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와 대선: 미국과 한국의 인터넷 캠페인
1. 들어가면서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는 각각 2007년, 2008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캠페인 열기가 매우 뜨겁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에 따라 공식적인 웹 사이트에서 인터넷 모금, 게시판 토론에만 의존하던 방식을 넘어서 이제는 블로그, 패러디, 동영상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서비스에 기반을 두고 보다 적극적으로 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점차 진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한국이나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이 인터넷을 단순히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지지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이른바 ‘UCC 캠페인’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생산하고 공유 하는 UCC가 많이 형성되거나 자기표현(self-presentation) 또는 자기표출(self-expressive)적 참여가 매우 활발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나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 사이트 등 이른바 웹 2.0 플랫폼에 기반을 둔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적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양상은 매우 주목할 만한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07년과 2008년 각각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과 미국의 정치 후보자들이 전개하는 인터넷 캠페인 양상이 점차 유사해지거나 수렴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2000년 이후 한국과 미국의 중요한 선거에서 정치인들의 홈페이지 개설률은 꾸준히 증가해 왔고, 인터넷 유세‧온라인 모금‧ 이메일 홍보 등의 활용을 통해 유권자와의 접촉을 확대해 왔을 뿐만 아니라, 점차 정치 블로그‧온라인 정치 커뮤니티‧인터넷 미디어 등의 다양한 인터넷 공간을 통해 유권자들이 정치 토론 같은 숙의적 참여 뿐만 아니라 패러디 등의 표출적인 정치 참여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아마도 2002년 한국 대선에서의 ‘노사모’와 2004년 미국 대선에서의 소위 ‘딘 스페이스(Dean space)’는 두 나라 인터넷 정치 동원의 유사성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Chadwick, 2006). 최근에는 이른바 웹 2.0 시대를 맞이하여 사진, 오디오, 동영상, 소셜 네트워크, 가상현실, 모바일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에 기반을 둔 UCC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 인터넷 캠페인이 한국과 미국 선거 캠페인의 공통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국의 인터넷 선거 캠페인에서는 후보의 개인 홈페이지나 팬클럽 사이트‧포털 토론방‧인터넷 미디어 등에서 주로 게시판이 인터넷 정치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미국의 인터넷 선거 캠페인에서는 오디오‧사진‧동영상‧블로그 포스트 등의 다양한 정치 콘텐츠들을 폭넓게 네트워크화시키는 수많은 정치 블로그가 인터넷 정치 공론의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중요한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UCC의 정치적 활용이라는 측면과 관련해서 볼 때에는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후보들이 전개하는 인터넷 캠페인은 외견상 그 양상이 비슷한 측면이 있으나 그 실질적 내용과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이한 측면들도 존재하는 것으로 관찰된다. 즉, 미국 에서는온라인 선거 캠페인의 중심 주체가 후보자에서 점차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로 전환되면서 다양하고 창의적이며 적극적인 참여 수준을 보이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반면, 현재 한국에서는 인터넷 선거 캠페인이 후보자 개인과 일부 지지자 중심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을 뿐, 현재 미국과의 비교에서뿐만 아니라 과거 몇 년 전에 비해서도 인터넷 정치 참여가 전반적으로 활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2004년의 대선과 총선 동안 ‘노사모’ 열풍과 ‘정치 패러디’ 신드롬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성공적인 인터넷 정치 참여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최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나타나는 인터넷 정치 참여 수준은 다양성과 역동성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이 같은 문제의식 하에서 최근 대선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전개하고 있는 인터넷 캠페인 과정에서 온라인 UCC 활용이나 네티즌들의 참여 양상이 어떻게 상이하게 나타나는가를 비교하려는 시론적 고찰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 대선의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이른바 웹 2.0 시대 인터넷 캠페인의 핵심적 화두로 등장한 UCC의 정치적 이용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이 글은 한국과 미국 양국의 웹 캠페인 또는 인터넷 캠페인 상에서 나타난 다양한 특징들이 향후 인터넷 정치 또는 인터넷 선거정치에 제기하는 정치적․이론적 함의는 무엇인가를 검토하고자 한다.
2. 미국의 ‘UCC 캠페인’: 네트워크화된 개인들의 온라인 정치 참여
미국에서 역사상 인터넷이 정치 캠페인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면서 사실상 진정한 의미의 ‘인터넷 캠페인’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지난 2003~2004년 대선 캠페인이었다. 특히 2003년 민주당 경선 캠페인 과정에서 하워드 딘(Howard Dean)이 보여 준 사상 유례없는 온라인 정치 캠페인은 미국 정치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선거운동과 오프라인 선거운동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예컨대, 2003년 말 ‘미트업(Meetup)’이라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네티즌들을 조직화하여 이들을 다양한 정치 블로그와 연계시킨 것은 매우 성공적인 웹 캠페인으로 평가받는다(Chadwick, 2006). 영국의 정치학자 채드위크는 2003~2004년 하워드 딘의 성공적인 인터넷 캠페인을 2002년 한국의 ‘노사모’와도 비견되는 것이라고 보았다(Chadwick, 2006. p. 163).
실제로 지난 2004년까지 미국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인터넷 활용은 주로 블로그(특히 정치 블로그)에 기반을 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수많은 정치 블로그(political blog)는 댓글이나 펌질 등 블로그 기반의 다양한 참여 방식을 통해 정치 정보와 뉴스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매우 역동적인 공간의 기능을 했다(Sroka, 2006). 그러나 미국의 주요한 선거 과정에서 인터넷 캠페인이 후보자 중심(candidate-initiative)에서 유권자 중심(voter-initiative)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기폭제는 지난 2006년 중간선거에서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이원태, 2007). 지난 2006년 선거에서는 정치 블로그뿐만 아니라 여타의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social network)와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미국 정치인들이 유례없는 온라인 선거 전략을 실행에 옮겼고, 이에 대한 미국 유권자와 네티즌들의 참여도 활발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사진, 연설 동영상, 이메일 링크 서비스 등을 위해 블로그‧ 마이스페이스(myspace.com)‧유튜브(youtube.com) 등 같은 ‘웹 2.0’ 애플리케이션의 정치적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양상은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될수록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네티즌들의 온라인 정치 참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인터넷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미국의 인터넷 캠페인은 진화적으로 발전해 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996년 선거에서는 후보자 웹 사이트, 1998년 선거에서는 이메일(제시 벤추라의 온라인 선거운동), 2000년 선거에서는 인터넷 모금(존 맥케인), 2003년 선거에서는 정치 블로그(하워드 딘), 2004년에는 네트워크로 조직화된 ‘오프 모임[이를 ‘하우스 파티(house party)’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시-체니] 등이었으나, 이제 2006년 중간선거와 마찬가지로 2008년 대선에서는 유튜브‧마이스페이스 등과 유권자 중심의 온라인 정치 콘텐츠, 즉 UCC(user created contents) 또는 UGC(user generated contents)가 인터넷 캠페인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선거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이 미디어 공간의 중대한 전환, 즉 중앙집권적 제작‧통제, 편집 및 조직에서 점차 이용자 중심의 제작‧통제‧ 조직된 미디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한마디로, 선거와 정치가 점차 후보자와 유권자 간의 소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되고, 따라서 인터넷 캠페인의 중심이 후보자에서 유권자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최근 미 대선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터넷 캠페인의 특징과 의미는 무엇인지 펴보기로 하자.
