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콘텐츠 사업체의 생멸(생성과 소멸) 분석 ■
박성원(KOCCA 통계정보팀 선임연구원)
최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콘텐츠산업의 매출액, 수출액, 고용 등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외부환경의 변화와 산업구조 변동에 따라 콘텐츠산업도 구조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장기간의 경기 침체동안 콘텐츠 사업체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우려에 관하여 실증적으로 설명해주는 데이터는 부족했다. 여기서는 콘텐츠산업 사업체의 생성과 소멸(이하 생멸)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산업구조 및 경기 변동 시 콘텐츠산업 또는 사업체에 대한 전망과 대응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문화부에서는 콘텐츠산업분류에 따라 크게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그리고 공연 산업 총 12개 산업으로 분류한다. 반면 통계청에서 발표한 생멸 통계는 표준산업분류(KSIC) 기준에 따라 산업을 크게 총 19개로 분류하고 있는데, 콘텐츠산업에 해당되는 부분은 「도매 및 소매업」의 일부,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의 일부,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의 일부,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중 일부이다. 「제조업」과 「부동산 및 임대업」에도 인쇄업, 대여점 등 콘텐츠산업이 일부 포함되기는 하나 비중이 적으므로, 위의 4개 산업 부분만을 콘텐츠산업으로 간주하여 분석했다. 따라서 문화부의 콘텐츠산업분류 기준과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각 산업별 데이터를 참고는 할 수 있으나 콘텐츠산업으로 동일시하는 오류에 주의해야 한다.
통계청의 사업체의 생존과 소멸에 대한 데이터는 사업체 모집단 DB의 사업체고유번호1) 가 연도 간에 연계 되는지 여부에 따라 집계되는데, 2004년부터 2009년까지의 산업별 생멸 사업체 수 분석 결과, 전체 산업의 연평균 신규 사업체 수는 595,336개로 나타났고, 연평균 휴업·폐업 사업체 수는 577,501개로 나타나 신규 사업체가 휴·폐업 사업체 보다 평균 17,835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9개 산업 중 연평균 신규 사업체와 휴·폐업 사업체 수가 가장 많은 산업은 모두 ⌜도매 및 소매업⌟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도매 및 소매업」이 총 사업체 수가 가장 많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1) 산업활동, 주소, 대표자 중 2가지 이상의 항목이 동시에 변경되지 않는다면 동일한 사업체라 판단되어 사업체고유번호가 연계
된다.
<표 1> 2004년~2009년 산업별 생멸 사업체 수
※출처: 통계청(2011), “2004 ~ 2009 사업체 생성·소멸(생멸) 현황 분석”
특히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의 연평균 신규 사업체 수는 6,238개로 휴·폐업 사업체 6,094개보다 144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의 연평균 신규 사업체는 13,202개로 휴·폐업 사업체 11,913개보다 1,289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의 연평균 신규 사업체는 20,773개로 휴·폐업 사업체 20,247개보다 526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2007년과 2008년 게임산업에서 휴·폐업 사업체 수가 많았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국내 경기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도매 및 소매업」을 제외하고는 콘텐츠산업과 관련된 3개의 산업 모두에서 연평균 신규 사업체가 휴·폐업 사업체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로는 1인 출판사와 같이 콘텐츠산업의 특성 상 1인 또는 소수가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 산업에 비교해 시장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의 산업별 신규 사업체 평균 생존율 분석 결과, 전체 산업의 1차년도 신규 사업체 평균 생존율은 72.6%, 2차년도 평균 생존율은 56.5%, 3차년도 평균 생존율은 46.4%, 4차년도 평균 생존율은 39.2% 그리고 5차년도 평균 생존율은 33.4%로 나타났다. 즉, 3차년도가 도래했을 때, 신규 사업체의 절반 정도만이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 본 결과, 19개 산업 중 5차년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산업은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23.3%)으로 나타났으며, 「도매 및 소매업」(31.6%),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33.1%), 그리고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32.2%)도 신규 사업체 평균 생존율이 전 산업 평균(33.4%)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이유는 첫째, 콘텐츠 사업체의 종사자는 10인 미만인 영세 사업체가 다수이기 때문에 자금사정 악화나 경영여건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내부역량과 인적자원이 부족하여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 둘째, 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대졸 이상의 고학력 비중이 제조업(22%), 서비스업(30.9%)보다 훨씬 높은 62.8%이나 평균임금이나 근로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이직이 많다는 점(청년 이직률 62%). 셋째, 콘텐츠 관련 내수시장이 작고 독과점 유통시장으로 인해 중소 영세 콘텐츠 기업의 비즈니스 실패에 따른 휴업·페업 신고 등이 해당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표 2> 2004년~2009년 산업별 신규 사업체 평균 생존율
※출처: 통계청(2011), “2004 ~ 2009 사업체 생성·소멸(생멸) 현황 분석”
그렇다면 과연 콘텐츠 선진국은 상황이 어떨까? <표 3>은 세계 5위 수준의 영국의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의 신규 사업체 생존율과 창조산업 외 영국 산업 전체의 신규 사업체 생존율을 분석한 자료이다. 창조산업 생존율은 창조산업 외 산업의 평균 생존율보다 1차년도 부터 5차년도 까지 모두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5차년도의 창조산업 생존율은 49.7%로 창조산업 외 생존율 46.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즉, 창조산업의 신규 기업 생존율은 영국 경제에서 4번째로 높은 기록(교육·건강·사회부문 60.2%, 건설 50.3%, 부동산·전기·가스·수도공급 50%)을 나타냈다. 이 분석 결과는 창조산업 분야의 비즈니스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전환시켜줄 수 있는 데이터이며, 아직 충분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국내 콘텐츠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표 3> 2003년~2008년 영국의 창조산업과 창조산업 외 사업체의 평균 생존율 비교
※출처: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ONS) 및 Business Structure Database(BSD)에서 재구성
