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텔레비전 채널들이 인터넷에서 새로운 시장 모델을 찾고 있다. 1996년 연방통신법안 개정 이후 방송과 통신 시장 간의 상호 침투가 가능해지면서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의 케이블 텔레비전 시장에서, 몇몇 거대 미디어 공룡들의 독과점화 경향이 더욱더 뚜렷해지고 있으며(미국 최대 케이블망 사업자인 컴캐스트의 아델피아 합병이 그 대표적인 일례이다), 이에 따라 채널의 다양성은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채널의 다양성이 거대 미디어 복합기업의 시너지 효과의 산물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본 중심의 시장경쟁에 취약한 중소 규모의 케이블 채널들에게 채널 다양성의 증가는 수익성 향상과 곧바로 연결되는 공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후 다시 토론하겠지만, 이렇듯이 최근 양적으로 증가한 채널 다양성이라는 ''수용자 선택''의 확대가 궁극적으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래밍에 대한 ''수용자 통제''와 구별되어야 한다.
케이블 채널들이 인터넷에서 새로운 시장 모델을 찾고 있는 것은 독과점화된 케이블 시장의 구조적 요인과 더불어 인터넷이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에게 새로운 소비자 층을 견인하는 데 상당히 매력적인 미디어라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즉, 타깃화된 시청자군을 목표로 한 틈새 마케팅 전략 등을 마케터들과 광고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을 만한 시장 가능성이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서 꾸준히 발굴된 결과는 최근 케이블 채널들이 새로운 시장 모델을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이동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를 말해 준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바비 화이트는 최근 케이블 방송 채널들의 인터넷 으로의 이동에 관한 기사에서 그 배경에 대한 미디어 경제학적인 배경을 그려주고 있다. 화이트는 1999년 미국 흑인 층을 겨냥해 출범했던 ''블랙 패밀리 채널(Black Family Channel)''이 연간 1,600만 흑인 가정을 가입자로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장 모델을 찾기 위해 케이블 시장을 떠나 인터넷으로 이동한 첫 번째 이유를 무엇보다 ''블랙 패밀리 채널''이 충분한 광고업자들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데에서 찾는다. 달리 말해서 이는 ''블랙 패밀리 채널'' 같은 특정한 인종 수용자 층을 타깃 으로 하는 채널들이 해당 타깃 수용자 층의 전반적인 낮은 구매력으로 인해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에게 마케팅의 주된 대상으로 충분히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 주며, 나아가 이러한 인식에 기반을 두어 케이블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그와 같은 케이블 채널들을 자신들의 프로그래밍 라인업에 넣는 것을 꺼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타깃 수용자들의 낮은 구매력이 ''블랙 패밀리 채널'' 같은 케이블 채널들이 케이블 사업자들을 찾기 어려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거대 미디어 기업인 ''비아컴''이 소유하고 있는 ''블랙 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 BET)''은 무려 8,000만 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는 거대 채널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수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 채널은 성적으로 선정적이고 인종적으로 논쟁적인 재를 끊임없이 만들어왔다. 블랙 패밀리 채널은 이처럼 사회적으로 스테레오 타입에 입각한 프로그래밍에 대한 대안적인 흑인 케이블 채널을 추구했다. 하지만 블랙 패밀리 채널은 독과점적인 케이블 시장의 구조에서 대안적인 프로그래밍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나아가 현재 인터넷에서도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시장모델의 구축 역시 광고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미국 방송 산업 전반의 사업 모델의 한계 앞에서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는 예측이 나온다.
