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만 바뀌었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내놓고 있는 2008년 미디어 시장에 대한 전망은 마치 2007년이 먼 과거 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다. 방송시장의 경우 디지털 전환 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아날로그 방송 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종말을 고할 것이고, 급격한 기술발전과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통신 시장에서 는 802.11n 와이어리스 네트워크의 발전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전체적으로 인수/합병의 논의가 구체화되어 새로운 미디어 기업이 탄생할 것, 그리고 개인화되어 가는 미디어의 특성으로 인해 개별 미디어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도입되어 실제 사용될 것이라는 등의 예측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예측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그중에서 사실 그다지 새롭지는 않지만 매우 현실적인 예측은 바로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들이 자리를 잡고 수익을 내기 시작할 것이며 그 콘텐츠들을 다양한 영상 매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논의의 핵심은 2007년까지는 ''언제, 어디 서나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기 위한'' 기반이 이루어져 왔다면 2008년부터는 서서히 그 효과가 전체 미디어 비즈니스에 파급되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이미 소비자들의 일상에 매우 깊숙이 침투되어 있어 더 이 상 마케터들이 외면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는 데 기인한다. 미디어 투자 회사인 Peachtree Media Advisors 는 2008년 미국의 경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그 성공 혹은 실패와 상관없이 미디어 산업은 계속 호황 을 누리게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그 가운데 온라인 비즈니스의 성장이 눈부실 것으로 내다봤다.
Peachtree는 그동안 대부분의 온라인 비즈니스들에서 다져온 노하우들이 이제 충분히 쌓였고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 지난 1990년대 말부터 나타난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들의 발전으로 인해 온라인 미디어들과 관련한 비즈니스들이 올해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온라인 기업들은 수익을 내기 위한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것을 보상받을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의 주 타깃이 될 온라인 사용자의 비율이 증가하였고 특히 젊은 층의 인생에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져서 미국 전체 경제의 침체가 오더라도 마케터들이 이를 무시할 수 없게 된 점이 또한 온라인 관련 비즈니스의 꾸준한 성장과 정착을 앞당길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 산업의 주 수입원은 광고이다. TV와 라디오 같은 미디어에 투자되는 광고비는 꾸준히 줄고 있으나 젊은 층이 대부분인 온라인 광고 시장에 대한 투자는 경제상황에 관계없이 계속 늘고 있다. JP Morgan에 따르면, 2008년 전체 미디어 광고비는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지만 온라인 광고비는 2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온라인 광고비 증가가 단순히 온라인 이용자들 중 젊은 층의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온라인을 통한 광고 효과가 또한 탁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최근에 실시된 Simmons의 cross-media 연구에서 온라인으로 TV 프로그램들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같은 프로그램을 TV를 통해 시청하는 사람들 보다 해당 프로그램 중간 혹은 그 앞뒤에서 나오는 광고에 더(47%) 몰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광고뿐만이 아니라 다른 콘텐츠들, 예를 들어 TV 쇼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25%). 즉, 온라인 에서 기존의 TV 콘텐츠들과 광고의 노출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비의 증가가 온라인에 집중되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할 것도 없고 오히려 더욱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러한 자금의 흐름은 지금까지 온라인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원동력이었고 이제 흐름을 타기 시작한 온라인 비즈니스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과 늘어나는 소비자들을 기반으로 하여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비즈니스의 근간을 이루는 한 축은 바로 비디오 다운로드와 VOD 서비스를 통한 비디오 콘텐츠의 배급이다. 이미 거대 지상파‧케이블 방송사들과 영화사들, 그리고 인터넷 비디오 공급자들에 의해 충분한 양의 비디오 콘텐츠가 디지털화 되어 각종 기기들을 통해 서비스되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주에 발간된 ABI Research Group의 보고서에 의하면, 비디오 콘텐츠 다운로드 건수가 2008년 약 2억 1,500만 건에서 2012년 약 24억 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었다. 다운로드를 통한 대여, 소유 그리고 기타 서비스 가입 모델들이 주된 수익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케이블 또는 IPTV 업계가 제공하는 VOD 서비스가 막강한 경쟁자 로 지목되고 있다. 2008년은 온라인을 통한 비디오 배급이 활성화되는 기점이 되기를 업계는 바라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은 바로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볼 수 있게 하는 미디어의 발전과 그에 따른 소비자의 다양화이다. 2008년 미디어 시장을 예측하고 있는 분석가들은 과연 2008년에는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주머니 속의 미디어''를 통해 집에서 광케이블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온라인 서비스들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가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된 콘텐츠들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와 하드 웨어의 균형 있는 조화가 산업 발전의 주된 원동력이 되어 왔다는 측면에서 기술의 발전을 통한 영상 미디어의 발전이 미디어 산업의 외연을 확대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작년 말 시장조사기관 인 ChoiceStream이 발표한 TV와 온라인 비디오 시청형태 조사에서 55%에 이르는 TV 시청자들이 그들의 TV 세트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미디어, 예를 들면 그들의 컴퓨터, 모바일 폰, 또는 iPod 같은 기타 기기들 을 통해 비디오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20% 이상이 앞으로 6개월 동안 이러한 대체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비디오 콘텐츠를 시청하겠다고 답했다. 물론 이러한 시청형태는 젊은 층에서 더 두드러졌다. 현재 온라인 비즈니스는 데스크 탑이나 랩탑 컴퓨터를 통한 서비스가 일반적 이지만 앞으로 가장 대중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하드웨어로는 모바일 폰(혹은 스마트 폰)이 꼽힌다.
