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많은 학자, 교육자, 정책 결정자들은 게임의 폭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관심은 '과연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는 정도와 그 특정 게이머의 폭력에 대한 인식이 일정한 상관관계를 갖느냐'라는 질문으로 압축된다. 그동안 폭력적인 TV 프로그램이 아동의 폭력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결과가 축적되었으나, 이 역시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TV에서처럼 폭력적 화면을 응시하며 경험하는 폭력성과 게임에서처럼 직접 폭력적 행위에 참여하면서 경험하는 폭력성은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어린이를 키우고 교육하는 아버지, 어머니, 선생님들 대부분은 기합과 비명소리 속에서 치고받으며 싸우고, 또 피가 난무하는 게임을 오래 하는 아이들일수록 정서가 메말라지고 더 폭력적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있게 그렇다고 주장하기에는 축적된 연구결과가 너무 적다. 설령 그 믿음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성인의 경우에는 또 어떨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온라인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게이머의 평균 연령은 높아지는 경향이 있고, 이들 중 상당수는 폭력적 게임을 즐긴다. 폭력적 게임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다소 미루더라도, 게이머와 비게이머의 폭력 성향에 대한 차이를 알아보는 작업은 우선 당장의 실질적 호기심을 풀어주는 작업이 될 수 있다.
게임과 폭력성의 관계는 오프라인의 특정 사건이 발발하여 게이머 내부 깊숙이 내재하던 속성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비로소 관찰 가능하다. Gitlin이 미디어이벤트라는 용어로 설명한 바와 같이, 큰 폭력적 사건 하나는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회문화적 구조, 폭력의 역사, 미래 등을 하나 하나 현재화시킨다. 최근 있었던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은 전형적인 예이다. 전쟁은 폭력의 결정체이다. 거기에는 국가폭력이 있고, 고도로 지능화된 첨단 전투가 있고, 원시적인 물리적 충돌이 있다. 그리고 그 폭력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폭력을 저주하기도 하고, 공포에 떨기도 하고, 생명을 희구하거나 평화를 기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전투의 밀고 당김을 즐기기도 하고, 승패결과를 궁금해하기도 하고, 첨단 무기나 전략에 감동하기도 한다. 폭력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 내에 부정적 의미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지지하기 어렵지만, 폭력이 표현하는 대상은 짐짓 중립적 모양을 띄고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인식과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전쟁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통해 게이머와 비게이머, 혹은 게임을 찬양하는 자와 경멸하는 자, 혹은 폭력적 게임을 즐기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본 연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게임과 전쟁 : 게이머의 전쟁관련 의식 연구
윤 태 진 /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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