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프로그램은 음악의 문화적 가치를 전하고 있나 일본의 방송 미디어에서도 이전에는 예술의 문화적 가치를 프로그램을 통해 전하려고 하는 제작자 들이 여럿 있었지만, 특히 버블 붕괴 이후 제작자들의 논리는 이른바 ‘마케팅 논리’로 바뀌고 말았지 않나 생각된다.
내가 오랫동안 종사해 왔던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무턱대고 최신 정보에 집착하는 프로그램은 많아 졌지만, 음악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시청자에게 전하려고 하는 제작자의 진지한 자세가 느껴지는 프로그램은 크게 줄어들었다. FM 라디오 방송국에서마저도 순수한 음악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상황에 아연할 뿐이다.
이것은 들은 이야기이지만, 텔레비전의 가요 프로그램은 가요 코너가 되면 시청률이 떨어지고, 토크나 잡담이 되면 시청률이 오른다고 한다. 시청자의 흥미가 노래 그 자체에서 멀어졌는지, 아니면 텔레비전 방송국의 제작 자세에 문제가 있는지 나로서는 아작 확실치 않지만, 예를 들면 미국의 FOX가 방송하고 있는 <스타 탄생>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세계적으로 가요 프로그램의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만이 극단적으로 가요 프로그램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는 풍조를 보이고 있는 데는 무엇인가 커다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스폰서 교육이 중요하다 유료 음악전문 채널에서도 CM을 넣은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데 나로서는 이 점을 납득할 수 없다. 우선 돈을 내고 보는 시청자에 대한 실례이기도 할 뿐더러 한번 CM을 넣으면 더 이상 스폰서 없이는 프로그램이 성립되지 않게 된다. 유료 채널에서조차 이런 상황이 당연시되면 더욱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방송국은 무턱대고 “스폰서의 의향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스폰서 교육이 아주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제작자가 만들고 싶은,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폰서를 납득시킬 수 있는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온디멘드로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금 나는 인터넷 동영상 배급 사이트인 ‘YouTube’를 주목하고 있다. 거기에서 프로그램의 일부가 배급된 일본의 방송국은 한결같이 삭제 신청을 하고 있는데, ‘교활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 방송하고 특별히 재방송할 예정이 없는, 혹은 상품화할 예정이 없는 프로그램이라면 화면도 작고 화질도 좋지 않은 YouTube에 프로그램이 나가는 것은 묵과해도 좋지 않을까. YouTube를 문제시할 정도라면 각 텔레비전 방송국이 아카이브 기능을 정비하여, 시청자의 리퀘스 트에 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분명히 권리문제 등 과제가 있긴 하지만,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유료라도 보고 싶다는 요구는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이용해 리퀘스트를 받는다든지 온디멘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설령 멋진 프로그램을 만들었더 라도 못 보고 놓쳐 버리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효과적 으로 활용하면 뜨는 프로그램도 늘 것이며, 결과적으로 텔레비전 방송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 이다.
방송과 통신을 구별하는 것은 난센스 앞으로 10년이면 텔레비전과 인터넷의 경계는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도 방송과 통신을 아직까지 분리해 고찰하는 것은 난센스다. 관할 관청이나 방송국의 논리나 저작권 문제 등에 얽매어, 세계적 수준의 기술입국인 일본이 방송의 스트리밍 전송 하나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다. 지금 세계의 라디오 방송은 인터넷을 매개로 매일 들을 수 있지만, 그런 인터넷 방송을 무선 (wireless)으로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만들어 팔고 있는 것은 일본의 제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의 방송은 한정된 프로그램밖에 들을 수 없다. 이처럼 얄궂은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일부 FM 방송국에서는 온디멘드와 아카이브는 여전히 안 되지만, 동시방송이라면 OK라는 방침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것을 가로막은 것은 결국 스폰서들이다. 세계로 내보낼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스폰서가 붙어 있는 이상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장기적 비전의 결여 방송 미디어라는 것은 제대로 잘 활용하면 세상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세상이 너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피폐해진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안정을 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일본의 방송은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그 근본 원인을 찾고, 더 나아가 10년, 20년 앞에 어떤 모습의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장기적인 시야와 문제의식을 상실한 채 균형감을 잃고 있다. 보도를 하더라도 흥미 본위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려는 행태가 너무나도 많다.
광고 시장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라디오를 웃돌고, 마침내 텔레비전에 버금갈 정도가 되면 자연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방송의 입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 다. 그런데 지금 문제의 심각성을 예측하고 대비하려고 하는 방송국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방송과 통신의 문제 하나만 가지고도 각계의 전문가로부터 훌륭한 의견과 제안이 많이 나오고 있는 데도, 방송국 측은 체질을 근본에서부터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변하려고 하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 하다. 1970년대 후반 워너브라더즈는 역사적인 명반으로 일컬어지는 레코드를 많이 발매했지만, 당시 90%의 레코드를 팔아 팔리지 않더라도 양질인 10%의 작품 제작을 뒷받침한다는 전략을 채택했다. 일본의 방송국도 20편의 프로그램 가운데 적어도 1편 정도는 제작자의 철학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 Peter Bakaran / 일본에서 활동 중인 음악프로그램 전문 방송인 ◦ 출처 : <新․調査硏究> 2007.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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