블랙 패밀리 채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케이블 방송 채널들의 인터넷 진출은 기존 케이블 채널들뿐만 아니라 그동안 사회적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덜 받아왔던 독립적인 단체나 기타 소수 민족, 인종들에게 사회적 접근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은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을 나타내준다. 가령, 케이블 방송 채널 하나를 설립하기 위해 보통 1억 달러에서 2억 달러까지의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반해, 인터넷 방송은 불과 500만 달러에서 많게는 1,000만 달러의 초기 비용을 가지고도 시장 진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화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2006년 인터넷을 통해 방송영상 콘텐츠를 소비한 전 세계 수용자는 대략 1억 600만 명이며, 그 수는 2010년까지 약 1억 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낮은 진입장벽에 수많은 잠재적인 소비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시장 가능성이 계산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바로 이처럼 급증하는 인터넷 방송영상물 소비자들 때문에 ''에이티엔티''와 ''버라이즌'' 등 미국 거대 통신 사업자들이 최근 향후 50년 내 마지막 무선전파경매라는 연방통신위원회의 700메가헤르츠 전파경매에 소위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물류를 확보하는 것 이전에 유통망의 확보가 우선이라는 오프라인의 기본 마케팅 전략은 온라인 방송영상물 마케팅에서도 다르지 않다. 게다가 최근 최대 검색 업체 ''구글''이 미국 제3위의 모바일 업체 ''스프린트''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연방통신위원회 무선전파 경매에 뛰어든 것 역시 인터넷이 전체 미국 경제를 좌우할 중심축의 하나로서 확고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화이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케이블 채널들의 인터넷 진입은 그야말로 ''도박(gamble)''일 수 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 인터넷으로 진출하는 케이블 채널들이 대개 광고수입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려 하지만, 광고주들을 끌어들일 만큼의 충분한 해당 웹 사이트 이용자들(해당 인터넷 방송영상 서비스 가입자뿐만 아니라)을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인터넷으로 진출한 케이블 채널들 중에서, ''라임 채널(The Lime Channel)''은 케이블 채널일 당시 약 800만 명의 가입자를 두고 있었지만 현재 자사의 웹 사이트 방문객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18만여 명에 머물고 있다. 케이블 방송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케이블 방송사는 대략 적어도 50만 달러의 월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 덕분에 그만큼의 월 수익이 사업의 유지를 위해서 요구되지는 않아도 현재 분명하게 낮은 수의 해당 인터넷 방송사의 웹 사이트 이용자들은 수익구조의 안정성에 먹구름을 드리우기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케이블 시장 구조에서 채널 다양성은 분명히 유지되고 있다? 사업 모델의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채널들의 인터넷 진출은 앞에서 토론한 것처럼 기존에 이윤창출을 위해 선정적이고 논쟁적인 소재에 편향되어 사회 문화적으로 대안적이고 교육적인 방송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의 독과점 구조에 대한 하나의 도전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시장 중심 분석가들의 생각은 사뭇 다른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대표적인 자유시장 분석가들 중 한 명인 애덤 디에러(Adam Thierer)는 최근 케이블 채널들의 인터넷 진출 자체가 현재 케이블 시장 구조가 채널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례로 비추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디에러는 연방통신위원회가 만든 2006년 케이블과 위성 방송 채널 증가에 관한 표를 인용하면서,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케이블과 위성 방송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한 양적 증가와 더불어 채널의 다양성을 확보해 왔다고 주장한다. 가령, 2003년 103개에 불과하던 방송영상 채널이 2004년 현재 531개로 급속한 증가세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케이블 사업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독립적인 채널들(가령, 지역 의회의 행정사업을 보도‧중계하는 ''공공 액세스 채널''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대여되는 케이블 채널을 말하는 ''리스 채널'' 등) 역시 1996년 불과 64개였던 것이 2004년 현재 116개에 이른다는 통계에 근거하여 채널의 다양성이 기존 규제론자들의 우려와 달리 1996년 이후 급속화된 미디어 시장 경쟁을 통해서 그 결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디에러의 주장에서 (논쟁적이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논의를 이끌면서 디에러가 케이블 방송 시장에서 소비자 권리를 강조하는 규제 장치로 평가되는 ''앨 라 카르테(a la carte)'' 서비스 방식에 관해 비판적 으로 토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블 