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터넷 라디오 방송과 저작권
지난 4월 ‘미국 저작권 로열티 위원회’는 미국공영라디오방송(NPR)과 중소 규모 상업 인터넷 라디오 사업자들 등이 제출한 웹캐스트 요금 부과에 관한 재고 요청안을 기각하였다. 이로써 웹캐스터들은 음반 레이블들에게 라디오 웹캐스팅마다 특정한 저작권료를 지급하게 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새로 부과될 요금은 한 곡당 8센트에 책정되었고, 지난해 인터넷을 통해 방송된 모든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소급 적용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향후 2010년까지 한 곡당 19센트로 요금을 인상하기로 되어 있었다.
현재 지상파 라디오 방송 사업자들이 작곡‧작사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저작권료를 지불 하고 있으며, 그리고 가수들에게는 어떤 저작권료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 저작권 로열티 위원회의 결정이 지상파 라디오 방송과 인터넷 라디오 방송 간의 불균형을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음반 산업의 인터넷 라디오 산업 점령에 기여할 뿐이라고 셔원 사이이는 주장한다.
현재 지상파 라디오 방송은 클리어 채널 등과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들에 의해 전체 라디오 시장의 85%가 지배되고 있는 독과점 구조를 가지고 있는 데 비해, 인터넷 라디오 방송은 아직 독립 라디오 방송이 시장 성공을 위한 기술적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험하고 있는 공간 이라는 점에서 사이이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이런 과정에서, 두 상원의원 와이든과 브라운백은 5월 10일 <2007 인터넷 라디오 공정성 법안> 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셔윈 사이이에 따르면 이는 지난 4월의 미국 저작권 로열티 위원회 결정에 대한 반향으로, 로열티 부과에 관한 기준을 현재 위성 라디오 방송의 수준에 맞추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웹캐스팅에 대한 저작권 사용료를 시간당 30센트 혹은 전체 웹캐스팅 수입의 7.5%로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하게는 와이든-브라운백 법안이 음반에 대한 웹캐스팅을 하는 비상업적 방송 사업자들에게 낮은 저작권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비상업 웹캐스터들은 법률에 정해진 바에 따라 음원의 소유자들과 가수들에게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2002년 임시로 정해진 요율이며, 2004년 이미 만료된 규정이다.
와이든-브라운백 법안은 2004년까지의 웹캐스팅에 대해 5%의 저작권 사용료를 책정하고 있으며, 이를 2005년까지의 웹캐스팅에 소급 적용하고, 2012년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웹캐스팅 저작권 사용료 인하 위한 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 의무 적용 최근 7월에 하나의 타협점이 만들어지는 움직임이 있었다. 미국 음반 산업에서 저작권 소유자 들을 대리하여 로열티 지불을 관리하는 ‘사운드익스체인지’라는 회사는 웹캐스터들에게 하나의 타협안을 제시하였다. 웹캐스트 채널당 하루 500달러라는 저작권 및 로열티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 대신에, 하나의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당 2,500달러까지의 요금 상한선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웹캐스터들은 이 제안이 2008년에 종료된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많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 사업자들은 라디오를 통해서 많은 노래들이 간접광고 형태의 혜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곡‧작사가들에게뿐만 아니라 가수들에게까지 퍼포먼스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부당하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논점들이 여전히 웹캐스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와중에서, 사운드익스체인지는 7월 12일 웹캐스터들에게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저작권 및 로열티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를 하였다. 하지만 사이이는 이 발표가 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의 의무적 부과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쟁적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사운드익스체인지는 웹캐스터들이 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데 동의 한다면, 연간 저작권 및 로열티 사용료를 대폭 줄여 5만 달러에 책정할 의지가 있음을 보였다.
