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멀티미디어 시대의 개막
지난 수 년간 세계 휴대전화 업계는 극명한 양극화의 길을 걸어왔다. 한 쪽에서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성장과 맞물려 저가형 단말기 중심의 신흥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휴대전화 보급률이 포화에 가까운 선진국 시장을 겨냥해 MP3 플레이어나 카메라 등의 기능을 갖춘 다기능 기종이 앞다퉈 출시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이들 다기능 단말기는 선진시장 휴대전화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3G나 무선랜 같은 차세대 기술을 지원하는 기종도 늘고 있는 추세다. 물론 향후에도 음성통화와 각종 메시지 서비스가 이동통신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 엔터테인먼트라는 측면 역시 무선 브로드밴드 네트워크의 확산에 힘입어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갈 전망이다.
이미 컬러 스크린을 갖춘 카메라폰 기종들은 3G 서비스의 보급 확대와 맞물려 대다수의 선진시장에서 대중화를 목전에 둔 상태다. 그리고 조만간 모바일TV나 음악 재생 기능을 갖춘 단말기들이 새로운 경쟁의 핵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관련 서비스의 가입자 수가 일정 규모를 넘어선 덕도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멀티미디어 단말기의 보급 추이는 대체로 순조로운편이었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비중이 대단히 커지는 현상도 관찰됐다. Walkman, Cybershot, Bravia, N-Series 등이 그런 사례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07년 전체 휴대전화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카메라폰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통업계와 단말벤더들이 카메라를 전제한 신규 서비스(온라인 앨범, 사진/비디오 블로그 등)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향후 그 비중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단 3G 단말기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을 확보한 이후에는 당초 3G 네트워크의 차별화 요소로 거론됐던 화상통화 등의 서비스도 탄력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비디오 플레이어 겸용 단말기와 음악 플레이어 겸용 단말기는 올해 휴대전화 판매량의 1/3과 1/4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휴대용 플레이어의 꾸준한 인기와, 그로 인해 ‘디지털’ 콘텐츠에 친숙해진 소비자들의 기호가 휴대전화 부문에까지 파급된 결과다. 모바일 엔터테인먼트(특히 음악) 서비스의 가능성은 이미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를 통해 입증된바 있다.
이 부문에서 특히 중요한 변수로는 Apple의 iPhone을 꼽을 수 있다. 물론 iPod로 디지털 음악플레이어 시장의 혁명을 주도했던 Apple로서도 휴대전화 시장은 결코 만만한 무대가 아니다. 경쟁 기종이 숱하게 많은 것도 문제지만, Nokia 등의 대형 벤더들에 비해 규모 면에서 훨씬 열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요소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iPhone이 뮤직폰 시장에 미칠 파장은 자못 클 수 있다.
그러나 뮤직폰이 단기간 내에 이른바 ‘iPod Killer’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는 예상은 다소 성급한 감이 있다. MP3 기능에 대용량의 기본 메모리와 확장 슬롯까지 갖춘 기종들이 출시되고는 있지만, iPod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나름의 입지를 개척해왔던 휴대용 MP3 플레이어들을 휴대전화가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카메라폰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편, 비디오폰의 경우는 아직 기술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동영상을 지원하려면 고해상도 스크린/카메라와 대용량 메모리가 필요하고 프로세싱 아키텍처 자체도 바꿔야 한다. 게다가 일정 수준 이상의 배터리 수명과 매력적인 디자인까지 갖춰야 하니 개발과 생산에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아직 이렇다 할 업계 표준이 없는 점도 걸림돌인데, 그 탓에 단말벤더 일각에서는 그저 이통사의 요구에 따르는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3G 서비스의 성장세에 힘입어 비디오폰 판매량도 증가 추세에 있다. 이통업계의 새로운 매출원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모바일TV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시장조사업체 Informa Telecoms & Media은 2009년을 기점으로 관련 네트워크 커버리지와 단말기 공급이 일정 규모를 확보, 2012년경에는 전체 휴대전화 판매량의 10% 가량을 ‘모바일 방송 수신형’ 단말기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이 글은 와의 협의에 따라 전재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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