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은 어떻게 ‘수용자 주권’을 만드는가?
미국 텔레비전 산업은 다가오는 가을 프로그램의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하고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을 광고시간 판매에 끌어들이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프로 스포츠 경기의 ‘포스트 시즌’이 한 시즌의 최고 선수와 팀을 가늠하고 결정하기 위한 도약대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텔레비전 산업에서 가을 프로그램 개편 이전의 ‘업프론트 시즌(upfront season)''이라 불리는 여름 시즌은 한 해 텔레비전 시장에서 누가 선두 자리를 지킬 것인지 를 가늠하는 눈금자 역할을 한다. 지난해 텔레비전 광고 시장에 쏟아 부어진 돈이 무려 700억 달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텔레비전 네트워크들이 거대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의 주목과 관심 을 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 특히 디지털 비디오 레코딩(Digital Video Recording, DVR) 같은 새로운 타임 쉬프트(time shift)와 맞춤화(customization) 미디어의 등장은 텔레비전 산업을 둘러싸고 수용자를 확보 하는 전쟁에 돌입한 텔레비전 네트워크와 광고주 및 마케터들 간의 가장 중대한 논쟁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네들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수용자들이 DVR 기기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아주 손쉽게 녹화해서 볼 수 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 사이사이 에 놓인 광고를 더 이상(기대치 정도만큼) 시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80년 동안 광고에 의해 유지되어 온 미국의 텔레비전 산업에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을 위한 수용자 확보의 난조 혹은 실패는 곧바로 텔레비전 시장의 위기라는 단어로 이어진다. 지지 손에 따르면, 이러한 위기는 미디어 산업에서 거대 자본의 힘을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기회를 준다. 미국 텔레비전 네트워크 넘버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에이비씨 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디즈니 사는 케이블 네트워크 사업자인 칵스케이블에 비디오주문형서비스에서 프로그램 중간 광고를 시청자들이 걸러 볼 수 있는(즉, 빠르게 감기) 기능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도록 요구하였다(이러한 것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일례로, DVD를 시청할 경우 본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전에 등장 하는 저작권에 관한 경고문은 빨리 감기 기능으로 지나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러한 디즈니와 칵스케이블 간의 거래에 호응하면서, 케이블과 위성 방송 산업 분석가인 크레이그 모핏은 현재 DVR의 광고 ‘스키핑’ 기능이 더욱 책임 있고 사회에 관여할 수 있는 텔레비전을 만들기 위한 달러의 흐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텔레비전 산업에 의해 만들어지는 ‘산업성장에 위험한 미디어 기술’론은 디지털 텔레비전 기술의 혁신 자체가 실제로 보다 정교화된 타깃 마케팅과 같은 텔레비전 및 여타 미디어 채널 전반의 시장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간과하는 것이다. DVR 가입자들로부터 세분화된 소비자 정보는 텔레비전 수용자와의 중장기적 소비 패턴 형성을 위한 ‘관계 마케팅(relation marketing)’ 구축에 기여하고 있으며, 텔레비전 소비와 인터넷 혹은 휴대전화 이용 패턴에 관한 소비자 정보는 소비 패턴의 인류학적‧인구학적 확산이나 개인의 이동경로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 유형을 분류해서 전달하는 ‘위치기반 마케팅(location-based market- ing)''의 중요한 인프라이다. 미디어 산업의 위험한 미디어 기술론은 달러의 흐름과 소비자 혹은 수용자 정보의 흐름을 필사적 으로 일치시키려는 텔레비전 산업 내부 혹은 이를 둘러싼 논쟁이며, 궁극적으로 수용자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시청을 통한 문화적 의미 생산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텔레비전 산업이 이 논쟁을 통해서 부각시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경주하는 또 다른 것이 바로 ‘시청자가 주인이다’라는 주장이다. 