이는 웹캐스팅을 녹음하는 행위에 대하여 음악 저작권 소유자들이 갖는 상업적 우려를 표명하는 것인데, 인터넷 라디오 방송 전체 혹은 특정 부분이나 음악을 녹음하는 ‘스트리밍 리핑’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트리밍 리핑’이나 ‘방송 녹음’을 불법적인 저작권 침해 행위로 규정하는 시도는 미국 연방최고법원의 1979년 소니-베타맥스 판결에 따른 비상업적 영상물 가정 내 복제의 합법화 내용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
많은 음악 저작권 소유자들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 음반 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1979년 소니-베타맥스 판결 이후, 기존 거대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우려와는 달리, 미국은 홈비디오 시장을 창출할 수 있었고, 이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에게 새로운 수입원 구실을 톡톡히 하였다(가령, <몬스터 주식회사>라는 3D 애니메이션은 박스오피스 수입보다 DVD 시장을 통한 수입이 훨씬 많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작권 소유자들의 주장은 인터넷을 자신들의 음반 마케팅 도구로만 활용하겠다는 지나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사운드익스체인지가 정한 대로 인터넷 라디오 방송 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작권 및 로열티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가로 저작권관리기술의 의무적 사용을 만들어 낸다면, 그 궁극적인 혜택은 음악 저작권 소유자들, 특히 거대 음반 레이블들에게 돌아갈 것이 명약관화 하다. 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이 특정한 기술사용을 위한 하드웨어를 강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애플사의 MP3 플레이어 아이파드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저작권 소유자들은 음악이라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하드웨어의 사용에 대해서도 통제권을 가지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저작권협회 방송협약과 웹캐스팅의 미래 현재 웹캐스팅을 둘러싼 저작권 논쟁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엔 세계저작권협회(WIPO) 방송협약을 둘러싼 논쟁과 더불어 생각한다면 디지털 문화의 저작권 체제에 관해 보다 넓은 이해의 폭을 전해 줄 수 있다. 현재 방송협약에서 유력한 합의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웹캐스팅에 적용할 저작권의 실행범위를 규정하는 것이다(세계저작권협회 방송협약 논쟁에 관해서는 6월 두 번째 <방송동향과 분석>에서 필자의 글을 참고할 것). 그 범위가 어떠 하든지 이것이 국제적인 규범으로 적용될 경우, 전 지구적인 정보 인프라의 불균형 속에서(전 세계 인터넷 콘텐츠의 80% 이상이 북미와 유렵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소위 정보발전도상국가들이 지게 될 저작권 지불 부담은 전 지구적 문화적 불균형 및 불평등의 구조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뼈대 역할을 할 것이다.
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 혹은 디지털문화통제기술? 저작권법 제정의 미국 헌법적 의도와는 달리, 저작권을 둘러싼 논쟁은 기업들 간의 이윤창출과 시장지배권 확립을 위한 경쟁으로부터 시작하였다. 1930년대 미국 라디오 산업은 1차 세계대전 후 성장하면서 가장 빠른 뉴스 전송 미디어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주요 신문 사업자들은 라디오 방송이 자신들의 뉴스를 직접 보도함으로써 상업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라디오의 기능은 단지 신문 뉴스에 대한 ‘논평’의 범위에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이 소위 ‘1930년대 신문-라디오 전쟁’의 배경이다. 미국의 주요 신문 사업자들은 ‘사회적 사실들’을 뉴스라는 상품 아래 ‘저작권화’하려 하였고, 라디오가 신문 뉴스에 대한 해석 기능만을 갖는 것이 라디오와의 이길 수 없는 속도 전쟁에서 자신들의 사회적 파워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매번 같은 논쟁을 되풀이하고 있는 듯한 ‘저작권 전쟁’ 타협의 실마리는 어디에 놓여 있을까? 생산의 문화를 단순 소비의 문화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소비자 단체의 거센 반발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초상업적인 저작권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그 타협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거대 저작권 소유자들이 저작권을 ‘자연권’ 수준에서 전제함으로써 ‘사회적 이익’의 창출이라는 본래 헌법적인 취지와 의도를 저버리고 있다는 비판을 거대 미디어 기업들 스스로가 타협의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디지털화의 최대 ‘수혜자’(디지털화는 기업 활동의 산물이 아니라 기술의 사회적 이용의 구성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강조되어야 한다)이면서 동시에 그 디지털화의 보다 혁명적인 전환에 장애물로 간주 되는 현재 미국의 저작권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앞으로 어떤 타협점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할 것인가?
