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핫트렌드 1

연관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K-콘텐츠 IP 영향력  Vol. 31

Trend N 핫트렌드 1

K-게임 IP 확장, ‘캐릭터’에 답이 있다

최근 여러 K-게임들이 각종 영상물과 굿즈 등으로 IP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큰 성공 사례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 영화든 드라마든 게임이든 매력적인 캐릭터 없이 사랑받기는 힘들다. 게임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본 동력은 ‘캐릭터의 힘’에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주인공 ‘이브’
©시프트업

글로벌 게임의 성공 비결은 탄탄한 캐릭터의 힘

게임에서 캐릭터가 가진 영향력은 대단하다. <리그 오브 레전드>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아케인>이 흥행에 대성공한 것은 ‘징크스’와 ‘바이’라는 게임 속 캐릭터들의 매력이 애니메이션에서 통했기 때문이다. 캡콤의 호러 게임 <레지던트 이블>도 게임 속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해 7편의 영화를 만들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로 파생됐다. 초반 흥행에 실패했던 <사이버펑크 2077>도 게임 속 캐릭터를 등장시킨 애니메이션이 넷플릭스에서 ‘대박을 치는’ 바람에 게임까지 역주행했다.
이처럼 글로벌 인기 게임의 비결을 이야기할 때 ‘탄탄하게 빚어진 캐릭터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정은 어떤가? K-게임의 세계적인 영향력에 비해 게임 캐릭터의 비중은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게임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이나 기타 제작물들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 수가 적고,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리그 오브 레전드>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아케인>
©넷플릭스

K-게임의 아쉬움을 캐릭터에서 찾다

K-게임의 캐릭터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기 때문이다.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는 넘쳐나는데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드물다. 캐릭터는 비주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예쁘고 잘생긴 걸 넘어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서사가 받쳐줘야 한다. 그것도 오랜 시간을 거쳐 차곡차곡 캐릭터의 서사를 쌓아나가야 한다.
한국의 대표 게임 <리니지>는 동명의 만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게임이다. 원작 자체가 워낙 재미있어서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좋은 캐릭터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엔씨소프트는 게임에서 원작의 느낌을 지워가기 시작했다. 세계관도 바꾸고, 스토리도 무시하고, 캐릭터도 지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원작 만화 작가와 저작권 관련한 법적 공방까지 갔다. 리니지 원작 만화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처럼 거대한 복수를 담은 이야기다. 하지만 게임은 이런 스토리들은 무시하고 제목 정도만 남겼다. 20년이 지난 지금 <리니지>에 원작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당연히 원작 속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지워진 지 오래다.

<리니지> 게임에서 원작은 거의 이름만 남은 상황이다
©거북이북스

단단한 서사, 캐릭터에 힘을 더하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리니지>와 같은 시대에 나왔지만, 반대의 길을 택했다. 게임은 ‘호드’와 ‘얼라이언스’ 간의 전쟁 이야기를 골자로 한다. 작중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중 대표는 ‘쓰랄’이라는 캐릭터다. 쓰랄은 흉측한 외모를 가진 오크 종족이다. 주로 다른 게임에서 빌런으로 등장하는 종족이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선 인간보다 더 선한 주인공으로 대우받고 있다. 그 이유는 단단하게 다져진 서사 덕분이다. 완벽한 영웅 서사를 제대로 녹여내 쓰랄은 일반적인 악당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로 거듭났다. 이 밖에도 ‘아서스’, ‘실바나스 윈드러너’ 등 주요 캐릭터들은 그들만의 강렬한 서사를 갖고 있다. 이렇게 탄탄한 이야기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게임을 벗어나 영화, 만화, 소설 등에서 매력을 발산했다.

‘쓰랄’은 몬스터임에도 영웅 서사를 바탕으로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명작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는 주인공의 죽음이 전 세계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개발사 주가에도 영향을 끼칠 만큼 캐릭터가 가져온 파급력이 컸다. 캐릭터를 죽였다고 이토록 큰 비난을 받게 될 줄은 개발자도 몰랐다고 한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 게임 캐릭터에 감정이입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후 <라스트 오브 어스>는 드라마로 다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K-게임 IP 확장의 열쇠, 캐릭터

다행히 최근 K-게임에 속속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피노키오를 모티브로 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에 등장하는 주인공 ‘P’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도 ‘이브’를 중심으로 한 여러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서사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주인공 ‘이브’
©시프트업

물론 IP 확장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다소 삐걱거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훌륭한 서사를 이어가고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쌓아간다면 K-게임도 애니메이션 <아케인>, 드라마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흥행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게임에 미약하나마 서사를 가진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를 잘 다듬고 발전시켜 K-게임의 캐릭터들이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길 기대해본다.

글. 이덕규(<게임어바웃>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