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 기술 세계공용주파수, ''와이브로''의 세계화는 시작됐다
''와이브로''라는 역사적 사건
"(11월) 16일께 그 뭐냐… 무슨 4세대(이동통신) 주파수가 결정된다면서요? 그러니까 그게 그 뭐냐… 아, ''와이브로(WiBro)''라면서요?" "아, 네에… 우리나라에서는 ''와이브로''라고 부르는데요. 정확하게는 ''모바일 와이맥스(Mobile WiMAX)''의 일종인 와이브로를 서비스하는 대역이 4세대 이동통신용 후보 주파수 7개 가운데 하나로 올라갔다는 거죠." "그럼 그게 채택되면 혜택을 보는 회사는 어딥니까?"이쯤 되면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지난 10월 ''와이브로''가 3세대 이동통신(IMT2000)의 여섯 번째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에 국내 주식시장이 요동 친 뒤로 심심치 않게 전화가 걸려왔는데, 대부분 같은 내용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열에 아홉이 수화기 주변 을 겉돌며 질문을 툭, 툭, 던지다가 결국에는 필자로 하여금 ''어느 회사 주식을 사는 게 좋을지''를 대답하도록 은근히 부추겼다. 마음 같아서는 ''언제쯤 이런저런 회사의 주식을 사시라''고 조언하고 싶지만, 얘기할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솔직히 필자도 모른다. (필자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니 달리 오해하지 마시길!)
"그런데 (11월) 16일에 맞춰 기사를 쓰실 건가요?" 이제 거의 뒤로 넘어갈 지경에 이른다. ''언제 어느 회사에 투자 할 건지는 전화 하신 분이 결정할 일 아니겠습니까''라고 정중하고 완곡하게 피하고 난 뒤면 여지없이 되돌아오는 질문이었다. ''와이브로'' 실제 가치가 얼마나 되든, 그게 국제 표준이나 세계 공용 주파수가 되든 말든 상관없이 ''기사화하는 시점''에 맞춰 투자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이었으리라.
''와이브로''가 무엇이든, 과거에 어떻게 시작했든, 현재 대중화에 걸림돌이 많든 적든, 돈(주식)이 될 만한 투자 대상이든 아니든, 분명, 대한민국 이동통신사(史)에 한 획을 그을 것이다. 아니, 대한민국 통신역사에서 의미 있는 ''꼭지''임에 틀림없다.
가장 강력한 기술과 시장성
우선 "4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로 선정된 4개 대역 가운데 와이브로의 기술과 시장성이 가장 강력(파워풀)하다"는 주종옥 팀장의 설명. 2.5GHz나 3.5GHz 대역에서 ''모바일 와이맥스'' 서비스를 추진하거나 검토했던 영국, 대만, 러시아, 미국 등 34개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2.3GHz용 와이브로 장비를 곧바로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선점효과가 예상된다. 또 세계 주요 국가에서 2.3∼2.4GHz(폭 100MHz) 대역을 군사용 통신이나 레이더용 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민간용 ''세계 공통 대역''으로 전환하기에도 쉬울 것으로 보인다.
또 와이브로 대역과 함께 4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로 선정된 나머지 3개 대역들을 돋우어 보면 와이브로의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450∼470MHz 대역은 폭이 20MHz에 불과한 데다 유럽형 3세대 이동통신(UMTS) 주파수뿐만 아니라 생활용 무전기, 간이 주파수공용통신(TRS) 등에 이미 쓰이고 있어 향후 시장과 주파수를 적절하게 다시 획정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시장 선점의 유리한 조건들 잘 활용해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 (ITU)의 세계전파통신회의 (2007.11.17)
470∼806862MHz 대역도 디지털 TV 방송용 대역을 뺀 나머지를 써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폭이 좁아지는 데다 아날로그 TV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시점부터 쓸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 2세대 이동통신시장에서 가장 특성 이 좋은 주파수여서 KTF와 LG텔레콤이 호시탐탐 나누어 쓰기를 바라는 SK텔레콤의 800MHz 대역보다 더 효율적 인 700MHz 대역을 4세대 이동통신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고무적이다.
주종옥 팀장은 이와 관련, "TV를 어느 쪽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470∼806862MHz 대역 활용방법이 달라지기 때문 에 700MHz를 4세대 이동통신용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디지털 TV 방송용 대역을 피해 700MHz를 4세대 이동통신용 대역으로 조성해 800MHz와 함께 주파수 재분배에 활용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로 풀이된다. 경우에 따라 국내 첫 경매용 주파수 대상으로 쓸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애초 가장 폭이 넓어 4세대 이동통신에 적합할 것으로 예측돼 국내 산학계가 지지했던 후보대역인 3.4∼4.2GHz도 기존에 고정위성통신이나 군사용으로 활용해온 탓에 3.4∼3.6GHz로 폭이 크게 줄었다. 그만큼 ''와이브로''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특히 이 대역은 와이브로 대역처럼 ''세계 공통''이 아니라 ''국가별로 100MHz나 200MHz 폭으로 알아서 써도 되는 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시장이 활성화하기 힘들 전망이다.
한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오는 2010년까지 760∼840MHz, 2020년까지 1280∼1720MHz에 달하는 대역 폭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번 제네바회의를 통해 4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대역을 획정한 것이 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 12월부터 무선가입자망(WLL)으로 사용하던 2.3GHz 대역을 와이브로용으로 재분배 했다. 이어 2005년 1월 KT, SK텔레콤, 하나로통신(현 하나로텔레콤)을 와이브로 사업자로 뽑았으나 하나로텔레콤 의 사업권 반납으로 2개 사업자만 남아 있다.
글-이은용 전자신문 정책팀 기자
※ 이 글은 [ITFIND]와의 협의에 따라 전재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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