1) ‘유튜브 정치(YouTube Politics)’: 동영상 UCC 기반의 인터넷 캠페인 지난 2006년 중간선거와 마찬가지로 최근 미국의 대선 과정에서도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가 정치 후보자들 간의 중요한 각축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중간선거에 이어서 올해 초부터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선거 캠페인을 ‘유튜브 레이스(YouTube race)’라고 부르기도 한다(이원태, 2007). 그런데 동영상 UCC의 측면에서 지난 중간선거와 비교할 때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지난 중간선거의 동영상 UCC가 후보자 중심의 정치 동영상이 주종을 이루었지만, 최근 대선 캠페인에서는 점차 네티즌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산된 동영상 UCC를 중심으로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후보자 관련 동영상 UCC가 최근의 새로운 뉴스와 사실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과거 몇 년 전에 후보자의 발언이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직접 편집하고 가공해서 생산한 것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후보자는 일방적인 홍보 동영상을 만들기보다는 네티즌들이 만든 동영상 UCC에 대해 대응하는 새로운 동영상을 만드는 데 급급할 정도가 되었다(Price, 2007). 예컨대 공화당 후보 미트 롬니(Mitt Romney)는 지난 1994년 당시 낙태 반대, 동성애자 보이스카우트 가입 허용 등의 발언들을 모은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확산되면서 정치적 정체성의 모호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이를 해명하는 동영상을 새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여러 차례 올리기도 했다.
유튜브에 관한 한 가장 먼저 독자적 채널을 가지면서 동영상 선거운동에 뛰어든 것은 존 에드워즈(John Edwards) 전 상원의원이다. 이미 그는 지난 2006년 3월부터 유튜브를 활용한 선거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다. 에드워즈는 이미 연초부터 대선출사표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고, 그의 웹 사이트도 유튜브‧ 마이스페이스‧페이스북(facebook.com)‧플리커(flickr.com) 등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들의 개인화된 페이지들과 긴밀하게 링크시켜 놓고 있다. 그의 적극적인 인터넷 선거 캠페인은 지난 3월 말 3억 달러 이상의 인터넷 기부금 모금이라는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상원의원도 웹 사이트와 블로그를 통해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1월 초부터 클린턴은 웹 동영상으로 출마 선언을 하고 유권자들과의 온라인 채팅도 시작했다. 바락 오바마(Barak Obama) 상원의원도 이미 대선 출마선언 동영상을 자신의 선거운동 웹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그의 유튜브 동영상들은 여타의 후보들보다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의 존 맥케인(John McCaine)도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캠페인에 나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후보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아이포드(iPod) 같은 PMP나 휴대폰으로 직접 다운받을 수 있는 동영상 UCC 사이트(veoh.com)에 독자적인 채널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중간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벌써부터 2008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도 대선주자들의 실수와 관련한 유튜브 동영상 파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맥케인 상원의원이 부시 대통령의 유엔 연설 도중에 졸고 있는 동영상으로 고초를 겪은 일이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대선 후보들 간의 온라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유튜브에서 가장 역풍을 맞는 사람은 바로 힐러리 클린턴이다. 연초에 클린턴은 국가를 엉망으로 부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깨끗한 이미지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힐러리의 이른바 ‘음치 동영상’은 1월 27일 게재된 이후 5월 20일 현재까지 약 126만 회 이상의 시청 횟수를 기록했는데, 그에 반해 ‘Road Map Out of Iraq’이라는 제목으로 공식 캠페인 동영상은 단지 5,000회 정도의 시청 횟수를 기록했을 뿐이다.
최근 가장 큰 유튜브 동영상 파문은 지난 3월 말 클린턴 의원을 독재자로 묘사하면서 ‘조지 오웰의 1984’를 패러디한 네거티브 동영상에서 비롯되었다. 이 동영상은 5월 20일 현재 약 332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Vote Different(또는 ‘힐러리 1984’라고 부르기도 함)’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애플사의 ‘1984’ TV 광고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 동영상에서는 해머를 든 어느 여자 운동선수가 획일성과 억압에 맞서는 혁명적 이미지와 더불어 힐러리 클린턴을 ‘빅 브라더’ 또는 ‘독재자’로 묘사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오바마 선거 캠페인 컨설팅을 맡고 있던 블루 스테이트 디지털(Blue State Digital)사의 필립 드 벨리스(Phillip de Vellis)라는 사람이 만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는 오바마 캠페인 측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자기 혼자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 벨리스는 오바마 측과의 무관함만을 주장한 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정치담론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는 문제의식까지도 밝히고 있다. 그는 PoliticsTV.com(www.PoliticsTV.com)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정치는 평범한 시민의 손에 있다.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거실에서도 정치 동영상을 만들 수 있고 유튜브나 여타의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동영상을 올릴 수도 있으며, 결국 수많은 사람이 그것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물론 동영상에 대해 여러 음모론이 횡행했지만, 미국의 주요 인터넷 전문가나 정치 블로거들은 드 벨리스라는 네티즌 개인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 동영상 ‘힐러리 1984’를 정치적 네티즌이 만든 동영상 UCC 또는 동영상 UGC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http://news.yahoo.com/s/zd/20070502/tc_zd/206381를 참조.