국내 콘텐츠산업은 “2011년 기준 콘텐츠사업체 설립연도별 분포”와 “콘텐츠산업 연도별 사업체 수 및 종사자 수” 자료를 통해 사업체 생멸 통계(통계청, 2011)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2011년 기준 콘텐츠사업체 설립연도별 분포”는 2012년 4월 기준 휴업·폐업하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는 콘텐츠산업 중 출판, 만화, 음악, 애니메이션,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산업 사업체 2,978개를 대상으로 2012년에 조사되었는데, 분석 결과, 2000년~2009년 기간에 설립된 사업체가 절반(49.2%)을 차지하였고, 1990년~1999년 기간에 설립된 사업체가 33.6%, 1989년 이전 설립된 사업체가 11.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만화, 음악, 애니메이션,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산업의 사업체들은 2000년~2009년 기간에 설립된 비중이 가장 많았고, 출판산업은 1990년~1999년 기간에 설립된 사업체(43.6%)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는 만화, 음악,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은 2000년 이후 정부가 문화콘텐츠 육성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산업화 지원을 시작했기 때문으로 판단되며, 후자는 출판산업이 콘텐츠산업 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산업으로서 사업체 경영활동을 일찍 영위했으며 기간이 오래되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는 콘텐츠 사업체가 5년 또는 10년과 같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생존한 기업들 중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생존하여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콘텐츠산업의 연도별 사업체 수 및 종사자 수”를 분석한 결과, 사업체 수는 2008년 116,965개에서 2009년 118,015개, 2010년 107,149개로 연평균 4.6% 감소하였고, 종사자 수는 2008년 529,011명에서 2009년 543,409명, 2010년 550,715명으로 연평균 2.0% 증가하였다. 이처럼 사업체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종사자 수가 증가한 것은 콘텐츠산업에 영세한 사업체 비중이 줄어들고 이전보다 규모가 큰 사업체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업체당 매출액을 살펴본 결과, 2008년에는 5억 2천만원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는 5억 3천만원, 2010년에는 6억 4천만원으로 나타나 콘텐츠 사업체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콘텐츠산업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해외 데이터와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에 해당하는 영국의 창조산업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창조산업의 연도별 사업체 수 및 종사자 수”를 살펴본 결과, 영국 창조산업의 사업체 수는 2008년 82,500개에서 2009년 102,380개, 2010년 102,860개로 나타났고, 종사자 수는 2008년 1,289,600명에서 2009년 1,412,476명, 2010년 1,461,788명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영국을 비교했을 때 사업체 수는 2010년 기준 약 10만 개로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종사자 수는 큰 차이를 보여 영국이 약 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콘텐츠산업보다 영국의 창조산업의 경영환경이 보다 건실하고 안정적인 재정을 갖춘 중견기업이 많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예컨대 국내 콘텐츠산업과 영국의 창조산업의 사업체 데이터를 분석 결과, 광고(한국 5,011개 vs 영국 14,790개), 방송(한국 926개 vs 영국 7,680개), 영화(한국 3,727개 vs 영국 10,200개) 산업의 사업체 수에서 영국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출판(한국 27,803개 vs 영국 10,200개), 음악(한국 37,634개 vs 영국 30,730개) 산업의 사업체 수는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2)
결론적으로 <표 4>와 같이, 한국의 콘텐츠산업과 영국의 창조산업의 공통분야(광고, 방송, 영화, 출판, 음악)에 대한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를 비교해 보면, 사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에서 한국의 방송, 광고 분야가 영국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출판, 음악 분야는 많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내 방송과 광고 분야에서 국내 콘텐츠 사업체의 성장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게임은 Software/Electronic Publishing 산업으로 정의가 2009년부터 변경됨에 따라 비교가 불가능하여 제외
<표 4> 2010년 한국의 콘텐츠산업과 영국의 창조산업의 사업체 수 및 종사자 수 비교
※출처: 문화체육관광부(2012), “2011 콘텐츠산업통계” /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http://www.culture.gov.uk
종합하면, 사업체 생멸 통계자료는 창업을 하고자 하는 예비창업자, 산업을 분석하는 연구자, 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정부기관 등에서 산업별 사업체의 현황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왜냐 하면, 사업체의 변동에 따라 산업의 매출, 수출, 종사자의 직접적인 변동뿐만 아니라 산업구조도 바뀌기 때문이다. 예컨대, 콘텐츠산업에 있어서 최근 몇 년간 전통적인 유통 및 서비스 사업체(PC방, 서점, 비디오감상실, 노래연습장, 대여점 등)가 급감하고 있는데, 원인 차원에서 온라인 디지털 문화콘텐츠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결과 차원에서 이들 사업체들에 대한 지원정책 마련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 및 영세 콘텐츠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는 가운데, 사업체 규모에 따른 지원사업의 세부적인 기준마련을 위해서도 참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콘텐츠산업과 같이 특정 산업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할 때는 통계청의 표준산업분류와 문화부의 콘텐츠산업분류(특수분류)가 다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통계청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 사업체리스트를 기준으로 분석했다는 점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구조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의미가 크다. 또한 문화부의 콘텐츠 사업체 설립연도별 분포와 산업별 연도별 사업체 분포도 콘텐츠 사업체의 생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적인 데이터가 될 수 있다.
※ 아래에 원본 PDF 파일 첨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