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옥의 IT Talk] 양승택 동명대학교 총장
"최근 IT산업 부진의 늪에 빠진건 10년 이끌어갈 성장동력 없는 탓"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분소 설립 마무리단계 부산국제영화제와 IT접목에도 다양한 작업 추진
동명대학교 양승택 총장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과 함께 달려 온 인물이다. 전전자교환기(TDX) 개발, CDMA 상용 서비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설립 등 우리나라 정보통신 발전과 관련된 굵직한 사건에는 모두 그의 노력이 배어있다.
그만큼 정보통신 산업에 대한 애착과 애정도 각별하다.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란 과제에 직면해 있는 우리 정보통신 산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1986년에는 전전자교환기(TDX) 등 국책연구 과제의 성과물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고 1996년에는 CDMA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습니다. 10년에 하나씩 우리나라 정보통신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상품이 선을 보였는데 2006년에는 이렇다 할 새로운 상품을 미리 준비해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게 최근 IT산업의 부진을 가져온 거지요."
동명대학교 양승택 총장은 침체에 빠져있는 정보통신 산업이 활력을 찾으려면 산업파급 효과가 큰 분야의 집중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21세기에는 지식산업인 소프트웨어 분야의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최근 양 총장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우수한 IT인력양성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야 하고 국내 소프트웨어 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인프라를 마련해 한다는 게 양 총장의 생각이다.
"부산시, 정보통신부가 동명대학교와 함께 추진하는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의 아시아 분소 설립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습니다. 이 연구소가 설립되면 국내 산업계와 협력해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게 됩니다.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와 방법론을 국가간 협력을 통해 개발하게 되면 새로운 제품 개발과 상용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프라운호퍼연구소는 독일 4대 연구소 중 하나다. 연구소가 설립되면 다양한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 연구에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연구 성과물은 공개소프트웨어 형식으로 개방하고, 기업들은 이를 기반으로 고품질의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웹 2.0 시대의 철학인 개방, 공유, 참여의 문화를 활용해 우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경쟁력 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우수 IT인력 양성과 관련, 대학이 좋은 교육 시스템만 갖추면 입학 당시에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 지 못했더라도 충분히 더 높은 역량을 가진 우수한 인재로 길러낼 수 있다는 게 양 총장의 말이다. 대학의 교육시스템 개선만으로도 IT 업계가 원하는 우수한 인재를 훨씬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시스템 개선을 위해 양 총장은 컴퓨터와 정보기술 분야의 국제인증 협의체 설립을 추진하 고 있다. IT분야 대학의 우수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도입해 적용하는 대학을 인증하는 기구(가칭 서울어코드)를 우리나라에 두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를 위한 서울어 코드(Seoul Accord)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양 총장이 공동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이미 미국ㆍ영국ㆍ캐나다ㆍ일본ㆍ호주 등이 참여의사를 밝혀왔다는 게 양 총장의 설명.
"공학인증에 이어 서울어코드가 추진되면 수요자인 학생과 기업들이 대학의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IT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정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세계적인 기구 설립을 주도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양 총장은 부산이 고향이다. 대부분의 직장 생활을 대전과 서울에서 했지만 부산에서 잔뼈가 굵었다. 동명대학교 총장을 맡은 것도 이같은 인연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최근 부산은 APEC 개최를 계기로 물류와 정보통신 산업을 육성하고 유비쿼터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 U시티 구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부산 만 해도 지방에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여건이 불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인도나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도 세계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시대가 아닙니까? 세계를 무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글로벌 시대에 지역적인 한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저는 지방에 있어서''라는 말, 절대로 못하게 합니다. 앞으로는 세계를 무대로 할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고 또 그래야 살아남습니다." ''지역적인 한계는 없다''고 단언하는 양 총장이 부산의 발전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부산국제영화제와 IT와의 접목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인들의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하기는 했지만 부산의 산업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안타깝게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중 하나가 컴퓨터 그래픽 등 포스트 프로덕션 분야입니다. 영화가 완성되고 나면 컴퓨터를 이용해 영화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다양한 작업을 해야 하는 데, 이 작업을 수행하는 기지 역할을 부산이 맡겠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동명대는 최근 슈퍼컴퓨터 2호기의 가동에 들어갔다. 이 슈퍼컴퓨터는 1.5테라플롭 스급 성능을 가진 고가용성 슈퍼컴퓨터(HPC)와 MS사가 최신 출시한 `윈도 컴퓨터 클러스터 서버(WCCS) 2003''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각종 영상 그래픽 프로그램을 갖추고 제작을 완료한 영화에 생동감을 더하는 각종 작업을 지원하고 영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2009년에는 이같은 작업을 지원하는 전용 건물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영화를 위한 IT기술 개발이 진전되면 부산도 뉴질랜드의 웰리우드 못지 않은 영화 제작 기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양 총장의 힘주어 말한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청년의 열정을 가진 양승택 총장의 도전과 노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창 진행 중이다.
장윤옥 [ceres@dt.co.kr] 2007/08/03 03:02:21 <저작권자ⓒ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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