이 동영상 파문은 2008년 대선 캠페인에서 동영상 UCC의 위력이 얼마나 폭발적인가를 보여 주는 사례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네거티브 선거전의 양상도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에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경쟁이 자칫하면 지난 2004년 대선에서 존 케리(John Kerry) 후보에 대한 보수시민단체(Swift Boat veterans)의 이른바 ‘공격적 정치광고 전략’, 즉 ‘후보자 흔들기(swift boating)’의 일상화를 재현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Stirland, 2007). 여기서 스위프트 보팅(swift boating)이란 2004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존 케리의 군대 경력을 비판하기 위해서 결성된 ‘Swift Boat Veterans for Truth’라는 조직의 이른바 ‘swiftboating’이라고 불리는 네거티브 캠페인 전략에서 유래된 것이다. 따라서 미국 정치에서 swiftboating은 상대방의 신뢰성과 애국심을 문제 삼으면서 상대를 공격하는 캠페인을 일컫는 말, 즉 상대방 흔들기 또는 비방 운동, 인신공격 등의 경멸적인 의미가 있다.
2) 마이스페이스와 ‘오바마 신드롬’: 풀뿌리 인터넷 캠페인의 가능성과 한계 최근 미 대선주자들은 유튜브 같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의 ‘싸이월드’ 같은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 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이스페이스를 활용한 온라인 선거운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마이스페이스는 지난 1월 초 2008년 미대선 예비 선거를 위한 온라인 채널 (http://impact.myspace.com)을 별도로 개설, 마이스페이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상예비선거 (virtual presidential election)를 실시하고 있다. ‘가상모의투표(virtual straw polls)’라고도 불리는 이 서비스는 공식적 선거 과정은 아니지만 온라인 선거 결과를 거의 이틀에 한 번씩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 하고 있으며, 후보자들에게 자신들의 현재 지지 기반을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등록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2일 간격의 여론조사 결과를 언제든지 살펴 볼 수 있다. 컴스코어(comScore Media Metrics)에 따르면, 매월 평균 약 6,500만 명의 미국인들이 마이스페이스를 방문하고, 그중의 85% 이상이 투표연령층이라고 한다. 닐슨/넷레이팅즈(Nielsen/NetRatings)의 자료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마이스페이스 이용자들이 온라인상에서 공직자나 후보자와 상호 작용하는 평균적인 인터넷 이용자들보다도 세 배나 더 많다고 한다. 또한 이 자료에 따르면 마이스페이스 이용자의 42% 이상이 정치나 공적인 현안과 관련한 온라인 동영상을 보고 있고, 35% 이상이 정치나 선거에 관해 공부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이용하며, 44% 이상이 정치와 공적 현안에 관한 온라인 오디오를 듣는다고 한다 (Aun, 2007).
그런데 미국의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의 정치적 급부상이 흥미로운 점은 마이 스페이스 등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온라인 캠페인의 활성화가 인터넷 기술에 익숙한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나이 많은 세대들의 온라인 관여 증가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컴스코어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마이스페이스‧페이스북 등 미국의 주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 네티즌들은 10~20대의 젊은 연령층보다는 30~50대의 중년층 세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이스페이스 이용자 연령분포를 보면 10~20대 이용자보다 30~50대 이용자가 두 배 이상 더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터넷 캠페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후보는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이다. 그는 유튜브‧마이스페이스 뿐만 아니라 정치 웹 사이트, 정치 블로그 등 다양한 사이버 공간에서 여타의 후보들에 대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상의 ‘오바마 신드롬’은 여러 조사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예컨대 지난 4월 5일 미국의 인터넷 조사기관 컴스코어(comscore)가 클린턴과 오바마 웹 사이트를 비교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클린턴의 웹 사이트 순수 방문자 수(unique visitors)가 지난 1월 31만 3,000명에서 2월에는 20만 6,000명으로 약 34% 급감한 반면에, 오바마 웹 사이트 순수 방문자 수는 지난 1월 29만 7,000명에서 2월에는 37만 6,000명으로 약 27% 급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웹 사이트 방문자의 33%는 35세 이하의 젊은 유권자들이었고, 클린턴 웹 사이트 방문자의 57.1%는 35~54세의 나이 많은 유권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테크프레지던트(techpresident.com)라는 정치 웹 사이트도 각 후보별 캠페인 사이트에 대한 UCC 참여 정도, 즉 유권자 생성 콘텐츠(voter-generated content, VGC)를 다음의 <표 2>과 같이 제시했는데, 여기서도 오바마의 ‘UCC 초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위의 자료를 보면 현재 선거 캠페인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 성향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다. 특히 오바마가 온라인상에서는 가장 선두를 달리는 후보자라는 것을 잘 보여 준다. 오바마의 웹 사이트는 2위를 달리고 있는 존 에드워즈보다도 거의 두 배 이상의 UCC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 타났고, 오바마의 알렉사 랭킹 10,432위도 매우 인상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클린턴은 온라인에서는 오바마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의 경우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줄리아니보다는 맥케인이 가장 많은 UCC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자들에 비하면 공화당 후보들의 UCC 참여 정도는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는 공화당의 경우에는 유권자 생성 콘텐츠보다는 후보자 캠프에서 생산한 콘텐츠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3) ‘네트워크화된 공론장’으로서의 대선 캠페인: 온라인 정치토론의 활성화 미 대선후보들 간의 각축이 치열해지면서 인터넷상의 정치적 유동성도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정치 블로그, 정치 웹 사이트, 인터넷 매체 등에서는 온라인상의 정치토론과 정치담론을 지속하는 등 일종의 네트워크화된 공론장(networked public sphere) 형성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4월 10일 미국의 진보적 인터넷 정치조직인 무브온(MoveOn.org)은 7명의 민주당 대선 후보들과 이른바 ‘전자공회(virtual town hall)’라는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무브온 회원들이 제시한 질문은 약 6,800개나 되었고 약 1만여 명의 무브온 회원들이 진보 성향의 토크쇼 라디오 네트워크인 에어 아메리카(Air America)가 제공한 인터넷 방송을 시청했으며, 온라인 토론 직후 실시한 간이여론조사(straw poll)에도 약 320만 명의 네티즌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Savage, 2007).
또한 미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웹 사이트들인 허핑톤포스트(HuffingtonPost.com), 야후(Yahoo.com), 슬레이트(Slate.com: 온라인 뉴스매거진) 등도 지난 5월 1일 미국 최초의 순수 온라인 대선토론회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 온라인 토론회는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자 각각 두 차례씩 개최하기로 했는데, 토론 사회자는 PBS의 찰리 로즈(Charlie Rose)가 맡기로 했고, 네티즌들은 후보자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실시간으로 토론에도 참여할 수 있으며, 또 누가 토론을 가장 잘했는지, 또 누구에게 투표 할 것인지 등의 여론조사도 함께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Farby, 2007).
