 두고 가입/해지를 반복하는 몇 개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형태로 이동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주로 시청하는 OTT의 평균 이용기간은 현재와 다르지 않겠지만, 가입/해지가 반복되는 기타 OTT 서비스는 이용기간이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의 조사결과를 보면 2년간 넷플릭스의 해지율은 크게 변화가 없는 반면, 기타 OTT 서비스들의 해지율은 1.7%p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요 OTT 가입 해지율
출처 : Antenna둘째, OTT 계정 공유를 위한 ‘파티 서비스’가 확산되고, 동시에 이용자와 OTT 사업자들의 마찰이 예상된다. 계정 공유란 다수의 계정을 생성하여 이용할 수 있는 OTT 서비스의 제도를 활용하여, 불특정 다수와 구독료를 나누어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계정 공유를 중개하는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파티 서비스가 OTT의 약관을 위반할 소지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당장은 OTT 사업자들이 파티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막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이 포화에 이르면 즉각적으로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 넷플릭스가 가족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 공유(Password Sharing)에 대해서 주의를 주고 재인증을 요구하는 화면을 테스트한 바 있다.
셋째, 역설적으로 구독 기반 OTT 서비스로 인해 감소되었던 불법복제(piracy)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정한 비용을 내면 영화와 드라마를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는 OTT 서비스의 증가는 불법복제를 급격히 감소시켰다. 일례로 2009년 미국 주요 방송사 중 하나인 ABC의 콘텐츠가 방송사 연합으로 만들어진 OTT 서비스 훌루(Hulu)에 들어가자 ABC 콘텐츠에 대한 불법복제가 6.3%p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많은 볼거리를 위해서 복수의 OTT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불법복제에 대한 유혹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호주 정부의 <온라인 저작권 위배에 대한 설문조사(Consumer Survey on Online Copyright Infringement 2021)> 결과를 살펴보면, TV 프로그램의 저작권 위반 비율은 감소하던 그래프가 2020년에 반전(16% → 20%)한 후 2021년에도 동일한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OTT 서비스가 확산되는 국가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통신 사업자와 OTT 사업자가 주의 깊게 살피고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호주 이용자들이 온라인에서 TV 프로그램을 불법적으로 소비한 비율
출처 : https://www.infrastructure.gov.au/2022년에는 OTT Only 콘텐츠를 잘 알리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보다 많은 시청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옥외광고, 체험형 마케팅 등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입자 유지를 위한 피나는 노력도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수급을 제외한 OTT Only 콘텐츠의 경우 전편을 동시에 공개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지만, 다른 OTT 사업자들은 매주 한편씩 공개하는 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OTT 사업자는 OTT Only 콘텐츠를 제작했을 때 제작비 회수에 대한 강한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에 해외 판매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티빙은 ‘TVING CONNECT 21’을 통해서 2023년까지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의 진출을 완료하고 미국과 유럽 등 10개국 이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고, 웨이브의 경우 2022년에는 글로벌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여러 변화 가운데, OTT 산업은 활짝 개화하여 2021년에는 기존 유료방송 VOD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제 더욱 심화된 경쟁 속 사업자들은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발전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불어 아직 정리되지 못한 규제와 진흥들이 마무리되어 OTT 판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토대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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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넷챠' '웨플릭스'를 아시나요?…이제는 OTT '교차 구독' 시대>, 아시아경제, 2020.09.17,
https://www.asiae.co.kr/article/2020091710153117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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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오, <[토종 OTT열전] ②’웨이브’, 오리지널에 눈뜨다>, 블로터, 2021.10.02,
https://www.bloter.net/newsView/blt202110010032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티빙·왓챠 만족도 높아>, 한국소비자원,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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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디어(OTT)이용행태조사>, KBS공영미디어연구소
<Ampere: U.S. TV Households Now Average Four Streaming Services>, tvtech, 2021.01.21
<Netflix Is Testing Log-In Warnings to Curb Unauthorized Password Sharing>, Variety, 2021.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