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산업의 고용구조 분석과 시사점 ■
노준석 (KOCCA 통계정보팀 수석연구원)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내경제는 ‘저성장·저고용·고물가’라는 3중고를 겪고 있으며, 실업률까지 높아지는 등 경제 위기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GDP와 고용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나,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 저부가가치 업종중심, 고용의 질 악화 등으로 양질의 고용창출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와 일자리 창출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과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정부는 올해 일자리 창출 4대 분야로 ‘청년 창업 활성화, 고졸자 취업지원 확대, 문화·관광·글로벌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한편 정부실패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측면에서는 직접적인 재정투입과 시장개입을 통한 일자리 창출보다는 제도개선, 인력양성, 인프라 확충 등 산업기반을 강화하여 산업성장을 통해 고용창출을 유도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서비스 경제로, 정보·지식에서 창의성·감성 중심의 창조경제(Creative Economy)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의 문화선진국들은 서비스업의 취약한 고용구조를 개선하고 창의인력의 육성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안으로서 창조산업(Creative Industries)을 육성한 결과, GDP와 고용에서 기여도가 켰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고용 기여도(비중)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예술적 상상력과 문화적 창의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현재와 미래의 산업발전에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창의적 인재, 아이디어, 기술과 감성 및 문화의 활용 등의 창의적 혁신을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표 1> 미국, 영국, 한국의 경제 기여도 비교
*미국 핵심저작권산업: 신문, 간행물, 영화, 음악, 방송, 소프트웨어 등
**영국 창조산업: 광고, 건축, 공예, 디자인/패션, 영화, 음악, 공연, 출판, SW, 방송, 쌍방향SW
***한국 콘텐츠산업 : 출판,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음악, 방송, 영화, 게임, 광고,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 출처 : IIPA(2011), DCMS(2012), 문화부(2012)
콘텐츠산업은 대표적인 서비스산업이자 소프트 파워의 원천으로서 노동과 자본만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한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한계비용이 제로인 산업이다. 특히 열정․창의성 발휘가 가능한 청년 일자리의 보고(寶庫)로서 청년 실업률 해소에 기여하며, 타 분야 대비 높은 고용유발효과와 직접 및 간접·파생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용유발계수(2012)에서 문화산업(12.0)은 전체산업(8.6), 자동차(7.2), 반도체(4.9)보다 훨씬 상회한다. 또한 콘텐츠산업은 출판·만화·광고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에서 29세 이하 및 30~34세의 종사자 수가 50%를 상회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콘텐츠 분야에서 청년과 여성이 선호하는 다양한 신규 유망 직업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예컨대, 국내 게임회사 앤씨소프트의 전체 직원 2,773명 중 20-3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여기서는 콘텐츠산업의 고용 현황과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고용창출을 위한 산업인력에 대한 정책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먼저 국내 콘텐츠산업의 고용규모는 2010년 기준 약 58만명으로 한국 전체 고용의 3.29% 비중을 차지하였다. 콘텐츠산업의 고용규모 중 출판(20만명, 35%), 게임(9만5천명, 16.3%), 음악(7만7천명, 13.2%), 지식정보(5만명, 8.3%)가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종사자는 약 1% 증가하였다.
<표 2> 한국 콘텐츠산업의 고용 및 기업규모 비교
※ 문화부·콘텐츠진흥원(2011), 2010년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 통계청(2011), 2010년 경제 총 조사(사업체조사)
둘째, 콘텐츠산업은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 제작 기반의 산업활동에 따라 단기계약의 임시고용 형태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력의 숙련도가 지속되기 힘들고 안정된 생활기반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예컨대, 2010년 콘텐츠산업의 전체 종사자(392,851명) 중 정규직은 84.7%(362,068명), 비정규직은 15.3%(65,221명)이나 최근 3년간(’08-‘10년) 비정규직이 8.4% 증가하였다. 공연예술분야에서도 전국 2,114개 공연단체의 총 인력수는 47,175명이며, 상근단원(37.4%)이 비상근단원(62.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셋째, 콘텐츠산업은 영세한 기업이 많아 종사자가 소규모화이다. 최근 5년간(06~10년) 전체 콘텐츠 기업 중 86% 이상이 4인 이하의 작은 규모에서 운영되고 있을 만큼 대부분의 콘텐츠 기업이 영세하고 종사자 비중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넷째, 콘텐츠산업 종사자는 수도권에 집중화되어 있다. 예컨대,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콘텐츠산업 종사자가 2010년 72.3%로 대부분 집중되고 있다. 반면, 최근 3년간(‘08-’10년) 경기도 등 지방 9개도의 종사자가 증가(2.3%)한 것은 콘텐츠산업 진흥정책에 의한 간접효과로 볼 수 있다.