그리고 최근 5월 10일, 마이스페이스도 오는 9월부터 10월까지 미국의 각 대학 캠퍼스에서 대선 전자 공회(virtual townhall meeting)를 개최하기로 했다. 마이스페이스의 온라인 대선토론회는 회원들이 사전에 걸러지지 않는 방식으로 매우 자유롭게 후보자들과 토론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New York Times, 2007. 5. 10). 그 외에도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온라인 토론 캠페인으로 ‘유포프레즈(u4prez.com)’도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지난 2007년 2월 1일에 정식 오픈한 새로운 선거운동 사이트로, 누구나 온라인에서 대통령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기반의 온라인 캠페인 플랫폼 서비스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인터넷 이용자가 먼저 후보자 이름을 등록하고 자신의 프로파일을 기입하여 회원가입한 후 자유롭게 온라인 선거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여기서는 자신의 정치적 코멘트를 남길 수도 있고 다른 후보자 플랫폼에 있는 코멘트를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후보자와 이용자의 생각을 서로 비교할 수 있게 해 준다.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후보 간의 경쟁이라기보다는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는 인터넷 이용자들 간의 선거경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4) 기존 언론매체 사이트의 역할: 통합적 선거정보 제공과 시민 저널리즘 기존의 주요 언론매체들도 대선 관련 사이트를 개설해서 유권자들의 정치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후보 및 선거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에 기반을 두고 통합적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로운 참여와 공유에 기반을 둔 ‘시민 저널리즘’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월 이른바 ‘캠페인 트래커(Campaign Tracker)’라는 미 대선 정보제공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여기서는 캠페인‧매체 및 여타의 정보원으로부터 획득한 대선후보 유세나 행사 관련 이벤트 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 이벤트 정보는 이벤트 명칭‧시간 및 장소 등을 상세하게 제공하는데, 가장 특징적인 점은 캠페인 이벤트 정보가 지도상으로 찾기 쉽게 구글맵에 저장되어 서비스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캠페인 트래커’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이벤트를 쉽게 분류하거나 검색할 수 있도록 해서 후보자, 시간, 장소 등의 이벤트 정보를 직접 필터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러한 선거 정보 서비스는 향후 미 대선 캠페인의 새로운 수단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3월에 각 후보별 캠페인 선거모금 현황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의 중요한 특징은 모든 대선후보자들의 선거자금 통계를 지역별‧시기별로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맵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하고 있어서 후보들 간의 자금경쟁 추이뿐만 아니라 선거자금의 지역별 분포도 쉽게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또한 지난 4월 29일, 미국의 ABC 뉴스(ABCNews.com)는 대선용 시민 저널리즘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동영상 UCC의 이용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추가했는데, 그 이유는 시민 저널리즘을 표방하면서 이른바 ‘시민기자(citizen reporter)’라고 불리는 네티즌들의 영향력을 특별히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사이트는 핸드폰이나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을 자유롭게 업로드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5) 군소 후보의 급부상: 소셜 네트워크와 블로그 네트워크의 위력 현재 성공적인 인터넷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오바마 외에도 오프라인 상의 지지기반이 매우 취약한 군소 후보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지명도와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사례들도 발견되고 있다. 아마도 대표적인 사례는 공화당의 론 폴(Ron Paul) 의원과 민주당의 쿠시니치(Dennis Kucinich) 의원의 두각일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이나 기존의 언론매체들이 대선 레이스의 중요한 후보로 예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폭스 뉴스에 따르면 미국 남부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휴대폰 메시지 여론 조사에서29%의 지지를 얻어 1위를 한 롬니에 이어 폴 의원이 25%로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Fox News, 2007. 5.16). 또한 테크프레지던트(TechPresident.com)에 의하면 최근 폴의 마이스페이스 지지자(친구) 수는 1만 5,000여 명으로 5월 둘째 주보다 20% 이상 증가하였고, 유튜브 통계에서도 동영상 다운로드 횟수가 53만 3,314로 지난주에 비해 621.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쿠시니치의 동영상 및 소셜 네트워크 참여 수준도 폴과 비슷한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블로그 네트워크의 수준을 보여주는 테크노라티(technorati.com)의 검색순위에서도 5월 16일 현재까지 론 폴이 계속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게시판과 사용자들의 추천에 기반을 둔 웹 2.0 뉴스 서비스 사이트인 딕닷컴(digg.com) 에서도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대선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6) 웹 2.0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다양한 참여 채널 동영상, 소셜 네트워크 등 외에도 최근 미 대선후보들은 다양한 웹 2.0 수단을 이용해 인터넷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구글맵 서비스나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같은 첨단 웹 기술에 기반을 둔 독특한 온라인 선거운동도 주목받고 있다. 먼저 힐러리 클린턴의 구글맵 서비스를 이용한 온라인 네트워크는 구글맵(NASA의 인공위성 GPS를 활용한 온라인 사진 서비스)을 이용해 지지 유권자의 위치 정보와 함께 후보에 대한 지지 메시지와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릴 수 있게 하고 있다. 5월 20일 현재 약 19만 5,000여 명의 지지 네티즌들이 구글맵 메시지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자 차원에서가 아니라 민간 정치 사이트 차원에 선거 이벤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와 후보자 간의 접촉을 도와주는 온라인 매체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이벤트풀(http://eventful.com)이라 불리는 이 정치 사이트는 후보자.유권자 간의 직접 접촉을 매개하는 온라인 매체로 이용자가 인터넷을 연결하는 PC의 위치를 자동적으로 확인해서 가까운 장소에 열리는 정치 이벤트 정보를 직접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각 지역별로 정치인과의 직접적 만남을 요구하는 참여 채널도 있어서 이벤트를 요구하는 사람 수가 후보자별로 순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라고 불리는 가상체험 기반의 온라인 선거운동은 후보자와 이용자 들이 자신의 가상 캐릭터인 ‘아바타(avatar)’로 현실과 다름없이 선거연설, 정치토론, 집회 등 다양한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고 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월 14일, 에드워즈 상원의원이 아바타를 이용하여 ‘제2의 삶’이라는 가상세계를 선거운동에 활용한 최초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며, 최근에는 오바마 상원 의원이 만든 인터넷 기반의 가상세계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오바마(Barack Obama in Second Life)’ 라는 사이트가 크게 각광받고 있다.
