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ATF : 공동제작! 그 화두 속으로
방 송영상물견본시는 하나의 산업
성공한 방송 콘텐츠가 가져다주는 엄청난 부가가치와 이와 연관된 산업적 역량으로 인해 방송 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이를 다루는 사람들과 방송 콘텐츠들을 한데 모아 유통하게 되는 견본시 자체를 또 다른 하나의 산업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했다. 이미 프랑스 깐느에서는 이에 대한 잠재성에 주목하여 오래전(1964년)부터 방송영상물견본시를 기획.개최하여 명실상부한 이 분야에서의 세계 최대의 마켓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기술의 빠른 발달로 새로운 채널과 매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에 비해 이를 채울 콘텐츠가 태부족인 상태에 있는 아시아에서 이러한 현상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서울, 동경, 대만 등 제법 크다는 도시들에서는 우후죽숙처럼 새로운 마켓들이 생겨나고 있어 이들 마켓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그 중 2000년 MIP-Asia로 처음 시작된 ATF(Asian Television Forum)는 그 지리적.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와 내용면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마켓이다. 싱가포르는 스스로 모든 영역의 허브(HUB)이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부지불식간에 미디어 산업에 있어서도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 오고 있었던 것은 놀라운 발전이다. ATF는 크게 영역별(방송, 영화, 애니메이션) 3개 마켓을 구분하여 영화전문견본시인 ‘Asia Film Market & Conference(AFM&C)’, 애니메이션 전문견본시인 ‘Asia Animation(AAM)’의 양대 행사와 함께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매체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3개 영역별로 전시회 및 Conference를 별도 운영하며, 이 외에도 가장 주요한 이슈들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場)을 제공하고 있는데, 2006년도의 주제 포럼은 Media Financing Forum으로 ‘다국적 합작/투자/공동제작 매칭’ 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또 하나의 주요한 특성으로는 ATF의 경우 Seller(판매자)보다 Buyer(구매자)위주의 마켓으로 행사참가자의 80% 이상이 Buyer라는 매우 이상적인 구성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참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로 작용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마켓에 참가하도록 하는 장점이기도 하다.
공 동제작!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이번 2006년 ATF의 화두는 단연 국제공동제작이었다. 모든 세미나의 주제나 만나는 대부분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과연 누구와 어떤 주제를 가지고 공동제작 파트너를 찾는가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일정부분 ‘싱가포르’라는 지역이 갖는 국가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다. 싱가포르는 국내 내수시장이 워낙 협소하기 때문에 외국으로 진출하지 않고서는 일정한 제작비를 투여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기획 단계부터 외국의 유수한 채널 배급사들과 전략적 관계를 맺고 공동투자를 통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온 나라이다. 전략적으로 선택한 공용어로서의 영어 인프라 때문에 이러한 국제공동제작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올 수 있다는 또 다른 잇점 또한 갖고 있다. 따라서 싱가포르라는 입지적 조건은 ‘국제공동제작’을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디 싱가포르에게만 한정된 이야기일까. 이미 수년전부터 여러 나라간의 국제공동제작은 제작에 관한 모든 국제포럼과 마켓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큐멘터리를 비롯하여 점차적으로 모든 제작물들이 대형화되면서 이를 단독 제작자, 혹은 한 국가에서 모든 리스크를 감당하고 제작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는 것도 이를 부추기는 이유가 될 것이다.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은 제작비를 들인 프로그램이 더 비싸게, 더 많은 국가로 수출이 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데이터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단 공동제작에 참여한 다양한 국가들의 방송사들에 우선적으로 편성이 되는 것이라서 좋은 콘텐츠를 선점할 수 있다는 잇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외에도 복잡한 현대인의 관심을 끌어들일만한 프로그램의 내용을 만들자면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더 재밌는 스토리를 짜내고, 더 다양한 그림들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라도 국제간의 공동제작은 자연스러운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화두로부터 오늘 2006년 12월 한국이 직면한 현실에서 바라보는 우리는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현재 한편에서 나오는 혐한류.반한류를 무마하기 위한 해답으로서의 공동제작은 물론 일정 부분 그 역할이 크다 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모든 논의에 앞서는 것은 우리가 국제공동제작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좋은 파트너와 손잡고 국제공동제작을 추진하는 것은 앞에서 제시한 많은 잇점들은 물론,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국내 독립제작자들의 제작기술을 국제적 제작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나아가 이들이 제작한 프로그램들이 세계의 유통망을 통해 배급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인지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적 수준의 filmography로 무장한 한국의 독립제작자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세계 마켓을 돌아다니며 뜻이 있는 투자자들과 함께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기회를 통해 공동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될 날이 올 것을 기대하는 것이 그렇게 황당한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여름부터 준비해온 작업의 첫 번째 단추를 채우는 결실로서, 요번 ATF에서 KBI는 싱가폴의 MDA와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게 되었다. 포맷조차 다른 두 나라의 제작자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 공동의 프로젝트를 이뤄내고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모든 프로그램들은 100% HD로 제작된다.
국제공동제작에 대해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이니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예상외로 국내 제작자들의 참여열기가 높으며 이를 자신들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또한 해외에서도 한국의 제작역량과 기획력에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것 또한 앞으로의 사업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참으로 많은 어려움이 내정되어 있는 길이기는 하나 그래도 가야만할 길이 바로 국제공동제작의 길이라면 너무 감상적인 이야기일까. 국제공동제작은 KBI의 본디 목적인 ‘한국방송영상산업의 진흥’을 위한 하나의 해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 산업진흥본부 해외사업팀장 은혜정 (02-3219-5475, hjeun@kb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