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4명에 달하는 후보자들이 공식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뛰어들어 선거운동을 할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그때에는 각 후보들은 상대방과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아젠다를 들고 나와야 한다고 전국 광고주협회(the Association of National Advertizers)의 책임부대표(VP) 댄 재프(Dan Jaffe)는 지적하고 있다. 넋 놓고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본격적인 선거철에 제대로 힘 한 번 못 써 보고 자멸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말이다.
방송 업계 입장에서는 호기가 눈앞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광고만으로도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호기이긴 호기인데, 영업 외적으로 보면 그리 탐탐치 않은 면들이 엿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현재 공개적으로 대선 운동을 벌이고 있는 후보자로는 민주당 뉴욕 상원의원인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일리노이 상원의원인 배럭 오바마(Barack Obama), 그리고 공화당원에서는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인 존 맥케인(John McCain)과 전 뉴욕 시장 인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를 들 수 있는데, 이들은 현재의 방송 시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 을 일찍이 표명한 바 있다. 이들 4명의 대선 후보들은 현재의 방송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며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그 동안 줄기차게 주장해 왔을 뿐만 아니라, 소유규제 철회나 식료 및 의약품 방송 광고 등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표명해 왔었다.
차기 대통령이 당선되는 시점이 바로 미국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시점 직전이기 때문에 향후 대선의 핵심 이슈 중의 하나가 바로 디지털 방송 전환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인터넷 제공업자들의 통제권 범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네트워크 중립성(network neutrality) 논의 역시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핵심 안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정치 단체인 MoveOn.org가 대선후보를 지지함에 있어 이 부분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 이다.
힐러리는 우익 세력과 보수 언론들이 빌 클린턴의 탄핵을 조장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언론에 관한한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 힐러리도 방송이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어린이 들의 건강에 좋지 못한 불량 식품류들을 광고하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TV와 어린이 2000년, 카이저 가족 재단(The Kaiser Family Foundation)에서 있었던 연설에서 힐러리는 “미디어 노출을 일종의 전염병”에 비유하면서, 현재 일어나는 방송 환경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이라고 비난했다. 향후 이 아이들이 자라는 시기에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었다. 그녀는 잠룡 중의 한 사람인 캔자스 출신의 공화당 상원의원 샘 브라운백(Sam Brownback)과 손잡고 CAMRA(Children amd Medica Research Advancement) 법안을 지원했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디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조사할 수 있는 국립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또한 지나치게 선정적인 프로그램에 대해서 절대적인 반대를 표명한 바 있다. 출처를 밝힐 수 없는 정보에 따르면, 업계 대표와의 회동에서 힐러리는 광고가 경제의 동력 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오하이오 주 민주당 하원의원 데니스 쿠치니크(Dennis Kucinich)는 현재 Fairness Doctrine을 부활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백악관에 입성하기를 바라는 대선주자로서는 데니스의 움직임을 간과할 수 없는 상태이다. 데니스는 공개적으로 미디어 소유규정을 대선에서 핵심 과제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다른 대선 후보들도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연구소의 패트릭 메인즈(Patrick Maines)가 향후 대선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 으로 Fairness Doctrine의 부활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결국 언론자유가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연구소는 업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언론자유 싱크 탱크이다. 브로드 캐스팅 앤 케이블(Broadcasting & Cable)은 메인즈의 메모를 입수 공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메인즈는 차기 대선에서는 반드시 민주당이 승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적인 언론을 공격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메인즈는 이 메모의 존재를 부인한 바 있다.
각종 선거 조사에서 힐러리를 맹추격하고 있는 오바마는 힐러리보다 훨씬 강도 높게 현재의 매체 정책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현재의 방송 매체 환경이 예전보다 훨씬 더 척박해졌다고 비난하면 서, 미디어가 부모의 적이 되기 이전에 그 싹을 자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부모가 TV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자녀의 TV 시청량을 줄여야 한다고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그는 향후 가족 시청시간대에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전면 금지시키고, 방송사의 공익 의무 규정을 보다 구체화시킬 것 등을 제안했다.
공화당의 강력한 대선주자인 맥케인 상원의원은 선거운동 개혁의 일환으로 후보자들이 마음놓고 방송 매체를 선거 운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 방송사들은 무료로 방송시간을 후보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 동안 다른 매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정치 광고 수익을 얻은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형편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 줄리아니와의 혈전을 펼쳐야 하는 맥케인은 케이블 채널 선택권을 보장하는 알 라 카르테(a la carte)를 지지하고 있고, 현재 방송사업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디지털 주파수에 대한 권한을 보다 강력하게 규제할 것을 내세웠다. 테러와의 전쟁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 했던 줄리아니 역시 디지털 방송 규정을 강화할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처럼 향후 대선 국면에서 매체 정책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사업자로서 단기적으로는 정치 광고를 통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누가 향후 백악관의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서 변화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주판을 굴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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