또한 최근 미 대선 과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측면은 미국 최대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www.flickr.com)를 통해 휴대폰 카메라‧디지털카메라‧캠코더 등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네티즌들이 후보자나 선거 캠페인 관련 사진을 자발적으로 업로드하고, 더 나아가 최근에는 디지털로 합성한 정치 패러디 사진을 많이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4월 30일 현재 플리커의 후보 사진 검색결과를 보면 오바마 의원이 9,555개로 1,771개의 힐러리를 크게 앞서고 있으며, 힐러리 사진 중에는 안티힐러리 패러디 사진도 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미 대선 과정에서 전개되는 인터넷 캠페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웹 2.0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기술에 기반을 두고 유권자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참여를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 캠페인 과정에서 후보자와 정치인들은 새로운 정보기술에 뒤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미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인터넷 캠페인 양상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지지층을 끌어모으고 정치 블로그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포스팅하는 등 새로운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응용하려는 것을 볼 수 있다. 후보자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유권자 차원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오디오 파일을 공유하는 포드캐스팅(podcasting)‧구글리더 (www.google.com/reader)‧블로그라인(www.bloglines.com)‧마이야후(my.yahoo.com) 등을 통해 온라인 정치 콘텐츠를 빈번하게 업데이트해서 게재할 수 있는 RSS의 활용, 플리커라는 사진 공유 사이트를 통해 이미지의 생산과 공유, 세컨드 라이프와 구글맵 서비스를 활용한 온라인 선거운동은 모두 전형적인 웹 2.0 시대의 인터넷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선거라는 계기와 쟁점의 정치 과정을 인터넷 기술의 발전에 빠르게 적응시킨 결과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미 대선 캠페인에서 주목할 점은 웹 2.0 기반의 이미지 정치와 UCC 캠페인이 점차 온라인 토론의 활성화를 통해 내포적으로 심화 발전하는 측면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후보자 공식 홈페이지나 팬클럽 사이트를 중심으로 게시판 토론이 활발한 것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정치 블로그 상의 정치적 댓글 토론이 매우 활발한 편이고, 점차 네티즌들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이나 메시지를 담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한 토론 참여도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동영상, 사진 등의 다양한 정치적 UCC들이 다른 정치 사이트나 공간으로 확산된다. 즉, 네트워크화된 정치 블로그를 통해 정치 콘텐츠가 확산된다는 것이다. 이는 동영상 UCC 위주의 참여가 갖는 숙의성과 토론의 부재라는 한계를 정치 블로그에서의 상호작용적 정치토론으로 보완하는 특징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대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 간의 인터넷 캠페인 경쟁이 치열 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은 저마다 동영상 UCC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서 대선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동영상 UCC의 정치적 활용과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참여가 더욱 증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지난 미 중간선거 이후 UCC 담론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UCC의 본질에 가까운 참여와 이용 수준은 대단히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UCC 담론과 참여 사이의 간극은 동영상 UCC의 이용과 참여 수준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기서는 동영상 UCC의 정치적 이용과 참여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과 양상이 미국의 경우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1) 박근혜의 사이버 파워: 집단화된 참여(팬클럽)와 개인화된 참여(미니홈피)의 네트워크 현재까지 각 후보 동영상 UCC의 현황을 살펴보면, 박근혜 후보 측이 동영상 UCC를 가장 많이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지지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을 둔 매우 효과적인 생산 체계도 갖추고 있어 후보들 중에서 UCC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는 유일하게 독자적인 UCC 사이트 (hopark.net)를 개설, 동영상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UCC를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지지 네티즌의 자발적 참여․생산․공유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이 같은 동영상 UCC에서의 ‘박근혜 초강세’는 박근혜 후보의 공식 사이트에서보다는 지지 네티즌들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팬클럽, 독자 UCC 사이트, 미니홈피 같은 보다 개인화된 공간에서 더 많이 적극적으로 동영상 UCC의 생산과 공유가 활발하다는 것을 함축한다. 그에 반해 오랫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는 ‘골목대장 명빡이’ 등 몇 가지 패러디 동영상을 계기로 최근에야 이명박 관련 동영상 UCC이 다소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나, 박근혜 후보에 비해 동영상 UCC 물량 면에서 많이 밀리는 상황 이다.
동영상 전문 사이트에서도 동영상 UCC의 박근혜 강세가 뚜렷이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박근혜를 비롯한 모든 후보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 뉴스의 초점이 된다는 점에서 후보자 제작 동영상 UCC보다는 여전히 뉴스 동영상의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박근혜‧이명박‧손학규의 경우에는 후보자 캠프와 지지자 차원에서 생산한 동영상 UCC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치 동영상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동영상 UCC의 전반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다. 지난 2006년 10월에 문화관광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콘텐츠 4,500개 중에서 순수 사용자 제작 콘텐츠는 평균 16%에 불과했다고 한다(문화관광부, 2007).
그러나 정동영과 김근태의 경우에는 동영상 UCC의 대부분이 뉴스 동영상이며, 후보자 차원에서 생산한 동영상 UCC 수는 상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후보가 한때 열린우리당 당의장이라는 정치적 지위와 여권 후보라는 점으로 인해 오랫동안 뉴스의 중요한 초점이 되었기 때문에 연합뉴스, 오마이TV, YTN 등 뉴스 동영상이 누적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사이버 공간 상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 네티즌들의 움직임이 매우 역동적인 데 반해, 열린우리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 네티즌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많이 약화되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2) 동영상 UCC 내용분석: 온라인 정치참여의 양극화과 불균형 후보자 관련 뉴스 동영상을 제외하고 주요 UCC 사이트에서 후보자 측 또는 지지자들에 의해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 UCC를 선정하여 그 내용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정치권과 언론의 규제 요구뿐만 아니라 선관위‧문광부 등 관련 당국의 규제기준이 제시되는 등 동영상 UCC 환경이 매우 부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7년 2월 말 현재 대선후보 관련 동영상 UCC 수가 지난 2006년에 비해 약 세 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각 후보들 간의 동영상 UCC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 외관상 대선후보 동영상 UCC가 활성화된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일부 지지 네티즌이 나 일부 팬클럽 차원의 정파적이고 편향적 참여라는 한계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동영상 UCC의 성격을 분석했을 경우 대부분의 동영상들이 지지‧찬성‧옹‧일색인 반면, 중립적이거나 비판적인 성격의 동영상 UCC는 거의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차이를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UCC 사이트에 게재된 동영상들도 극소수의 일부 네티즌이나 일부 팬클럽이 도배하다시피 게재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동영상 UCC에 대한 편향적 참여라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컨대 판도라TV에 게재된 손학규 동영상 UCC의 경우 3명의 네티즌이 올려놓은 게시물이 손학규 동영상 전체의 82%나 차지하였고, 정동영의 경우 3명의 네티즌이 전체 게시물의 94%나 차지했다. 또한 엠엔캐스트에서는 이명박의 경우 2명의 지지 네티즌이 전체 이명박 동영상의 66%, 손학규의 경우 3명의 네티즌이 전체의 79%를 차지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다음TV팟에 게재된 박근혜 동영상 중 74%가 ‘무궁화지킴이’라는 팬클럽 카페와 링크된 것이었다.