방송 시장에서 ''앨 라 카르테'' 서비스 방식이란 케이블 방송 가입자가 자신이 원하는 채널을 선택하여 해당 채널에 대한 수신료만을 부담하는 일종의 ''비묶음 개별 채널 구매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케이블 사업자들은 몇 가지 ''티어(tier)'' 서비스 단계를 가입자들 에게 제공하는데, 가격 차별에 따라 베이직 티어(약 15개 정도의 기본 채널로서 공중파 방송과 교육방송 등을 포함), 레귤러 티어(약 60개의 채널 제공), 프리미엄 티어(120개 채널과 더불어 ''에이치비오''나 ''쇼타임'' 같은 영화 채널 등을 제공) 등의 서비스 방식을 라인업에 두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방식에서 케이블 가입자들은 몇 가지 자신들이 원하는 채널들을 보기 위하여 불필요한 채널에 대한 수신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특히 케이블 수신료의 최근 인상률은 미디어 공공정책가들 사이에서 시민의 보편적인 케이블 서비스 접근권 제한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2004년 11월 연방통신위원회는 케이블 텔레비전 서비스의 보편적 접근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 하였다. 하지만 당시 케이블 서비스가 ''앨 라 카르테'' 방식을 채택할 경우 케이블 채널의 다양성을 저하 시키고 케이블 시장의 수익성 구조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하지만 2006년 2월, 이전 마이클 파웰 체제의 연방통신위원회 보고서를 뒤엎는 소위 개정안이 현재의 케빈 마틴 체제의 연방통신위원회에 의해 발표되었다. 이 2006년 보고서는 ''앨 라 카르테'' 방식의 시장 효율성과 소비자의 보편적인 케이블 서비스 접근권에 관한 강력한 지지를 보이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디에러가 최근 케이블 방송 채널들의 인터넷으로의 이동을 토론하면서 ''앨 라 카르텔'' 서비스 방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목적은, 그와 같은 새로운 시장 모델의 구축이 현재 케이블 시장의 독과점적 구조에서 기인하는 문제라고 여기는 비판적 관점들을 논박하는 데 있다. 즉, 많은 미디어 정책가와 시민단체들이 현재 케이블 시장 구조가 소비자의 채널 선택권에 대해 주목하기보다는 채널 수의 양적인 증가를 통하여 생산적인 틈새 수용자 층을 발굴하여 계발되고 세분화된 수용자 취향의 다양한 유형들을 광고주들을 효과적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한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현재 케이블 시장은 채널 다양성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사회의 목소리들을 담아내는 데 있어서도 결코 소홀하지 않고 있다는 메이저 케이블 산업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몇몇 케이블 채널들이 인터넷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시장 모델을 발굴하는 것은 지극히 다른 경제적 계산법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 기반 방송 서비스의 등장이 케이블 시장 구조의 모순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물론 케이블 방송 시장과 인터넷에 기반을 둔 유료 방송 서비스 시장을 동일한 경제학적 논리나 계산법에 근거하여 파악할 수는 없다. 설사 현재 케이블 방송의 독과점 구조를 비판하기 위하여 그러한 잣대를 사용하려는 비판가가 있다 하더라도 설득력을 얻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디에러 분석의 문제점은 그 기본 가정에서 현재 케이블 시장이 지극히 자유로운 시장경쟁에 기반을 하기 때문에 양적인 채널 수의 증가가 채널의 다양성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소비자 선택권의 확대''로 자연스럽게 귀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1996년 연방통신법 개정 이후 케이블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미디어 시장 전반에서 거대화와 독과점화가 심화되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현실 진단 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케이블 시장에서도 네트워크 제공업체들 사이에서 거대 합병과 소유권 집중 현상이 진행되어 왔으며, 콘텐츠에서도 막강한 자본력과 연관 산업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따라서 거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파워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케이블 시장에서 거대 자본의 시너지 효과의 사례는 미디어 재벌들이 현행 케이블 시장 규제를 어떻게 넘나들고 있는지 살펴봄으로써 이해될 수 있다. 1972년 연방통신위원회는 1965년 만들어진 <케이블 채널의 의무전송 규정(must-carry rules)>을 재차 확인하였다. <의무전송 규정>이란 케이블 사업자(가령, 컴캐스트, 타임워너)가 케이블 채널들을 자신의 전송망에 할당하고 모든 지역 텔레비전 방송(독립, 공공 텔레비전 채널 등을 포함하여)을 전송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다. 하지만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당시 <1986년 케이블 시행령>에 의거 <의무전송 규정>이 지속되지 못하였고, 따라서 많은 케이블 사업자들이 수익성이 낮은(즉,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이지 못한) 많은 독립 방송국들과 교육 방송국들을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전송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러자 연방통신위원회는 <1992년 케이블 방송 시행령>을 통하여 지역 상업방송 사업자들에게 3년마다 ''의무전송''과 ''재전송 동의 (retransmission consent)''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규정하였다.
