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 제작센터 설립해야
*본 칼럼의 내용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 권호영 /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수단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지상파TVㆍ 케이블TVㆍ위성방송ㆍ위성DMBㆍ지상파DMB 등을 통해 선형 형식으로 제공되는 방송 프로그램을 접하고 있고 케이블TVㆍIPTVㆍ온라인TV 등을 통해서 VOD 형식으로 제공되는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이러한 시청 수단의 다양화로 인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양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증가한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외국에서 수입한 프로그램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산 프로그램의 경우 대부분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이고 새로운 매체가 제작한 프로그램은 지극히 적다.
방송정책기관과 언론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우려해 새로운 매체를 허가할 때마다 프로그램의 제작을 강요했고 이에 새로이 진입하는 사업자들은 상당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허가권을 받아갔다. 그러나 새로이 등장한 매체들은 예상보다 가입자가 유치가 저조하고 저가의 유료방송 등으로 재정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면허장을 받을 때 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10여년 전에 케이블TV를 도입하면서는 제작설비를 구비한 사업자에게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허가장을 주고 10% 자체 제작을 강제했지만 PP의 적자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자체 제작 규정이 없어지고 지난 2001년부터 PP등록제를 실시하면서 PP에 제작설비의 구비를 요구하지 않았다.
위성방송을 허가하면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 등을 약속받았지만 자본금마저 거의 소진한 스카이 라이프가 프로그램의 제작에 투자하기는 어려웠다. 위성DMB 서비스에 진출한 TU미디어도 자체 편성 채널의 편성예산을 애초에 계획한 금액보다 대폭 축소해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지상파TV 이외의 매체에서도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일부 PP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도록 유인한 요인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150여개의 채널이 등장했고 인기 장르인 영화ㆍ드라마에서 20여개의 채널이 경쟁하는 등 채널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프로그램의 구입 가격이 급격히 증가했다.
둘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될 경우 외국 채널이 한국에 직접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외국 메이저들이 인기 프로그램을 한국 PP에 공급하지 않거나 자사 채널에 먼저 방영한 후에 제공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셋째, 국내 PP들이 채널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필요성이 생겼다. 경쟁에서 살아남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자체 제작을 통해서 자사 브랜드에 적합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IPTVㆍ온라인TVㆍ모바일TV 등 새로운 매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2차ㆍ3차 유통으로 인한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CJ미디어ㆍ온미디어ㆍMBC플러스 등과 같은 대형 MPP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읽고 자체 제작을 늘려 가고 있다. 이들 MPP에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보면 손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프로그램의 제작이 주는 이점이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고 자체 제작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150개의 PP들이 모두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국산 프로그램의 제작량은 엄청날 것이고 다양하고 질 좋은 프로그램이 양산될 것이다.
PP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유료방송의 수신료 인상, PP에 적절한 프로그램 이용료 배분 등의 간접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방안으로 PP 들에 프로그램 제작시설을 갖춰줄 필요도 있다. 영세한 PP들이 디지털 제작 장비를 구비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작 센터를 만들어서 프로그램의 자체 제작을 유인해야 한다.
* 본 칼럼은 [한국아이닷컴(서울경제) / 10월16일]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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