셋째, 주요 후보별로 사진‧동영상 등 UCC의 구체적인 분포를 검토한 결과, 박근혜의 압도적 강세라는 특징과 더불어 대부분의 UCC가 팬클럽이나 미니홈피, 공식 홈페이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참여의 편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에서는 마이스페이스‧페이스북‧플리커‧유튜브 등 여타의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UCC가 폭넓게 확산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지지자 중심의 편향적이고 제한적인 참여를 특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포털의 토론방‧카페(커뮤니티)‧블로그 등에서 도 후보자 관련 정치담론이나 UCC가 생산‧공유되고는 있으나 주로 지지자들이 중복해서 만든 커뮤니티 일 뿐, UCC 공간은 전반적으로 오락‧흥미 위주로 탈정치화되고 있다. 포털뿐만 아니라 동영상 사이트, 언론 사이트 등에서 마련한 UCC 참여 채널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관련 참여 정도는 미국에 비하면 매우 미약하였다. 이처럼 후보자가 만든 공식 홈페이지, 미니홈피와 지지자들이 만든 팬클럽에 UCC가 집중되어 있는 것은 후보자 중심의 인터넷 캠페인이 제한적․편향적 참여를 강화시킬 뿐, 온라인 정치참여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3) UCC 규제담론의 과잉과 자기 검열의 내면화 미국 대선에서는 동영상 UCC가 후보자의 부정적인 면을 잡아 낙선시키는 네거티브 캠페인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대선 후보자들은 자신의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동영상 UCC들을 분석해 보면 후보자 측에서 직접 생산한 콘텐츠들이 대부분이고 또 상대방 후보를 비판하거나 깎아내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강점이나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동영상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네거티브 동영상의 수가 거의 없거나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선관위의 삭제 요청에 의해 포털이나 동영상 사이트 측에서 삭제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정치권, 언론, 선관위, 정부 당국 등의 UCC에 대한 규제여론이 높았던 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초부터 UCC에 대한 규제여론이 제기되는 등 법제도적 규제환경은 후보자 집단이나 지지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UCC 활용을 상당히 제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UCC를 활용한 인터넷 선거 운동에 대한 선거법 등 관련 규제기준은 여전히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고 있다. 올해 2월 UCC에 대한 중앙선관위 검토 자료를 살펴보면,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상에서 UCC를 직접 게시하거나 옮겨서 다른 사이트에 게시할 경우 적법-위법의 기준이 상당히 모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07a, 2007b). 네트워크화된 동영상 서비스에 따라서는 콘텐츠의 개방적 공유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규제제도는 이것을 통제할 여지를 여전히 많이 만들어 놓고 있다.
선거 UCC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공식적인 발표내용(중앙선관위, 2007a, 2007b)과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판도라TV가 중앙선관위에 요청한 동영상 UCC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내용(황승익, 2007)을 보면, 인터넷상의 UCC 게시와 배포는 공식적 선거운동기간(2007. 11. 27~12. 18)을 제외하면 거의 불가능 하다. 구체적으로 선관위가 규정한 위법 및 적법 사례를 살펴보면, 포털사이트, 후보자 홈페이지, 정당 홈페이지 등에서뿐만 아니라 개인 블로그나 팬클럽 사이트에서도 선거운동의 목적을 띠는 UCC의 자유로운 게시나 펌질, 그리고 UCC를 통한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출이 상당히 제약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유권자들의 자발적 참여 UCC에 기반을 둔 자유로운 정치참여와 인터넷 공론 형성 과정 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포털이나 인터넷 매체 등이 게시판 토론이나 댓글 토론이라는 기존의 참여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동영상 UCC 등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참여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과 같이 정치 블로그의 역할도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표 6>에서 볼 수 있듯이 포털 내의 후보자 관련 정치 블로그 또는 시민 블로그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취약하며, 특히 동영상 UCC의 이용과 참여는 매우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포털에서 편리한 동영상 기술 서비스의 확산으로 다양한 비정치적 콘텐츠의 폭발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동영상 UCC가 생산되지 않는 것은 포털 사이트 또는 포털 이용자 차원의 자기 검열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지난 2월 14일 중앙선관위의 UCC 관련 정책방향이 ‘허용’ 또는 ‘완화’ 쪽으로 급선회함에 따라 대선 후보들의 동영상 UCC 수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또한 판도라TV 등과 같은 동영상 UCC 전문 사이트들을 통해 독자적인 채널을 확보해서 각 후보의 동영상 UCC를 보다 효과적으로 생산, 공유, 유통하려는 움직임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동영상 UCC를 둘러싼 각 후보 간의 사이버 전쟁은 동영상 사이트를 거점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4. 요약 및 결론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캠페인 전략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다양하고 질 높은 UCC가 얼마나 생산될 것인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대선을 앞두고 언론과 정치권에서 UCC 담론이 무성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2년과 2004년의 선거와는 달리 다양하고 창의적인 정치적 UCC가 많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상의 정치적 표현을 규제하는 선거법 등 법제도적 규제 때문인가, 아니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치적 무관심 때문인가, 그렇지 않으면 대선후보가 결정되지 않는 등 대선 이슈가 아직까지는 덜 부각되었기 때문인가? 