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과 콘텐츠 동등접근 규정
◦ 작성 : 이상우/ 통신방송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최근 들어 다양한 유료TV 매체들의 등장이 본격화 되고 유료TV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인기 있는 채널들에 대한 배타적 거래행위 이슈가 쟁점화 되고 있다. 2002년 독점적 케이블TV 사업자에 대해 경쟁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기대를 받으며 출범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KBS2, MBC, SBS 등 핵심적 지상파 채널들의 제공이 거부되면서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2006년 출범한 위성 DMB 역시 지상파 채널 에 대한 전송이 거부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2003년부터는 온미디어와 CJ 계열의 핵심적 PP 채널들이 위성방송에 대한 프로그램 제공을 중단하면서, 배타적 프로그램 거래행위는 유료TV 시장의 유효경쟁 체제 구축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이되어 왔다.
국내 유료TV 시장에서의 배타적 프로그램 거래행위는 이를 제재할 별다른 규제가 없기때문에 새로운 매체가 출범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신규 매체는 인기 채널에 대한 접근이 거부당하면서 진입 초기부터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과정들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2008년 도입이 예상되는 IPTV 서비스를 관할하는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에서는 콘텐츠 동등접근 관련 규정이 삽입되었으나, 콘텐츠 동등접근 적용의 대상이 되는 채널들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법에서 IPTV 콘텐츠 사업자로 신고, 등록, 또는 승인받은 사업자들에게만 한정된다는 법적 해석이 내려지면서 콘텐츠 동등접근 조항의 취지가 퇴색될 위기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유료TV 시장에서의 콘텐츠 동등접근 규정은 왜 필요한가? 미국사례는 이에 대한 적절한 답을 제공해 줄 수 있다. 미국에서도 1980년대부터 수직적으로 결합된 케이블 사업자들이 경쟁 사업자들에 대한 배타적 거래행위가 급속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국 의회는 1992년에 수직적으로 결합된 케이블사업자들의 배타적 프로그램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프로그램 접근규칙을 제정하였다. 그 배경에는 유료TV시장에서의 시장성과를 높이 기 위해서는 이 시장으로의 진입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봉쇄행위를 법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가 담겨있다. 또한 프로그램 접근규칙은 프로그램 공급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데, 이는 유료TV 배급시장에서의 경쟁이 일어나게 되면 프로그램 공급업자들이 자신들의 채널을 판매할 시장이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료 TV 시장도 케이블 TV 사업자들에 의한 독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비록 2002년 에 위성방송사업자가 유료TV 시장에 진입하였으나, 아직 케이블TV에 경쟁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케이블 TV 사업자들에 의한 독점적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콘텐츠의 배타적 거래행위는 유료 TV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규사업자들의 진입유인을 저해시키면서 소비자들이 경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봉쇄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이 프로그램 접근규칙을 제정하여 새로운 기술을 가진 사업자들이 유료TV 배급시장에 활발히 진입하게 함으로써 장기적(dynamic) 관점에서 유료TV 배급시장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프로그램에 대한 배타적 거래행위를 금지 하는 규정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료TV 시장에서의 독점적 콘텐츠 제공행위는 합리 적인 비즈니스 관행일 수 있다.
다양한 매체들이 모두 동일한 콘텐츠를 가지고 경쟁해야 한다는 규정은 불합리한 요구일 수 있다. 따라서 프로그램접근규칙은 한시적인 기간 동안만 적용하고, 주기적으로 유료TV 배급시장에서의 경쟁상황을 평가하여 프로그램 접근규칙의 존속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프로그램 접근규칙은 케이블 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TV의 배급시장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방송법의 개정을 통한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6월 25일(수) 22면 [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 자료출처 : ITF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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