''재전송 동의''를 선택할 경우, 지역방송 사업자들은 자신의 채널이 케이블 사업자에 의해 채택되어 전송 될 경우 계약에 따른 전송료를 받을 수 있으며, ''의무전송''을 선택한 경우는 전송에 따른 보상을 포기 하는 대신에 케이블 채널에 포함되는 것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1993년 6월까지 당시 1,100여 지역 방송국들과 지역 텔레비전 네트워크 채널들은 두 개의 조건에서 하나만을 선택해야 했다. 당시 인기 있었던 채널들은 케이블 사업자들이 광고주들에게 매력 있는 자신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 라는 계산 아래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갖은 채 ''재전송 동의''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당시 대부분 영세 하고 광고주들에게 매력이 없었던 독립‧교육 방송국들은 거의 모두가 ''의무전송''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러 오락, 스포츠 케이블 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디즈니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재전송 동의''를 케이블 시장에서 자신들의 채널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디즈니의 경우, ''재전송 동의''를 선택하면서 그에 따른 전송료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당시 새로운 스포츠 채널인 ''ESPN 2'' 등을 케이블 채널의 라인업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하였다. 요컨대, 그동안 케이블 시장에서 채널 수의 증가와 채널의 다양성 확보가 궁극적인 의미에서 자유시장 경쟁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기보다는 국가의 시장 규제와 거대 미디어 자본 간의 역동적인 관계 형성에 의해 구성되어 왔다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재 케이블 시장에서 채널의 다양성은 궁극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소비자 선택권의 확립이라기보다는 거대 미디어 자본의 활동 범위의 확대에 따른 결과라는 측면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대안적인 네트워크로서 인터넷이 되기 위한 조건 그렇다면 인터넷은 사회의 대안적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독립 미디어를 위한 새로운 터전이 될 수 없는가? 인터넷 방송영상 서비스는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기존 케이블 방송의 독과점적인 시장구조가 생겨날 수 있었던 시장 모델을 따를 수밖에 없는가? 결국 인터넷 역시 독과점적인 미디어 시장 지배구조를 재생산하는 영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가? 이러한 질문에 너무 성급한 답은 물론 금물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도 금물인 것이 현재 다양한 실험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대안적 독립 미디어 운동가들에게는 커다란 딜레마이기도 하다. 이러한 딜레마를 더욱 심화시켜 주는 한 사건이 최근 ''구글''이 제공하는 영상 서비스인 ''구글 비디오''에 의한 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DRM)을 통해 만들어졌다. ''구글 비디오''는 최근 공지문을 통해 구글 비디오를 통해 ''구입''하여 ''다운로드'' 된 영상물에 대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을 중심으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 움직임과 관련하여, 오는 8월 15일부터 구글 비디오가 더 이상 자사가 판매한 영상물에 대한 공식적인 서비스 제공을 할 수 없고 따라서 그에 따른 환불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코리 독토로우가 지적하듯이, 이는 구글 비디오의 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구글 비디오를 통해 법적으로 정당하게 구입하여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어진 비디오 영상물에 대해 소비자 들은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현재 저작권 체제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이다. 구글은 자사의 영상 서비스를 통해 구입된 영상물은 반드시 구글의 미디어 플레이어를 통해서만 시청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디지털저작권관리기술은 나아가 소비자의 영상물 시청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함으로써 사생활 침해의 소지를 드러내며, 또한 영상물 소유자에게 영상물 재생을 위한 플랫폼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채널 선택의 무궁무진한 다양성이 채널에 대한 소비자 통제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보다 더 급진적인 의미에서 확인되는 순간이다. 