그런데 한편으로는 후보 간 경쟁이 분열 위기로 치달을 정도로 치열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세력통합을 둘러싸고 정치세력 간 힘겨루기가 치열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오프라인 상의 정치적 쟁점이 인터넷상의 캠페인이나 참여로 까지 연결되지 않는 것은 의외의 결과라고 본다. 일부 적극적 지지 네티즌들을 제외하고 아직도 많은 수의 네티즌들이 인터넷상에서는 침묵과 관망으로 일관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예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섣불리 평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다만 분명한 점은 대선을 앞두고 아직까지도 한국의 온라인 정치공간에서는 정파적 참여와 정치적 파당화의 경향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노빠’, ‘명빠’, ‘박빠’ 등으로 ‘끼리끼리 정치참여’가 강할수록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 (poster)보다는 특정한 후보와 정파에 대한 지지나 참여를 꺼리면서 관망하는 사람들(lurker)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미국과 한국의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인터넷 캠페인의 특징들은 향후 UCC와 대선의 관계에 주는 함의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첫째,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캠페인과 온라인 정치참여의 양상은 유사해지거나 수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정치 블로그 기반의 촘촘한 네트워크화된 인터넷 캠페인에서 점차 그 외연을 소셜 네트워크나 동영상 등 웹 2.0 기반의 캠페인으로 확대 발전하고 있지만, 이미 2002~ 2004년의 폭발적인 인터넷 정치참여를 경험하면서 가장 빠른 속도와 민감성을 보여 주는 독특한 펌질 문화에 힘입어 패러디, 동영상 등 웹 2.0에 가까운 UCC 정치 캠페인을 이미 시작한 한국에서는 오히려 다양한 인터넷 공간을 통한 UCC 참여 범위가 크게 확대 발전되기보다는 일부 지지자들의 제한된 참여 에만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정치적 UCC의 진화 과정이 텍스트에서 사진으로, 다시 동영상으로 진행되는 속도가 매우 빨라 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증적으로 측정해 봐야 하지만 그에 따라서 정치적 숙의성은 점차 약화 되어 가는 측면도 발견된다. 텍스트에 기반을 둔 게시판 토론이 점차 댓글 또는 리플 중심의 짧고 빠른 의견 표출로 전환되고, 패러디와 동영상에 입각한 자기 표출적 참여 방식이 온라인 정치 콘텐츠 또는 정치적 UCC 영역을 지배하게 되면서 상호작용적 정치토론 기반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이 다른 점은 미국은 수많은 정치 블로그를 통해 정치적 숙의 또는 정치적 토론 기반이 공고하게 유지되거나 더욱 심화되는 데 반해, 한국의 경우 한편으로는 논객 커뮤니티 또는 토론 커뮤니티, 정치 블로그의 약화, 다른 한편으로는 팬카페 또는 팬클럽, 정치인 미니홈피 중심의 정파적인 성격이 강한 온라인 정치공간을 중심으로 정치토론이 이루어질 뿐, 전반적인 온라인 정치토론의 공간이 매우 약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셋째, 정치적 UCC의 형태에 따른 참여와 이용의 수준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텍스트,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 UCC도 네거티브 콘텐츠가 많이 생산되고 이용되는 데 비해, 한국의 경우에는 인터넷 실명제라는 규제환경에도 불구하고 포털 뉴스 게시판이나 포털 토론방(다음 아고라 등) 중심의 텍스트 지향적 참여가 여전히 활발하고 심지어는 욕설, 비난 등 네거티브적 참여도 크게 눈에 띄는 것과 는 달리 동영상 UCC에서는 네거티브적 콘텐츠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미국에서는 동영상 UCC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인터넷상의 담론정치가 점차 파당화 또는 분극화될 가능성을 높이는 측면을 내포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동영상 UCC는 정치적 쟁점과 갈등의 요인을 형성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인터넷 캠페인을 주도하는 온라인 정치 네트워크 기반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정치 블로그가 동영상 UCC 네트워크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면, 한국의 경우에는 팬클럽 사이트, 포털의 개인화된 공간(미니홈피)이나 지지자 집단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카페, 블로그)가 UCC 네트워크의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오바마와 한국의 박근혜의 사례만을 도식화 시켜 보면 다음과 같다.
다섯째, 대선 후보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거 이슈가 압도적으로 정국을 지배할 경우, 기존의 언론매체들이 후보자의 동영상 UCC를 새로운 뉴스원으로 채택하거나 그것을 쟁점화할 가능성은 높아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영상 UCC의 정치적 영향력은 그 UCC의 내용을 뉴스 보도에 흡수하려는 주류 행위자들의 의지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크게 우려되는 점은 UCC 생산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언론매체 외 정치전문가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언론 매체가 일반대중의 입장과 정치적 토론을 간과하면서 정치인들에 대한 공격적인 동영상을 이용해 그들이 저지르는 ‘말 실수’에만 집착하면서 결국 정치를 왜소화시키고 유권자를 소외시킬 수 있기 때문 이다. 실제로 ‘펌질’ 등 인터넷상의 신속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 동영상들이 정치정보의 본질보다는 정치인들의 왜곡되거나 편향된 이미지만 전달할 수 있다. 동영상 UCC의 압도적 위력 앞에 이미지 정치의 과잉은 시민들의 비판적능력을 위축시키고 결국 시민들이 정치적 이미지의 노예 상태로 전락할 수 있다. 빔버와 데이비스는 이같은 인터넷상의 루머 운동(rumor movement)을 ‘사이버캐스케이드 (cybercascade)’라고 부르면서 언제든지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가 이 같은 사이버캐스케이드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Bimber & Davis, 2003: 49). 하워드도 선거전문가들이 악의적인 목적 으로 만든 ‘하이퍼미디어 캠페인(hypermedia campaign)’이 시민들의 합리적․비판적 능력을 크게 위축 시킬 수 있다고 한다(Howard, 2006: 184).