다섯째, 콘텐츠산업은 다수의 고학력자 종사하고 있다. 콘텐츠산업 종사자의 고학력(4년제 대학졸업이상) 비중은 62.8%로 제조업(22%)과 서비스업(30.9%)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전문대학 졸업 이상을 고려할 때 84.4%가 되어 전체 콘텐츠산업 10명중 8명 이상이 전문대학 졸업이상의 학력 소지자라 할 수 있다.
<표 3> 콘텐츠산업, 서비스산업, 제조업의 교육수준별 분포
여섯째, 하지만 콘텐츠 및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저임금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들 근로자 중 비정규직이 받는 임금은 생계유지가 곤란할 정도의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콘텐츠산업(‘10년)의 경우,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의 월평균 임금은 287만원이나 비정규직은 137만원으로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영화스탭은 연봉 623만원 이하가 48%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반면 86개 콘텐츠 상장사의 월평균 임금은 403만원으로 비정규직의 약 3배이다. 문화예술(‘10년)의 경우,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의 월평균 임금은 136만원이나 비정규직은 92만원으로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화예술인의 월평균 수입도 100만원 이하가 62.8%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콘텐츠산업은 제작 직무에 편중되는 등 만화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산업에서 제작 직무 종사자가 43.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년간(‘08-10년) 전체 종사자 대비 사업기획(2008년 7.4% → 2010년 8.8%) 직무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 업체의 인력수요조사 결과, 고기능 수준을 지닌 기획과 기술 직무의 부족율이 높게 나타난 점은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콘텐츠산업의 고용구조 분석을 통해 나타난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향후 콘텐츠산업의 선순환 구조(창의적 문화상품 개발 → 국내외 시장창출 → 공급부문 경쟁력 강화)에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산업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의 문화산업 또는 콘텐츠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문화예술과 미디어콘텐츠 확산이 문화복지뿐만 아니라 소비촉진과 문화생산을 위한 창의성으로 이어져 산업성장에 따른 고용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림 1> 창조산업의 생산적 복지모델
둘째, 콘텐츠산업은 다양성 확대와 유망 아이템 개발 가속화로 창업·창직이 매우 활발한 영역이다. 예컨대, 로비오 엔터테인먼트는 <앵그리 버드>로 스마트폰을 통해 등장한 혁신기업으로 2011년 매출이 1,200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플랫폼을 확장하면서 캐릭터 이미지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는 창의적 발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서 시장을 선도한 매우 바람직한 창업의 유형이다.
이처럼 콘텐츠산업에서 창업은 창의성·감성·기술 등을 핵심생산요소로 하여 ‘문화기업가 정신’을 통해 활성화될 필요가 있는데, 바로 1인 창조기업 육성으로 대학 청년층 인력을 고용으로 흡수가 가능하다. 또한 창직은 스마트폰 확산, 3D콘텐츠 수요 증가 등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기반한 새로운 유망직종(프로게이머․웹디자이너․CG․1인 미디어․브랜드관리사․스토리텔러․문화기획자 등)을 창출하면서 고용창출로도 연결될 수 있다.
셋째,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 융복합화를 통한 신규 콘텐츠 시장창출이 가능하다. 먼저 예술·미디어콘텐츠와 제조업·서비스업 결합을 통한 융합프로젝트 추진이 필요하다. 예컨대 문화유산 등 전통자원과 신화·설화 등 문화원형에서 창작소재를 발굴하여 현대적 문화상품으로 재가공하는 전통문화의 창조적 발전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공연과 전시, 전통문화와 교육, 문화체험과 복지, 지역사회와 공공디자인, 문화관광, 기능성 콘텐츠(기능성게임, 학습만화, 영어 애니메이션, 음악 및 미술치료, 패션디자인 등) 등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의 융복합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수요 창출이 가능하다. 또한 콘텐츠산업의 연관산업 간 원소스 멀티유즈 특성을 활용하여 콘텐츠와 디바이스 등이 융합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브로드밴드의 확산, 디지털세대로 소비주체의 변화, 디지털미디어기기의 일상화 등으로 스마트 혁명이 도래하여 신규시장 창출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디지털 스마트미디어 환경을 선도하여 신규시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스마트 콘텐츠 상품화 및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산업은 노동시장 특성으로 인해 신규인력의 공급과잉, 필요인력의 부족이라는 질적 수급불일치(skill mismatch) 현상이 심각하다. 따라서 콘텐츠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높이고, 창의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산업 장르별로 특화되고 산업현장에 투입가능한 인력양성 및 활용과 고용창출을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의 채용 후 현장투입이 가능하도록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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