가령, 에이비씨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인 마이클 벤 슨은 최근 텔레비전 광고시간대에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에 관해서 말하면서, DVR이 광고 수입에 미치는 영향에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장소에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수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광고 수입과 직결된다는 텔레비전 산업의 ‘솔직한 고백’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순박해 보이는 ‘시청자 주권론’이 텔레비전 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레토릭이라는 것을 이미 많은 시청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안방 전쟁’이라 흔히 불리는 이 텔레 비전 수용자 확보 경쟁에서 텔레비전 네트워크와 광고주들, 마케터들이 수행해 온 수용자들이 어떻게 ‘텔레비전 소비’에 관여하는지에 관한 연구가 ‘시청자 주권’의 신화를 아주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쌓아온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래에서는 DVR을 둘러싼 텔레비전 산업의 ‘수용자 시청 행태(viewership)'' 논쟁을 통해서 어떻게 시청자 혹은 소비자 주권론이 만들어지는 살펴본다. 닐슨의 DVR 광고 시청률 측정
<뉴욕 타임스>의 루이스 스토리에 따르면, 미국 방송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사는 지난 2월 발 표한 자료에서, DVR을 통해서 녹화된 방송물을 시청하는 수용자들이 광고주들이나 마케터들의 우려와는 달리 실제로 프로그램 중간 광고 중 3분의 2 정도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리는 매그나 글로벌 미디어 리서치의 수석 부사장이자 수용자 분석가인 스티브 스턴버그의 말을 인용한다. 시청자들이 DVR을 통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유는 “모든 텔레비전 시청의 타임 쉬프트 때문이 아니라 특정한 프로그램을 위한 타임 쉬프트이기 때문에”, DVR이 광고 시청률에 절대적으로 악영향으로 미치고 있다는 주장은 너무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1999년에 미국 텔레비전 시장에 도입된 미국의 DVR 서비스는 현재 약 1,500만 명에 이르는 가입 자를 두고 있다. 약 12%에서 20%의 미국 가정이 DVR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전체 텔레비전 시청에서 DVR을 통한 텔레비전 시청이 차지하는 비율이 6%에 해당된다고 한다. 미국 시청자들의 평균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하루 약 4시간이라면, DVR을 통한 텔레비전 시청이 차지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약 15분에서 20분 정도라는 얘기이다. DVR 서비스의 고유명사화가 되고 있으며 45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티보사의 수용자 분석가인 토드 주엔거에 따르면, 약 5분 정도인 프라임타임 프로그램 중간 광고에서 초반과 종반 각각 1분을 제외하고 중간의 3분 시간대 에 놓이는 광고의 시청자 주목도가 가장 떨어진다.
초반 광고는 프로그램 직후라서 나름대로 시청자들이 다른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머무는 시간이고, 프로그램 시작 직전 1분은 시청자들은 본프로그램을 다시 보기 위해서 텔레비 전 앞으로 돌아오는 시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간 시간대의 광고에 비해서 주목도가 높다는 것이다. 닐슨사의 조사에 따르면, DVR을 통해서 녹화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경우, 대체 로 젊은층일수록 광고를 지나치는 사례가 많으며, 본프로그램 방송이 있은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 이루어지는 타임 쉬프트일수록 광고 시청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오늘 저녁에 방송한 어떤 드라마를 녹화하여 당일 밤에 재생하여 볼 때, 내일 혹은 모레 재생하여 볼 때보다, 수용자의 광고 시청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닐슨사의 조사에 따르면, 보통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은 실시간 텔레비전 중간 광고 시간대에 시청자들이 화장실을 간다거나 광고를 피해 채널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는데, 조사된 결과 에서는 이러한 텔레비전 시청 중간 행동 패턴이 광고 시청률에 미치는 영향이 불과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히 정리하면, 닐슨의 수용자 조사연구는 광고주들이나 마케터들이 두려워하는 만큼 DVR이 시청자들의 광고 시청을 방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오히려 많은 시청자들이 광고 시청 자체를 즐긴다는 연구도 많이 있으며, DVR 기술은 수용자들에게 보다 맞춤화된 텔레비전 시청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용자들 자신이 텔레비전의 흐름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의 두려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첫 번째 가능한 대답은 아마 이들이 텔레비전 네트워크에 지불하는 막대한 광고비로부터 나올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연간 700억 달러의 광고비를 텔레비전 단일 미디어에 쏟아 부어야 하는 현실은 광고주들이나 마케터들에게 아주 큰 부담이다. 