동영상 UCC의 지나친 남용이 온라인 여론의 분극화를 가져와 사회적‧정치적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IPDI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미 대선 당시 생산된 정치 동영상 중 선거 캠페인 에서 제작된 동영상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사용자 차원에서 제작된 75개의 동영상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 중의 1/3이 케리를 반대하는 내용이었고, 약 2/3가 부시를 반대하는 동영상이었으며, 이 중에서 단지 2개만이 양 후보에 대해 중립적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평균적인 미국인들보다는 인터넷 이용자들이 더 정치적으로 극단화된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 동영상들은 주로 이미 정치적 극단화의 성향을 보이는 이들 온라인상의 액티비스트들에 의해 생산‧유통‧ 확산되기 때문에 정치 전반이 분극화될 우려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IPDI, 2004).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2008년 미국 대선이 ‘웹 2.0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리고 유권자 생성 콘텐츠 또는 UCC가 대선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면서 인터넷 캠페인에서 UCC의 효과적 활용 여부가 캠페인 2.0 또는 정치 2.0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본다. 심지어 어떤 전문가는 웹 2.0 시대의 인터넷 캠페인이 정치를 마치 ‘데자부(Deja Vu)’와 같이 너무도 현실감 있게 만들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Noyes, 2007a, 2007b). 이제 일반 대중이 만드는 정치적 UCC가 인터넷 정치의 미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비용도 들이지 않으면서 카메라를 들고 정치 동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정치구조에 묶여 있지 않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정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치 동영상이야말로 새롭고 효과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 공간을 형성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평균적인 시민들이 인터넷상에서 관점을 공유하거나 블로그를 생산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와 소셜 네트워크의 외피를 쓰고 엄청난 자금을 들여서 선거 과정에 불공정하게 영향을 미치려는 거대한 기업과 정치집단들이다(Stirland, 2007). 예컨대 UCC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폭발적인 역동성은 소위 역정보(disinformation)에 기반을 둔 네거티브 캠페인에 커다란 힘, 즉 후보자 흔들기 파워(swift- boating power)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인터넷은 사람들로 하여금 네거티브 전술과 역정보에 관여하게 만들고 결국 정보의 가치와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아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CC는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시민감시(citizen oversight) 기능이라는 민주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UCC의 정치적 이용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정치 엘리트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드러내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수많은 블로거들이 정치 엘리트를 감시하고 그들의 과오를 폭로하면서 참여 민주주의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은 그야말로 ‘군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를 보여 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그런 점에서 UCC는 웹 2.0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인터넷 기술을 이용하여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할 수 있는 새롭고 효과적인 정치적 의사 표출 단임에는 틀림없다. UCC의 내용이 나쁘건 좋건 한층 진화된 미디어를 이용하는 광범위한 수용자 들이자신의 가치와 사상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저작권이나 거법 등의 강제적 규제장치만으로 UCC를 제약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UCC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참여 하에서 보다 사회적이고 공적인 책임에 기반 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모든 주체들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문헌 김영주(2007). “UCC Politics?: 대통령 선거와 UCC”. 《여의도저널》, 제11호(2007년 봄호), 85~103쪽. 문화관광부(2007). 《UCC 유통현황 조사》(2007. 1. 31). 민경배(2007). “왜곡된 UCC 담론진단: UCC 공론장은 가능한가?”. 언론광장 월례토론회 발표문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19328§ion=section5&wdate=1173265140] 윤성이(2007). “인터넷, UCC와 대통령 선거”. 한국정치학회 발표문(2007. 3. 22). 이원태(2007). “UCC와 중간선거: ‘유튜브’ 정치 동영상으로 중심으로”.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2007년 춘계 쟁점세미나 발제문. 중앙선거관리위원회(2007a). 《선거UCC물에 대한 운용기준》(2007. 1). 중앙선거관리위원회(2007b). 《사이버관계자 회의자료》(2007. 2). 황승익(2007). “UCC와 선거”. 한국언론재단 선거보도 디플로마 특강자료. Aun, Fred J.(2007). “MySpace Digs Deeper Into Politics With Town Hall Meetings“(2007. 5. 10) [http://www.ecommercetimes.com/story/social-networking/57329.html] Bimber, Bruce and Davis, Richard(2003). Campaigning Online: The Internet in U.S. Elections. Oxford University Press. Chadwick, Andrew(2006). Internet Politics: States, Citizens, and New Communication Technologies. New York &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Hopkins, David(2006). “The Rise and Fall of Howard Dean and the Dynamics of Contemporary Presidential Nominations.” Paper presented at the annual meeting of the 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 Marriott, Loews Philadelphia, and the Pennsylvania Convention Center, Philadelphia, PA. Howard, P. N.(2005). “Deep Democracy, Thin Citizenship: The Impact of Digital Media in Political Campaign Strategy.” Annals of the American Academy of Political and Social Science 597(1). pp. 153~170. Howard, P. N.(2006). New Media Campaigns and the Managed Citizen. New York: Cambridge University Press. IPDI(2004). Under the Radar and Over the Top: Online Political Videos in the 2004 Election, [http://www.ipdi.org/UploadedFiles/under_the_radar_and_over_the_top.pdf] Noyes, Katherine(2007). “MySpace and Burnett: Politics Is About to Get Real.”(2007. 4. 25), [http://www.technewsworld.com/story/V07c24E7emh5py/MySpace-and-Burnett-Politics-Is About-to-Get-Real.xhtml] Savage, Charlie(2007). “Campaigning gets a new Web version: ‘Virtual town hall’ for Democrats.” The Boston Globe(2007. 4. 10). [http://www.boston.com/news/nation/articles/2007/04/10/campaigning_gets_a_new_web_version] Sroka, T. Neil(2006). “Understanding the Political Influence of Blogs: A Study of the Growing Importance of the Blogsphere in the U.S. Congress.” Institute for Politics, Democracy & The Internet, [http://www.ipdi.org/UploadedFiles/PoliticalInfluenceofBlogs.pdf] Stirland, Sarah Lai(2007). “Fears of a YouTube Swiftboat”. Wired News(2007. 5. 23). http://www.ipdi.org/News/DocumentSingle.aspx?DocumentID=20134
• 이원태 서강대 정치학 박사, 서강대․한신대 강사, 사회평론 기자, 당대비평 편집기획위원,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국정홍보처 PR컨설턴트, 현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강사.
주요 저서 및 논문 : “사이버공동체와 정치참여”, “인터넷의 정치적 이용과 정치참여”, “인터넷 포퓰리즘과 한국민주주의”, “Cyberactivism and Political Empowerment in Civil Society: A Comparative Anaysis of Korean Cases”, “UCC와 미 중간선거: ''유투브'' 정치동영상으로 중심으로”, ≪마셜 맥루언과 가상성≫(번역), ≪블로우백≫(번역), ≪인터넷 시대 정치권력의 변동≫(번역) 등
출처 :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프로그램/텍스트 2007년 제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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