7월 20일, 네바다 주 민주당 상원의원 해리 레이드는 미국 교육부의 대학교육 학자금 지원 관련 법안의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이 개정안은 교육부의 대학교육지원자금을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기술조치(즉, 디지털저작권관리)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대학교육기관에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서, 각 대학들은 교육부 장관에게 정기적으로 디지털저작권관리에 관한 보고를 해야 하며, 교육부 장관은 이 보고를 토대로 저작권 침해 사례가 가장 많이 보고되는 25개 대학교를 공표해야 한다. 교육 테크놀로지 네트워크 비영리 단체인 ''에듀커스''는 레이드 개정안의 주요 타깃이 학생들 간의 불법적인 파일 공유이라 할지라도 궁극적 으로는 콘텐츠 사업자들의 저작권관리기술 관리범위를 대학에 강제함으로써 교육자원의 다양한 디지털 네트워크화를 가로막는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게다가, 셔윈에 따르면 현재의 법안이 각 대학들로 하여금 불법적인 파일 공유를 막는 조치에 관해 연간 보고서를 교육부 장관 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레이드 개정안의 의도가 다분히 거대 콘텐츠 사업자들 (특히 미국음반산업연합회)의 일련의 저작권 보호조치 요구사항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거대화되어 대다수 수용자의 문화생산 참여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던 미국의 미디어 산업에 ''디지털화''는 ''생산의 문화 재발견''이라는 화두를 던져주어 왔다. 소위 블록버스터 모델로 표현 되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업으로 인해 높아진 영화 산업 진입 장벽 앞에, 디지털화와 인터넷은 수용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대안적인 문화 소비의 패턴뿐만 아니라 주변화되어 왔던 문화적‧정치적 견해를 담아내는 질료와 통로가 되었다. ‘유투브 현상’이 그것을 대표적으로 표현해 주는 용어가 되었지만, 거대 미디어 기업의 마음은 이와 상당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문화적 표현의 생산물들을 자신들의 이윤창출 기회로 만드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유투브가 그러했고, 텔레비전의 리얼리티 쇼 장르가 그러했다. 하지만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자신들의 문화생산물을 저작권을 통해 보호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다.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사회의 모든 것들을 자신들의 권리 아래 묶어 놓으려고만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에 이미 면역이 되어 있는 듯하다. 거대 미디어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만들어 낸 문화생산을 통해서 거둬들인 이윤에 대비해 얼마나 많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해 왔는지 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을 필두로 한 현재 미국의 초상업적인 저작권 관리 체제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
◦ 참고 : - Anne Broache, “Net Radio Operators Lose Appeal over Fees”, http://news.com.com/8301-10784_3-6176631-7.html, April 16, 2007. - Kendra Marr, Shaken Internet Radio Stations Face Specter of New Fees Sunday,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7/07/12/ AR2007071202169.html?hpid=topnews, July 13, 2007. - Sherwin Siy, “Copyright Board Holds Firm on Webcasting Fee Hike”, http://www.publicknowledge.org/node/913. April 18, 2007. - Sherwin Siy, Readin'', Rattin'', ''Rithmetic: RIAA wants colleges and universities to do their dirty work, http://www.publicknowledge.org/node/1112. July 20, 2007. - Matt Safford, Analysis: A Reprieve for Internet Radio? http://www.pcmag.com/article2/0,1895,2154524,00.asp, July 3, 2007.
◦ 작성 : 성민규(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터디즈학과 박사과정, MinkyuSung@gmail.com)
출처 :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동향과분석 2007년 제11호(통권 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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