인터넷과 같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광고 아웃렛이 등장하기는 하였지만, 텔레비전은 여전히 미국에서 넘버원 미디어이다. DVR을 통한 타임 쉬프트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아날로그 브이티알(VTR)과 크게 다른 시청 패턴의 변화를 아직까지 불러일으 키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을 겨냥해 내놓는 텔레비전 네트워크 관계자 들의 소위 ‘DVR 뻥튀기’ 주장(즉, DVR 이용과 광고 시청률은 부정 상관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은 나 름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첫 번째 대답이 텔레비전 산업을 둘러싸고 구축되는 주도권 전쟁의 한 측면을 보여 준다면, 두 번째 가능한 대답은 이 주도권 싸움이 궁극적으로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메시지에 관한 것이다. 닐슨 같은 수용자 조사기관이 기획하는 DVR 광고 시청률 측정은 보다 세분화된 소비자 정보 구축을 목표 로 한다. DVR 가입자는 대체로 수입과 교육수준이 높고 아이들이 있는 가정으로 조사되고 있다. DVR 기기 구입과 서비스 가입에 따른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선택권이나 시청 시간이 상대 적으로 자유로운 미혼의 젊은층들은 DVR을 통한 텔레비전 시청에 그다지 높은 관여도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는 것이 수용자 연구기관의 조사이다. 이들 가정이 어떻게 텔레비전을 소비(engagement) 하고 있는지의 문제가 바로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의 최대 관심이다.
광고주들과 마케터들은 광고의 시청 자체에 관심이 없다. 이들의 궁극적인 관심은 텔레비전을 통한 광고 시청이 직접 소비 패턴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시청자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문화적‧의례적 표현들에 텔레비전 네트워크이든 광고주들이나 마케터들이든 관심이 없다. 텔레비전 시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용자들의 다양한 문화활동은 인지적 반응 이상이 아니다 (수용자들의 광고 관여도의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심리학자, 인류학자, 사회학자들이 동원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텔레비전 시청은 언제나 광고 시청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이러한 메시지는 광고 시청을 텔레비전 시청의 주된 패턴으로 규범화할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산업은 광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익성 문제와의 갈등은 근본적으로 텔레비전 산업 밖의 문제라는 의사합의(psuedo-con- sensus)를 만들어낸다(물론 미국의 초상업 텔레비전 시스템은 공익성의 문제를 텔레비전 시장의 정상화를 구축하기 위한 담론 자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가장 쉬운 예로, 2001년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사들 은 앞 다투어 국가 위기극복을 위한 범국민적 애국적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편성하였다. 하지만 물론 이 경우에도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공익성을 관례적인 의미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세 번째 가능한 대답은 두 번째에서 논의된 텔레비전 산업에 관한 의사합의가 구성하는 ‘이상화된 수용자상(idealized audienceship)’이다. 텔레비전 산업이 사회의 공익성 문제와는 별개인 오락의 생산 기구로 만들어지면서, 시청자의 문화적 취향에 따라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편성한 다는 논리는 상업화 텔레비전의 모토이다. 광고 시청률이 특정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경제적 성공’ 을 저울질하는 배경에서, 광고 시청률의 하락이 텔레비전 수용자의 주목과 관심을 성공적으로 이끌 지 못한, 즉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문화적 성공’까지도 측정하는 중요한 제한요인(para- meter)으로 다루어진다.
문화적으로 성공적인 수용자를 계발하고 확보하기 위해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경제적 성공이 결정 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순간이다. 호주의 텔레비전 연구가 이언 앵이 주장하는 것처럼, 텔레비전 수 용자의 시청 패턴은 근본적으로 예측불가능하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경제적 성공이라는 논리 아래 예측불가능한 시청 패턴이 시청률 조사에 따라 인구학적인 변인에 따라 조각 나고 분류되고 규범화된다. 한편으로 광고 시청과 텔레비전 프로그램 시청은 불가피하게 동일한 것 이라는 주장이 다시 한 번 강조되면서, 다른 한편, 텔레비전 편성에서 광고가 아무리 넘쳐나도, 텔레 비전 산업이 시청자들의 취향과 요구에 복무하는 것을 제일 목표로 삼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광고의 성패도 수용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하는 ‘수용자 주권론’이 만들어진다.