모바일 기술의 발전은 컴퓨터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들을 전화로 옮겨놓을 수 있었고 우리 는 현재 이런 전화기를 스마트 폰이라 부른다. TV 기능의 연장이라는 측면에서, 모바일 폰을 통한 비디오 다운로드와 VOD 서비스가 일부 가능하기는 하지만 아직 용량이 큰 비디오 파일의 전송과 다운로드는 제약이 있는 현실 때문에 텍스트 광고나 벨소리 다운로드, 모바일 상거래(m- commerce) 등 다른 온라인 서비스들이 주로 서비스 중이다. 2008년 내에 모바일 폰을 통한 영상물 송수신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된다 면 궁극적으로 전통적인 TV 시청형태는 더 이상 일반적인 비디오 시청형태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즉, 이제 ''장소''에 따라 제약받는 콘텐츠 시청이 아니라 ''개인적 특성''에 맞춰 서비스가 시청자를 찾아가는 형태로 그 모습들이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 미디어 소비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몇 가지로 추려서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시청자''라는 표현조차 적합지 않게 되었다. 하나의 미디어로 비디오/오디오 시청뿐만 아니라 물건을 사고팔고 친구와 커뮤니케이션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에 이를 지칭 하기 위한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ChoiceStream 조사에서 또한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자들이 기존의 TV 서비스에서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로 이동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는 비디오들을 온라인 기반의 미디어들에서 더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연구는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지난 6개월 이내에 온라인을 통해 물건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824명의 응답을 기반으로 하여 진행되었는데, 소비자 들은 어느 미디어를 이용하든 원하는 비디오 콘텐츠를 찾는 데 드는 시간이 만족스럽지 못함을 지적했으 나 컴퓨터나 모바일 폰을 통한 검색이 더 빨랐고, 또 프로그램 검색의 주된 방식이 온라인 검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줘 온라인 기반의 비디오 서비스가 더 유용할 수 있음을 나타냈다. 즉, 기존의 TV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미디어의 발전은 온라인 서비스와 결합하여 TV 시청자들을 분산시키고 있는 것이 다. ChoiceStream의 조사에 따르면 TV 서비스 제공자들이 TV를 통한 적절한 콘텐츠 검색의 어려움으로 입은 수익의 손실이 시청자의 43%를 잃는 것과 같은 정도였다고 한다(2006년은 19%). 올해 TV 시청자들의 이탈은 더욱더 심화될 것이고 새로운 미디어 간 경쟁 역시 심해질 것이다.
올해 미국의 미디어 시장을 움직일 사건들은 온라인 콘텐츠 비즈니스와 그 하드웨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일례로, FCC의 미디어 소유규제 완화에 따른 굵직한 미디어 간 인수/합병의 움직임, social networking 웹 사이트들의 사업 확장,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 구글의 경쟁관계의 변화, 그리고 미국의 대선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그러나 시청자의 측면에서 볼 때 미디어에 관한 논의의 초점이 오프라인 에서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겨졌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듯하다.
즉, ''전통적 미디어의 현상 유지 속에 온라인 미디어의 성장''이라는 전망이 이전에 주를 이루었다면 올해 는 그 관계가 역전되었다는 것이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변화인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국경이 없어진 세상, 인종과 나이와 성별이 무의미한 새로운 세상으로 변화할 것이며,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최첨단 기술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더 편리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 속에 살아왔고, 그 중심에 인터넷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있었다.
올해 전망들을 훑어보면 이미 우리는 그러한 세상에 막 들어왔고 전문가들은 이제 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그렇게 멀게 느껴졌던 첨단 미래가 2008년 지금 코앞으로 다가온 것일까? 아마도 그렇다기보다는 우리는 이제 출발선에 섰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몇몇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아날로그-디지털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의 현실이 다. 장밋빛으로 비칠 수도 있는 2008년 미국의 온라인 미디어 시장의 전망이 앞으로 모두 들어맞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그 미래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 참고 : - Cendrowicz, L. (2008, January 18). Video download business snowballing. The Hollywood Reporter. - ChoiceStream, Inc. (2008, January 15). ChoiceStream 2007 Survey of Viewers Trends in TV and Online Video. - Jaques, R. (2007, December 24). 802.11n Wi-Fi heads for the big time. vunmet.com. - Shields, M. (2008, January 7). Online media to thrive in ''08. Mediaweek.com. - Walsh, M. (2007, December 24). Consumers who watch TV online more engaged than TV-set watchers, Simmons finds. Media Post Publications.
◦ 작성 : 이양환(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박사과정, yanghwanlee@gmail.com)
◦ 출처 : 동향과 분석 (통권 2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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