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NBC Universal과 News Corp.의 Fox가 합작한 동영상 사이트 훌루닷컴(Hulu.com)이 10월 29일 선보 였다. 초청 이메일을 받은 사용자들만이 참여 가능한 프라이빗 베타(private beta) 상태로 출범한 Hulu.com은 향후 수개월 내에 정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완전 공개 서비스가 이뤄지는 시기는 내년 초 쯤으로 예상된다. 약 100 여 종의 TV 프로그램과 영화 콘텐츠를 갖추고 출범한 Hulu.com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전통 미디어의 역습 사례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News Plus]
Hulu.com은 사이트 이름 조차 정해지지 않았던 때부터 뉴스 메이커 역할을 했다. Hulu.com의 출범 계획 자체가 인터넷 업체에 시청자를 빼앗겨 온 전통 미디어 업체들의 변화와 반격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 사모펀드인 프로비던스 이퀴티 파트너스(Providence Equity Partners)는 이에 주목하고, Hulu.com의 실체가 불분명했을 당시 이미 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전통 미디어 업체들의 공세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무기로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인터넷 업체들에 대한 전통 미디어 업체들의 대응은 그동안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비난하며 소송으로 맞대응하거나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 업체들을 콘텐츠 소개 및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런 가운데, 뉴미디어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더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 대한 전통 미디어들의 태도와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존 미디어의 온라인판 사이트들이 몇 차례 실패를 거듭한 후, 대형 미디어 업체들이 손쉽게 선택한 방법은 인터넷 기반 업체들과 협력하거나 인수합병을 단행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2007년 여름에는 온라인 신생업체들에 대한 기존 미디어 업체들의 인수합병 열풍이 불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허스트 퍼블리케이션스(Hearst Publications)가 소셜네트워크와 쇼핑서비스를 결합한 카부들(Kaboodle)을 인수했으며, 뉴욕 타임스는 프리코노믹스(Freakonomics) 블로그를 흡수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케이블 TV업체 디스커버리가 트리허거(TreeHugger)를 합병했고 북마킹 부문의 신생 업체인 클립막스(Clipmarks)가 포브스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도 무성했다. 대형 미디어 업체들이 온라인 사이트에 대한 정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 될 정도였다.
하지만 전통 미디어 업체들이 온라인 부문의 자산을 빠르게 늘려나가는 것은 순수 인터넷 업체들과 본격 적으로 대결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제 전통 미디어들은 YouTube 같은 사이트에서 자사 콘텐츠를 보여주는 대신 스스로 온라인 영역을 장악해 사용자들을 끌어모을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Hulu.com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바로 이 지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Hulu.com의 사례
Hulu.com은 TV 프로그램, 영화, 동영상 클립을 열람 및 공유할 수 있는 웹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YouTube와 유사하다. 하지만 NBC Universal과 News Corp. 산하의 Fox가 합작 설립햇다는 점에서 막강한 경쟁력과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선 몇 분짜리 동영상 클립을 위주로 서비스하는 YouTube와는 달리 Hulu.com은 영화나 TV드라마 전체를 제공하며,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 ''히어로즈''(Heroes), ''심슨가족''(The Simpsons) 등 NBC와 Fox가 보유한 막강한 콘텐츠 라인업을 자랑한다. NBC, E! Entertainment, Bravo, FX, SciFi USA 등 미국내 15개 주요 케이블 채널들을 통해 다양한 TV 프로그램을 확보한 것은 물론 이미 방송용으로 편집된 영화 타이틀 일부도 서비스하게 된다.
사용자가 동영상의 일부 혹은 전체를 친구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하거나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시해 재배포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된다. Hulu.com의 동영상 공유 기능은 YouTube와 비슷한 방식이다. 하지만, 공유한 동영상의 재생과 정지 옵션을 스스로 설정하도록 함으로써 동영상의 한 장면이나 특정 구간만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 YouTube보다 오히려 앞선 기술력을 선보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강력한 콘텐츠로 승부를 내기 위한 제휴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MGM과 Sony Pictures TV가 Hulu.com과 콘텐츠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Sony Pictures의 TV드라마와 MGM의 영화를 곧 Hulu.com 사이트에서 즐길 수 있게 된다. 또한 세력 확장을 위해 AOL, ComCast, MSN, MySpace, Yahoo! 같은 유력 사이트들과 온라인 유통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YouTube ''타도''가 목표인만큼 YouTube의 모기업인 Google은 제휴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Hulu.com의 확장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Hulu.com의 수익모델은 광고이다. 모든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되며, 광고 삽입방식은 TV에서와 동일 하게 배너나 자막 광고를 동영상의 시작과 중간과 끝 지점에 두게 된다. 온라인 동영상 광고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비춰볼 때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 모델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의 결과다.
Hulu.com VS YouTube
Hulu.com이 YouTube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석가들은 대부분 전통 미디어 업체가 지닌 콘텐츠 부문의 경쟁력을 근거로 제시한다. NBC의 Jeff Zucker CEO도 고품질의 합법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Hulu.com이 YouTube와는 근본적으로 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플랫폼 보다는 콘텐츠 자체가 중요한만큼 YouTube가 쌓아놓은 아성도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방송사들의 온라인사업 방향과 저작권법 등은 YouTube 같은 사이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NBC는 Hulu.com의 공개를 앞두고 YouTube에 게시된 NBC Universal 소유의 동영상 클립을 모두 삭제했다. 또한 Apple의 iTunes에 공급해 온 TV프로그램 가격을 편당 1.99달러에서 4.99달러 수준으로 크게 올리겠다고 선언한 후 Apple 대신 Amazon과의 제휴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인터넷 업체들을 괴롭혀온 저작권 문제가 앞으로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Viacom이 YouTube를 상대로 제기한 1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은 든든한 모기업을 배경으로 한 Hulu.com 같은 사이트가 얼마나 유리한 입장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NBC Universal이 10월 19일 YouTube와의 제휴를 종결 짓기로 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Hulu.com을 지원 하기 위한 것이었다.
Hulu.com의 경우 이와 더불어 콘텐츠 제휴 범위가 넓다는 장점은 광고 노출 비중 증가와 수요층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IT 전문 잡지인 와이어드(Wired)는 Hulu.com의 사용 하기 쉬운 웹 사이트 디자인과 많은 인기 TV프로그램은 큰 장점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HD 포맷의 동영상 등 고품질 콘텐츠 제공에 들어가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과 웹2.0 시대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콘텐츠(UCC)를 업로드할 수 없다는 점은 Hulu.com의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후자의 경우 UCC 요구를 충족시키는 YouTube에 비해 명백한 한계점으로 보인다.
[View Point]
그럼에도 불구하고 Hulu.com은 매우 유망한 사이트이며 콘텐츠 자산을 보유한 전통 미디어 업체들이 주목해야 할 잠재력 있는 모델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전통 미디어 업체들과 인터넷 기반 업체들이 강조해야 할 차별화의 요소가 무엇이가 하는 점이다. 기술적 기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인기를 끈 인터넷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와 브랜드를 앞세운 전통 미디어의 대립에서 저작권 을 갖춘 상업적 콘텐츠 사이트가 고유의 자산과 권리를 보유해 한발 앞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질의 동영상을 저렴한 비용으로 꾸준히 많이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발전 방향을 구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 이 글은 와의 협의에 따라 전재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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