360도 전방위 마케팅과 미국 텔레비전 문화의 미래
십대들을 겨냥한 식음료 산업의 미디어 타깃 마케팅을 연구한 제프 체스터와 캐스린 몽고메리에 따르면, 십대들의 미디어 이용행태는 상당 부분 타깃 광고 전략에 의해 계발되기도 한다고 주장 한다. 일반적으로 십대들은 새로운 미디어에 가장 적극적인 초기 채택자들이며 다양한 미디어 경험에 상당히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마케터들이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계발한 광고 전략 혹은 광고를 통해 제시되는 소비 패턴을 쉽게 자신들의 미디어 이용 패턴으로서 받아 들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텔레비전 네트워크인 CBS와 폭스 등은 인터넷, 텔레비전, 라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아우르는 ‘360도 전방위’ 통합적인 십대 수용자 타깃 전략을 구축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십대들이 미국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텔레비전을 구석구석 찾아봐도 십대 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프로그램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불릴 만큼 드 물다. 십대들이 진정 미래의 수용자 주권을 갖추기 위해 현재 미국의 텔레비전 산업이 기울이는 노력이란 연예인 문화에 대한 지침서와 다름없는 프로그램들(가령, 대표적으로 경쟁을 통해서 미 국의 스타 시스템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아메리칸 아이돌>)만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회적 우려를 만나는 것이 더욱 쉬운 일이 되고 있다.
광고와 마케팅에 의해 총체적으로 식민화된 일상생활 혹은 텔레비전 문화를 미리부터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닐슨사의 정교화된 시청률 측정 기기의 개발은 어떤 의미에서 시청자들의 시청 패 턴과 소위 ‘안방 문화’를 예측하고 측정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에, 마케터들과 시청자들 간의 경쟁에서 전자의 쉬운 승리라는 공식은 후자의 문화적 실천에 대한 비관론이나 불신에서 비롯되기 쉽다. 그렇다고 시청자 혹은 수용자 주권론의 주장이 사회적으로 쉽게 비판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이 텔레비전 시청률 측정 조사기관들이 양산하는 시청률을 자신들의 문화적 취향의 표현과 쉽게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구 3억의 미국에 닐슨사의 측정기기인 피플미터는 1만 가구에 배치되어 있다. 통계적 측정의 방법론적 정교 함과 정확성에 대한 토론은 둘째라 하더라도, 1만 가구를 통해 통계화된 시청률을 수용자 전체의 문화적 취향의 재현으로 포장하는 텔레비전 산업의 전략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요구된다.
닐슨사는 지난 1월 말, 주간 드라마 와 이라는 쇼가 미국 이십대 초반의 젊은 층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포함되었다는 시청률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대학생 층을 시청률 조사 과정에 포함시켰을 때 두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률 선호도 수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닐슨사는 전했다. 필자는 필자의 대중문화 수업을 들었던 50여 명 학생에게 그 결과를 얘기하고 시청률 조사 결과에 대한 견해를 물었던 적이 있다. 이상하게도 두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에서 어떤 학생도 손을 들지 않았다. 미국 수용자들이 시청률 문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시작할 수 있는 출발선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참고:
- Jeff Chester and Cathryn Montgomery, “Interactive Food and Beverage Marketing: Targeting Children and Youth in the Digial Age”, released on May 17, 2007 and retrieved on May 19, 2007.
- Stuart Elliot, “Trying to Keep the Viewers When the Ads Come On”, on May 14, 2007.
- Gigi Sohn, “Advertisers, the Guilds and Some TV Networks Get it - Disney Does Not”, at http://www.publicknowledge.org/node/940.
- Louise Story, “Viewers Fast-Forwarding Past Ads? Not Always”, on February 16, 2007.
- Louise Story, “At Last, Television Ratings Go to College”, on January 29, 2007.
◦ 작성 : 성민규(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터디즈학과 박사과정, MinkyuS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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