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러시아 게임 산업 규모

IDG 컨설팅(IDG Consulting)에 따르면, 2021년 러시아 게임 매출은 약 34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모바일 게임은 14억 달러, PC 게임은 12억 달러, 콘솔 매출은 8억 6,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콘솔 매출의 대부분은 온라인 스토어를 통한 디지털 판매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유럽 전체 게임 매출 515억 달러 중 러시아는 모바일 게임 부문 8%, PC 게임의 12%를 포함하여 유럽 전체 비디오 게임 지출의 6%를 차지했다.

뉴주(Newzoo)에 따르면, 러시아는 유럽에서 6번째로 큰 시장이며, 세계에서 15번째로 큰 시장이다. 러시아는 2021년 게임 산업 총 매출 기준으로는 상위 10개국에 들지 못했지만,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받았다.

러시아 게임 시장은 모바일 게임의 비중이 높으며 콘솔 게임의 비중이 가장 작다. 그 이유는 러시아 소비자들의 낮은 구매력과 콘솔의 높은 가격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콘솔 게임의 불법 복제가 만연해 왔으며, 이는 러시아 콘솔 업체들의 수익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의 합법화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다른 국가나 기술 기업의 제재를 야기할 수 있다.

1.2.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한 매출 감소

러시아는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강력한 수위의 경제 제재에 직면하면서 게임 시장을 포함한 국가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구글(Google)은 러시아에서 플레이스토어(PlayStore) 결제를 차단했다. 애플(Apple)은 새로운 기기 판매는 중단했지만, 앱스토어에 대한 공식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¹

2월~4월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모바일 게임 타이틀을 살펴보면, 이용자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자국 게임사가 만든 <히어로워즈(Hero Wars)>조차도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제재와 주요 기업들의 이탈이 이미 러시아 모바일 게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구글이 3월 10일 러시아 사용자들의 결제를 중단한 이후 플레이스토어의 매출은 0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3월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 대한 게임 이용자 지출은 전달 대비 각각 64%, 41% 감소했다. 2월 집계 데이터와 4월 잠정 데이터를 비교하면 러시아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은 8,700만 달러에서 1,400만 달러로 두 달 만에 84% 감소했다. 시장 규모는 당분간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²

러시아 시장 주요 게임 타이틀의 매출 감소 추이 (단위: 천 달러)

러시아의 운영체제별 모바일 게임 매출 증감 추이 (단위: 백만 달러)

지난해 러시아 게임 시장 총 매출 34억 달러 중 모바일 게임의 비중은 41%에 달했다. 콘솔과 PC 판매 감소세까지 감안하면 올해 러시아 게임시장의 매출은 전년대비 40~5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1. 현지 개발사들의 해외 도피 증가

러시아매체 앱투톱(App2Top)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게임산업 종사자의 최대 42.3%가 자국을 떠났거나 향후 몇 달 안에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85%가 러시아 출신이었고, 나머지 15%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지역 출신이었다. 17.8%는 이미 러시아를 떠나 터키, 아르메니아, 그루지야 등에서 생활 중이라고 말했다. 24.5%는 빠른 시일 내에 러시아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 29%는 향후 러시아로 돌아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에 머물고 있다고 응답한 게임산업 종사자 57.7% 중에서 도 1/3은 “언젠가 출국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직군별로는 비주얼 아티스트와 게임 마케터들이 이주 및 도피를 선택한 응답자의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프로그래머는 잔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앱투톱은 대부분의 러시아 게임 회사들이 더 이상 러시아에 본사를 두고 있지 않으며, 해외 사업을 촉진 등을 이유로 다른 나라에 법인을 설립했다고 덧붙였다.

비록 전체 산업의 42.3%가 상당한 규모이지만, 이 데이터로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러시아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인식과 실제 행동을 파악하기엔 어렵다. 러시아 정부의 행동에 두려움이나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분명 많겠지만, 일자리와 생계, 가족 등의 문제로 실제 행동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2.2. 글로벌 퍼블리셔들의 러시아 제재 참여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들의 러시아에서의 게임 판매 중단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MS, 테이크 투 인터렉티브(Take-Two Interactive), 유비소프트(Ubisoft), EA, 액티비전 블리자스(Activision Blizzard), 에픽 게임즈(Epic Games), 시디 프로젝트 레드(CD Projekt Red), 블루버 팀(Bloober Team), 슈퍼셀(Supercell), 씨아이 게임즈(CI Games) 등이 러시아 판매를 중단했다.

러시아 판매 중단에 나선 주요 게임사

다른 업체들도 EU와 미국의 경제 제재 수준을 준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트위치(Twitch)는 러시아 스트리머들에게 제재의 영향을 받는 러시아 은행을 이용한다면 수익을 정산하거나 트위치 내에서 결제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닌텐도는 루블화 결제를 중지하고 러시아의 스위치 샵을 판매 모드에서 유지 보수 모드로 전환했다. 스팀(Steam)에서는 러시아 사용자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없도록 했지만, 기존에 충전한 스팀 지갑의 잔액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니(Sony)는 러시아 시장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 7>의 러시아 출시를 취소했다.

한편,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 Card), 페이팔(PayPal) 등 주요 결제 업체들도 러시아 서비스를 중단했다. 루블화 가격 폭락 등으로 게임사의 러시아 시장 진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신흥 게임 시장이다. 따라서 러시아 시장을 차단하는 것은 분명 주요 퍼블리셔 및 개발 업체들의 수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각에서는 불법 복제가 만연한 러시아 게임 시장의 특성과 침공 직후부터 루블화의 실질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판매 중단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이것이 사실이더라도 신흥 시장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러시아에서 향후 발생할 기대 수익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에 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전쟁에 대한 주요 게임사의 태도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방향을 넘어 산업적으로도, 문화적 영향력 측면에서도 성장한 게임 산업이 국제적인 분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여기에 자국 게임산업의 근간이 무너지고 국가 경제의 위기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러시아 게임시장이 회복하는 것은 전쟁이 종료된 뒤로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