소비자 자신이 저작권법에 따라 정당하게 구입한 영상물이 궁극적으로 자신의 소유권적인 통제 아래 놓일 수 없다는 것은 채널과 프로그래밍에 대한 통제권이 왜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쥐어질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이유를 암묵적으로 유추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인터넷이 디지털 문화의 대안적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여러 논쟁들 중에서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논쟁을 통해 채널의 다양성과 새로운 시장 모델의 가능성, 그리고 소비자 권리에 대한 의미를 재검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기회를 만날 수 있겠다. 디지털의 기술적 가능성에 의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란 표현은 미래 사회의 대안적인 모습을 가늠 하는 사회적 규범의 역할을 해왔다. 1960년대 소위 ''정보사회론''이라고 불리는 사회학적인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였고, 엘빈 토플러 등 ''미래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정보사회 논의의 대중적인 확산을 돕기도 하였다. 정보사회란 기술 발전을 통하여 현재 자본주의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모순과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적‧문화적 기반을 새롭게 혁신하는 사회로서 그려지고 있었다. 물론 사회학자들과 미래학자들에 의해서 그려지던 이와 같은 정보사회의 미래 모습이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들과 문제점들을 은폐하고 심화시킬 뿐 이라는 주장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지만, 정보사회에 대한 지배적인 해석을 급진적으로 논박하기에는 현재 기술 발전의 추이가 그것을 어렵게 해주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의 텔레비전 방송을 통한 정치 캠페인에서 소외되어 왔던 사회 세력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안적 목소리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은, 정보사회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관점들 역시도 기술 발전이 가져올 정보사회가 대안적인 사회의 내연에서 중심축을 형성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갖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대표자들을 뽑기 위해 정치적 토론을 벌였던 아고라에 모이지 않고 텔레비전을 보기 시작했을 때, 텔레비전이 만들게 될 정치적 가능성보다도 정치의 오락화와 기능화라는 부정적인 가능성에 촉각을 세웠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UCC''로 대변되는 ''모바일 네트워크 문화''가 정치적 결정과 변화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이 그 한 예일 것이다. 단순히 몇 가지 눈에 보이는 성장 결과에 의해 미디어의 대안적 의미를 예단하고 낙관론에 쉽게 빠지기 보다는, 지나치게 복잡한 밑그림으로부터 갖게 될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성찰의 기회가 주어진 다면 그것이 보다 성숙한 의미의 대안적 미디어를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참고 - Cory Doctorow, "Google Video robs customers of the videos they ''own''", http://www.boingboing.net/2007/08/10/google_video_robs_cu.html, Friday, August 10, 2007. - Bobby White, "TV Channels Move to Web, Think Outside the Cable Box", Journal>, B1, August 10, 2007. - Adam Thierer, "A La Carte: Voluntary vs. Mandatory", http://www.techliberation.com/archives/042666.php#more, August 11, 2007.
● 작성 : 성민규(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터디즈학과 박사과정, nkyuSung@gmail.com)참고자료
출처 :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동향과분석 2007년 제13호(통권 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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